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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새마을운동에 해법 있다
대한민국은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나라다. 정부나 기업은 수출과 무역 흑자를 내기 위해, 가정이나 개인은 부자가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우리는 잘살고 있는가. 과연 행복해졌는가.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힘들 것 같다. 수출은 그렇다 치고, 고용 없는 성장과 내수 부진은 새로운 도전이다. 빈부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역동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넘어 지역 소멸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등으로 세계 경제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정부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배분해야 할 정치권 역시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역학 구도에 함몰된 모습이다. 이런 와중에 공동체 정신은 사라지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하면서 사회적 갈등은 커지고 있다. 국민 개개인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나. 소멸을 앞둔 지역은 무엇에 의지해야 할까.다행히도 우리에겐 새마을운동이란 성공 경험이 있다. 근면·자조·협동 정신이다. 근년 들어서는 공생·공영·공익의 정신으로 진화했다. 새마을운동이 함께 잘살기 위한 '국가 재테크' 운동이란 점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남일보는 2023년 새해를 맞아 새마을운동의 본고장인 대구경북에서 공생·공영·공익이란 정신을 부흥해 미래 혁신을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2023.02.01
2023년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을 다시 생각하다 (1)...농촌으로 도시 자본 옮겨 균형발전 '국가재테크 정신' 계승해야
대한민국 사회안전망이 흔들리면서 새마을운동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세계경제 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국가 재정에 의존한 사회안전망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 노령화와 인구감소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혔고, 가계부채는 물론 국가재정마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 자립과 자조적 복지를 강조한 새마을 운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이 함께 잘살기 위한 '국가재테크' 운동이란 점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佛 식품기업 빈곤구제 성공사례 새마을 '공생정신' 여전히 유효귀농귀촌사업 연계 복지망 구축경제발전 희생양 악순환 끊어야◆본질은 '국가재테크'일각에서는 새마을운동의 본질을 '국가재테크'라고 본다. 국가재테크는 '주권에 의한 통치 조직이 돈이나 재물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나 수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새마을운동의 성격에 비춰 설명해 본다면 '자신과 지역사회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방법론'이라 하겠다. 한국형 국가재테크의 보다 상세한 정의는 '우리 스스로가 우리 마을을 우리 손으로 가꾸어 나간다는 자조·자립 정신으로 땀 흘려 일한다면 모든 마을이 잘살고 아담한 마을로 그 모습이 바뀌리라 확신한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란 새마을운동의 주체이며 주민이자 시민이고 국민이다. '잘사는 마을, 살기 좋은 마을'은 새마을운동의 목표다. 또 그 과정은 자조와 자립정신으로 땀 흘려 일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캠페인 주체는 주민새마을운동이 자조와 자립정신에 기반했다는 것은 추진 체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새마을운동의 추진 방향은 △주민 중심의 지역발전 △민간 주도 △능동적 주민참여다. 이를 위해 주민공동체 형성으로 주민 협동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국가발전을 위한 총체적 운동을 지향했다. 지역의 헌신적인 지도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해 지역발전 정책의 활성화도 꾀했다. 또 주민 합의로 사업을 선정하고 추진했다. 지역주민이 단결하고 조직화해 지역발전 정책의 중심세력이 되는 것은 물론 국가발전의 주도 세력이 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지역주민은 지자체·행정안전부와 함께 중요한 추진 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새마을운동이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해 지역 사회문제의 해결자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자조·자립 운동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목표는 자본주의 공동체일반적 산업화 과정은 농촌인구를 도시로 유입해 경제개발을 꾀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농촌경제의 붕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새마을운동은 오히려 농촌 소득을 도시 평균소득보다 높게 만들었다. 세계 역사에서 유례없는 산업화 방식이자 도시와 농촌을 함께 발전시키는 한국형 국가재테크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농촌에서 시작해 도시·공장·학교 등 사회 전체로 확대된 산업화가 새마을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아울러 새마을운동은 마을 단위 운동이다. 지역사회와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사업을 스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추구했다. 따라서 한국형 재테크의 목적은 '더불어 살아가는 자본주의 공동체 건설'이다. ◆문제는 공동체주의 실종'자본주의의 미래' 저자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의 원인으로 공동체주의가 실종된 것을 꼽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사회는 매우 '친사회적(Prosocial)' 성격을 띠고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이웃 국가처럼 그저 악몽이 됐다. 이전과 달리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사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폴 교수는 "사회는 마법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다"며 "서로를 위한 책임감을 갖춘 이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실용적으로 생각하는 이들 덕에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잘살아 보자'는 비전으로 마을과 기업 단위의 공영·공생·공익 운동으로 진행됐던 새마을운동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새마을운동의 공영·공생·공익 정신은 1955년 1인당 국민소득 65달러였던 한국을 1995년 1만1천735달러의 고소득 국가로 전환하는 원동력이 됐다. 40년 만에 소득 성장 180배라는 놀라운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지역과 더불어 성공한 기업새마을운동의 정신은 외국 기업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프랑스 거대 식품기업 '다농(Danone)'은 2006년 방글라데시 시골 마을 보그라에 저렴한 가격으로 요구르트를 공급했다. 아울러 극심한 영양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를 위해 요구르트에 영양성분을 강화했다. 나아가 현지 여성을 채용해 제품을 현지 주민에게 판매하는 등 새 일자리를 만들며 현지에 수백 개에 달하는 가축농장이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아이티가 콜레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소일(Soil)'이란 기업이 분변을 건식 비료로 바꾸는 화장실을 만들어 제공한 덕분이다. 이들 기업은 지역사회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드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으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저개발 지역의 향후 발전 잠재력을 감안하면 수익성 높은 시장을 선점한 셈이 된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의 정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할 것이다. ◆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운동IMF 이후 모든 구성원이 경제적 위험과 불안한 미래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새마을운동의 공생 정신은 더욱 절실해졌다.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을 귀농·귀촌과 결합해 자조적 복지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경험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1987년 이후 축적된 거대 도시 자본을 농촌으로 이동해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도시와 농촌을 함께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귀농·귀촌한 도시민의 기술·지식·경험 등과 마케팅·경영·회계 능력을 농업과 연계해야 한다. 1990년부터 침체기를 겪은 이후 한 번도 도시보다 잘살아 보지 못한 농촌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 ◆통합형 부의 축적 이를 위해선 경제발전이란 미명하에 외국과의 협정에서 늘 농촌을 희생양으로 삼는 악순환을 끊고 균형발전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 공동화를 막는 것은 물론 식량안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국내 최고의 귀농·귀촌 전문가로 꼽히는 유상오 전 SH공사 미래전략실장은 "정부는 1992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 대책으로 10년간 농업 지원금 102조원을 투자했다. 2005년부터는 FTA에 따른 농업지원금으로 119조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실장은 "정부의 보조금 증가에 비례해 농민의 열정과 전략은 떨어졌다"며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한 국가재테크 정신을 계승해 '통합형 부의 축적'으로 농촌을 살리고 나아가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프랑스 거대 식품기업 '다농(Danone)'은 요구르트로 방글라데시의 빈곤을 구제하고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다농 홈페이지 캡처〉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공영·공생·공익의 새마을운동 정신을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985년 열린 경북도 공장새마을운동 전진대회. 〈경북도청 홈페이지 캡처〉
[마약과의 전쟁] (5) 경찰대 '2023 치안전망 보고서' "해외比 고가 거래 조직적 밀수 지속"
