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전문 상급종합병원 4곳 모두 대구에… 경북은 골든타임 사각지대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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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6 20:06  |  수정 2026-08-06 20:32  |  발행일 2026-08-06
대구·경북 상급종합병원 4곳 모두 대구 소재… 뇌졸중 전문 치료망 대구 집중
복지부 데이터 분석 결과, 경북 북부·동해안 등 뇌혈관 질환 이송 지연 위험 심각
상급병원-거점병원 간 ‘24시간 뇌혈관 순환 진료·응급망’ 구축 시급
왼쪽부터 파티마병원, 계명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 병원 전경. 영남일보DB

왼쪽부터 파티마병원, 계명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 병원 전경. 영남일보DB

경북 영양·봉화에서 뇌졸중 환자가 발생해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이상이다. 응급실 도착 후 진단과 처치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골든타임'을 장담하기 힘들다. 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전체 4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대구·경북 간 극심한 의료 인프라 불균형이 경북 도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뇌졸중은 치료가 몇 분만 늦어져도 사망이나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우리나라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2024년 통계청이 발표한 '주요 사망원인별 사망률 추이'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 질환은 암, 심장, 폐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신속한 진단과 치료 여부가 환자의 생존과 후유증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응급·중증 질환이다. 치료의 골든 타임을 통상 3시간 안팎으로 보는데, 수술 준비 시간을 감안해 1시간 내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심뇌혈관 치료 취약 지역으로 분류된다.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북 1등급 병원 한곳이 대구 2배 면적 커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30일 '2024년(11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평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종합병원 이상 268개 의료기관에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급성기 뇌졸중 환자 3만2613건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구·경북 권역 내 1등급 기관 현황을 보면 상급종합병원(경북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영남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 4곳은 모두 대구에 집중돼 있다. 종합병원인 대구파티마병원도 1등급을 받았다.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사·간호사·시설 인프라가 대구 도심에 몰려있는 것이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경북 지역에는 종합병원(동국대의대경주병원·순천향대부속구미병원·에스포항병원·안동병원·포항세명기독병원) 5곳만 뇌졸중 1등급 요양기관에 낙점됐다.


경상북도의 면적은 약 1만8천428㎢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넓다. 물리적으로 계산하면 경북의 5개 병원 한곳이 커버하는 면적은 무려 3685.6㎢. 이는 서울(605㎢)의 6배, 대구(1천499㎢)의 2.5배나 된다.


◆경북서 환자 이송에만 2시간…골든타임 '아슬아슬'


이처럼 한 병원이 커버해야 되는 물리적 면적이 넓은 경북지역의 뇌졸중 응급 치료는 사각지대 역시 적잖다. 먼저, 경북 북부권(안동·예천·영주·봉화·영양)은 지역거점병원 안동병원이 급성기 뇌졸중 1차 대응을 맡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평가 기준 최상위 단계의 뇌혈관 질환 전문 상급종합병원이 대구 도심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영양·봉화 등 외곽 지역에서 대구 상급병원으로 뇌졸중 환자를 이송할 경우 이동에만 1시간30분에서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골든 타임 확보가 아슬아슬하다.


동해안권인 포항·경주·울진·영덕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에스포항병원·포항세명기독병원 등 지역 종합병원들이 뇌혈관 질환 치료를 분담하고 있으나, 야간과 휴일 고난도 대응 체계는 여전히 대구 및 타 광역권 의존도가 높다. 울진과 영덕 주민들은 뇌졸중 발생 시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만 한다. 구미·김천·상주 등 서부권 또한 거점 병원이 있지만 배후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어 24시간 뇌응급 수술 전담팀을 운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대구의 우수한 뇌혈관 전문 인프라를 경북 전역과 실시간 연계하는 '상생형 광역 뇌졸중 치료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정흡 전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단 몇 분 차이로 생명이 결정되는 뇌졸중은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의료체계에 온전히 맡겨질 수밖에 없다"면서 "대구에만 집중된 뇌질환 상급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을 하나의 '뇌혈관 광역 의료 안전망'으로 묶는 전향적인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희천 안동병원 심뇌혈관질환센터장은 "경북 북부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뇌졸중 응급질환의 골든타임 확보가 환자의 생명에 결정적 사안이 될 수 있다"면서 "닥터헬기를 비롯한 권역응급의료체계와 연계해 인근 시·군 환자들이 거주지 내 병원에서 최종 치료를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대구 대학병원과 의료협력을 통해 뇌졸중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 인터뷰] 손성일 동산의료원 심뇌혈관센터장


손성일 동산의료원 심뇌혈관센터장.

손성일 동산의료원 심뇌혈관센터장.

대구·경북권역 내 뇌졸중 1등급 기관의 대구 쏠림 현상에 대해 의료진들은 경북 북부, 동해안 지역의 뇌혈관 질환 이송 지연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경북 봉화나 영양, 영덕 같은 외곽 지역에서 골든타임을 다투는 급성 뇌졸중 환자들이 지역 병원에 있을 때나 대구로 넘어올 때 대구의 대학병원 전문의들이 미리 상태를 보는 원격 협진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안동 등 지역의 거점병원에서 닥터헬기를 적극 활용해 신속 이동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손성일 동산의료원 심뇌혈관센터장(신경과)은 "뇌졸중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생 1시간 내 병원에 도착하는 것인데, 환자들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적잖다"면서 "여기에 경북지역 환자들의 경우 거점병원이나 대구 도심의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 생명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우려했다.


대구의 우수한 인프라를 경북과 묶는 '광역 뇌졸중 치료 체계'가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대해서는 "안동이나 포항 등에 있는 경북지역 거점 병원들이 최대한 커버를 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포항의 경우 여전히 신경과 의료진이 부족하다. 인력이 적으면 고난도 수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365일을 커버할 수 있는 당직체제 운용 자체가 어려워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 한 지자체에서 의료 시스템을 전격 구축한 후 환자발생률이 적어 의료기관 문을 닫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의료시스템을 급조하는 것보다 거주지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뇌졸중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거점병원이 위치한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손 센터장은 "경북지역 병원들은 현실적으로 24시간 수술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대구의 상급병원들이 경북의 든든한 '최종 치료' 배후 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면서 "정부 역시 인력, 인프라 부족에만 천착할 것이 아니라 인구소멸 등 지역이 처한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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