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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5] 구룡포 시장
내항의 반드러운 바다에 수많은 배가 흥성흥성하다. 항구를 둘러싼 거리는 비할 데 없이 벅적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항구마을 고유의 억양과 온갖 고장의 악센트가 뒤섞여 펄떡인다. 그 길에 구룡포 시장의 아케이드 입구가 높다. 구룡포항 바로 앞에 구룡포 시장이 있다. 후동천이 내항으로 흘러나가는 사거리에서 부두 입구인 수협교차로까지 항구 도로와 구룡포 초등학교 앞 안길도로를 잇는 커다란 직사각형 블록이다. 그 가운데에 아케이드 지붕을 올린 시장통이 십자로 뻗어 있다.바닷가 시장답게 해산물 양 압도적입구부터 국산대게 등 대게 가게 즐비국내 대게 어획량 1위 구룡포 명성 입증70년 전통 찐빵 맛집 '철규분식'부터국수 달인이 만드는 해풍국수 등 별미◆구룡포 시장바닷가 시장답게 입구부터 해산물 가게가 압도적이다. 갓 건져 올린 바다가 가지런히 넘친다. 금세 숨넘어간 것들, 꿈틀꿈틀 살아있는 것들, 빨래집게에 입을 물린 채 말라가는 것들, 덜 말린 것들과 바짝 말린 것들, 찢어 놓은 것, 잘라 놓은 것, 썰어 놓은 것, 구워 놓은 것, 쪄 놓은 것 등 온갖 모습의 바다가 다 있다. 커다란 대게들이 열 지어 대자로 뻗은 즐거운 가게들도 있고, 순진한 눈빛을 한 별별 날것들의 횟집이 있고, 과메기나 물회와 같은 달큰하고 비린 이름들도 있다. 모든 어패류는 산소 포장해 준다는 안내문을 본다. 만원의 행복을 외치는 광어회, 도다리회, 참돔회, 모둠회 등의 회 도시락도 있다. 주전부리 건어물 3종 세트도 역시 만원의 행복이다. 그 사이사이 채소가게와 과일가게, 식육점, 방앗간, 떡집, 그릇 가게, 반찬가게, 닭집, 참기름집, 각종 식당, 뜨개방, 떡갈비집, 호떡집, 옷가게, 잡화점 등이 자리한다. 건어물 가게에서 즉석으로 문어를 굽고 있다. 시장 호떡집은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국숫집 문이 노상 열렸다 닫히고 곰탕집의 커다란 가마솥에서는 뽀얀 소머리 곰탕이 솥뚜껑을 들썩이며 팔팔 끓고 있다. 특히 국산대게, 국산홍게, 러시아 수입 박달대게 등 게가 많이 보인다. 구룡포에 도착하면 수많은 대게 가게에 일단 놀라게 되는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구룡포항은 국내 대게 어획량 1위에 최대 집산지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게 물량의 절반 이상이 구룡포 산 대게다. 심지어 성수기에는 구룡포에서 잡힌 대게가 울진, 영덕으로 팔려 가기도 한다. 구룡포 대게는 속살이 눈처럼 희고 껍질이 부드러우며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연지홍게'라는 것도 있다. '꿀 홍게'라고도 부르는데 포항 구룡포 앞바다 수심이 낮은 곳에서만 조업되는 품종이라 한다. 장맛이 대게와 흡사하고 단맛이 나며 껍질이 투명하면서도 주홍 핑크 빛을 띤다. 크기는 작지만 짜지 않고 담백하고 고소해 인기가 많다. '배오징어'도 볼 수 있다. 오징어를 잡자마자 바로 손질해 배에서 말린 오징어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의 오징어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 역시 대부분 구룡포에서 만들어서 유통된다. 겨울이 되면 구룡포 시장 곳곳에서 대게 찌는 소리가 넘쳐나고 정육점이고 닭집이고 국수 공장이고 어디에서나 신우대에 빽빽이 걸려 말라가는 윤기 자르르한 과메기를 볼 수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구룡포 시장의 명물들구룡포 시장에는 향토 뿌리 기업인 제일국수공장 해풍국수 점포가 들어서 있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줄서서 사가는 국숫집이다. 이곳에서는 한 묶음의 국수가 탄생하기까지 짧게는 이틀, 길게는 사나흘도 걸린다. 반죽을 하고 재래식 기계에서 면을 뽑아내는 데 한나절, 이후 야외 건조장에서 해풍으로 반건조 상태가 되면 창고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이 시간만 15시간이다. 이마저도 태양과 바람이 도와줄 때만 가능하다. 그렇게 말린 국수 가락을 새벽에 꺼내 다시 널어 완전 건조시킨 후 알맞은 크기로 자르기까지 다시 한나절이다. 국수 재료는 딱 3가지, 물, 소금, 밀가루뿐이다. 그날그날 날씨에 따라 소금 농도와 물의 양과 국수 두께까지 달라진다. 날씨가 흐리면 소금을 적게, 바람이 약하거나 추울 때는 소금을 많이 넣는다. 바람이 강하고 습도가 높으면 물을 많이 넣어 반죽을 약간 질게 만들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물을 적게 부어 반죽을 되게 한다. 국수를 건조할 때도 날씨에 따라서 국수 가락 너는 간격까지 달라진다. 45년간 국수를 만들어 온 할머니는 자연과 소통하며 국수를 만들고 이제는 소금물에 맨손을 담그는 것만으로 그 염도를 구분해낼 수 있는 국수의 달인이다. 구룡포의 향토음식인 모리국수를 맛볼 수 있는 가게들도 있다. 모리국수는 생선과 갖은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우려낸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은 것이다. 집집마다 술안주나 해장용으로 먹던 음식이라 가게마다 각양각색의 맛이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맛과 모양새는 호불호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득 다시 떠오른다. 확실한 것은 이 맛을 보려는 손님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70년 전통의 찐빵집인 철규분식도 널리 알려진 맛집이다. 국수, 찐빵 5개와 단팥죽으로 구성된 찐빵세트, 단팥죽이 메뉴의 전부다. 찐빵이 가장 유명하지만 국수 맛에 놀란다는 것이 맛본 이들의 전언이다. ◆오일장이 열리는 상설시장구룡포는 조선 시대까지 대체로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1883년 조일통상장정이 체결되고 일본인의 조선 출어가 본격화되면서 조용한 어촌마을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1906년에는 가가와현의 어업단 80여 척이 고등어 떼를 따라와 구룡포에 눌러앉았다. 일제강점기가 되자 구룡포는 최적의 어업기지로 떠올랐다. 구룡포 앞바다는 말 그대로 '물 반 고기 반'이었고 갈퀴로 쓸어 담을 만큼 고기가 잘 잡혔다. 이에 일본인 수산업자인 '도가와 야사브로'는 조선총독부를 설득해 구룡포에 축항을 추진했다. 방파제를 쌓고 부두를 만든 것이 1923년. 큰 배가 정박할 곳이 생기자 일본인들이 대거 구룡포로 몰려왔다.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시장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구룡포의 옛 이름은 창주(滄洲)다. 당시에는 5일장 형태로 운영되어 창주장이라 했다. 광복 후 1950~1960년대에는 영일군 전체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아케이드 공사는 2014~2019년 4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지난한 시간이었다. 올해는 '2023년도 전통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문화관광형시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시장디자인 환경개선, 점포 콘텐츠 개발 등 문화 콘텐츠 사업, 디자인 조형물 제작, 상인교육 등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프리마켓, 시장 내 행사 등 활성화 이벤트가 추진된다.안길도로에서 구룡포 시장 입간판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구룡포종합시장'이라는 이름이 걸린 박공지붕의 옛 장옥을 볼 수 있다. 이 장옥은 70년이 넘은 건물로 과거에는 잡어선(일명 고뎅구리) 경매어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라 한다. 각종 고기들이 경매를 거쳐 시판되었고 일부 암컷대게(일명 빵게)는 일본으로 수출할 정도로 시장이 형성됐었다. 암컷대게의 포획이 금지되면서 '구룡포종합시장'은 점차 해체되었고 이후 창고처럼 쓰이며 방치됐다.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옛 장옥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르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난다. 항구의 시장 또 어느 곳에서 이런 장옥을 만날 수 있을까.현재 구룡포 시장은 상설시장이면서 3일과 8일마다 오일장도 열린다. 장날 이른 아침이면 대보, 장기, 삼정, 구포, 오천, 동해면 등에서 온 할매들이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호박, 가지, 고추, 배추, 상추, 호박잎, 늙은 호박. 부추, 파, 깻잎, 양파, 마늘. 오이, 토마토 등 구석구석 크고 작은 밭에서 키운 것들이 많다. 1933년 구룡포에서 태어난 황보출 할머니는 팔십이 넘어 시인이 되었다. 가난 때문에 아홉 살 때부터 식모살이와 행상을 시작했고, 고깃배가 들어오면 고등어, 꽁치, 오징어를 한 '다라이' 받아서 팔았다고 한다. 결혼을 한 뒤에는 밭농사를 지으며 이랑 사이사이 호박과 무, 배추를 심었다. 밤 11시까지 일을 하고도 새벽 4시면 시장으로 채소를 팔러 나갔다. '새벽에 시장가면'이라는 할머니의 시에는 멀고도 생생한 시장 풍경이 눈앞에 흐른다. '새벽에 시장가면/ 검은 털신 신고 검은 비닐봉지도 같이 신었다/ 새벽바람 불어 춥다 나무 주워서 불 때고 발을 쬐는데/ 양말이 불에 타는 줄 몰랐다/ 국수도 있고 미역국도 있지만 1천500원짜리 밥도 못 먹고/ 집에 돌아오면 허리가 휘청였다/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면 목에 걸리지도 않고 잘 넘어갔다/ 그 밥으로 한평생 살았다.' 건어물가게에서 만원의 행복 주전부리 건어물 3종 세트를 사며 한 '다라이'에 담긴 바다를 생각한다. 질겅질겅, 집으로 향하는 차 안이 숫제 바다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공동기획: 포항시포항 구룡포항 바로 앞에 위치한 구룡포 시장에는 바닷가 시장답게 입구부터 해산물이 넘쳐난다. 소라, 해삼, 멍게, 새우, 가리비를 비롯해 국산대게·홍게, 러시아산 대게 등 게 종류가 유독 많다.시설 현대화 과정을 거친 구룡포 시장은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문화관광형시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2023.09.26
대구 공공의료기관의 한 축이었던 '대구적십자병원'…누적 적자 견디지 못하고 폐원
공공의료기관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 2010년 3월 폐원했다. 문을 닫게 된 이유는 '누적 적자'였다. 매년 적자가 10억 원씩 발생해 19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대구적십자병원은 지난 1961년 중구 남산동에 지상 5층, 지하 1층 연면적 6천278.13㎡ 규모로 개원했다. 이후 대구의료원과 함께 양대 공공종합병원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다. 특히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긴 세월 동안 쪽방 주민, 노숙자, 새터민 등 대구 지역의 취약계층들 진료를 맡아왔다. 지난 2000년 6월부터는 매달 둘째·넷째 주 일요일마다 '외국인 무료진료'가 열리기도 했다. 해당 진료에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카톨릭대병원, 파티마벼원 등에서 근무하고 있던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의사들이 나와 진료를 봐주기도 했다. 당시 진료를 받기 위해 다양한 나라의 외국인들이 의자에 앉아 본인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지난 2007년부터는 대구시치과의사회가 이주노동자 치아 건강을 위해 무료진료에 나서기도 했다. 무료 치과 진료소의 경우 대구시치과의사회 회원들의 상금 등으로 3천만 원의 치과 장비, 치과 물품 등을 갖춰 운영을 시작했다. 이외에도 홀몸 노인들을 위한 '보호자 없는 병실 사업',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검진사업' 등을 담당했다.대구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A씨는 "중구 반월당네거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저소득층을 위한 진료비 감면 혜택도 있어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진료를 자주 받아왔다"면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듣고 앞으로 어디서 진료를 받아야 될 지가 제일 막막했다"고 했다.진료 이외에도 대구적십자병원은 '헌혈'을 하기 위해 찾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임현주(여·43)씨는 "대구적십자병원 하면 헌혈을 한 기억이 가장 크다. 동성로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보니 약속 나간 김에 방문해 헌혈했다"면서 "당시에 헌혈하러 친구들과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대구적십자병원 폐원 추진이 이야기가 시작된 건 지난 2009년이다. 당시 대한적십자사 경영합리화추진위원회는 '경영 정성화방안 컨설팅 중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대구적십자병원을 폐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대구의 경우 종합병원만 14곳이 있어 의료수요에 비해 의료기관이 2배 이상 달하는 등 포화상태여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이 폐원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대구시민, 시민단체 등에서 많은 항의가 빗발쳤다. 2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 보장과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희망연대'는 성명을 내고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입원환자 중 67%가 의료급여 수급자다"면서 "구호병원 역할을 대구적십자병원이 하는데, 경영이 힘들다는 이유로 폐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많은 반대에도 대구적십자병원은 결국 지난 2010년 문을 닫았다. 이모(여·68)씨는 "어머니가 당뇨로 치료를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자주 받으셨다. 병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매우 안타까워 하셨다. 어느 병원을 앞으로 다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면서 "노인분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용했던 병원인데 사라진 게 아쉽다"고 했다. 대구적십자병원 소유주인 대한적십자사는 폐원 당시 매각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구적십자병원의 경우 도시계획 시설상 '의료시설'로 용도가 지정된 데다 매매가가 250억 원대로 커 방치가 이뤄졌다. 건물 활용을 위해 지난 2014년 대한적십자사 대구시자는 해당 건물의 용도 변경을 신청한다. 이후 지난 2017년 2월 '도시계획 시설상 의료시설 외에 다른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제약이 폐지되고 '중심상업지구'로 변경이 이뤄진다. 당시 대구적십자병원 활용 방안이 주목을 받았다. 2.28민주운동 60년을 맞아 관련 문화센터로 건립하는 방안, 공공의료 역사성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공간 개발 방안 등도 제시됐다. 그러나 결국 지난 2020년 반도건설에 매각이 이뤄졌다. 반도건설은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대구경북의 사라지거나 희미해져가는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사라져가는 대구경북 삶의 기록'이 재정비를 마친 후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시즌2에서는 유통·문화·명칭의 변화 등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구 대구시민회관의 명칭 변경 전후와 관련한 기억이 있으신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또 대구 지역 토종 영화관 브랜드였던 '한일극장' '중앙시네마' '아카테미 극장' 등 영화관과의 추억이 담긴 일화, 대구의 공공의료기관이었던 '적십자병원', 대형마트 '까르푸' '홈플러스 1호점'과 관련한 기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과 함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삶의 기억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연락(yooni@yeongnam.com)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대구적십자병원 전경. 대구적십자병에서 외국인노동자에게 무료 독감예방접종을 실시했다. 대구적십자병원은 지역의 취약계층들의 진료를 맡아왔다. 영남일보 DB외국인 근로자가 대구적십자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지난 2020년 대구적십자병원은 반도건설에 매각됐다.