올해도 마약 범죄가 증가 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치안전망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의 오용·남용 등 마약 관련 범죄는 지속적인 증가 가능성이 제기된다.최근 5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마약 범죄는 2018년에 일시적으로 13%(7천501건→6천513건) 감소한 후 2020년까지 3년간 점진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21년에 다시 12%(9천186건→8천88건) 감소하는 등 발생 건수의 증감을 반복하는 복잡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2022년에는 마약범죄 발생 건수가 전년 대비 약 15%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올해 역시 마약 범죄는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국내 마약류는 '마약' '향정' '대마'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특히 코카인과 모르핀으로 대표되는 '마약'의 남용과 오용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 1천241건이던 마약류관리법(마약) 위반 건수는 2022년 1월부터 10월까지 1천958건으로 집계돼 5년 사이 약 60%가 증가했다. 마약류관리법(향정) 위반 또한 2017년(1~12월) 5천484건에서 2022년(1~10월) 5천775건으로 5년 사이 약 5% 늘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마약 범죄의 위험요인으로 '유통 방식' 및 '사용자 연령층' 변화를 지목했다.우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SNS·다크웹·텔레그램 등)을 통한 마약의 불법 유통이 활발해졌다는 것. 실제 지난해 국민의힘 김상훈(대구 서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검거된 마약사범 중 인터넷 사범은 12.4%였지만, 2021년에는 24%로 그 비중이 늘어났다. 또 온라인상에 마약 불법 판매를 위한 광고를 올렸다가 검거된 인원 또한 2017년 11명에서 2020년 189명으로 크게 증가해 온라인을 통한 마약 불법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또 마약류 사용자 연령층이 10~20대로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이와 함께 보고서는 "국내는 외국에 비해 마약류가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으므로, 국제 마약조직을 통한 밀수가 급증함에 따라 앞으로도 외국인의 마약류 밀수 및 밀매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한편 관세청은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를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달 중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통관검사 강화와 단속 인프라 확충, 국내외 공조 활성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국경단계에서 마약 밀반입 차단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국민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2023.01.31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인터뷰] "국권 침탈 되풀이 않도록 후세 교육하는 게 먼저 아닌가…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은 의병대장 후손 마지막 소원"
"죽기 전에 대구독립운동기념관과 대구형무소역사관이 건립되는 걸 봐야 할 텐데 사업 진척이 제대로 안 돼 답답합니다. 지난 정부 때 매듭을 지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아요. 이번 정부에도 기대를 많이 걸었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구에 왔을 때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당위성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거든요." 구한말 대한광복회 지휘장 백산 우재룡 지사의 맏아들인 우대현(79·사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3년 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발기인 대회(2020년 7월20일)를 앞두고 어머니 김소전 여사가 106세를 일기로 작고한 데다 지난 17일에는 하나뿐인 동생(우상현)마저 별세해 심신이 쇠약한 상태였다. 우 대표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 발기인 대회를 계기로 대구형무소 순국 자료 발굴과 언론홍보에 적극 나섰다. 정인열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쓴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발간을 지원한 데 이어 2021년부터 대구형무소 순국선열 진혼제를 개최했다. 오래전 대구 망우공원 내 항일독립운동기념탑 건립에 5천400만원을 희사했고, 대구 용수동 사유지 1만여 평(4만7천520㎡)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부지로 기증할 만큼 적극적이다."대구시가 부채를 갚고자 하는 데 딴지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런데 나랏빚을 갚고자 국채보상운동 같은 걸 하는 게 먼저입니까. 아니면 온전히 나라를 지켜 빚을 안 지는 게 먼저입니까. 난 후자라고 봐요.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은 후세에게 다시는 나라도 빼앗기지 않고 빚도 안 지기 위해 교육하자는 겁니다. 제 마지막 소원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십시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2023.01.30
[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 대구형무소·독립운동기념관…항일투사 206명 순국 '대구감옥' 무대책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대구는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삼남(三南, 영남·호남·충청)지역 '독립운동가의 집합소'다. 400여 년 경상도의 수부였던 대구는 독립운동의 산실이면서 주요 활동무대였다. 제6차 교육과정 국정 고교국사에 '1910년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독립운동단체는 대한광복회'라고 언급돼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9년 10월1일 국군의날 기념사 중 "대구는 대한광복회가 창립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곳"이라고 했다. ◆독립운동의 산실 대구대한광복회와 조선국권회복단, 의열단, 국채보상운동 등은 대구에서 배태됐다. 구한말 최초 의병 문석봉, 국채보상운동 주창자 김광제·서상돈, 대한광복회 지휘장 우재룡, 조선국권회복단 통령 윤상태, 조양회관 건립자 서상일, 의열단 부단장 이종암, 3대에 걸친 독립운동가 김진만, 4가족 독립운동가 이두산, 임정요인 현정건과 그의 동생인 일장기 말살 의거 주역 소설가 현진건, 중국 정규군 장군 이상정과 동생인 민족시인 이상화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대구에서 배출됐다. 대구에는 또한 전국에서 유일한 독립운동가 묘원인 국립신암선열공원이 있다. 이처럼 대구만으로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건립될 명분은 차고도 넘친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 내에 대구형무소 역사관을 따로 두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의 콘텐츠가 그만큼 확대되고 풍부해지기 때문이다.1910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이 강제 병탄된 뒤 대구감옥(형무소)은 서울 서대문감옥(서대문형무소), 평양감옥(평양형무소)과 함께 3대 감옥의 하나로 전국의 숱한 독립운동가의 순국 현장이 됐다. 대구감옥 수형자 중 순국 독립운동가 수는 영남 98명(48%), 호남 76명(37%), 강원 15명(7%), 충청 13명(6%), 제주도 3명(1.5%) 순이다. 이 중 58%가 의병 활동이 죄목이며 나이는 19세부터 74세까지 다양했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유공자는 2021년 6월 기준 206명(서훈 202명, 미서훈 4명)으로 서대문형무소 순국 독립유공자 195명(서훈 175명, 미서훈 20명)보다 11명 많다. 1925년 인구 비례로 볼 때 서울의 1.6배, 부산의 3배, 인천의 5배다.◆대구감옥 역사와 복원대구감옥은 1601년 경상감영 설치 후 감영 내 좌옥과 우옥을 뒀다. 좌옥은 서문로교회 터(대구 중구 서내동 8-1)이며, 우옥은 대안성당(대구 중구 대안동 31-11) 자리로 추정된다. 일제는 1909년 9월 대구 중구 삼덕동에 대구감옥을 신축하고 이듬해 4월17일 이전한다. 1923년 5월 대구감옥이 대구형무소로 개칭되고 광복 이후 그대로 사용되다 1961년 대구교도소로 명칭을 변경한다. 1971년 6월1일 60년간의 '삼덕동 대구교도소 시대'를 마감하고 달성 화원으로 이전해 50여 년간 유지하다 올 하반기 달성 하빈면으로 다시 이전할 계획이다. 1908년 건립된 서울 서대문감옥은 형무소~교도소~구치소를 거쳐 경기도 의왕으로 이전했다. 기존 서대문구치소는 1988년 2월 '사적'으로 지정됐다. 1992년 8월15일에는 인근 독립문을 포함한 3만여 평이 서대문독립공원으로 조성됐다. 서대문구치소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1998년 개관한 것과 달리 대구 삼덕동 교도소 터는 당국의 무관심과 무대책 속에 주거 및 상업용지로 변경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나마 3년 전부터 삼덕교회가 옛 감옥 터를 알리는 안내판을 만들고, 수형생활을 했던 이육사 시인의 기념공간을 마련했다. 이후 중구청에서 대구형무소 순국 206위의 명단을 모두 새긴 안내판을 추가로 설치해 '추모의 벽'을 만들었다. 삼덕교회는 2021년 7월 중구청과 교회 창립 60주년 기념관 2층 일부를 대구형무소 이육사기념관(예산 12억원)으로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구의회에서 예산 편성이 부결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이육사 관련 기념관으로는 경북 안동 생가터에 조성된 문학관이 있고, 대구에는 이육사기념관(중구 남산동), 이육사작은문학관(중구 북성로) 등이 있다. ◆다크투어리즘과 교육적 효과역사적 의미가 깊은 형무소를 보존 또는 복원해 다크투어리즘(역사적 아픔의 장소나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으로 활용한 예는 많다. 안중근 의사, 신채호·이회영 선생 등이 순국한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은 한국 관광객의 주요 코스다.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베트남 하노이 호아로감옥, 미국 샌프란시스코 알카트라즈감옥, 일본 홋카이도 아바시리감옥, 태국 푸꾸옥감옥, 호주 퍼스의 프리맨틀감옥, 이탈리아 로마 마메르티노감옥 등도 인기 관광지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방문객은 매년 70만명이 넘고, 전북 익산교도소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 주관 '대한민국 안심관광지'에 뽑혔다. 이 밖에 프랑스 바스티유감옥, 대전 형무소 터는 광장 또는 평화공원 등으로 조성됐으며 역사교육 및 추모 공간으로 관광자원화하고 있다.지난해 9월14일 광주전남지역 지자체와 보훈청 관계자가 삼덕동 대구형무소 터를 방문해 호남 출신 의병(장)과 독립운동가를 기리고 추모했다. 9월22일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직접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 앞서 2018년부터 매년 10월 제주4·3희생자유족회원 등이 이곳을 찾아 추념하고 있다. 대구시장 재직 시 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언급한 적 있는 문희갑 전 대구시장은 "팔공산 자락이나 대구 도심 적당한 터에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우뚝 서고 대구형무소역사관이 재현돼 후세에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질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일제가 이른바 '남한폭도대토벌작전'이란 미명으로 체포한 호남 의병장들(1909년 광주감옥)과 옛 대구형무소(중구 삼덕동) 모습을 합성한 사진. (출처=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제공〉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가칭)대구독립운동기념관 조감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제공〉
[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 기념관 하나 없는 '독립운동 성지'
