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동이 뜬다]교동·동대구는 ‘장수’, 동인동은 ‘신흥’…도심 상권 진화의 ‘힘’

  • 조윤화·김민진·동경민
  • |
  • 입력 2026-09-02 18:08  |  발행일 2026-09-02
대구 중구 교동 먹자골목 2030 발길 지속
낮은 임대료와 임지 강점, 방문객 취향 저격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 골목 브랜딩 효과
동인동선 젊은 상인들 ‘신흥 상권’ 직접 설계

대구의 먹자골목 상권들이 요즘 같은 불경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며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구 교동 먹자골목과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이 꾸준히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구 교동 인근인 동인동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 상인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먹거리 타운을 형성하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정체된 대구에 이른바 '중·동' 상권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교동·동대구역, 상권 '활기' 비결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대구 중구 교동거리 일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대구 중구 교동거리 일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진 수습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6시쯤 찾은 대구 중구 교동 먹자골목(교동시장 일대). 이른 저녁부터 골목 곳곳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부 음식점과 주점 앞엔 대기 줄이 길게 이어질 정도다. 연령층은 주로 2030세대. 지역에서 가장 조화롭고 감각적인 상권으로 일컬어진 만큼, 이 교동골목은 젊은이들에게 '힙(HIP)'한 공간 그 자체였다.


현재 교동 먹자골목은 교동시장을 중심으로 점포 3천여개가 영업을 이어 가고 있다. 시민 수만명이 매시간 교동골목을 오간다. 1970~80년대 전자제품과 귀금속 점포가 즐비하던 교동시장에서 파생된 먹자골목이 수십년째 먹거리 중심지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이는 대구 대표 중심가인 동성로와 가까운 입지에, 사회 트렌드에 맞춰 교동 특유의 색깔과 어우러진 점이 매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성로와 비교해 낮은 임대료·권리금이 골목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개성 있는 음식 메뉴 발굴이 골목 경쟁력을 키우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교동에서 만난 배주영(여·22·서구)씨는 "동성로보다 개성 있는 음식점이나 소품숍이 많아 교동을 자주 찾는다"며 "이상하게 골목 곳곳이 차분하면서도 바쁘고, 시끄러우면서도 질서 정연하다. 묘한 매력이 있다"고 했다.


상인들 만족도도 높다. 유동 인구가 꾸준하고, 매출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3년 전 교동에 술집을 연 권종구(31)씨는 "점포를 구할 당시 동성로도 알아봤지만, 임대료와 권리금이 너무 비싸 차선책으로 교동을 선택했다"며 "동성로와 가깝고 젊은 사장들의 활발한 SNS 활동이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다. 활기찬 골목 분위기가 상인들에게도 즐거움과 자부심을 안겨준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7시쯤 대구 동구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 저녁 식사를 위해 거리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일대가 붐비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7시쯤 대구 동구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 저녁 식사를 위해 거리를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로 일대가 붐비고 있다. 동경민 수습기자

같은 날 오후 7시쯤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이름난 음식점들은 이미 만석이었다. 곳곳에선 수십 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점포 100여곳 모두 젊은 연인은 물론, 가족 단위 방문객과 중장년들로 뒤섞여 있었다.


이곳은 1960년대 동대구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형성된 골목상권이다. 2000년대 들어 현재의 모습으로 변했다.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입지'다. 대구로 오가는 외지인과 타지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반드시 거치는 관문인 만큼, 늘 안정적인 유동 인구가 유지된다.


대구 중구 교동(왼쪽)과 동구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오른쪽)의 맛집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대구 중구 교동(왼쪽)과 동구 동대구역터미널 먹거리골목(오른쪽)의 맛집을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처

이날 서울에서 직장 동료와 대구로 출장을 왔다가 이곳을 찾았다는 정형진(27·서울 종로구)씨는 "숙소를 동대구역 근처로 잡았는데 일정을 마친 뒤 마지막 식사를 하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막창을 먹으러 왔다"며 "역 바로 앞에 음식점이 모여 있고 선택지가 많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곳 상인들은 동대구역 입지에 더해 상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 노력과 상권 브랜딩이 더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백호열 동대구터미널상점가 상인회장은 "2016년 골목 인근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온 게 전화위복이 됐다"며 "상인회가 백화점 유동인구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자 이 일대를 '먹거리촌'으로 브랜딩하고, 노후 식당과 화장실을 정비했다. 먹거리골목의 명맥은 그렇게 유지될 수 있었다"고 했다.


◆결 맞는 대표들이 모여 띄운 '新동인동 상권'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 동인동 일대. 주말 이른 오전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약 100m 남짓한 골목을 따라 음식점과 카페, 빵집, 소품숍 등 개성 있는 점포들이 모여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0시쯤 대구 중구 동인동 일대. 주말 이른 오전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약 100m 남짓한 골목을 따라 음식점과 카페, 빵집, 소품숍 등 개성 있는 점포들이 모여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상권은 중구 동인동이다. 이곳은 대구 일대에서 기존에 가게를 운영해온 젊은 상인들이 모여 직접 상권을 '설계'했다는 특징이 있다. 비슷한 영업 가치와 감각을 지닌 상인들이 하나의 먹자골목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는 것.


이날 동인동에서 취재진과 만난 성주현씨(PPC 대표)가 동인동 상권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인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9년 전부터 중구 봉산동 등 대구 각지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지역 먹자골목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봤다. 그는 상권이 커질수록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일대 골목이 본래 색깔을 잃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성 대표는 평소 교류하던 상인들과 의기투합해 아예 자신들이 원하는 골목상권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 일념으로 선택한 장소가 동인동이다.


성 대표는 "당장 입점하지 않아도 자리가 나오면 먼저 확보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결이 맞는 대표들에게 입점을 권했다"며 "돈으로 엮인 관계는 아니지만 현재 골목 내 20개 안팎의 점포 중 17곳이 같은 크루(Crew)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서 젊은층이 문화와 상업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여전히 중구라고 봤다"며 "중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신천과 가깝고, 동대구역에서도 접근하기 쉬워 지역민뿐 아니라 외지인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자생 상권 발굴·지원해 지속성 높여야"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김기완 박사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김기완 박사

전문가들은 골목상권의 '흥망성쇠'가 생애주기 및 소비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편이라고 분석한다.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구정책연구원 김기완 박사(관광학)는 "골목상권은 초기에 독립점포가 저렴한 임대료를 바탕으로 모여 개성을 형성하지만, 상권이 성장함에 따라 임대료 상승과 대형 자본 유입으로 초기 상인들이 떠나가는 과정이 반복된다"며 "동성로에서 교동으로 최근엔 동인동으로 이어지는 흐름 역시 이러한 상권 생애주기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과거처럼 '동성로'라는 특정 지역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SNS에서 미리 봐둔 개별 가게를 찾아가는 '목적형 소비'가 강해지는 트렌드 변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골목상권일수록 방문객 이동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며 "골목 내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자체의 상권 지원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박사는 "지자체 지원도 쇠퇴한 상권을 단순히 연명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자생적 상권을 발굴해, 장기 정착을 돕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상권의 지속성을 위해 지자체와 상인이 상시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 구성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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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화

사회1팀 조윤화 입니다. 중구 동구 시민단체 복지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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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안녕하세요. 영남일보 김민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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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민

당신의 친절한 이웃, 동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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