2023.09.23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사람의 뼈를 통해 본 옛사람들의 질병②
옛사람들의 뼈에는 일상적인 행위 수준과 노동 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병리 지표들도 확인된다. 특정 부위의 관절이나 근육을 많이 사용해 나타나는 병변은 성인의 뼈대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관절면의 퇴행성 변화, 근육과 인대가 붙는 뼈대 부위의 변형, 척추 관절면에 나타나는 쉬모를 결절 등이 대표적이다.사람 뼈의 퇴행성 관절 질환은 관절면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뼈와 뼈가 직접 접촉하면서 나타나는 병변으로 진단된다. 구체적으로 관절면에 작은 구멍이 생기거나 관절 주변부가 확장되고 심할 경우 관절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생긴 선이나 고랑, 표면의 광택(상아질화)으로 옛사람들이 앓았던 관절염을 알아낼 수 있다.5세기 중반에 축조된 조영CⅡ-1호묘의 주피장자는 뼈를 통해 볼 때 남성적 요소가 강하며 나이는 36~50세 정도로 비교적 많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 사람의 대퇴골의 하단부에는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던 흔적이 확인되며 하악골에는 생전에 치아가 모두 결실되어 있어 여러 곳에서 퇴행성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진1~2) 5C 중반 30~50세 상당수 男특정 근육 반복, 과하게 사용대퇴골 하단부 관절염 많아전쟁이나 사고 등 골절 부상팔·늑골 치유된 흔적도 확인근부착부위 뼈대 변형은 힘줄과 인대, 관절주머니가 뼈와 만나는 부위에서 발생하는데 반복적인 동작으로 해당 부위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외상, 염증,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쇄골(사진3)과 조영EⅡ-6호의 인골(21~35세 여성적)의 대퇴골 하단(사진4)에서 이 현상이 잘 관찰된다. 또한 조영1A-7호 주피장자(36~50세 남성)의 종족골(사진5)과 임당2호 북분의 주곽 인골(36~50세 남성)의 하악골(사진6)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잘 확인된다. 특히 임당5D2호 인골(36~50세 남성적)의 척추골에서도 퇴행성 관절 질환이 확인되는데 이 인골의 경우 흉추 12번과 요추 1번이 생전에 붙어있어 등뼈앞굽음증으로 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사진7) 쉬모를 결절은 척추의 디스크(척추사이 원반) 내용물이 척추몸통의 연골종말판 아래의 뼈로 파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증상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도 하고 척추후만증이나 외상, 대사성 질환과도 관련되어 있으나 옛사람 뼈에서는 주로 척추에 가해지는 역학적 스트레스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증상은 조영EⅡ-7호의 주피장자(21~40세 남성)에게서 잘 확인(사진8)되는데 이 사람은 이 외에도 두개골의 다공성 과골화증, 치관 탈락 등 다양한 질병을 앓았던 것으로 보인다.골절은 외부의 힘에 의해 뼈가 부러지는 것을 의미한다. 힘의 정도에 따라 뼈에 다양한 종류(횡형, 사선형, 나선형 등)의 골절선이 나타날 수 있다. 골절이 된 후에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거나 충분한 혈액 공급 등이 없다면 원래 모습과는 다르게 치유될 수도 있다.임당유적 출토 인골 중에서도 골절이 발생한 후에 치유된 흔적이 확인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당2호 북분 순장자의 인골이다. 임당2호 북분은 평면 명(明)자 형의 주부곽식 암광목곽묘로 주곽에 주피장자 외에 3명 이상의 순장자가, 부곽에도 2명의 순장자가 매장되었다. 이 중 부곽의 북서편에 머리를 북동으로 누워 있는 인골은 부곽의 함몰 시 충격으로 인해 많이 흐트러져 있었으며 인골은 머리에서 가슴, 그리고 두 다리 쪽으로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었다. 이 순장자는 최소 30대 이상의 성인으로 남성(적)이며 오른쪽 요골에서 골절 후 치유되었던 흔적이 확인되었다.(사진9) 이러한 고고학적 정황을 통해 볼 때, 이 남성은 생전에 주인을 모시던 순장자로 전쟁이나 어떠한 사고로 인해 팔이 부러졌으나 잘 회복되었던 삶의 이야기가 이 뼛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임당5D2호의 인골(36~50세 남성적) 중에는 늑골이 부러졌다가 생전에 회복(사진10)된 사례가 확인되기도 하며 조영1A-15호 주피장자(21~35세 남성적)의 경우에는 대퇴골이 골절(사진11)되기도 했다. 심지어 조영1A-7호의 주피장자(36~50세 남성)는 족골 중 일부가 골절되었다가 회복되기도 했다. (사진12) 이상을 통해 볼 때 옛사람들은 일상적인 행위에서 상당한 강도의 노동에 시달렸으며 반복적으로 특정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관절염이나 뼈대 변형 등 퇴행성 질환으로 육체적 고통이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현대인들도 많이 겪고 있는 무릎이나 허리 통증 등 관절 질환의 흔적이 뚜렷이 관찰된다. 또한 팔과 다리, 심지어 발가락과 늑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위에 골절이 있었으며 살면서 회복되는 과정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대인의 질병에 관한 구체적인 모습은 영남대학교박물관 특별전 '사람 뼈로 본 옛사람들의 질병'(2023년 9월4일~11월30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2023.09.22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7] 검마산자연휴양림과 수비능이버섯축제…울창한 숲·시원한 계곡…별천지를 거닐다
지나는 버스정류장마다 반딧불이가 올라앉았다. 첩첩산중의 공기와 바람으로 아침마다 세수를 하는 듯 그 얼굴들 모두 환히 깨끗하다. 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들어서는 길이다. 면 소재지에서 동쪽 구주령으로 향하는 88번 국도에 오른다. 곁은 밭이고 사위는 산인 10리길. 촌락은 대개 멀리서 포복한 듯한데, 마을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외딴집들이 박자를 서두르면 어느덧 신원2리가 길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집들을 관통해 좁은 임도를 따라 오른다. 초저녁부터 어둠에 싸이고 밤이면 별 비에 젖는 길이니 부디 이 산에 들 적에는 환한 대낮에 오시는 것이 좋겠다. 끝 모르는 길에 심장 소리 쿵쿵 울리다 저 앞에 강돌로 기둥을 세우고 나무줄기 걸쳐놓은 입구를 보고서야 큰 숨을 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이다.◆검마산자연휴양림우선 팔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공기가 달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의 골짜기다. 빛은 활엽과 침엽의 바람길에 고여 눈 닿는 자리마다 청량함뿐이다. 검마산(劍磨山)은 태백산 지맥이 동쪽으로 내려와 백암산으로 뻗어가는 가운데에 솟아 있다. 산세가 가파르고 꼭대기에는 바위만 있는데 정상부의 석골(石骨)이 마치 칼을 빼 든 것 같은 형상이라 하여 검마산으로 불린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그 북서쪽 계곡에 펼쳐져 있다. 골짜기에는 맑고 차가운 계류가 흐르고 물길 따라 산림문화휴양관과 야영 데크, 바비큐장, 취사장, 물놀이장, 샤워장 등이 오밀조밀 자리한다. 야외교실과 종합운동장, 등산로와 산책로, 삼림욕장, 숲속 도서관과 목공예체험 교실 등도 조성되어 있다. 시설물들은 소박하고 정감이 넘쳐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오직 숲뿐이다. 구역면적은 7천866만㎡, 1일 최대 수용인원은 1천명, 최적 인원은 600명이다. 1997년에 문을 열었으며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관리사무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보인다. 2층 건물로 19㎡ 크기의 4인실 객실이 16개 있다. 은하수, 오로라, 쥬피터, 오리온,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베가, 귀뚜라미,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고추잠자리, 주목,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객실 이름이 영양답다. 복도는 1970년대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객실 문을 열면 리모델링되어 산뜻한 방과 깨끗하고 뽀송뽀송한 침구류에 씩 웃게 된다. 에어컨과 테이블, 접시와 컵 등의 각종 주방 물품과 냉장고, 정수기 등이 갖춰져 있다. 샤워가 가능한 화장실도 있는데 세면도구와 수건은 개인 지참해야 한다. 신선놀음하기 좋은 장기와 바둑판도 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숲으로 꽉 찬 창이다. 야영장은 두 곳으로 최대인원 6인인 13㎡의 데크가 24면 마련되어 있다. 전기사용이 가능(600W 제한)하고 온수도 유료로 사용할 수 있다.이 가운데 휴양관 7개 객실과 야영장 9면이 반려견 동반시설이다. 검마산자연휴양림은 반려견과 동반할 수 있는 휴양림으로 이름 높다. 야영장 옆에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전용 놀이터가 있고 산림욕장 내에는 반려견 숲 놀이터와 전용 그네, 해먹, 자작나무 가마 등이 있다. 진심이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들에 견주들은 감동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산책과 숲속 명상을 통해 견주와 반려견의 유대감을 높이고 신뢰를 다지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는 숲속 여행', 견주와 반려견의 관계를 성숙시키는 '오늘, 나 반려견의 반려인이 되다' 등의 체험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을 완료하고, 놀이터 외 장소에서는 목줄을 반드시 착용하는 등 기본 준수 사항을 미리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계곡물 소리와 숲의 바람 속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숲속도서관에 다양한 장르의 책이 4천권이나 있다. 고로쇠 수액 채취, 표고버섯 재배, 목공예와 야생화 화분 만들기 등의 체험도 진행한다. 숲 해설을 요청하면 하늘말나리, 나비나물, 며느리밥풀꽃, 도둑놈의갈고리, 수까치깨, 산여뀌, 주름조개풀, 옥잠난초 등의 야생화와 귀한 상황버섯, 광대버섯, 가지버섯, 운지버섯, 싸리버섯, 테두리 방귀버섯 등 작고 이름도 재미난 숲의 생명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산책로도 여럿이다. 입구에서 산림욕장까지 이어지는 숲 해설 코스가 있고 산림욕장에서 약수터를 거쳐 내려오는 숲 탐방로와 검마산 정상까지 오르는 3.56㎞의 등산로도 있다. 계절마다 아름다워지는 나무들과 곧게 뻗은 붉은 몸의 소나무들로 수다한 산. 검마산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루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특히 휴양림 내의 송림은 '미림(美林)'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 산림욕장 위쪽에 도성사 절터가 있다. 조선 중기 이전에 경파당 스님과 신계단 스님이 창건 및 중흥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성사가 창건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옛날에는 절골 또는 사동리(寺洞里)라 했다 한다. 꽤 번창했다는 절은 19세기 말 폐사의 길을 걸었고 스님이 떠난 자리는 골짜기의 주민들이 작은 제당을 쌓아 지켰다고 한다. 지금은 오래된 부도와 최근에 세운 두 칸 법당이 그 자리를 지킨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터다. 조선 중기의 선비 문월당 오극성은 사찰을 방문한 뒤 '검마산에서 노닐며'라는 시를 읊었다. '티끌 세상을 벗어나 도방을 찾으니/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이른 듯한데/ 우거진 고목에 그윽한 꽃이 피니/ 걸음마다 가벼운 노을이 좁은 길에 펼쳐지는구나./ 구름이 짙게 낀 곳에는 검은 표범이 숨고/ 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푸른 새가 나는데/ 평생토록 부질없이 구름 낀 산을 동경하여/ 다시 가을바람을 기다리니 하늘이 서늘하구나.'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거닐면, 옛사람의 정취와 오늘의 정취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비 능이버섯축제수비면은 해발 600m가 넘는 산들이 대다수인 산간벽지다.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과 반딧불이생태공원, 천문대가 있는 지역이 바로 수비면이다. 이 청정 오지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준다. 쉽게 툭 내주지는 않지만 성심을 들이면 귀한 것들을 선사한다. 그중 하나가 능이버섯이다. 능이버섯은 야생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귀한 버섯이다. 토양은 물론 기후, 습도, 온도가 맞아야 자랄 수 있기에 아직까지 인공재배는 불가능하다. 