대구형무소 복원 및 대구독립운동기념관(가칭) 건립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말 우원식(민주당), 윤주경(국민의힘) 의원 등 4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발의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신규 건립에 필요한 기본계획수립 연구용역비 5억원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됐다. 지난 28일 김능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추진위원장에 따르면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100대 정책과제 중 98번째로 포함됐다. 하지만 대구시가 시의 부채탕감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난색을 표해 국비로만 진행돼 왔다. 지난해 4월 대구시가 계명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건립 필요성을 느낀다'는 대구시민이 75.9%에 이를 정도로 당위성을 인정받았다. 대구시의회 역시 재작년 '독립운동정신 진흥' 조례를 제정하면서 독립운동정신 현창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음에도 정부와 대구시의 미온적 대응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전국의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 72개소 가운데 특정 인물 및 민간소유를 제외하고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은 서울(1), 부산(1), 인천(1), 광주(1), 경기(3), 강원(1), 충북(1), 충남(1), 경북(3), 경남(2), 전북(1), 제주(1) 등 총 17개소다. 인구 200만명 이상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이 없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보다 인구가 훨씬 적은 제천, 안성, 청송, 밀양, 군산 등지에도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이 여럿 있다. 김능진 위원장은 "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사유지 1만여 평(4만7천520㎡)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부지로 기증할 만큼 열의가 뜨거운 곳이 대구다. 올해부터는 좀 더 적극적, 공개적으로 나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영남일보-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공동기획] 미증유의 G0(제로) 시대 - 세계시장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지난해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위기와 식량 위기는 지난 수십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높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 지구촌 곳곳에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리더십은 찾아보기 힘들다.이런 와중에 새롭게 대두한 강대국 중심의 각자도생의 양태는 탈세계화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대외 개방형 경제인 한국이 세계 시장 접근법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이유다. 이에 영남일보는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과 10회에 걸쳐 달라진 세계 질서를 진단하고,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고민해 봤다. 강준영 HK+국가전략사업단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반드시 미국과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업종별·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제경기, 비관적 전망 압도적탈세계화(Deglobalizaion) 현상에 따른 국제분업체계와 공급망 혼란으로 상징되는 지구촌 경제의 파편화와 불확실성의 뉴노멀(New Normal)화. 바로 2023년 세계 경제의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낙관적이지 못하다. 비록 선진국의 민간 재무 여건이 양호하고 중국의 코로나 봉쇄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Reopening) 기대 등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에너지난과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산업생산이나 건설투자 등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것란 비관적 전망이 압도적이다.국제경기 예측기관의 전망 역시 이를 반영한다. 국제통화기금(IMF)는 2023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작년의 3.2%보다 낮은 2.7%로 전망했고, 세계은행도 인플레이션 악화 시 0.5%~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를 전망하면서 유럽 에너지난이 심화되면 1.8%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비관적이다.◆다중 위기에 직면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미·중 전략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로 인한 공급망 교란과 에너지난, 그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자국 보호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Feb)의 급진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세계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는 장기간 불안정 상황이 고착되는 영구적 위기(Permacrisis)와 복합위기에 상시 노출되는 다중 위기(Polycrisis)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속화되고 있는 탈세계화이는 세계화의 또 다른 변형인 탈세계화를 추동하고 있다. 첫 번째 세계화는 1차 대전으로 막을 내렸고, 2차 대전 후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한 2차 세계화는 1970-80년대의 두 차례 에너지 위기로 인한 경제 쇠퇴와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다시 와해 되었다.3차 세계화는 냉전 체제의 와해와 미국의 주도와 중국의 개혁·개방을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진행됐다. 반세계화 사조도 있었지만, 지구촌은 인터넷 등 정보의 발달과 디지털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국제분업 체계에 따른 공급망을 구축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은 미국을 긴장시켰고, 결국 진영론을 앞세운 탈세계화로 변질됐다.◆세계 경제,강대국 중심의 각자도생현재 국제사회와 국제 경제는 공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세계 3대 경제 축인 미국과 유로 시장 경기가 0%대나 그 이하 성장이 예상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의 성장률도 예전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각국 경제는 자연스럽게 효율보다는 경제 안전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당연히 경제발전과 협력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 자금 경색으로 인한 신산업 개척 지연 등도 국제 경제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결국 각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며 이 역시 강대 경제 체제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국제경제의 연쇄적 쇠퇴 가능성↑이 상황은 국제 경제의 '연쇄적 쇠퇴'(rolling recession)를 초래할 수 있다. 즉 한 국가의 침체가 끝나면 다른 국가가 침체를 맞는 상황이 반복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은행의 보고서는 미국과 유로 존의 침체가 중국 등 많은 신흥시장의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의 입장은 더욱 어렵다. 한반도 최대 현안인 북핵과 관련해 한·미 동맹의 강화는 필수적이지만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경제 교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올해의 지역별 세계 경제전망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은 0.5%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자국 보호주의 기치를 확실하게 반영한 '반도체 과학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한국의 핵심 주력산업을 압박하고 있다.최대 시장인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포기 효과로 4.3%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 진작과 '과학 기술주의'를 내세우면서 한국의 대미 경사(傾斜)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CHIP4) 참여나, 인도·태평양 공급망협의(IPEF) 참여를 한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 견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한국 경제의 미래, '美·中'에만 있는 건 아니다사실 작년 한국 무역은 472억 달러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국제에너지난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증가와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의 부진이 뼈 아팠다. 사이클 경기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산업인 반도체 수출은 올해 들어 전년 동기대비 29.5% 감소했지만, 석유제품은 26.9% 승용차는 51.7%, 무선통신 기기는 43.5%가 증가했다. 산업 경쟁력 고도화와 지역 다변화가 병행되면 일정 효과 유지가 가능한 가운데 디지털 전환 추진, 한류 관련 시장, 스마트 시티 등 한국 강점 분야에서 협력 기회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 하락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대외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기 침체 방어' 정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수출 입국이 핵심인 한국 경제의 미래에 미국과 중국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도전과 위기의 병존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공급망 변화는 세계화를 통해 성장해온 우리에게 도전이자 기회다. 중요한 것은 지역별 접근 전략이다. 수출 시장 개척과 경기 하강에 대응해 지역별·업종별 특성에 맞는 차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강점을 극대화해 어떻게 지역별로 접근할 것인가가 관건이다.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올해 4.7%대의 경제발전이 예상되며, 남아시아의 경우 인도 시장의 대두로 5.5% 성장이 예상된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는 한국의 수출 증대 등에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럽이나 중앙아시아는 0.1%대, 중남미 지역도 1.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대적으로 중동이나 북아프리카는 3.5%,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도 3.6% 성장이 예상된다. 지역에 따라 추가 긴축이나 지정학적 갈등 요소 및 환경 재해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각국이 코로나 팬데믹 3년의 위기를 뚫고 경기 진작을 꾀하는 만큼 분명한 맞춤 전략이 요구된다.◆'신(新) 중동 붐' 조성해야코트라의 2023 세계 시장 진출 전략에 따르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내 공급망 확대를 신경 쓰고 있는 것을 이용해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기회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다. EU의 경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수소 산업 등의 역내 생산역량 확충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전기차나 자율주행 자동차 부품 분야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경우는 기술 자립을 통한 자국 공급망 안전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특정 분야의 기술 협력 기회가 있다. 일본 기업의 복수 공급선 확보에 적극 대응해야 하며, 중동이 펼치는 에너지 다변화에 발맞춰 수소, 태양광 등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를 선점해 '신(新) 중동 붐' 조성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지역별 세분화 전략 수립해야이와 더불어 국제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산업간 무역도 중요하지만 경쟁 속에서도 상호보완성을 중시하는 산업 내 무역도 중요하다.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자원시장 확보에 대한 종합적 대책도 필요하다. 탈세계화는 반세계화가 아니므로 정치적 이유로 경제적 이익을 간과할 필요는 없다. 주력산업은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별 세분화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이를 위해선 '글로벌 중추 국가'에 맞는 국제적 감각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조응하는 업종별·지역별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英 이코노미스트 2023 세계 경제 전망. 강준영 교수 제공.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 HK+국가전략사업단장.
