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관문인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해안이 수십 년째 테트라포드(TTP) 제작장과 야적장으로 사용되면서 '청정 관광섬 울릉'의 첫인상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관문인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해안이 수십 년째 테트라포드(TTP) 제작장과 야적장으로 사용되면서 '청정 관광섬 울릉'의 첫인상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관광과 환경을 대표해야 할 해안이 사실상 공사장으로 고착됐지만, 행정은 수년째 "대체부지가 없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31일 영남일보가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동 해안에는 대형 TTP 거푸집과 완성된 구조물이 장기간 야적돼 있었고, 레미콘 차량과 중장비가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해안은 푸른 바다보다 콘크리트 구조물과 제작시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제작 현장에는 세륜시설이나 침전시설이 설치된 흔적을 확인하기 어려웠으며,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물이 우수와 함께 해안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도 관찰됐다. 실제 환경오염 여부는 관계기관의 조사와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최소한의 환경관리 시설조차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물이 우수와 함께 해안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홍준기 기자>
사동항은 울릉도를 찾는 여객선 이용객 대부분이 거쳐 가는 대표 관문이다. 앞으로 울릉공항 개항 이후에도 육·해상 교통이 연결되는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곳의 경관은 곧 울릉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같은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말한다. 사동리 한 주민은 "청정 울릉을 홍보하면서 관광객이 처음 보는 풍경이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면 누가 청정섬이라고 생각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육지에서 제작해 운반하는 것이 비용도 더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는데도 행정은 지역경제만 내세우며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다"며 "대체부지를 마련하거나 제작 방식을 바꾸는 것이 관광과 환경, 주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부지는 해양수산부 소유 부지를 울릉군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TTP 제작장과 야적장으로 활용돼 왔으며, 임시 사용이 사실상 상시화되면서 해안 공간의 공공성과 관광자원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기홍 울릉군 해양수산과장은 "육지에서 제작해 운반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는 더 저렴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지역 업체와 지역경제를 고려하면 울릉도에서 제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울릉도는 지형 특성상 대체 야적장이나 제작부지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대체부지 확보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동 해안에 대형 TTP 거푸집과 완성된 구조물이 장기간 야적돼 있다. <홍준기 기자>
그러나 울릉군은 대체부지 확보 계획이나 이전 시기, 관련 예산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 주민들은 "수십 년째 돌아오는 답변은 늘 '어렵다'는 말뿐"이라며 실질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관광객이 지역을 평가하는 첫 순간은 첫 풍경에서 시작된다. 사동 해안은 울릉도의 관문이자 얼굴이다. 그럼에도 행정은 수십 년째 '대체부지가 없다', '지역경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 사이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공사장으로 굳어졌고, '청정 울릉'이라는 지역 브랜드 가치도 함께 훼손되고 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기보다 이전 로드맵과 환경관리 대책, 해안 경관 회복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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