순수 자연산 야생버섯인 만큼 생장 환경이 적정선을 유지해야 한다. 수비지역의 능이는 식감과 향이 뛰어난 최고급 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대도시 공판장에서도 최고상품으로 쳐준다.지난해 10월 수비면 발리리 체육공원 일원에서 제1회 '수비능이버섯축제'가 열렸다. 단 이틀의 축제기간 동안 5천여 명의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축제장을 찾았으며, 능이버섯을 중심으로 송이버섯과 묵나물, 영양 특산물인 영양고추, 수비면의 토종 고추인 수비초 등 각종 지역 농산물의 구매가 이어져 20억원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특히 능이백숙, 능이무침, 수비두루치기, 수비약식 등 능이버섯으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가 높았다. 축제에는 매년 10월마다 열리는 수비면의 가을 제천행사인 '수비무천제'와 주민 한마당이 펼쳐졌고 주민과 방문객들이 어우러진 '사랑줄다리기', 대박을 기원하며 박을 터트리는 '수비대박마당' 등 각종 볼거리 놀 거리도 풍성하게 진행됐다. 올해 제2회인 '수비능이버섯축제'가 10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수비면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귀한 수비능이를 한 곳에서 잔뜩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개막 축하 공연과 풍물난장이 흥을 돋우고 다양한 이벤트 게임과 농산물 대박 경매도 열린다. 맥주 빨리 마시기, 농부들의 패션쇼, 능이 요리대회, 수비면민 노래자랑 등 주민과 방문객이 어우러지는 프로그램도 넉넉하고, 능이버섯의 맛을 알리는 능이 막걸리 페스티벌과 능이라면 나눔 시식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능이버섯은 갈참나무에서 많이 발견된다고 한다. 갈참나무는 단풍잎을 가을 늦게까지 달고 있어 '가을참나무'란 뜻에서 이름 붙여졌단다. 능이버섯은 가을에만 채취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된 능이버섯은 제한된 동안 그것도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가을이다. 능이버섯은 가을의 맛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영양군, 국립검마산자연휴양림, 한국지명유래집.영양의 동북 끝인 수비면에 위치한 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조화를 이뤄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검마산자연휴양림에는 야영데크를 비롯한 캠핑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19㎡ 크기의 4인실 객실 16개를 갖춘 산림문화휴양관.
2023.09.21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6] 산소카페 청송정원
청송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건너편 야산에 걸린 '산소카페 청송군'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보인다. 차창을 내리자 순간 콧속이 맑아져 눈이 똥그래진다. 전신을 감싸는 신선한 공기를 흡흡 욕심껏 삼킨다. 넘치게 마시고 삼켜도 좋다. 다 공짜다. 파천면사무소 앞을 지나 맑은 용전천 물길을 따라간다. 함께 혹은 저만치 앞서 반짝거리는 용전천은 로렐라이 같다. 그를 쫓아 두어 개의 산모롱이를 돌아서는 순간 꽃밭이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은 꽃밭, '산소카페 청송정원'이다.용전천변에 축구장 19개 면적 꽃밭추석연휴~10월초까지 꽃 만개할 듯곳곳 포토존·전망대…주말 음악회송강리 습곡·한지공방도 둘러볼만◆산소카페 청송정원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변 일대는 지금 백일홍 꽃밭이다. 축구장 19개 면적에 달하는 13만6천㎡(약 4만1천평)의 땅에 300만 송이, 아니 1억 송이의 백일홍이 온갖 색으로 피어 있다. 꽃을 가꾼 사람들은 청송 군민들이다. 새마을회와 이장연합회 등 청송군 내 17개 단체와 주민들이 씨를 뿌리고 가꿔 백일홍 꽃밭을 만들었다. 꽃밭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1지는 청송사과협회가 심고 가꾼 모양이다. '고마워, 사랑해, 미안해'라는 뭉클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12지는 청송군체육회의 솜씨다. '꽃길만 걷자'라는 전언에 볼이 통통해진다. 그네의자, 사과 모양의 벤치, 천국의 계단, '청송 드림' 거울 액자, 아주 커다란 전망대 의자들 등 각종 강렬한 원색의 조형물들이 꽃들 사이에서 포토존을 만든다. 그 속을 빨간 우산, 노란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걷는다. 정원을 찾는 이는 누구나 청송 정원 입구 안내소에서 색 고운 우산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농특산물 직판장도 있고 청송군 새마을회에서 운영하는 작은 편의점도 있다.이곳은 '갯들'이라 불렸다. 태풍이 오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던 천변의 땅이다. 2018년 태풍 '콩레이'가 휘몰아친 후 청송군은 용전천 제방을 높이고 흙을 돋우어 대규모 구릉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백일홍을 심었다. 2021년 꽃이 피어나자 '산소카페 청송정원'을 활짝 열었다. 평일 약 1천명, 주말 평균 약 5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정원을 찾아왔다. 꽃이 피어있는 9월부터 10월까지 2달 남짓한 운영 기간 총 10만여 명이 다녀가면서 청송정원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청송 군민 2만4천600명의 4배가 넘는 관람객이 찾은 것이다. 계절적 한정성에도 불구하고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이처럼 단시간에 전국으로 알려진 것은 공중파 TV와 유튜브 채널, 다양한 사회 관계망 서비스 등을 활용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친 결과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이 이곳에서 촬영되었고, 지난 3월에 방영된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의 아름다운 꽃밭도 바로 이곳이다. 백일홍은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꽃은 온갖 색으로 피어났다가 서리가 내리면 진다. 꽃이 지고 들이 비워진 초겨울에는 청보리를 파종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청보리는 한 뼘쯤 새파랗게 자라나고 3, 4월이면 푸른 물결이 일 정도로 쑥쑥 자라 있다. 그러면 청송정원은 다시 열린다. 싱그러운 초록 물결 속에서 전국 동요제가 열리고 어린이날 행사도 열린다. 청보리의 끝부분이 노란색이 되는 황숙기에 접어들면 청송군은 청보리를 거둬들인다. 단백질 함량과 섬유소 등이 풍부한 시기에 수확한 청보리는 지역 축산농가의 사료로 쓰인다. 비워진 들에는 다시 백일홍 씨앗이 뿌려진다. 사람들은 날마다 그 꽃필 날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마침내 백일홍 꽃이 무더기무더기 피어나면 또 그렇게 꿈결 같은 시간이 이어진다. 2023년 가을의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지난달 29일 개장해 10월31일까지 약 2달간 운영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전면 무료로 개방한다. 올해 백일홍은 추석 연휴를 거쳐 10월 초순까지 만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구 수돗가에 가지런히 벗어둔 신발들이 보인다. 사람들은 꽃밭 사이로 난 마사토 길을 맨발로 걷는다.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심 가로등'은 태양광 독립 발전으로 불을 밝힌다. 공공전기료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착한 가로등이다. 중앙 무대에서는 주말마다 음악회와 버스킹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고 매년 각종 축제와 다양한 지역 행사가 진행된다. 높이 18m의 회전계단형 전망타워도 있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로 곁을 흐르는 용전천의 모습도 보인다. ◆송강리 습곡과 청송한지장용전천 너머는 파천면 송강리다. 청송정원 제2주차장에서 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면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인 '송강리 습곡'을 볼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이 주름 바위라 부르는 곳이다. 용전천 물가 비탈진 면에 자리한 습곡은 한반도가 형성되기 이전인 선캄브리아기의 암석으로 바위 전체에 깊고 촘촘한 주름을 가득 펼쳐놓고 있다. 주름 외에도 단층과 암맥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선캄브리아기 이후부터 중생대 동안 몇 번의 엄청난 지각 변동을 겪었다는 의미다. '송강리 습곡'은 그러한 멀고 긴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 주는 시간의 저장소며 '산소카페 청송정원'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멋진 시간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북쪽 경계에는 신기천이 흘러 용전천에 합류한다. 신기천 너머는 닥나무 밭이다. 그곳에 '슬로시티 청송'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한지 공방이 자리한다. 경북도 무형문화재인 이자성 한지장이 운영했던 공방으로 7대째 가업을 이어 전통 기법 그대로 한지를 만드는 곳이다. 기능 보유자인 이자성 한지장은 안타깝게도 얼마 전 타계하였고 지금은 그의 아들과 딸이 맥을 이어가고 있다. 파천면은 닥나무가 많아 신라시대부터 제지업이 성행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1920년대까지 파천면 신기리의 약 20가구가 청송한지를 생산해 왔는데 점차 지역에서 생산되는 닥나무의 양이 줄자 이자성 한지장은 직접 자신의 밭에 참닥나무를 재배해 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백번의 손이 간다고 하여 백지라 불리는 청송한지는 참닥나무를 삶아서 껍질을 벗기고 그 껍질을 말려서 다시 삶고 씻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한지는 질이 좋고 흡습력이 강하며 보존성이 좋아 서예가나 화가들이 널리 찾고 있다. 조선시대 청송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갈 때 이 종이를 사서 가지고 갔다고 전해진다. 청송한지장에서는 청송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고 장인이 만든 한지 공예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또한 부채 꾸미기, 가면 만들기 등 한지를 활용한 공예품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청송의 도시 브랜드 '산소카페 청송군''산소카페'는 청송군의 도시 브랜드다. '산소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송은 거의 80%가 임야이며 전국에서 산소포화도가 가장 좋은 도시로 알려져 있다. 청송군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춘 고장이라는 이미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생태관광도시로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미세먼지 감축,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친환경 축산 인프라 구축, 지방상수도시설 확충, 하수처리시설 증설 등 생태관광도시의 기반이 되는 세부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 등 관광 인프라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큰비가 올 때마다 피해를 입던 갯들을 청보리밭이자 백일홍 꽃밭으로 변화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산소카페 청송정원'의 하류 홍수터에는 생물종 분석을 통해 보전가치가 높은 붉은점모시나비와 원앙 등의 법정보호종과 먹이사슬에서 생태적 지위를 가지는 여러 종의 복합서식지를 조성하는 등 생태계 복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청송정원과 연계해 넘나들이 생태학습장, 힐링 탐방길 및 댐 수위 변화에 따른 단계별 생태습지, 생물다양성습지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늘날 청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고 국제 슬로시티며 더 나아가 생태관광도시로 주목받고 있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청송군 파천면 신기리 용전천 변에 위치한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매년 9~10월이면 온갖 색을 띤 백일홍으로 가득찬다. 꽃밭 규모만 13만6천㎡에 달해 2021년 첫 개장 이후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부엉이전망대에서 관람객들이 청송정원의 풍경을 조망하고 있다.정원 곳곳에는 사과와 커다란 의자 등 다양한 조형물이 놓여 있다.