2023.01.26
인재가 기업이다(하)신산업 분야(로봇·ABB 중심)...로봇산업 인력수요에 맞춘 전문인재 양성·지역 정착 '절실'
신산업 분야 인력 확보를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산업구조가 급변하면서 각 기업은 초격차 기술확보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 신산업 역시 인재 확보가 급선무다. 기술 혁신을 주도하면서 지역경제에 낙수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해야 하지만 유망 기업이 새 입지를 결정하는 요인은 바로 '우수 인재 확보'다. 첨단 기업은 대규모 생산시설의 자동화 공정을 운영할 고급 인력과 연구개발(R&D)인력 확보에 애가 탄다. 그 부분을 대구가 해결해야 한다. 로봇, 정보통신기술(ICT)업종이 그 중심에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과 실제 지원자 자격 '미스매치' 해소한국로봇산업진흥원·로봇직업혁신센터 등 실무인재 배출 박차지역 산·학·관 협력 프로젝트로 고졸 재직자 학위취득도 가능ICT분야 인력 수도권 쏠림 심각한 만큼 우수기업 유치도 관건◆전문인력 수요 급증하는 로봇 분야 로봇 산업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뜨거워진다. 미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기술 박람회 'CES 2023'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도 로봇이다. 국내 대기업의 투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다. 초창기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주로 보급됐지만 서비스 로봇 개발 쪽으로 활용 폭이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이른바 'ICT 융합기술'이 접목되면서 서비스 로봇은 점점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력 수요도 높아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능형 로봇 산업 인력 수요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인력 수요는 연평균 26.4% 증가하고 있다. 2013년 1만1천500명이던 취업자 수는 올해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잖다. '2021년 대구시 로봇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기술개발 분야 애로사항으로 '전문인력 부족'을 꼽은 기업은 22.3%다. '초기투자 비용 부담'(51%)에 이어 둘째로 비중이 높다. 지난해 4분기 대구지역 로봇기업 실적 가운데 고용 지수는 92.5로 기준치(100)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대구 북구 노원동)은 인력양성에 적극적이다. '로봇기반 혁신선도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혁신 신기술을 이해하고 로봇과 타 산업 간 융합이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다. 로봇 관련 전문교육 훈련, 국내외 로봇 경진대회 참여 지원 등 실무역량 강화과정도 있다. 특히 대학과 권역별 기업을 연계해 산학 프로젝트를 공동수행하고 취업연계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영남대를 비롯해 전국 5개 대학이 참여해 올해까지 총 48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경북 구미에 설치된 '로봇직업혁신센터'도 인력양성기능을 톡톡히 한다. 2020년 운영을 시작했고 올해까지 총 2천100명 이상의 로봇활용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기업에 대한 수요조사와 산업 트렌드를 반영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장비도 확충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운용·산업용로봇적용분야별 응용·협동로봇 소프트웨어 등 2~3일 내 '단기 과정'을 수강할 수 있다. 복수의 단기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개별 프로젝트를 실습하는 '장기 과정'도 마련돼 있다.윤정민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인력양성팀장은 "연차별로 장비, 시설은 물론 교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재직자를 포함한 로봇 관련 교육이 필요한 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 신청을 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제조를 넘어 서비스까지 로봇의 활용이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직업군도 다변화되고 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력확보 경쟁 치열한 ABB 산업대구시가 역점 육성하는 ABB(인공지능·블록체인·빅데이터)는 ICT 소프트웨어 산업 가운데 고도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디지털 전환(DX)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커졌다. 특히 제조업, 환경, 에너지, 교통, 의료, 국방 등 전 산업과 연계가 가능하다는 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기업들은 앞다퉈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인력 확보는 녹록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신소프트웨어 사업 부족 인력(2021년 기준)은 2천600명으로 추산된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AI가 23.8%로 가장 많고 VR·AR·MR(22%), 클라우드(21.8%), 빅데이터(16%) 등이 뒤를 이었다.채용 시 애로사항을 묻는 문항에 대해선 절반(49.3%)에 가까운 기업이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을 꼽았다.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과 실제 지원자의 자격이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미스매치'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대구지역 ICT기업 사이에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인력 확보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실제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이하 DIP)이 발표한 '2021 지역 IT·SW산업 생태계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향후 '보유인력 교육강화'에 나서겠다는 기업이 전체 53.4%를 차지했다. '새로운 인력 확보'를 추진하는 기업도 49.3%로 나타났다.이에 DIP는 지역 SW집적단지인 수성알파시티를 중심으로 산·학·관 협력체계를 토대로 한 '지역산업 SW인재양성 기반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선정을 계기로 시작해 2026년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북대와 계명대가 참여한다.'SW기업 재직자 대상 학위과정' 운영을 통해선 고졸 재직자가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총 23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목표(20명)를 초과 달성했다.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또 '학부생 학위과정'은 현장맞춤형 인력 육성을 목표로 지역 SW기업과 산학협력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장·단기 현장실습(인턴십)을 운영해 중소기업 ESG플랫폼 개발 등 13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SW특강·단기강좌, SW기업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과정, SW경진대회, 산학프로젝트 성과교류회 등 다양한 SW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대학과 기업이 연계한 교육인프라 거점인 SW산학캠퍼스 '코드 알파'가 올 상반기 중 수성알파시티에 개소된다. 최신 교육장비 구축은 물론 기업과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안현우 DIP 디지털인재팀장은 "ICT는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분야로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하다. 지역에도 우수한 기업이 있지만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면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알맞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착률을 높이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구미 소재 로봇직업혁신센터 교육장. 교육생들이 협동로봇 기술에 대한 강연을 수강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구미 소재 로봇직업혁신센터.
2023.01.25
[노벨문학상 산책] 가즈오 이시구로 '지난날의 잔재'...'달링턴 홀'에 바친 한 집사의 인생…그의 삶은 가치 있었을까
이시구로에게 부커상을 안겨준 이 소설의 원제는 'The Remains of the Day'이다. 송은경은 2009년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제목으로 국내 번역서를 발간하였다. 필자는 본 소설을 논의한 학술논문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소설의 형식 및 자기기만과 성찰로 이어지는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소설의 정조에 주목하여 '지난날의 잔재'로 제목을 옮겼다. 이 글에서는 국내에서 출간된 역서의 제목으로 이시구로의 소설을 지칭하기로 한다.부친 임종때도 주인 시중 들던 스티븐스그의 기억 속 자랑스럽던 주인의 모습6일간의 여행 통해 다시 돌아보게 돼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깊은 성찰 돋보여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인종·언어적 정체성 뛰어넘는 문체 '백미'가즈오 이시구로(1954~)는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계 영국 작가이다. 이시구로의 소설은 "위대한 정서적인 힘"으로 우리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환상과 "그 아래의 심연을 드러낸다"고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를 밝혔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났으나 1960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던 이시구로는 일본계 영국 작가라는 이국성으로 처음 주목받았으나 점차 인종적 정체성과 언어의 국지성을 넘어서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세계 문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1982년 첫 소설 '희미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부터 2021년 발간된 '클라라와 태양(Klara and the Sun)'에 이르기까지 이시구로는 폭력적인 역사와 불안정한 삶의 조건 앞에 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불안과 고통, 희망과 좌절, 우정과 사랑에 대해 삶의 조건을 수용하거나 이에 저항하는 선택에 대해 깊이 숙고한다. 대체로 간결하고 정돈된 문체를 구사하는 이시구로는 이러한 문체 아래 숨겨진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타래를 탁월하게 펼쳐낸다. 일본계 영국 작가라는 특이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이시구로는 "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소재를 다룬 그의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로 잘 알려져 있다. '남아 있는 나날'은 영국의 전통적인 장원저택 달링턴 홀을 배경으로 전형적인 영국 신사인 달링턴 경에게 헌신한 영국인 노집사 스티븐스의 회고록 형식을 띠고 있다. 1956년 7월로 설정된 프롤로그에서부터 달링턴 홀과 스티븐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맞이한다. 달링턴 경의 죽음 이후 달링턴 홀은 경매에 부쳐지고, 스티븐스는 부유한 미국인의 소유가 된 달링턴 홀에서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소설은 새 주인의 권유로 6일간의 여행길에 오른 노집사의 여정을 따라간다. 스티븐스는 1930년대 초 달링턴 경의 친구에게서 물려받은 신사복을 여행 가방에 담고 역시 1930년대에 쓰인 여행 안내서를 들고 길을 떠난다. 1956년 달링턴 홀의 매각에서 암시되는 세계질서의 급격한 변화 속에 1930년대에서 멈춰버린 듯한 스티븐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면서도 역설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속절없이 드러낸다. 