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FC는 왜 몰락하는가
'자신의 플레이를 비판할 수 있는 자는 선수 자신 뿐이다' 대구의 한 골프장 캐디 차량에 붙어있는 타이거 우즈의 명언이다. 너무나 부진했던 한낮 라운딩 중 이 문장을 되새기며 위안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13경기 무승'의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대구FC의 1만 관중을 보면서도 이 글귀를 떠올렸다. 지독한 부진 속에서도 대팍의 1만 관중 행렬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 27일 오후, 대팍에서 펼쳐진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도 대구팬들은 상당수 좌석을 채웠다. 적어도, 팬들은 팀의 경기력 하락, 패배 행진 때문에 팀을 쉽게 져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렇다면, 팬들의 분노는 어느 지점에서 유발될까. 이 질문의 대답을 현장에서 발견했다. 0-1로 대구가 패배한 직후, 대팍에선 그 어떤 경기보다 처절한 장면이 연출됐다. 대구팬들이 2시간30분 넘게 경기장에서 나가지 않고 "조광래, 나오라!"고 외친 것이다. 단순히, 패배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팬들은 13경기동안 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지, 구단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왜 대구FC의 리더십은 불통인지 터놓고 듣고 싶었다. 팬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떼를 썼나.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곳에 왔겠는가. 팬들은 책임지는 태도, 팬들과 눈을 맞추는 자세, 진심어린 설명을 원했다. 그동안 대구팬들은 그러한 존중을 받지 못했기에 더욱 간절했다. 하지만 조광래 대표는 팬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했지만, 몸이 좋지 않다며 거절했다. 팬들이 귀가를 하지 않고 몇 시간째 구호를 외쳤지만, 끝내 구단을 대표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그것이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한 팬은 "패배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구단이 우리를 버린 건 못 참는다"고 했고, 누군가는 "패배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팬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못박았다. 조광래가 누구인가. K리그 출범 전, 우리나라 실업 축구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 미드필더다. 부드러운 터치와 넓은 시야가 강점이었던 축구선수 조광래는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2014년 대구FC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행정가로 변신해 문자 그대로 대구FC를 '건축'했다. 2018년 FA컵 우승, 2021년 ACL 진출은 그가 대구 축구 중흥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것을 대변한다. '세징야 체제'를 만들고 외국인 용병 활용을 극대화한 것도 조광래 대표다. 그런 그가 이제 리스크의 중심에 서있는 것 같다. 선수 영입, 감독 인사, 구단 정책 등 전방위에서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팬들의 의견이 배제돼 있다는 점도 시민구단의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구단이 망할 때 망하더라도 전술의 실패로 끝이 나야 그게 구단이다. 조직문제가 구단의 발목을 잡는 건 대구시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 대구FC는 이제 조광래 체제 이후를 상상해야 한다. 2부 강등이냐 1부 잔류냐를 논하는 것은 그 이후로 미뤄야 한다. 지금 대구가 해야 할 일은 이 구단이 과연 존재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는 것이다. 조광래 대표는 오는 31일 팬들과의 간담회에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의 도리다. 이 자리에 또다시 다른 사람이 대체된다면 팬들은 떠날 것이다. 대구FC는 신뢰를 잃고 있다. 그것이 진짜 몰락이다. 이효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