2023.09.20
남한권 울릉군수 인터뷰 "생태관광 메카 조성 문화·교육·의료 개선 살고 싶은 울릉 완성"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 제정, 울릉공항 개항과 기반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현안 사업에 군정(郡政)을 집중하고 군정 내실화와 현장 중심의 소통행정으로 군민에게 다가가겠습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기초시설을 정비·강화하고 울릉도·독도를 생태관광의 메카로 조성하는 데 전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남 군수는 "문화와 교육,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주민복지를 향상하고 새 희망이 가득한 군민이 행복한 울릉의 완성을 위해 살고 싶고 행복한 울릉을 만들겠다"며 "열악한 지역의 의료 환경과 교육 환경 개선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울릉군 보건의료원에 입원실을 확보하고 전문 의사를 배치함과 동시에 118전대에도 군의관 인력의 배치를 지속해서 건의해 울릉군민의 건강한 생활을 위한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데 힘쓸 방침인 남 군수는 "관내 유일의 고등학교인 울릉고를 명문 학교로 육성해 울릉군이 아이를 교육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또한 아끼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남 군수는 민선 8기 남은 임기 동안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 제정, 울릉공항 개항과 관광 인프라 구축, 완전하고 안전한 일주 도로망의 기반 마련, 어항 시설 현대화와 항만 기능 확충,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기초시설 정비·강화, 생태관광의 메카 조성 등에 발 벗고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관광객 입도가 다소 늘어났지만, 농어업 등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 남 군수는 "민선 8기가 출범한 후 산재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고뇌해 온 지난 1년의 값진 시간이 앞으로 헤쳐가야 할 많은 일의 해법이 되리라 생각된다"며 "지금 울릉군은 대변혁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 내딛는 걸음이 울릉의 미래 100년을 좌우하게 되는 만큼, 남은 임기 동안 공약사항들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남한권 울릉군수1
공항·특별법…6대 역점 시책으로 울릉도·독도를 띄운다
경북 울릉군이 6대 역점 시책사업으로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 제정 △울릉공항 개항과 기반 인프라 구축 △완전하고 안전한 일주 도로망의 기반 마련 △어항 시설 현대화와 항만 기능 확충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기초시설 정비·강화 △생태관광의 메카 조성을 선정하고, '행복한 군민 다시 찾는 새 울릉' 만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 제정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이 지난 4월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울릉군은 제정 촉구 서명운동과 범국민 온라인 서명운동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특히 남한권 울릉군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와 정부를 여러 차례 방문해 특별법제정을 위한 설득에 나서고 있다.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은 '서해5도 지원특별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해5도 지원특별법은 종합발전계획이 5년마다 수립되고 연차별 시행이 가능하며, 모든 지역사업에 국비 80%가 지원된다. 또 노후 주택 개량 사업 지원과 정주 생활 지원금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정주 생활 지원금은 10년 이상 거주한 주민들에게 1인당 매월 15만원이 지원되고 10년 미만 거주자에게는 1인당 매월 8만원씩 지원되고 있다. 4인 가족의 경우 매월 60만원을 지원받는 셈이다. 울릉도·독도 지원특별법안의 내용은 크게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의 수립, 주민 정주 환경 개선지원, 교육정책지원, 독도 환경정책 등 울릉군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과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담고 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11.6%에 불과한 울릉군은 대규모 투자사업을 국가재정의 의존 없이 별도로 추진할 수 없으며, 육지와 멀리 떨어진 도서 지역 특성상 상주인구 회복·증가는 기대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울릉군은 특별법의 올해 내 국회 통과를 위해 대국민 홍보와 서명운동 등 총력을 쏟고 있다. 군은 특별법이 제정되면 특별법에 규정된 울릉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필수적 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육지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주지원금·주택개량지원·교육지원 등 주민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울릉공항 개항 울릉군 주민 숙원사업이었던 울릉공항은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입찰 참가 업체들이 중도 하차하면서 유찰 재공고가 잇따르기도 했지만, 2020년 착공 이후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울릉공항은 현재 3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울릉공항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건설한다. 항구에 대형 방파제를 축조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활주로를 구성하는 케이슨은 전체 30개 중 현재 19개가 제작 완료됐으며, 14개가 울릉도에 설치를 완료했다. 현재 제작을 마친 4개는 포항 영일만 신항에서 울릉도로 운반을 기다리고 있으며 동시에 나머지 케이슨 제작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이어진 관급 자재와 철근 수급 불안정 등으로 공사가 다소 지연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울릉군은 울릉공항에 취항하는 항공기가 기존 50인승에서 80인승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울릉공항 활주로 설계를 기존 50인승에서 8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크기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울릉공항 활주로 양쪽 옆 안전구역인 착륙대 폭을 기존 140m에서 150m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활주로 옆의 폭만 넓히는 것이어서 사업비가 많이 소요될 것 같지는 않아 계획 변경은 본공사에 반영되므로 공사 기간에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고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울릉군은 공항 개항에 맞춰 울릉공항을 중심으로 교통 편의성을 증진하고 주민과 관광객 모두 편히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걸리는 이동 시간이 기존 7시간에서 1시간 정도로 줄어들고, 지역 주민의 교통서비스 향상은 물론 근거리 외국인 관광객 유치 등 관광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릉군은 울릉도와 독도 일대에 국제관광 자유 지대 지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대규모 해상 복합리조트와 국제 유람선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 경북지역 공항과 울릉공항을 연계해 경북을 하나의 교통권역으로 묶어 통합하는 관광 프로그램도 추진해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길도 모색할 방침이다. ◆공공하수처리시설 신설 추진 울릉군은 울릉공항 개항에 맞춰 공항 부지 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현재 환경부에 사업계획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예산은 1천396억원으로 하루 처리용량 4천500t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울릉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은 울릉군 서면 통구미를 포함해 울릉읍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적절히 처리하는 데 필요한 하수처리시설 및 하수관로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하수도 보급률이 전국 최하위인 울릉군(보급률 5.5%) 실정을 고려,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사회기반시설이다. 울릉군은 지난해 10월 부산지방항공청을 방문해 공공하수처리시설 부지를 울릉공항 내 조경부지 지하에 설치할 것을 원칙적으로 협의했다. 이에 따라 울릉군 하수도정비 기본계획도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개별 마을별 설치에서 통합 설치로 변경해 환경부 승인을 받은 상태다. 울릉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 사업은 하수처리장 5천㎥/일, 하수관로 신설 및 개량 38.7㎞, 배수 설비 2천77개 소, 오수중계펌프장 35개 소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민간제안서가 접수됐으며, 이달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적격성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군은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2026년 착공해 2029년에는 준공할 방침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울릉읍(서면 통구미 포함)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의 적정 처리로 수질오염 및 해양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어 생태계 보전과 지속할 수 있는 청정 섬 생태관광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특히 건축물 신축·증축·개축 및 용도변경 시 개인 하수처리시설 설치 면제로 건축주의 건축용지의 효율적 활용 및 건축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어 주민 정주 여건 및 복지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용태기자 jyt@yeongnam.com울릉공항 조감도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해상에 건설 중인 울릉공항 조감도.