오래전에 결혼하며 달링턴 홀을 떠난 가정부 켄턴을 찾아가는 그의 여행은 곧 달링턴 경을 헌신적으로 섬겼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기억의 미로를 더듬어가는 여정이기도 하다."진정한 집사는 오로지 영국에만 존재하며 진정한 집사는 영국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스티븐스는 집사의 '위대함'이란 '품위'를 잃지 않는 데에 있다고 믿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능력이 곧 품위라고 여기는 스티븐스는 평생 사적인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고 달링턴 경의 뜻을 살펴 시중을 듦으로써 진정한 집사라는 소명을 이루고자 했다. 스티븐스는 달링턴 경이 달링턴 홀에서 주최했던 1923년의 국제회담과 1930년대 비밀회담을 자신이 집사로서 위대함을 성취한 분수령이라고 회고한다. 이 두 회담에서 그는 삶의 사적 면모들과 감정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주어진 직무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성기를 지난 부친이 달링턴 홀에 부집사로 부임 후 뇌졸중으로 쓰러져 임종을 맞는 순간에도 스티븐스는 국제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달링턴 경의 손발이 되어 활약한다. 부친의 임종을 지키는 대신 만찬 시중을 완벽하게 들었다고 칭찬 세례를 받았던 그날 저녁을 떠올리며 스티븐스는 "가슴 아픈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집사로서 위대함에 도달했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노라고 자부한다.스티븐스의 성취감은 단순히 집사로서의 일상적인 직무를 다했다는 만족감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는 달링턴 경이 신사 중의 신사, "도덕적 의무에 대한 깊은 자각"을 가지고 있는 신사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스티븐스는 달링턴 경에게 헌신함으로써 그 자신도 올바른 역사의 흐름에 기여했다고 믿는다. 달링턴 홀에서 신사들의 시중을 들며 스티븐스는 "유럽 최고의 실력자들이 우리 대륙의 운명을 논"하는 자리에 자신이 함께 있었고 자신의 "직위에 상응하는 품위"를 지켜내면서 "세상의 저 위대한 중심축에 거의 도달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했을까?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 독일에 취해진 베르사유 조약을 비신사적이라고 여긴 달링턴 경은 독일을 도울 방안을 찾고자 비공식적 국제회담을 개최했고, 이 회담의 여파로 히틀러의 외교사절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고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무렵 독일 친화적인 외교 행보를 이어간다. 스티븐스의 기억 속에 달링턴 경은 유럽의 평화 유지라는 숭고한 목표를 이루고자 했던 진정한 영국 신사이지만, 훗날 달링턴 경은 나치의 협력자이자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스티븐스는 여행의 중반에 이르러 기억의 어지러운 미로를 헤쳐 나오면서 스스로 편치 않은 기억의 편린들을 발견한다. 영국 내 파시스트 정당과 친분을 맺은 달링턴 경이 두 명의 하녀를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해고했던 사건을 회고하면서 주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기만 했던 자신과는 달리 그 부당함에 항의했던 켄턴을 떠올린다. 당시 켄턴이 불의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스티븐스는 전혀 공감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공감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이 일화는 스티븐스가 달링턴 경의 도덕적 우월성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였음을 보여준다. 대신 스티븐스는 자신에게 마음을 여는 켄턴을 외면하고 그녀를 향하는 자신의 마음 또한 모른 체하며 기꺼이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고 집사로서의 직무에 충실했을 때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여행 초반 스티븐스는 달링턴 홀에서의 자신의 삶을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회고하지만, 차츰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삶의 공허함을 깨닫게 된다. 여행 마지막 날 켄턴을 마주한 후 스티븐스는 "인제 와서 뭘 숨기겠는가? 실제로 그 순간, 내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또한 스티븐스는 바닷가의 어느 부두에서 처음 만난 낯선 이 앞에서 눈물을 터트리며 씁쓸하게 털어놓는다. "난 '믿었어요.' 나리의 지혜를. 그 긴 세월 그분을 모시면서 내가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지요. 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말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여행의 끝에서 달링턴 홀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뼈아픈 자각을 얻은 스티븐스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세계질서 속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떠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남아 있는 나날'을 통해 이시구로는 격변하는 역사의 회로에 매몰된 한 개인이 자신이 살아낸 삶의 윤리적 정당성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스티븐스의 이야기는 의미를 드러내는 동시에 숨기는 언어의 긴장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한다. 굴절된 기억의 미로를 따라가는 스티븐스의 이야기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의심이 동시에 드러나고, 자기기만과 자기성찰의 순간들이 교차한다. 역사의 흐름을 벗어나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다는 면에서 우리 모두가 스티븐스와 같은 집사라고 말하는 이시구로는 역사의 무게를 직시하고 그 시공간이 제시한 삶의 조건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펼쳐낸다.김영주 <서강대 영미어문전공 교수>공동기획: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HK+사업단 ■김영주 교수는?서강대 영문학부 영미어문전공 교수로 20세기 영국 소설 및 여성문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텍사스A&M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영국 소설에 나타난 문화지리학적 상상력: 가즈오 이시구로의 '지난날의 잔재'와 그레이엄 스위프트의 '워터랜드'를 중심으로' ''가슴속의 이 빛이': 버지니아 울프와 고딕미학의 현대적 변용' '잔혹과 매혹의 상상력: 안젤라 카터의 동화 다시 쓰기'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영국문학의 아이콘: 영국신사와 영국성' '20세기 영국 소설의 이해 II'(공저), '여성의 몸: 시각, 쟁점, 역사'(공저), '영미문화를 읽는 세 가지 키워드 : 공간·윤리·권력'(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 버지니아 울프의 '세월'이 있으며, 한국버지니아울프학회와 함께 울프의 단편과 에세이 공동번역에 참여했다.김영주 교수 (서강대 영미어문전공)
2023.01.20
지역 재도약의 길 (중) 경북 '메타버스'…메타버스 수도의 꿈, 全주기 산업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가 선명하지 않았던 지난해 초. 경북도는 전문가 초빙 특강 등을 통해 일찌감치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온라인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동안 강점이 있었던 문화·관광 분야가 잔뜩 얼어붙었던 경북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3월 '메타버스 수도'를 선포하고 각 실·국, 산하기관, 23개 시·군 등에서 1개 이상 관련 사업을 발굴토록 하는 등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하며 세계 유수의 IT기업도 메타버스 관련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타 지자체 등에 비해 한발 빠른 선점 효과는 관련 업계·전문가 등 사이에서 '경북=메타버스'라는 등식을 성립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지난 한 해 굵직한 성과도 적지 않았다. 국비(482억원) 포함 770억원의 메타버스 예산을 수립해 관련 생태계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경북과 함께 메타버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 발굴하는 동맹체제도 구축했다. 메타경북 얼라이언스(Alliance)에는 XR(확장현실)과 미디어 관련 기업·대학 등 160개 회원사가 동참했다. 또 현실과 동일한 가상공간에서의 면세점 구축·운영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하지만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녹록지 않다. 문화·관광 분야 관련 콘텐츠 발굴 외에 앞으로 독자적인 플랫폼의 안정적 운영, 메타버스 관련 기기 생산을 위한 산단 조성 등이 필요하다. 결국 '메타버스 수도'는 경북 내에서 관련 산업 생태계의 전주기가 구축됐을 때 가능해진다.◆메타버스에서 되살아날 호국영령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 구현되는 새로운 세계다. 코로나19 확산 후 비대면이 '뉴 노멀'로 주목받으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현실 세계와 동일한 수준으로 구현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새로운 대세가 됐다. 이 부분에서 경북은 분명 강점을 가진다. 우선 경북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활용 가능한 다양한 역사·문화 관광자원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지난해 7월 안동 하회마을, 의성 고운사, 경주 양동마을 등이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되는 공모사업(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지원 공모)에 선정된 것이 좋은 예다. 이 사업을 위해 경북도는 서울시·전북도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앞으로 하회마을 등 3개소는 서울 남산·전주 한옥마을과 함께 메타버스 공간에서 관광·숙박, 특산품·디지털 콘텐츠 거래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제공한다. 올해 경북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메타버스 콘텐츠 구현사업은 경북의 큰 자랑인 '호국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1천400여 년 전 신라의 삼국통일, 두 차례 왜란 당시 의병을 조직했던 조선의 민초, 국권을 강탈한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 등 국난 극복 현장에 있었던 선조의 얼과 정신이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된다. 경북도는 이를 '선한 영향력 확산을 위한 메타버스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대한민국 메타버스 호국 메모리얼 파크 조성에 나선다.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메타버스 공간 내에 애국·호국을 기리는 공간을 구축한다. 실감·멀티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독립운동가·의병장 등을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으로 탄생시킨다. 가상인간·디지털휴먼·메타휴먼 등을 통칭하는 버추얼 휴먼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실제 사람 모델에 얼굴 이미지를 덧입혀 만든다. 계획대로라면 호국의 성지로 여겨지는 경북에서 길게는 천년, 짧게는 수십 년 만에 호국 영령이 되살아나는 셈이다. 경북도는 연구용역 추진, 세미나 개최, 중앙부처 건의 등 올해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할 방침이다.메타버스 산업 선도하는 경북풍부한 역사·문화 관광자원 강점 바탕 경북 중심 160개 회원 동맹체제 이끌어올해 호국 메모리얼파크 사업 역점 추진"메타버스로 국민의 꿈 실현해 드립니다"버킷 리스트 프로젝트도 상반기 본격화'메타버스 글로벌 메카' 잰걸음2026년까지 메타버스 육성거점 5곳 구축인력 6천명 양성·메타인구 1천만명 목표한류 메타버스·혁신 특구 추진 등 주력지속 성장 위해 독자 플랫폼 안정적 운영관련 기기 생산 산업단지 조성도 '과제'◆꿈이 현실이 되는 경북 메타버스메타버스의 큰 특징은 시·공간 제약 없이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VR헤드셋 등만 있으면 플랫폼에 접속해 구현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부터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가 가능한 공항 면세점의 메타버스 구현도 추진 중이다. 코로나 여파로 국제공항 이용은 제한적이지만 메타버스 면세점은 상품 구매 등이 가능하다. 메타버스를 통해 닫힌 하늘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올해는 더 나아가 어떤 제약도 극복할 수 있는 대국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죽기 전 한 번은 꿈꿔 왔던 버킷 리스트 실현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첫해인 만큼 대국민 공모를 통해 여행·스포츠·과거 등 3대 분야를 정해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 열린 월드컵 결승전을 가고 싶어 하는 국민이 많을 경우엔 동일한 공간을 구현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경북도는 상반기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하고 싶어 하는 3대 공간을 공모한 뒤 하반기 이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꾸린 메타경북 얼라이언스 그룹에서 운영하고, 구현이 완료된 이후에는 도청 1층에 마련된 체험존에서 체험행사를 연다. 경북도 관계자는 "버킷 리스트 프로젝트의 경우 △꼭 가고 싶은 여행지 △꼭 하고(보고) 싶은 스포츠 △꼭 다시 가고 싶은 과거 등 3개 테마로 공모를 한 뒤 이를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수도 경북'에서 국민의 꿈(염원)을 실현해 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메타버스의 길, 경북으로 통한다경북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메타버스 수도 경북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메타버스 육성 거점 5곳 구축을 비롯해 △R&D 콘텐츠 150건 개발 △마케팅·인증·실증 등 기업 1천615개사 지원 △크리에이터 등 인력 6천260명 양성 △가상도민(메타인구) 1천만명 유치 등을 목표로 한다. 목표가 이행되면 지역에는 생산유발효과 6천88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3천275억원, 취업유발효과 5천353명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경북도는 이를 위해 한류 메타버스 거점과 글로벌 메타버스 혁신특구 조성을 중점 추진한다. 글로벌 한류 메타버스 거점을 위해선 △한류통합 커뮤니케이션센터 △한류메타버스월드 △메타버스데이터센터 설립 등을 추진한다. 한류메타버스월드는 전 세계 사용자가 한류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이들의 한류콘텐츠 재창작을 지원한다. 또 데이터 중심의 개방형 메타버스 융합시설인 메타버스데이터센터는 메타버스 컴퓨팅 및 콘텐츠 고도화를 비롯, 실증창업 지원이나 개발인력 양성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경북도는 정부의 회계증빙서류 전자화 추진정책에 따라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행정 효율화 등에도 나선다. NFT(대체불가토큰)로 출장 영수증을 발행해 △비용절감 △자원절약 △환경보호 등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 앱을 통해 위치정보·날짜를 인증하고, 블록체인으로 이를 증명하면 연 800억원 수준의 경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시범운영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관련 콘텐츠 구현뿐 아니라 산업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는 한편 행정 분야에서도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효율화 등을 추진하겠다"며 "지난해 메타버스 관련 예산 확보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 올해는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2023.01.18
[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대구의 뿌리' 달성토성...동물원 옮겨갈 대공원 조성 늦어져 토성 복원 밑그림에 주력
대구시민은 달성공원과 얽힌 추억을 저마다 하나둘 가지고 산다. 225㎝의 큰 키로 달성공원을 27년간 지켜왔던 '키다리 아저씨' 고(故) 류기성씨,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필수 소풍 장소, 정문 앞에 진 치던 약장수와 야바위꾼, 지금도 동트기 전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시장 등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주요 키워드다. 달성공원 역사는 고작 54년(1969년 개원)이지만, 사실 이곳은 대구의 2천년 역사를 간직한 달구벌의 본향 '달성토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가 대구의 지리적·정신적 뿌리라는 사실을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동물원에 가려 빛바랜 달성토성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영화 교남문화유산 대표는 "달성은 대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가장 오래된 유적이자 대구의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는 중요한 유적"이라며 "대구시와 학계, 시민단체에서도 토성을 통해 대구의 역사성과 정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성벽 아래서 선사 유물 발견돼문헌상으로 삼국사기 첫 언급일제땐 신사 세워져 강제참배대한광복회 결성 성지이기도공원 개원 후 동물원도 들어서대구시, 2018년 복원계획 수립작년엔 정밀 지표조사 진행도올해 기본계획 보완 들어갈 듯토성 연계한 달서천·해자 복원2027년까지 국비 확보 계획만◆대구의 모태 '2천년 역사'문헌상으로 달성은 삼국사기에 처음 언급되지만 청동기시대 이래 대구 중심 세력의 집단 생활근거지였다. 이들은 낮은 구릉을 이용해 성벽을 쌓고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벽 아래에서 초기 철기시대의 조개더미와 각종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지방 중심세력이 성장해 초기적 국가 형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고려 중엽에는 달성서씨 세거지였지만 조선 세종 때 이곳이 관아의 부지로 결정되면서 달성서씨 종손인 구계 서침 선생이 땅을 헌납했다. 임진왜란 중 경상감영이 설치됐지만 정유재란 때 불탔다고 한다. 일제는 1905년 달성토성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이어 1906년 황궁요배전, 1915년 신사를 세웠다. 대구의 모태인 이곳은 황국신민화 정책 선전장으로 변질됐고, 대구경북민은 강제로 참배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런가 하면 독립운동의 성지이기도 했다. 1915년 8월25일 달성토성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는 1920년대 의열단, 1930년대 한인애국단으로 계승됐다. 신사는 1966년이 되어서야 철거됐으며, 대구시는 내부 현대화 작업 등을 거쳐 1969년 달성공원으로 개원했다. 1970년에는 동물원을 개장했다.◆복원 시작은 '동물원 이전'동물원을 이전하고 '사적지'로서의 달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토성 유적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물을 옮길 장소와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영남일보 과거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1997년 수성구 고산동 대구대공원으로 동물원을 옮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어 2000년 1월 수성구 대구대공원 구름골 68만5천㎡에 1천832억원을 들여 11만3천㎡ 규모의 새 동물원을 조성하고 달성공원 동물원을 옮긴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상황 악화로 민간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10여 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었다.그럼에도 대구시의 달성토성 복원 추진은 계속됐다. 2010년 1월 달성토성 정비복원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5년간 국·시비를 포함해 총 100억원을 들여 동물원을 이전하고, 사육사·향토역사관·정문을 철거한 뒤 성벽을 복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구시는 그해 문화체육관광부가 '3대 문화권 문화생태 관광기반 조성사업'을 공모하자 '달성토성을 2010~2013년에 복원하겠다'며 응모해 선정됐다. 대구시는 총예산 172억원 가운데 120억원을 국비로 확보했고, 문체부는 동물원 이전을 전제로 2010~2012년 92억원의 예산을 대구시에 지원했다. 그러나 대구시가 동물원 이전지를 결정하지 못하면서 꼬여버렸고 결국 92억원을 반납하는 촌극이 빚어졌다.20년 넘게 갈피를 잡지 못하던 사업은 대구시가 2017년 5월 대구대공원지구 공영개발 추진 방침을 밝히고 동물원 이전을 공식화함에 따라 실마리가 풀렸다. 2018년 대구시는 '대구 달성 보존·활용을 위한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내놨으며, 이듬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당초 2023년 준공 목표로 추진해 온 대구대공원 조성사업도 예상만큼 진척되지 않으면서 현재 달성토성의 본격적 복원 시점도 늦춰진 상황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그동안 토성 복원 밑그림을 그리고 발굴조사 등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한편 대구시는 지난해 8월 '도시계획시설(대구대공원) 사업 실시계획 변경' 고시를 내고 준공 예정일을 2026년 6월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준공일에 다가선 시점이 돼서야 달성공원 내 동물이 터전을 옮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아직 보상이 덜 끝났고 실시설계를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 변수가 남아있다"면서도 "아파트를 다 짓고 벽지를 바르고 전기가 들어온 후에야 주민이 입주할 수 있는 것처럼 대구대공원 역시 안전 및 거주 여건이 확보된 뒤라야 동물이 들어와 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달성토성은 어떻게 복원될까대구시는 2018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20년 기록화 사업을 통해 동물사 철거에 대비한 기초도면을 작성했다. 지난해에는 정밀 지표조사와 지표투과레이더(GPR) 기법을 이용한 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달성 내 서쪽 일원 일제강점기 대구신사와 관련한 건물 배치양상과 규모 등이 명확히 확인됐다. 또 그 이전으로 볼 수 있는 기단석열의 흔적 등도 확인됐으며, 이는 신사 건립 이전 건물과 관련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사적 지정범위 바깥까지 매장 문화재 유존 범위를 확대해 주변에서 확인될 수 있는 유구 및 해자 등의 보존·조사를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올해는 2018년 계획을 보완하는 용역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2024~2025년에는 결과들을 바탕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해 학술 발굴 등을 진행한다. 발굴 자료들은 향후 향토역사관을 리모델링해 만들 역사관의 전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달성 내 '일제 잔재' 청산은 해묵은 논쟁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신사는 이미 철거됐는데, 이 역시 역사의 일부분이므로 달성토성 긴 역사의 스토리텔링에 들어가야 할 부분"이라며 "지표 조사를 통해선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건축에 사용한 화강석이나 부재 등이 남아 있다는 것 정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이 밖에도 최근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달성토성 내 식물 280종, 곤충 104종, 야생조류 10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만큼 생물다양성 보전을 고려하는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달성토성 복원과 연계한 복개 달서천 3.4㎞ 구간 및 방어용 못 '해자(垓子)' 복원 사업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구시는 2027년까지 2천2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국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일단 후퇴'했다. 대구시 수변개발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원삼국시대 대구인(人)들이 쌓아 올린 달성토성은 일제강점기 일본 신사가 들어서면서 훼손된 뒤 1970년 동물공원으로 변질됐다. '달성'이 처음으로 언급된 삼국사기 기록(오른쪽).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포럼 자료〉