[경산 뉴 파노라마 .7] 경산시민의 안식처 남천
경북 경산은 억겁의 세월, 하천이 빚어낸 비옥한 땅이다. 지역 곳곳에는 금호강과 여러 지천들이 만든 충적평야가 펼쳐져 있다. 해발고도가 낮고 기복이 거의 없는 땅이 경산에 유독 많은 이유다. 경산지역을 유유히 흐르는 여러 하천 중에서 남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도심의 형성이 남천을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산 시민의 삶, 그 중심에서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남천은 지금도 휴식과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산 뉴 파노라마' 7편에서는 지역의 대표 하천이자 시민 안식처인 남천에 대해 소개한다.해발 696m 용각산서 물줄기 시작남천면·경산도심 지나 금호강으로농업용수·휴식공간 등 다양한 기능내년까지 50억 들여 생태복원사업물놀이장·파크골프장·습지 등 조성◆남천을 따라 발전한 경산경산의 주요 하천은 크게 4개로 나뉜다. 북쪽지역을 동서로 지나는 금호강(琴湖江)과 금호강에 합류하는 지천인 남천(南川)과 오목천(烏鶩川), 청통천(淸通川)이다. 용각산에서 발원한 남천은 북류하며 남천면과 경산 도심을 지나 금호강에 흘러든다. 구룡산에서 시작된 오목천은 용성면과 남산면을 거쳐 금호강에 유입된다. 팔공산에서 태동한 청통천은 와촌면과 하양읍을 흐르다가 금호강을 만난다. 이들 하천은 모두 경산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젖줄'이다. 특히 남천은 경산을 대표하는 하천으로 손꼽힌다.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위치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경산은 남천을 따라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이 형성되며 도시로 성장해 왔다. 남천의 역사가 곧 경산의 역사인 셈이다. 남천의 물줄기는 용각산(해발 696m)에서 출발한다. 용각산은 청도 매전면 두곡리와 경산 남천면 하도리의 경계에 우뚝 솟은 산이다. 남천은 남부동, 중방동, 서부1동, 서부2동, 북부동 등 경산 도심을 관통해 대구 수성구 매호동에서 금호강에 합류한다. 남천의 전체 유로는 22.5㎞, 유역면적은 109.4㎢다. 남천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남쪽에서 흘러오는 하천'이라는 뜻이다. 경산의 다른 하천들과 달리 백악기 안산암질암류(安山巖質巖類)가 기반암을 형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남천 둔치 면적은 다른 하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지 않은 편이다. 남천의 좁은 골짜기는 남부지방으로 통하는 중요 교통로 역할을 한다. 대구부산고속도로, 경부선, 국도 제25호선, 지방도 제925호선 등 주요 교통망이 남천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남천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하천이다. 농업 용수로도 쓰이고 여가·생태를 위한 도시하천 역할도 한다. 실제 남천 상류는 머루포도 등이 재배되고 있고, 중류는 도심지역, 남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하류 지역에는 넓은 충적평야가 형성돼 벼농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생태환경을 가진 하천습지도 하류지역에 위치한다.남천은 경산 대부분의 동(洞) 지역을 관통한다. 경산 전체 인구 28만여 명 중에서 동 지역에 약 60%의 인구가 모여 산다. 남천 둔치에는 야외공연장(중방동)이나 은호공원(중방동), 남천 파크골프장(북부동) 등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 남천에는 남천동자전거길과 남천서자전거길을 비롯해 산책로와 벽화, 야간조명 등이 곳곳에 꾸며져 있다. 남천 둔치에서는 '시민건강 걷기대회'나 '경산 청소년가요제&댄싱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남천, 자연생태하천으로남천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경산시는 남천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 동안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남천을 본래의 자연성과 생태적 기능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복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다 건강한 하천으로 만들어 도시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시민 만족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또 남천을 랜드마크화해서 경산시민뿐만 아니라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사업은 남천면과 남부동을 잇는 백농교부터 경산과 대구의 경계인 북부동까지 총 5.5㎞ 구간에서 이뤄진다. 우선 경산시는 탄성포장, 저수로, 하상호안 등 준공 11년이 지난 자연형 하천 노후 시설물을 재정비한다. 또 분수, 경사로, 산책로, 보행등을 만들고 벽화를 그려 시민들이 휴식하기 좋은 친수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생각이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남천은 물놀이장과 파크골프장, 가동보, 맨발산책로, 수변광장, 경관조명, 생태습지 등이 새롭게 들어서며 외형적으로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천 물놀이장은 현재 서부1동과 남부동을 잇는 백옥교 상류 좌안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경산시는 기존 물놀이장을 리모델링해 지역 최대 규모의 공공 물놀이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남천이 지나는 도심지역에는 아이를 둔 젊은 부부가 많아 여름철 물놀이장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남천 물놀이장 옆에는 새로운 파크골프장도 들어선다. 현재 남천 북부동에는 기존 파크골프장 1곳이 운영 중이다. 경산시는 이와는 별도로 9홀 규모의 새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방안을 수립했다. 현재 경산에는 20여 개 클럽, 600여 명의 파크골프 회원들이 활동 중인데, 매년 동호인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5~26일 경산 남천 파크골프장과 하양 파크 골프장에서는 '제9회 삼성현배 전국 파크골프대회'가 경산시체육회 주최, 경산시파크골프협회 주관으로 열리기도 했다. 경산 서부2동과 중방동을 잇는 공원교 상류에는 하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동보도 설치된다. 공원교 일대는 남천 둔치 야외공연장과 은호공원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다양한 행사가 자주 열린다. 경산시는 공원교 상류에 가동보를 운영해 남천 수변경관을 개선한다. 또 중방동 보도교 일원에 800m 길이의 힐링산책로가 조성된다. 이곳에 수변스탠드, 벽천, 실개천 등 다양한 친수시설과 문화행사 공간 등이 어우러진 수변광장을 만들어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서부2동과 중방동을 잇는 영대교와 서부1동과 중방동을 잇는 경산교, 공원교에는 경관조명이 설치돼 아름다운 야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남천 중상류에는 수질 개선과 아이들의 생태 학습을 위한 생태습지가 만들어진다.이외에도 경산시는 남천을 자연이 살아 숨쉬는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기 위해 다른 지역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지난 4월7일 관련 부서 공무원 10여 명과 함께 직접 '2023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남천의 생태하천 사업에 접목할 만한 우수한 사례들을 발굴했다.경산시는 조현일 시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남천 자연형하천 종합정비계획'을 통해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지난해 10월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 사업예산편성 및 추진계획(안)'을 마련하고, 올해 4월에는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실시설계용역도 시작했다. 경산시는 내년까지 남천 자연생태하천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각종 용역을 마무리한 뒤 오는 11월 공사를 발주해 내년 말까지는 조성사업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손영억 경산시 하수도과장은 "여가 및 소통의 공간인 남천을 시민이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정비하겠으며, 한발 더 나아가 부족한 하천유지수를 확보하고 경관 개선 및 주민 편의시설을 확충해 보다 편리하고 아름다운 수변환경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경산의 주요 하천인 남천은 남부·중방·서부1·서부2·북부동 등 도심을 관통한다. 둔치에는 자전거길을 비롯해 야외공연장과 은호공원, 남천 파크골프장 등 시민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다.보라색 맥문동이 예쁘게 피어있는 남천 숲길 산책로에서 시민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야간 조명이 켜진 남천 보도교의 밤 풍경. 다리 아래에는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경산의 젖줄이자 휴식처인 남천 둔치는 어두운 밤에도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2023.09.19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혁신도시 성공적 안착, 교통·생활인프라 확보가 '열쇠'
■ 적막함 감도는 대구혁신도시기업 입주율 높은데 인구는 계속 감소청년인구 3년여 만에 700여명 떠나기도지난 8일 오후 8시40분쯤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서혁신도시. '불금'(불타는 금요일)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신서동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200m 거리에 위치한 빌딩 중 문을 연 가게는 두세 군데에 불과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는 상점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도입된 '혁신도시'가 대구서 안착을 못하는 모습이다.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를 끌어들이는 김천혁신도시와 사뭇 다르다. 현재 대구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은 공공기관은 한국부동산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중앙병역판정검사소,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10개다. 또 157개 첨단의료 기업들이 입주해 전국 혁신도시 중 가장 높은 입주율(77.5%)을 보이고 있다. 대구 혁신도시의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0년 대구 혁신도시 주민등록 인구는 1만8천878명, 2021년 1만8천752명, 지난해 1만8천590명이다. 지난 6월 기준은 1만8천207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 가족동반 이주율 역시 크게 변화가 없다. '이전 공공기관 가족동반 이주율'의 경우 2020년 66.2%, 2021년 67.4%, 지난해 67.9%, 지난 6월 71%다. 지난 6월 기준 대구 혁신도시의 가족동반 이주율의 경우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6위이다. 혁신도시 한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A씨는 "대구 혁신도시가 교통, 생활 인프라가 풍족한 수성구에 있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가족동반 이주가 이뤄졌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대구 혁신도시의 다른 문제점은 '청년 인구' 감소다. 2020년 4천608명이었던 청년(만29~39세) 인구는 2021년 4천376명, 지난해 4천167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에는 3천907명으로 3년여 만에 700여 명이 대구 혁신도시를 떠났다. 교통, 생활 인프라 부족이 이유였다. 대구시 김천옥 혁신도시지원팀장은 "대구경북신공항 개통, 내년 9월 대구한의대 개교와 부속한방병원 개원 등을 통해 청년 인구 유입과 이주율이 증가해 대구 혁신도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 인구 늘고있는 김천혁신도시구미 등 주변 인구까지 흡수하며 성장상권 확대·젊은 부부들 이주도 이어져15일 오후 2시30분 한국전력기술 본사 건물 앞. 서울과 수도권으로 출발하는 대형 버스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버스 운전석 전면 유리 상단에는 서울 양재와 광화문, 신도림, 가락시장, 영통(수원), 부평(인천)이라고 적힌 네온 글자가 선명히 나타났다. 30분 뒤 탄력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직원들이 버스 앞에 모여들었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여행 가방을 움켜쥔 직장인들은 마주나온 기사들과 간단히 인사한 뒤 익숙한 듯 버스에 올랐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59)씨는 "2015년 본사가 김천으로 이전한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버스에 오르고 있다"라며 "젊은 직원들은 혁신도시에 정착해 살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같이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원들은 대부분 자녀 교육과 생활 환경 때문에 수도권 생활을 버리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수도권 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기술,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2개 공공기관이 김천에 자리를 잡았지만, 직원들의 실거주 비율을 나타내는 가족동반 이주율(미혼, 1인 가구 포함)은 6월 기준 57.2%로 전국 혁신도시 10곳 중 둘째로 낮다.김천혁신도시에 각종 생활 인프라가 형성되면서 주변 중소 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빨대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유동인구가 김천구미 KTX역을 일대로 몰림에 따라 각종 프랜차이즈 상권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인근 지역 젊은 부부들의 이주도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편의 시설과 신축 아파트가 밀집해 김천 구도심 인구나 칠곡 등 구미 생활권 인구가 혁신도시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실제 전국적인 지방 인구 감소 추세에도 김천혁신도시가 위치한 율곡동의 인구는 6월 말 기준 2만3천475명을 기록하며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가 지금보다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병원이나 교육 등 기반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율곡동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최성진씨는 "늘어난 젊은 인구에게 필요한 유치원과 소아병원, 학원 시설을 더욱 보충한다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혁신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대구 혁신도시에서 '임대' 표시가 붙어있는 가게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지윤 기자김천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이 광화문행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오주석기자
2023.09.18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끝> 대구경북 소멸보고서] 혁신도시 공공기관 금융거래마저 '수도권 블랙홀'