2023.01.16
[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 '대구 뿌리' 달성토성 복원 탄력받나
대구의 역사성은 그 원천이 깊다. 사실 2천년 역사도시라 할 만하다. 고대 도시가 형성되는 확실한 유물이라면 성곽이다. 대구에는 달성토성이 있다. '달성토성'은 대구의 모태(母胎)다. 달벌(達伐), 달불성(達弗城), 달구화(達句火), 달구벌(達句伐)이란 대구의 옛 지명들이 시작된 뿌리다.삼국사기에는 '신라 첨해이사금 15년(261년)에 달벌성(城)을 쌓고 나마극종을 성주로 삼았다'고 기록돼 있다. 달성에 대한 최초의 문자 기록이다. 달성 일대는 삼한시대 부족국가를 형성했던 달구벌국의 성터였다고 전해진다. 달성은 삼국통일을 완성한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689년 경주에서 달성으로 천도계획을 세웠을 만큼 융성했다. 달구화현으로도 불리던 달성은 통일신라 경덕왕 때에 이르러 대구현으로 개명했고, 이는 오늘날 대구 지명의 시초가 됐다.달성토성은 건축사적 의미가 크다. 길이 약 1.3㎞, 면적 10만5천238.5㎡ 규모에 이르는 성곽은 국내 현존 성곽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축성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 고대 토성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신라~고려~조선시대를 관통하며 대구 민(民)과 함께하면서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우울한 날들을 맞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 유구한 역사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김세기 대구한의대 명예교수(고고학)는 "달성은 쌓는 방법과 크기로 미뤄볼 때 토성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이고 확실한 토성"이라며 "소국이 형성되는 중심지였으며, 통일신라가 장기 발전을 위해 경주에서 달성으로 천도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로 중요한 지역이었다"고 평가했다.대구의 본류인 달성토성이지만, 그 복원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대구시는 지난 20여 년간 달성토성 복원 의지를 수차 공언했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10년 이상 논란만 가중됐다. 달성토성은 1970년 동물이 사는 '달성공원'으로 변질됐다. 토성복원은 이곳 동물들이 옮겨가야만 가능한 상황이다. 2017년 대구시는 대구대공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동물원 이전을 공식화했다. 2026년 대구대공원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쯤이면 달성공원 동물들도 새 보금자리로 옮길 수 있을 전망이다. 달성토성은 이미 지표조사와 물리탐사작업은 이뤄졌다. 내년쯤에는 토성 발굴조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 관계자는 "문화재 복원사업이라는 것이 개발사업이나 건물 신축처럼 단기간 내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발굴과 함께 여러 판단이 필요하다. 깊게 숨을 고르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대구시 서구 달성토성 탐방로(영남일보 DB)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대인의 반려동물, 토끼의 발굴 이야기
올해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토끼띠 해다. 10간 가운데 '계'는 검은색을, '묘'는 12지 열두 동물 중 토끼를 뜻하기에 '검은 토끼띠 해'라고 부른다. 토끼의 상징은 여러 우화에서도 잘 표현된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에서는 잘 달리고 민첩한 토끼가 그려지고, 고전소설인 '토끼전'에서는 지혜롭고 영리한 토끼가 등장한다. 또한 토끼는 전통적으로 달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토끼가 달 속에서 떡방아나 명약을 찧고 있다는 인식은 고대 중국과 불교 설화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로 인해 토끼에게 달의 정령이라는 상징과 무병장수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고사성어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개와 토끼의 싸움'을 일컫는 '견토지쟁(犬兎之爭)'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다'라는 뜻의 '수주대토(守株待兎)' 등에서 토끼가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된다. 또한 '교토삼굴(狡兎三窟)'은 '토끼는 숨을 굴을 세 개를 파놓는다'라는 뜻으로 근심 없이 편히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하는 말로 토끼의 지혜를 표현하기도 한다. 부디 새해에는 누구나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일 없이 각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토끼처럼 지혜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수주대토·토사구팽 등 고사성어에 사용고대인에게도 친숙한 동물이었을 가능성청자투각칠보문뚜껑 향로 받침에도 등장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서도 간혹 토끼를 찾아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국보로 지정된 '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국립중앙박물관 소장)를 들 수 있다. 이 유물은 고려시대 12세기경에 만들어진 청자 향로로 향을 피우는 화사와 화사 받침대로 이루어졌다. 이 받침대를 아주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 등으로 떠받치고 있는데 토끼의 눈은 검은색 점을 찍어 나타냈으며 시선은 밖을 향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고려시대 청동거울이나 조선시대 그림, 백자 연적 등에서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도 토끼가 발견된 사례가 있다. 1982년에 발굴된 경북 경산 임당동고분군은 도굴된 문화재가 해외로 밀반출되는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을 계기로 조사하게 되었는데, 당시 도굴꾼이 도굴했던 고분으로 지칭한 곳이 바로 임당2호분이다. 공교롭게도 임당2호 북분 주곽에서 출토된 은제허리띠가 도굴품에서 확인된 은제 허리띠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어 이 고분에서 도굴이 진행되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임당2호는 남분과 북분, 즉 2개의 분묘가 연접되어 축조된 고분으로 남분과 북분 모두 장방형의 주곽(주피장자가 매장된 공간)과 방형의 부곽(주피장자가 사후세계에서 사용할 각종 물품과 순장자가 매장된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이 중 남쪽에 축조된 것을 '남분', 북쪽에 축조된 것을 '북분'이라고 불렀으며 남분이 먼저 축조되고 북분이 뒤를 이어 축조되었다. 주곽과 부곽의 배치 양상이 마치 '밝을 명(明)' 자처럼 되어 있어 고고학자들은 이를 '명(明)자형 주부곽식'이라고 명명하였다. 이 분묘의 축조 시기는 기원후 5세기 말로 추정했다.임당2호 남분과 북분에서는 은제 허리띠를 비롯해 백화수피제 관모 등의 장신구와 수백 점의 토기류와 금동제 마구류 등 수많은 유물이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동물유존체도 많이 발굴되었는데 최근에 이 동물유존체의 동정을 끝내고 그 결과를 공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면 남분 주곽에서는 기러기속, 느시과 등의 조류와 흉상어류와 잉어류 등 어류가 확인되었다. 북분의 경우 주곽 내부는 교란이 심하여 동물유존체의 출토 양상이 명확하지 않지만 꿩과 2점, 기러기속 1점, 돼지 1점이 확인되었으며 흉상어류, 쏨뱅이속, 넙치류, 복어류 등 어류가 출토되었다. 북분 부곽에서는 토기 내부에서 꿩과, 기러기속, 두루미과, 오리속 4종의 조류가 확인되었으며 최소 2마리에 해당하는 돼지뼈와 개뼈 1점이 확인되었다. 돼지의 경우는 '발'만 선택적으로 부장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부곽에서는 흉상어류, 돔발상어과, 잉어류, 쏨뱅이속, 방어속, 감성돔, 넙치류, 복어류 등 어류가 확인되었다. 이 외에 두드럭고둥이 많이 출토되었으며 대수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패류는 해수산이며 담수산인 주름다슬기도 확인되었다.임당2호 북분 뚜껑돌서 발견한 개·토끼뼈무덤 지키는 토끼의 발견 아주 특별한 사례분묘 축조과정 희생의례인지 의도 불명확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북분의 주곽에는 화강암제의 큰 돌 4매가 분묘를 덮는 뚜껑돌로 사용되었는데 그 뚜껑돌 북서쪽 부분에 동물뼈가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발굴 당시에는 개뼈 3마리분이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다리는 북쪽으로 향한 자세로 18㎝ 간격으로 가지런히 놓인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보고하였다. 출토 양상으로 보아 북분 주곽의 뚜껑돌을 덮은 후에 그 뚜껑돌 위에 매장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최근 고은별(서울대 강사) 선생님의 정밀 분석 결과 여기에는 최소 개가 4마리, 토끼(과) 2마리가 부장된 것으로 파악했다. 결론적으로 임당2호 북분의 매장의례 과정에서 개 4마리와 토끼 2마리를 무덤 뚜껑돌 위에 매장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분묘 축조 과정에서 일어난 희생 의례인지, 반려동물을 순장하여 함께 저승으로 데려가려는 의도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무덤을 지키던 토끼의 발견은 아주 특별한 사건이기에 고고학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토끼는 사람과 아주 친숙한 동물이라고 한다. 앞서 보았듯이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토끼와 관련한 고사성어나 속담 등 여러 언어 표현에서 보듯이 토끼는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요즘은 반려동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토끼는 현대인뿐만 아니라 고대인의 삶 속에도 아주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임당2호 북분 주곽 토끼뼈(상ㆍ하악골)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진 출처 문화재청)청자 투각칠보문뚜껑 향로 받침대의 토끼.임당2호 북분 주곽 출토 은제 허리띠(발굴품)임당2호 북분 부곽 전경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2023.01.13
[인물로 보는 대구문화 아카이브 (41)] 이영규, 대구 연극 부흥의 주역…제작과정 자료화 노력도
대구시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이영규(1948~2006)는 대구 연극의 부흥을 이끈 주역이다. 1970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응모해 입상했다. 대구 연극계와의 인연은 1985년부터다. 극단 '우리무대'의 공연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의 연출을 맡으면서다. 1986년에는 극단 우리무대 대표를 역임했으며, 1991년에는 극단 일봉을 창단해 대표를 맡았다. 이후 다양한 무대를 연출하며 대구 연극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1998년 대구시립극단 창단, 초대 예술감독 선임1998년 대구시립극단이 창단한다. 인천·경기도·서울·부산시립극단에 이어 전국에서 다섯 번째 시립극단이었다. 이영규는 그해 8월 '초대 예술감독'으로 선임된다. 당시 그는 "지역 연극인들의 재교육과 신인 발굴로 시립극단이 이른 시일 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향토작가의 작품을 과감히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며 포부를 밝혔다.이영규는 예술감독에 선임된 후 시립극단의 '정체성' 확립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배우 선발' '출연료 지급' 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배우 선발'은 '오디션'을 당연시했다. 오디션에서 마음에 드는 배우가 없을 경우 민간 연극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캐스팅을 하기도 했다.'출연료'는 당시 민간극단에서 상상할 수 없던 수준으로 책정했고, 출연료 지급을 위한 계약서 작성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출연료를 지급할 때는단순히 '선후배 순서'가 아닌 '배역 비중'에 따라 수준을 달리했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배우들도 나타났다. 