대구경북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이 금융 거래에서조차 무늬만 '지방 이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사회에서 돈의 흐름에 따라 사회 구조가 재편되는 것을 감안하면, 혁신도시의 금융 거래 문제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지역은행은 나라 경제의 실핏줄대구銀 사회공헌액 비율 '당기순이익 13%'금융사각지대 보듬고 영세업자 밀착 지원금융은 흔히 '산업의 핏줄'로 비유된다. 사람 몸에 혈액을 흐르게 하면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핏줄처럼 금융은 사회에 자금이 원활히 돌게 하면서 경제를 숨 쉬게 한다. 시중은행이 국가 경제의 대동맥이라면 지역은행은 지역 중소기업부터 동네 구멍가게까지 생명을 불어넣는 '실핏줄'이다. 지역은행은 시중은행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지역 금융 사각지대를 보듬으면서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밀착 지원은 지역은행의 전문 분야다.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에서 재투자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지역 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공헌 기여도도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보고된 2021년 기준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현황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율은 13.01%이다. 부산은행(15.20%)과 경남은행(12.42%), 광주은행(11.68%), 전북은행(10.78%) 등 지역은행들의 사회공헌율은 전반적으로 높았다. 반면 신한은행(7.76%), 국민은행(7.09%), 하나은행(6.57%), 우리은행(7.26%) 등 시중은행의 사회공헌율은 지역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주 영업권역이 수도권인 만큼 지역에 대한 사회 공헌 활동이 떨어진다. 대구은행의 경우, 최근 금융감독원의 2023년 상반기 관계형 금융 취급실적 및 우수은행 평가에서 중소형 은행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평가 기준에는 자영업자 지원, 비금융서비스, 지분투자 등 항목이 포함돼 있다.혁신도시 공공기관들 지역은행 외면대구경북 이전 22개 기관 중 '대구銀 주거래' 단 한 곳도 없어국가 주도로 형성된 지방 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의 경우 지역은행과 거래율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22곳 중 대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각 기관과 은행 간 거래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시중은행 대비 그 비중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역은행을 보유한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의 혁신도시도 대구경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달성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다. 입주 공공기관들이 시중은행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거래하는 모습은 혁신도시 조성의 목적과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지역은행이 지역 경제 상황과 지역 기업의 특징을 잘 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중은행 중심 거래는 지역 자금을 역외로 내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 금융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내에서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지역 인재까지 수도권으로 떠나게 하는 '나비효과'를 만든다. 가뜩이나 자금 흐름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은행으로선 자칫 지역 사회공헌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정치권의 개선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양금희(대구 북구갑) 의원이 2021년 5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 발전을 위해 수립하는 계획에 해당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의 지역은행 예치 실적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지역은행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양금희 의원실은 "혁신도시가 어떻게 보면 '하드웨어'만 지방에 와 있다. 지역 자금의 지역 내 재활용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으로 연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행동에 나선 지역은행들지방은행협의회 "지역 상생 방안 찾아야"공공기관 자금 '지역銀 예치' 법제화 추진지방은행협의회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 등 6개 은행은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은행과 상생하고, 지역발전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지역 금융 우대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해당 법에 지역금융활성화에 관한 사항이 포함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상위법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지역금융활성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지역은행에 대한 우대사항을 신설하고, 이전 공공기관장은 운영자금·여유자금 등에 대해 지역은행 우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법 개정이 어렵다면 관계부처의 지침 하달을 통해 금리가 다소 열세하더라도 지역은행에 예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은행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 등에 특별법 일부 개정을 위한 의견서를 공동 제출하는 것을 과제로 설정했다. 세미나, 포럼 개최 등을 비롯해 내년 총선 정치권 공약에 반영시키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지역은행이 없지만, 있는 지역에서만이라도 개정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한편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선포했다. 단, 대구에 본점을 두고, 대구를 주된 영업 지역으로 삼는 것은 여전한 만큼 '지방은행'이 아닌 '지역은행'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차후 지방은행연합회와 공감대 형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대구경북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의 지역은행 거래 비중이 극히 미미하고 사회 공헌 기여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구혁신도시(위쪽)와 경북 김천혁신도시 전경.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에필로그] 현실로 다가온 대구경북 소멸
대구경북의 소멸은 '먼 미래'가 아니었다. 영남일보 특별취재팀이 직접 찾은 대구경북의 현장은 심각했다. '아이 울음 소리가 끊기고,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은 마을'이 부지기수였다. 대구경북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국의 비수도권이 비슷한 처지이다. 안동시 도산면과 영덕군 달산면에서 올해 출생 신고는 단 한 명이었다. "한 명도 용하다"라는 마을 어르신의 얘기가 충격적이었다. 특별취재팀은 지난 3개월간 소멸이 가시화되는 지역을 찾아 주민 이야기를 들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빈집의 현황도 살펴봤다. 사람이 떠나고 빈집이 늘어나면 결국 마을은 사라지게 된다. 외국인 이민이 인구 소멸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는 지를 살펴보기 위해 '이민 선진국'으로 불리는 캐나다도 다녀왔다.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골다공증 걸린 대한민국 △아이 울음소리 끊긴 마을 △대구경북 빈집 보고서 △주목받는 캐나다의 이민정책 △지방소멸대응기금 현황을 꼼꼼히 들여다 봤다. 지방 소멸 현실에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희망의 현장'도 만났다. 혁신도시의 문제점도 짚었다. 혁신도시의 역사는 20년이 됐지만, 아직 겉돌고 있다. '무늬만 지방 이전'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유효하다. 주말이면 서울과 수도권을 향한 대형 버스가 줄을 잇는다. 그나마 김천혁신도시의 사정은 나은 편이다.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를 끌어들이면서 젊은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반면 대구 신서혁신도시는 주말 공동화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혁시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의 금융기관 거래 실태는 소멸 위기감을 더 부추긴다. 이들 기관은 시중은행과 거래한다. 지역은행과의 거래는 극히 미미하다. 지역은행이 지역 경제에 생명을 불어넣는 '핏줄'인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럽게 짝이 없다. 지역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지역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특별취재팀은 지방소멸과 균형발전 문제에서 중앙집권적인 정책이 뿌리 깊게 자리 잡힌 탓에 지방 스스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관련 법령이나 규제도 중앙 편의적으로 설정돼 있어, 지방민이 불이익을 얻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선포한 윤석열 정부는 지역 스스로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실현하는 '지역 주도' 정책을 내세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방시대 선포식을 통해 "말로만 지방을 외치는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는 중앙, 지방 정부의 몸부림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된다. 영남일보는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Ⅱ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대구경북 상생 보고서'라는 부제를 단다. 지방소멸 위기를 딛고 일어설 생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이다. 영남일보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전문가의 진단을 토대로 대구경북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자 한다. 오는 11월 말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대구경북민과 공유할 계획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2023.09.17
'XMZ' 세대 대표 전자기기는?…"삐삐" "3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가지각색
세대마다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분야는 '전자기기'다. 전자기기의 경우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해 세대별로 사용한 전자기기도 각양각색이다.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던 X세대부터 '스마트폰'이 보급된 후 등장한 Z세대 등 경험담도 다양하다. 각 세대를 통해 대표적인 전자기기 등에 대해 들어봤다. ◆ X세대, 휴대전화 대중화 이전 '삐삐 세대''인터넷 대중화' 등 경험X세대(1965년생~1979년생)의 대표적인 전자기기는 '삐삐'다. 당시 값비싼 휴대전화로 인해 삐삐로 불린 '무선호출기'가 대세였다. 지난 1982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1986년에는 대구·부산·대전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삐삐는 직접 대화하는 방식이 아닌 상대방이 남긴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에 공중전화에는 줄이 길게 서는 모습도 당시의 풍경이었다. X세대는 "지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처럼 당시는 삐삐가 대세였다. 2개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는 누구에게나 알려주는 용도, 하나는 친한 사람에게만 알려주는 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면서 "숫자 암호도 유행했다. '101023535'(열렬히 사모) '7942'(친구 사이) 등 숫자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다.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지만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 국민정부 당시 PC 보급 사업을 펼치면서 인터넷 대중화가 열린다. X세대의 경우 '대학생 시절' 해당 시기를 맞이한다. X세대에 따르면 대학교 강의에서 포털사이트 아이디 만들기 등 내용을 배우기도 했다.'마이마이' '워크맨' 등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도 도 X세대 대표적인 전자기기다. 휴대용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중고등 학생들의 대표 선물이었다. X세대는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생일 선물, 입학 선물의 대표 상품이었다"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 손에는 마이마이, 워크맨 등이 들려있고 헤드폰을 쓰는게 유행이었다. 노래가 나오지 않아도 멋을 위해 헤드폰을 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M세대, 3세대 이동통신 거쳐 '스마트폰 세대' 'PMP·MP3' 등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M세대(1980년생~1994년생)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사용해본 세대다. 휴대전화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부터 스마트폰까지 경험하고 있다. M세대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폴더폰, 슬라이드폰, 스윙폰 등 다양한 종류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휴대전화의 모양도 다양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면서 "스마트폰은 대학생 시절 등장했다. 당시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2가 대표적이었다. 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3세대 이동통신 사용 당시 청소년 요금제인 '알'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요금제에 따라 제공된 알을 문자나 전화에 나눠 사용하면 되는 것. 알이 부족하면 친구에게 빌리는 것은 당시에 흔한 풍경이었다. 마이마이, 워크맨 등을 이어 등장한 'MP3'는 M세대에 인기 아이템이었다. 카세트가 필요 없이 음악 파일을 저장해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 현재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혁신적인 전자기기였다. M세대는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몰래 음악을 듣다가 뺏긴 기억이 있다. 휴대전화, MP3는 우리 세대에 꼭 들고 가지고 다녀야 하는 전자기기였다"면서 "친구들과 서로 MP3를 바꿔 들으면서 각자의 플레이리스트를 교환하기도 했다. 또 라디오도 MP3를 통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MP3의 경우 '디카'(디지털카메라)에 결합 된 형태로 나오거나 MP3 기능을 강조하는 휴대전화가 등장하기도 했다.'PMP'(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중고교생의 등교 필수 아이템이었다. 학생들은 PMP를 통해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당시에는 인터넷 강의를 신청하면 PMP에 담을 수 있는 동영상 파일을 제공했다. 인터넷 강의 이외에도 전자책을 내려받거나, DMB 등도 볼 수 있었다. M세대는 "학교에 가면 반 친구 대부분이 PMP를 틀어놓고 인터넷 강의를 보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도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책을 높게 쌓은 후 PMP를 통해 몰래 보기도 했다"면서 "PMP 등장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Z세대, '스마트폰' 사용과 '레트로 전자기기' 유행 중Z세대(1995년생~2012년생)의 대표적인 전자기기는 '스마트폰'이다. 이들의 경우 처음 가진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인 경우가 대다수다.Z세대는 "삐삐 등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자주 봤다. 과거 핸드폰 따로 MP3 따로 가지고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엄청 불편했을 거 같다"면서 "스마트 폰의 시대에 살고 다행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Z세대에게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다. 캠코더, 디지털카메라, MP3 등 과거 사용했던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 이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전자기기에 대한 흥미와 수집 욕구로 해당 전자기기를 모으고 있다. Z세대는 "사용해보지 못한 전자기기에 대한 흥미와 패션 아이템 등으로 레트로 전자기기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헤드폰의 경우 패션의 한 자리로 자리 잡았다. 연예인들이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나오는 영상들이 등장하면서 필름카메라에 대한 인기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최근 대한민국은 '세대론'으로 뜨겁습니다. 'MZ세대' '알파세대' '잘파세대' 등으로 세대를 나누고 있습니다. 세대론의 장점도 있겠지만 서로 넘지 못하는 '투명한 벽'이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그 결과 "꼰대스럽다" "요즘 애들은 이해할 수가 없어" 등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등한시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영남일보 인터넷뉴스팀과 영상기자는 다른 세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세대공감프로젝트 젠톡'(세대 generation+이야기 talk)을 기획했습니다. 젠톡은 '세대와 세대의 이야기''세대별 이야기'라는 의미입니다. 연애, 전자기기, 세대별 일지 등 분야별로 'X·M·Z 세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영상도 함께 촬영해 '영남일보 유튜브'(https://www.youtube.com/@Yeongnamilbo)에 올립니다. 젠톡을 통해 다른 세대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M세대는 3세대 이통신을 거쳐 스마트폰을 경험한 세대다. '삐삐'를 사용할 당시 공중전화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X세대의 대표적인 전자기기는 '삐삐'다. 게티이미지뱅크PMP는 M세대의 인터넷 강의를 담당하는 전자기기였다. 3세대 이동통신 시기를 경험한 M세대는 '폴더폰' '슬라이드폰' '스윙폰' 다양한 종류를 고를 수 있었다. Z세대의 대표적인 전자기기는 '스마트폰'이다. 최근 Z세대에 레트로 전자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아이템은 필름카메라다. 게티이미지뱅크
2023.09.15
[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걷는 도시, 행복 도시(Happy City)