선후배 구도를 무시하는 방식이라며 중도하차를 하는 배우가 속출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특히 이영규는 '스태프'를 중시했다. 스태프도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또 배우들에게 연극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스태프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하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모든 작품의 제작과정 및 공연 등을 자료화하는 데 노력했다.◆대구시립극단 창단공연 '무지개'대구시립극단이 창단되던 해에 가장 큰 고민은 '창단일' 확정이었다. 적절한 날짜를 고민하던 중 시립극단의 첫 작품을 올리는 날짜를 창단일로 정하기로 의견을 모으게 된다.이영규는 창단공연 작품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창단공연은 시립극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에 고전 명작보다는 지역작가의 작품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선택된 작품은 향토작가 이만택씨의 희곡 '무지개'였다. 당시 이영규는 '무지개'를 창단공연작으로 선정하며 지역작가의 작품을 올리는 것은 궁극적으로 향토연극계의 저변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구 시민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 제작을 통해 대구시립극단 정체성을 확립하길 원했다.이영규는 창단기념공연을 앞두고 당시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극단의 공연과는 다른 '프로'의 냄새가 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작품 배경의 경우 영양군 일월산 일대에 남아있는 화전민촌을 카메라에 담아 제작했으며, 대사는 대구 인근 사투리를 사용해 지역 정서에 맞췄다"고 작품을 설명했다.창단기념공연은 1998년 12월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으며, 총 4회에 걸쳐 관객과 만났다. 예술감독 겸 연출에는 이영규, 작곡은 장명화가 맡았고 이송희·이동학·손현주·손성호·이경자 등이 출연했다.연극 '무지개'는 경상도의 어느 화전민 '부락'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문명 세계를 등지고 감자·옥수수로 연명하며 자연인으로 생활하는 마을 사람들의 애욕과 갈등을 그렸다. 20년 동안 징용 간 아들을 기다리는 월산댁, 두메산골의 적막함에 몸부림치며 도시로 나가고 싶은 태식, 그런 태식을 사랑하는 이뿐이, 대도시에서 온 염세주의자 백운 선생 등이 등장한다. 해당 공연은 이들의 사랑과 야망, 좌절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장엄한 드라마로 평가받았다.◆주요 연출·감독 작품 '우리 읍내' '감사관' '민중의 적' 등이영규는 창단공연으로 향토성이 짙은 '지역작가' 작품을 올린 후 민간극단에서 제작하기 힘든 규모의 대형 작품을 기획했다. 또 시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선정하기도 했다.손턴 와일더 원작의 '우리읍내(Our Town)'는 시립극단의 제2회 정기공연작이다. 이영규는 규모가 큰 작품을 제작해 대구 연극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우리 읍내는 1999년 4월8일부터 10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랐다. 작품의 원작은 기독교 문화가 바탕인 미국 중서부 도시를 배경으로한다. 그러나 이영규는 대구 인근 화원읍으로 작품 배경을 설정해 지역색을 높였다. 공연은 의사와 우체국장 집안의 아들과 딸의 성장과 사랑, 결혼과 죽음을 통해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이영규는 내레이터가 등장하는 서사극 형식으로 작품을 풀어냈다. 또 그림자 연극, 마임 요소 등 다양한 표현 기법도 선보였다.시립극단의 제3회 정기공연인 '감사관'은 대중성을 고려해 선택한 작품이다. 앞선 공연인 '무지개'와 '우리 읍내'가 대중성이 부족해 관객들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해 해당 작품을 선정했다. 또 시립극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객원 연출(김삼일)을 초빙해 제작했다. 공연은 1999년 10월8일부터 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랐다. 당시 작품 제목을 검찰관으로 할 것인지 감사관으로 할 것인지 여러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작품은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대가 고골의 대표작이다. 지방의 작은 마을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 러시아 중앙정부를 풍자하고 있다. 김종대·채치민·손성호·최주한·이경자 등 30여 명의 시립극단의 배우들이 출연해 코믹하고 풍자적인 연기를 선보였다.2001년 9월28일부터 2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시립극단의 제7회 정기공연인 '민중의 적'은 현실주의 연극의 진수를 보여 준 작품이다. 작품은 환경오염·집단 이기주의·집단 따돌림 등 문제를 다룬 헨리 입센의 사회극이다. 이영규는 "극 구성이 탄탄하고 반전이 많아 작품성과 재미를 두루 갖췄다"면서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민중의 적'은 온천개발지역의 오염실태를 폭로하려는 한 의사와 개발 이익을 챙기려고 이를 저지하려는 지역주민들 간의 대립 문제를 다뤘다. 이영규는 헨리 입센이 노르웨이 작가인 점을 고려해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전통음악을 응용한 역동적인 음악을 통해 무대를 꾸몄다. 이외에도 '황태자의 첫사랑' '타이피스트들' '허생' 등의 작품을 연출·감독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참고자료=대구시립극단 20년사, 대구시립극단 공동기획 : 대구광역시대구시립극단 창단공연 '무지개' 공연 모습. 대구시립극단 제2회 정기공연 '우리 읍내(Our Town)' 공연 모습. 이영규 예술감독이 연출한 대구시립극단 제7회 정기공연 '민중의 적' 모습.
2023.01.12
기술 집약도 높아진 섬유·차부품 '실무 역량 강화'에 초점
자동차부품과 섬유는 대구의 전통적인 기반산업이다. 섬유산업은 활황기를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섬유의 메카'로 불렸던 만큼 고용·생산 등 대구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큰 편이다. 자동차부품산업은 2000년대 이후 대구 주력산업으로 급부상했고 현재도 막강한 위상을 갖는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부품 업종의 중요도를 측정하는 입지계수가 대구경북은 1.80으로 전국 평균(0.91)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또 자동차부품의 부가가치 및 고용유발 효과를 나타내는 생산유발계수는 2.58로 대구경북 전체 산업 평균(1.88)보다 더 높다. 현재 두 업종은 큰 격변기를 맞았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실행하려면 인재 확보가 급선무다. ◆ICT와 친환경 맞춤형 섬유인력노동집약 탈피 중인 섬유업계친환경 소재-신산업 연계 주력R&D·공학기술직 수요 늘어나섬개연 '맞춤형 특화교육' 호응섬유산업은 노동집약적 특성을 지닌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엔 기술 고도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친환경 섬유 소재 및 제품을 개발하거나 다른 신산업과 연계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동화 공정을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필수가 됐다. 지난해 대구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섬유·패션·디자인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인력 및 훈련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치·정비·생산직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는 '제조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 '정보통신 연구개발직' 등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각 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친환경 소재인 PET병 리사이클 섬유기술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AI(인공지능) 산업현장 기술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기업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찾아가는 교육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고 있다. 기업 수요를 조사하고 기초·실무 교육을 진행해 매칭하는 방식이다. 또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취업 맞춤반을 운영해 채용 기회를 확대한다. 고급인력 양성사업은 산업 전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친환경 그린섬유 제조과정 전문인력 양성산업'과 'ICT 융합섬유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석·박사 과정 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다. 실무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해 취업률 향상도 꾀한다. 신승범 섬유개발연구원 기업성장지원본부장은 "친환경·디지털 전환과 융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 중심에 서게 될 인력을 양성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업계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양질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운영하겠다"고 말했다.◆미래 모빌리티 주도 혁신 인재차부품업계는 더 심한 격변기전기·수소차 전환 속도 빨라져지역기업 공동 거버넌스 구축상생·산업전환 교육 적극 참여자동차산업은 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전기차·수소차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자율주행·UAM(도심항공교통)을 포괄하는 '미래 모빌리티산업'으로 진입이 앞당겨지는 모양새다. 이에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우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해졌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부품은 약 3만개지만 전기차 부품은 1만8천900개 수준으로 줄어든다. 부품 종류는 줄었지만 기술 집약도는 더 높아졌다. 산업 전환에 따른 교육이 수행된다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삼보모터스 산하 기술연수원은 '산업전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로도 지정됐다. 개별 운영이 아닌 지역 기업들이 공동 거버넌스를 구축해 위기에 공동대응한다는 취지다.삼보모터스 기술연수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전기차·수소차·인공지능 등 신기술 관련 전문실습을 진행하는 '산업전환 교육' △제조 혁신, 공정·품질 개선, 시장동향 등 훈련과정을 포함한 '대·중소 상생교육'으로 구분된다. 산업전환 교육은 기술동향과 전망,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를 함께 진행한다. 특히 지역 산업의 동반성장을 목적으로 협력사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래AMS, 경창산업, 동원금속을 비롯해 지역 대표 차부품 기업이 참여해 공동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20개 이상 기업이 참여했다. 올해는 '미래 자동차 제조 빅데이터 분석 실습' '산업전환 대비 지원정책과 산업전환 대비 리더 조직 혁신' '3D 스캔 장비를 활용한 친환경차 제작 실무' 등 신설 교육과정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운돈 삼보모터스 기술연수원장은 "산업 생태계 변화라는 큰 파고는 자동차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변화를 주도해 나갈 인재발굴 및 양성이 가장 큰 과제"라며 "우리 연수원은 우수한 부품기업 및 협력사 임직원이 참여한다. 힘든 상황에도 같이한다면 충분히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독일 아헨공과대 연구소를 방문한 'ICT 융합섬유 전문인력 양성 사업' 참가자들이 섬유 기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 성서 5차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삼보모터스 기술연수원에서 지역 차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전기차 관련 실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삼보모터스 기술연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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