2019년 120조원을 투자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드는 SK하이닉스를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했다. 최종 선택지는 경기도 용인이었다. 이유는 인력수급의 용이성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주여건이었다. 도시의 고민이 깊어진다.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도시계획전문가 찰스 몽고메리(Charles Montgomery)는 그의 저서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에서 공공보건, 심리학, 행동경제, 신경과학, 사회학, 건축학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설계한 'Happy City(행복 도시)'를 제시한다. 그는 행복 도시를 '모든 사람이 친구, 가족, 낯선 사람과 인생에 의미가 있는 유대를 맺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도시'라고 말하고, '걷기 좋은 도시'를 행복 도시의 가장 필수 요소로 규정하였다. '행복 도시'는 스마트시티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걷기 좋은 스마트시티를 위해 도시디자이너는 다음의 몇 가지를 도시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우선, 도로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높은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뉴욕의 거리는 삭막하게 보이지만 사람들이 걷는 동안 매1분마다 새로운 스트리트를 만나면서 경험의 밀도를 높여준다. 비결은 블록 크기에 있다. 뉴욕시에 한 블록의 크기는 대략 가로 길이 250m에 세로 길이 70m 정도다. 서울 강남구 한 블록의 길이가 600m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사람의 이동이 빈번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더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역에서 400m(걸어서 5분) 안쪽을 균일하게 역세권으로 본다. 하지만 실제 활기가 넘치는 구역은 100m 공간 안쪽이다. 사람들은 시야에 사람들이 보이는 공간으로만 움직이며 유기적으로 뭉친다. 유기적인 군집을 만드는 세밀한 장치들, 가령 놀이시설, 탁구대를 설치하기만 해도 거리 활기가 달라진다.한 블록이 대략 가로 250m·세로 70m삭막해 보이지만 도로·사람 소통 활기상호교감 가능한 이상적인 사회적 거리건물~사람간 3~4.5m, 높이는 4층까지걷기 좋은 도시는 행복 도시 '필수요소'행복 도시는 스마트시티 지향점이기도걷기 좋은 도시에서의 스마트시티 기술빠름보다 다양한 교통수단 접근 쉽게두 번째로, 건물배치와 보행자의 상호작용을 설계한다. 사람들은 상호작용하는 요소가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내려간다. 인간은 숲처럼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하여 왔다. 시각적인 정보가 부족하면 인간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사람은 풍경이 단조로운 큰 거리를 지나갈 때 스트레스와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캐나다에 있는 '해피시티 연구소'는 시애틀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자원봉사자가 지도를 들고 활기찬 공간과 빈 벽만 있는 공간에서 길 잃은 연기를 하도록 하고, 사람들이 낯선 사람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관찰하였다. 실험결과 활기찬 도로에 있는 사람들이 낯선 사람에게 7배 더 많이 휴대폰으로 길 안내를 도와주었으며 4배나 더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까지 동행해 주었다. 상호작용 공간의 활력은 다른 사람에 관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인간은 건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감한다. 도로와 건물 간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우면 교감이 없거나 프라이버시의 위협을 느낀다. 건물과 사람 간의 거리는 3~4.5m, 높이는 4층까지가 상호 교감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적 거리다. 세 번째로 걷는 도시를 위한 다양한 유인 장치를 설계한다. 골목 특성을 드러내는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 작은 이벤트, 팝업 매장, 불규칙한 배치의 벤치 등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우연성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위당 점포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점포의 출입문 개수도 이벤트의 밀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이벤트 밀도가 높아지면 보행자에게 권력이 이양된다. 보행자의 선택권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한편 로컬크리에이터는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도시자산이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한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며 골목으로 사람들을 불러오는 중요한 매개자이다. 차량의 속도를 시속 20㎞ 이하로 운영하는 보행자우선도로나 보행자전용도로는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 모은다. '차 없는 거리'는 골목 상인들과 끈질긴 대화가 필요하다. 상인들 입장에서 보면 차 없는 거리보다 공용주차장을 늘려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자동차 없는 거리를 홍보하고 사람을 몰리게 하면서 차가 없어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성공경험을 상인들이 체감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도시디자이너는 걷기 좋은 도시를 지원하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설계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걷기 좋은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기술은 배경으로 숨어서 작동한다.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지점과 스마트시티 기술의 상관관계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빠른 교통수단이 행복지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혼잡한 교통으로 스트레스를 가져올 수 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행위가 행복을 만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걸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어디로, 얼마나 갈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걷기 좋은 도시에서 스마트시티 기술은 빠른 교통수단보다 퍼스널 모빌리티 등 다양한 교통수단에 접근을 쉽게 하고 교통수단 이용금액 결제를 하나의 카드로 통합처리하는 모빌리티 서비스(MaaS)를 제공하는 등 걷는 행위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사람들의 만남을 촉진하는데도 스마트시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위성지도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어디에 사람들이 운집하는지를 알려주고, 현재 나의 위치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벤트와 로컬 크리에이터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 센서를 통해 도시정보망을 구축하여 인구의 유동량과 교통 흐름을 분석하고, 다양한 도시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거리 전역에 설치된 스마트가로등과 폐쇄회로(CC)TV는 경찰이나 119센터와 연동하여 사람들이 안전하게 거리를 걷도록 지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책은 사람 중심의 스마트시티 구현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개발중심 어바니즘을 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보여 왔다. 근본적으로 아파트 중심의 단절된 문화와 경쟁적 환경을 추구하면서 공동체와 사람중심 도시를 건설한다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지역사회의 문제와 도시의 쇠퇴를 깊이 연구한 미국의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이상적인 도시는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도시의 당면한 모든 문제가 기술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 있음으로써 해결된다는 굳건한 그녀의 믿음 때문이다. 우리를 더 풍요롭고 더 똑똑하며, 더 자연친화적이며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도시를 위해 사람이 만나고 모일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도시에 사람을 모으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데 가장 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봉사해야 한다.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김희대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
[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4] 큰동해시장
아케이드가 아주 높다. 빛이 환해서 광장처럼 시원하다. 통로에는 블록이 깔려 있어 장바구니카트도, 유모차도, 휠체어도, 발바닥도 편안하다. 포항 남구의 큰동해시장. 해도동 포항고속터미널 뒷골목에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단독주택과 빌라들을 비집고 들어오면 큰동해시장이 번쩍 나타난다. 주거지 한가운데 자리한 것 치고는 규모가 꽤 크다. "우리 시장이 오래됐지요. 40년쯤 됐을걸. 옛날, 옛날부터 있던 시장이요. 아케이드 하고 정비한 것도 한 10년은 됐지, 아마." 남구 해도동 고속터미널 뒤편 자리150개 점포 들어선 복합상가형시장아케이드·보도블록 등 시설 현대화유모차·휠체어 끌고도 장보기 편해4000명 넘는 고객회원 포인트 혜택전통시장 유일 전용 배송앱도 운영쉼터 '사랑방'에선 다채로운 이벤트 ◆남구를 대표하는 큰동해시장아케이드 기둥 곳곳에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해양수산부의 캐릭터이자 큰동해시장의 마스코트인 바다요정 '해랑이'란다. 그림은 포항 꿈틀로 예술가들의 솜씨다. 앗, 떡집에 해랑이가 있다. 치즈를 품은 해랑이 떡이다. 인기가 많아 전국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서너 군데 반찬가게도 바쁘다. 세상에 반찬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자연산 전문 횟집은 쉴 새가 없다. 모둠회 한 팩이 5천원이라니 믿기 어려운 가격이다. 족발집의 부추냉채족발은 벌써 매진이다. 딸기상회의 산딸기 빵은 포항에 왔다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품목으로 이름나 있다. 포항 장기의 특산물인 산딸기로 만든 건강한 빵이다. 식육점에서는 젊은 청년이 육회거리를 사고, 물건들이 안다미로 쌓인 만물가게 앞에는 한 아주머니가 생각에 빠져 있다. 건어물 가게의 모둠 안주세트는 신박하다. 고소한 튀김냄새, 떡볶이의 맛깔스러운 빨간 빛깔에 손이 살짝 떨린다. 시장 안 골목 안쪽으로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광장형 분식 골목이다. 식사 때도 아닌데 국수 그릇에 코 박은 사람들 여럿이다.포항 남구 해도동에 있는 '큰동해시장'은 1980년대 복합상가형 시장인 동해시장을 중심으로 주변 상권이 힘을 모아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1만여㎡ 부지에 150개의 점포, 190여 명의 상인이 연간 95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루 평균 2천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 좋은 시장이다. 시작은 오래되었지만 시장 등록은 2008년에 이루어졌다. 2012년에는 아케이드 등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해 비가 와도 장을 보는 데 불편이 없다. 지금도 오래된 2층 콘크리트 상가 벽면에 '동해시장'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죽도시장이 있고, 15분 거리에는 대형마트도 있다. 그러나 동해시장은 사라지지 않고 큰동해시장이 되었다. 전통시장의 단점인 주차도 이곳은 큰 걱정이 없다. 주택가에 있는 데다 40면의 공영주차장도 있다. 큰동해시장은 포항 남구를 대표하는 시장이고 포항에서 둘째로 큰 시장이다. 1982년부터 있었다는 수제 떡갈비 집에는 대왕꽈배기도 있고 생과일주스도 있고 삼진어묵도 있다. 참기름집과 농부가 잡은 생선가게도 있고, 텔레비전 방송에 소개됐다는 찹쌀꽈배기 집과 분식집도 있다. 최고의 한우를 자랑하는 식육점이 있고 온갖 것들을 파는 마트도 있다. 이불도 있고 소파 천갈이도 하는 커튼 집이 있는가 하면 비와이씨 메리야스 점도 있고 옛날가마솥 통닭집과 닭갈빗집도 보인다. 농산물 상회들과 화장품 가게, 횟집, 건어물집, 족발집, 즉석두부가게, 명절과 제사 음식도 하는 튀김가게, 만물상회, 떡집, 과자점, 과일집, 숙녀복, 방앗간, 미용실, 건강원, 의상실, 공인중개사까지 없는 게 없다. 통로 한 쪽에는 '진심저울'이 놓여 있다. 오직 정량판매, 정직한 판매로 신뢰할 수 있는 큰동해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상인들의 진심이 담긴 자율계량 저울이다. 진심저울이 올려져 있는 커다란 상자는 '고객신문고'다. 칭찬하고 싶은 것, 불만인 것, 불편한 것,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고객들의 소리함이고 소통의 창구다. ◆전국 최초의 '고객 회원제'와 모바일 장보기 앱 '달려라 큰동해'큰동해시장 옆으로 해동로가 형산강으로 이어진다. 과거 1970~80년대 포스코 근로자들이 출퇴근하던 자전거길이다. 큰동해시장이 자리한 해도동은 형산강 하류의 저습지대로 옛날 갈대숲과 염전이 펼쳐진 땅이었다. 포항종합제철의 시작과 발맞추어 1960년대 후반 짧은 기간 내에 주거지역으로 변모했고 포스코와 연관 공단 종사자들이 해도동 일대에 주로 거주하면서 시장은 번창했다. 제철소와 공단 근로자들이 들락거렸던 칼국숫집이나 분식집 등 몇몇 가게들은 지금도 시장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남아 있지만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2000년 이후 큰동해시장의 상권은 많이 축소됐다. 그러나 30~50대 젊은 층으로 구성된 상인들은 똘똘 뭉쳐 고객이 만족하고 소통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큰동해시장은 평범한 전통시장이 아니다. 진심저울과 고객 신문고에서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큰동해시장에는 4천명이 넘는 고객 회원이 있다. 전국 전통시장 최초의 고객회원제다. 회원들은 구매금액 5천원 마다 100원의 포인트 엽전을 받는다. 엽전은 철의 도시 포항답게 상인회가 특별 제작한 것으로 시장 내 어느 점포에서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큰동해시장은 전통시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자체 배송플랫폼인 '달려라 큰동해'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회원제 시스템을 활용한 전용 배송 서비스로 언제라도 편안하게 집에서 시장 쇼핑을 할 수 있다. 이용자는 1천800명이 넘는다. 매월 마지막 주는 고객회원 할인 주간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세일거리'가 열린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와 혁신으로 시장의 매출이 약 40% 이상 상승했고 한사람이 구매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객단가 또한 약 50% 이상 급상승했다. 변화는 2018년부터다. 시작은 특성화 첫걸음 사업으로 고객친절, 원산지표시, 위생과 청결, 고객선 준수, 진심저울 등 시장 문화에서 기본이 되는 것부터 꼼꼼히 살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부터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지역 및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고객회원제'와 배달 앱 서비스인 '달려라 큰동해', 그리고 큰동해 사랑방이다.◆고객을 위한 문화공간 '큰동해 사랑방'시장 안에는 고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큰동해 사랑방'이 있다. 쉴 수 있고, 화장실도 있고 시장에서 구매한 먹거리를 먹을 수도 있다. 전자레인지도 갖춰져 있고 그릇이 필요하다면 용기 자판기를 이용하면 된다. 기타 수저 및 취식 집기류는 구매점포에서 제공해 준다. 휴대전화기를 충전하거나 갑자기 정보 검색이 필요할 때 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와이파이는 당연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진한 커피 향이 풍겨 온다. 커피나 음료가 필요한 고객들을 위한 사랑방 카페다. 카페에서는 큰동해시장의 특산물인 산딸기빵과 다양한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고 작은 도서관도 마련돼 있다. 모임이나 파티, 회식 등 각종 행사를 위한 공간도 있다. 영화를 상영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빔 프로젝트가 있고 노래방 기기와 음향시설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큰동해 사랑방에서는 포항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문화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보드게임과 케이크 만들기, 아빠와 함께하는 요리교실, 고객회원 노래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거의 무료로 진행된다. 해마다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동아리 경연 대회, 팔씨름 대회, 제기차기 대회, 최장거리 가래떡 썰기, 박 깨기 등의 고객 감사 이벤트도 연다. "대박이에요!" 큰동해시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포항맘'들의 커뮤니티는 들썩들썩한다. 큰동해 사랑방은 단순한 고객 쉼터가 아닌 고객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큰동해시장의 가장 큰 자랑은 상인들 간의 단합이고 고객과의 소통이다. 시장 행사 때면 철제 난타 상인동아리가 솜씨를 뽐낸다. 밤에는 자율방범소방대가 순찰을 돈다. 119소방대원들로부터 응급상황발생 시 안전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전수받은 대원들이다. 부녀회에서는 어려운 이웃 돕기, 무료 급식소 지원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이 틈틈이 한 자 한 자 작성한 글자를 기반으로 제작한 폰트도 있다. 큰동해시장 시장체, 사랑체, 해랑체다. 올해부터는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사업도 준비 중이다. 큰동해시장만의 특산품과 밀키트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오만가지 일이 일어난다. 들썩들썩.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포항 남구 해도동에 위치한 큰동해시장은 1만여㎡ 규모로, 150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아케이드 등 시설현대화 사업을 완료했고, 전통시장 중 유일하게 자체 배송플랫폼인 '달려라 큰동해'를 운영한다.큰동해시장에는 농산물부터 화장품, 활어회, 건어물, 각종 먹거리, 숙녀복, 방앗간, 미용실, 건강원, 의상실, 공인중개사까지 없는 게 없다. 인근에는 40면 규모의 공영주차장도 갖춰져 있다.
2023.09.14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5] 국제슬로시티
자연이 깨어나는 시간에 함께 깨어난다. 자연이 잠드는 시간에 함께 잠든다. 시간이 특별히 선사한 흙과 돌로 그릇을 빚고, 지구가 각별히 내어놓은 푸른 것들로 음식을 만든다. 솔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잔잔한 윤슬과 힘찬 물여울에 마음을 빼앗기며, 충과 효, 의와 예와 덕과 같은 오래 이어져 온 정신을 소중히 여긴다. 세상의 가치들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와중에도 자연과 전통의 가치는 온전히 남았고 욕망과 소리, 빛, 시간과 분위기는 낯익지만 익숙한 그 무엇과도 같지 않다. 이러한 고장을 세상 사람들은 '슬로시티(Slow City)'라고 부른다. 푸른 소나무의 땅, 청송은 국제 슬로시티다. 산촌형 슬로시티 작년 세번째 인증송소·송정고택 품은 덕천충효마을 다양한 숙박·체험 프로그램 운영중평선비마을 솔밭 힐링하기 좋아솔누리느림보길, 청송 속살 잘 간직◆국제 슬로시티 청송국제슬로시티는 1999년 이탈리아 소도시에서 시작한 '느린 마을 만들기' 운동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어 느림과 빠름, 농촌과 도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전 지구적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슬로시티의 슬로(Slow)는 단순히 패스트(Fast)의 반대가 아니다. 이는 개인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재인식하고, 여유와 균형 그리고 조화를 찾아보자는 의미다. 이는 결코 현대 문명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지역의 정체성을 찾고, 옛것과 새것의 조화를 위해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슬로시티는 전통문화와 자연환경, 지역 예술을 지키고자 지역민이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 운동이다. 지역 특산물 및 전통음식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속도 경쟁이나 양적 성장보다는 자연의 걸음에 발 맞춰 나가자는 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 33개국 291개 도시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되어 있으며, 한국도 청송군을 포함한 17개 지방자치단체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청송은 2011년 자연이 아름다운 주왕산면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파천면을 대상으로 국제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2017년에는 슬로시티의 거점지역이 청송군 전역으로 확대되어 재인증을 받았고 2022년 세 번째로 재인증되었다. 푸른 솔의 고장 청송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산촌형 슬로시티다. 경관이 수려한 주왕산과 주산지, 선조의 생활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덕천마을과 중평마을, 전통문화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청송백자와 천연 염색, 전통 한지, 옹기까지 다양한 매력이 넘친다. 청송은 2015년과 2021년 모범적인 슬로시티 운동을 추진해온 도시에 수여하는 '슬로시티 어워드'를 수상했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명소 또한 산촌형 슬로시티 청송의 가치를 더해 준다. ◆덕천충효마을 덕천충효마을은 조선시대 만석꾼이란 호칭으로도 모자라 이만석꾼이라 불렸던 송소(松韶) 심호택(沈琥澤)의 자손들이 사는 마을이다. 조선 500년 동안 정승이 열셋, 부마가 넷, 왕비 넷을 배출한 청송심씨의 본향이기도 하다. 마을은 심씨 자손들이 가꾸는 단정하고 기품 있는 고택으로 가득하다. 그 중심에 송소 심호택이 무려 13년에 걸쳐 지은 송소고택이 자리한다. 한때 방이 아흔아홉 칸이나 됐다는 이 대저택은 오늘날 숙박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연중 3~4회 고택음악회가 열린다. 송소고택 왼쪽에 이웃한 송정고택은 심호택의 차남 집으로 1914년에 지어졌다. 마루에 걸려 있는 오우당(五友堂) 편액은 의친왕의 글씨고, 독립 운동가 철기 이범석 장군이 종종 찾아와 머물렀다고 한다. 송정고택 뒤편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은 철기 장군이 거닐던 산책로다. 큰 소나무 아래 기대서서 내려다보면 덕천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에는 항일의병장 소류 심성지가 후학을 가르쳤던 소류정과 재실인 경의재, 창실고택, 청송심씨 찰방공 종택 등이 고즈넉이 자리하며 골목과 골목을 연결하는 토석담이 특히 아름답다.송소고택 옆에는 간단한 음료와 지역 농산물로 만든 국수를 내는 '덕다헌'이 있다. 도자기 작가님이 운영하는 카페 '백일홍'은 최근 마을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마을 입구에는 염색 체험장과 '심부자밥상'이 자리하고 마을의 공동 쉼터인 '공마당'은 문화장터로 이용된다. 다도교육과 한옥체험을 겸하고 있는 '청원당'은 옛날 심씨 문중의 예절과 고사, 덕 등을 가르치던 '세덕사'로 화재 후 방치되었던 것을 새 단장한 곳이다. 덕천마을에는 고택 여섯 곳에서 숙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절 교육이나 염색하기, 도자기 만들기, 떡메치기, 고추장 만들기, 윷놀이와 제기차기, 연날리기, 민화 그리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막 세수를 한 듯 깨끗한 동네를 걷다 보면 느릿느릿 소곤소곤 말 없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것은 오늘에 전해지는 오래된 이야기, 현재를 사는 오래된 사람들의 이야기다.◆중평선비마을용전천 변에 자리한 중평선비마을은 신숭겸의 후손들이 사는 평산신씨 집성촌이다. 조선 전기에는 합강에서 살다가 임란 후 신한태(申漢泰)가 중평리로 이거해 종택을 짓고 집성촌을 이뤘다. 마을에는 평산신씨판사공파종택과 서벽고택, 사남고택 등 오래된 집들이 반듯하게 남아 있고 후세 교육을 위해 지은 서당과 효행이 남달랐던 물촌 신종위 선생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 선비들이 시회를 열던 서벽정 터, 북극성 또렷한 별자리 바위 등이 곳곳에 자리한다. 중평마을 서쪽 끝자락에 검소하게 자리하고 있는 제실 미산당은 숨은 듯 다리쉼하기 좋은 장소다. 마을 안 용전천을 바라보는 산기슭에는 사양서원이 위치한다. 신숭겸의 12세손인 문정공 신현을 주벽으로, 그의 아들 문훤공 신용희와 고려말 학자 운곡 원천석을 봉안하고 있다. 매년 향사를 봉향하고 수시로 유학 강론이 열린다. 서원 내 사당은 화해사(華海祠)로 편액은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이다. 중평마을 회관 앞에는 오래된 연자방아가 놓여 있다. 마주하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의 건물은 옛날 술이 익어가던 양조장 터다. 그 곁으로 한적한 담장들이 앞서 걸어가는 고샅길은 밤시골 마을길이다. 밤시골 지나서는 솔 향 가득한 연화봉 올레길이 이어진다. 마을 초입에는 잘생긴 소나무가 빼곡한 중평솔밭이 펼쳐진다. 수령 200 년이 훌쩍 넘는 우직한 소나무 8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다. 솔밭에는 30여 동의 텐트 설치가 가능하고 바로 앞으로 용전천이 흘러 낚시나 물놀이를 즐기기 좋다. 솔잎 사이로 햇볕이 반짝거리며 부서지는 한낮도 좋지만, 이른 아침 진한 솔향기를 맡으며 자욱한 안개에 휩싸인 소나무 숲의 흑백 풍광 속을 걷다 보면 번다한 삶이 잠시나마 까마득해진다. ◆솔누리느림보길과 외씨버선길솔누리느림보길은 주왕산면의 하의리와 상의리, 부일리와 주산지리리 등 주왕산 주변 마을을 연결한 길이다. 전체 7개 구간, 총연장 14.5㎞ 정도 된다. 1구간은 하의교에서 주왕산삼거리까지 2㎞ 코스다. 주방천을 따라 주왕산 기암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다. 2구간은 주왕산삼거리에서 주왕산주차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3㎞ 코스로 걸출한 거벽인 기암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며 주방천 하류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3구간은 주왕산삼거리에서 나기평저수지로 이어진 1.8㎞ 코스다. 수수한 마을 풍경을 따라 완만한 길을 오르면 산자락 사이에 숨겨진 저수지가 나타난다. 4구간은 나기평저수지에서 부일리 세골로 연결된 3㎞ 코스다. 전체 코스에서 보면 산행에 가까운 구간이지만 아주 쉬운 난이도의 산행길이다. 5구간은 부일리 세골에서 윗세골로 거슬러 오르는 1.5㎞ 구간이다. 야산에 둘러싸인 마을길로 사과밭이 주변 가득하다. 6구간은 윗세골에서 부일리 저수지까지 800m로 사과밭이 꾸준히 이어진다. 7구간은 윗세골에서 상이전 마을로 연결되는 약 2㎞ 코스로 고개를 넘는 산길이다. 고갯마루에 전망대가 있고 내려서면 주산지 앞의 상이전마을이다. 솔누리느림보길은 청송이라는 이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길로 평가된다. 외씨버선길도 청송과 그 일대를 잇는 대표적인 명소다. 청송, 영양, 봉화, 영월 4개 군을 연결하는 외씨버선길은 1길에서 13길까지 나누어져 있으며 이 중 1길부터 3길까지가 청송에 위치해 있다. 1길은 '주왕산달기약수탕길'로 주왕산국립공원의 주왕계곡과 월외계곡에 이르는 18.5㎞의 길이다. 2길은 '슬로시티길'로 청송읍의 운봉관에서 출발해 찬경루, 전통시장, 덕천마을을 거쳐 신기리 느티나무에 이르는 10.5㎞의 길이다. 3길은 '김주영객주길'로 신기리 느티나무에서 수정사를 지나 객주문학관까지 16.6㎞ 이어진다. 청송의 길들에는 추운 날씨와 큰 일교차를 견디느라 늦게 자라는 청송사과와 깊은 땅속에서 솟아나는 달기약수, 기다림의 맛인 장(醬)과 술, 청송의 원시림에서 자라난 것들로 만든 음식들이 있다. 또한 청송백자와 전통옹기, 전통한지와 천연염색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 분포해 있고. 전통을 지켜나가는 마을들이 있다. 매일 새로워지는 오래된 자연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 이 길들에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철기장군길에서 내려다 본 덕천충효마을 전경. 조선시대 만석꾼이란 호칭도 모자라 '이만석꾼'이라 불렸던 송소 심호택의 자손들이 살고 있다.청송 중평선비마을 초입에 이르면 수령 2백년이 훌쩍 넘는 우직한 소나무 8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중평선비마을에는 사남고택을 비롯해 평산신씨판사공파종택과 서벽고택 등 오래된 집들이 반듯하게 남아 있다.청송 외씨버선길 2길은 '슬로시티길'로 운봉관에서 출발해 찬경루, 전통시장, 덕천마을을 거쳐 신기리 느티나무로 이어진다.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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