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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상] RE100(Renewable Energy 100%) 선언과 이행
약 1년 전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 당시 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RE100을 위해 펼 정책을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RE100이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용어였으나 몇 달 전 삼성전자가 RE100 선언을 하면서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RE100이란 기업이 제품을 만들면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하거나, 자체 생산으로 조달하겠다고 하는 자발적인 지구 살리기 선언이다. 산업혁명으로 석탄을 사용하여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였고 그 제품의 소비가 촉진되면서 화석연료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 현재 지구온난화가 유발되었기에 기업이 먼저 나서서 지구온난화를 바로잡겠다는 '결자해지'의 선언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50% 이상이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어 그 의의는 매우 크다. RE100은 기업이 스스로 재생에너지인 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소수력, 지열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여 제품 생산활동에 100% 사용하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이행이 쉽지 않다. 따라서 직접발전 이외에 전력의 구매에 있어서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 전원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 발전사업자와 직접 일정 기간 계약가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 대형 발전사업자가 달성해야 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할당량에 붙는 REC(재생에너지인증서) 구매,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지분투자 등의 간접적인 방법도 허용하여 타 사업자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원할 수 있게 한다. RE100은 2014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비영리 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세계 주요 상장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에서 발족이 되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였고 2023년 현재 구글, 애플 그리고 대만의 TSMC 등 약 60여 개의 세계적 기업들이 이미 RE100의 달성을 밝히는 등 많은 해외 기업들이 늦어도 2050년까지는 RE10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제 RE100은 자발적 참여를 넘어 일부 기업들은 납품받는 협력기업에도 RE100을 이행한 제품만 납품할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이는 이제 세계적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애플의 압박을 받은 적이 있고 또 삼성 SDI가 BMW로부터 권고받은 바가 있어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2023년 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27개의 대기업이 RE100에 참여하였으며 세계적으로는 약 400개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기업이 RE100에 동참하고 있다. 또 앞으로 소비자가 RE100 기업이 아닌 기업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가능한 상황이다. 더 클라이밋 그룹의 RE100 매니저인 매들린 픽업은 "한국이 현재의 기조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소극적이라면 2040년까지 한국의 주요 수출 사업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현재는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기업의 이행 정도는 세계 수준과 비교하여 극히 미미한 정도이며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절반 정도가 현재까지 선언만 하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통계가 보고되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매년 연차별로 RE100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국제사회에서 더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정재학 영남대 교수정재학 영남대 교수
[시선과 창] 처칠의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
2002년 BBC는 영국인 100만명을 대상으로 '위대한 영국인 100명'을 조사했다. 찰스 다윈(6.9%), 윌리엄 셰익스피어(6.8%), 아이작 뉴턴(5.2%), 엘리자베스 1세(4.4%)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다이애나 왕비(13.9%)는 3위, 존 레넌(4.2%)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28.1%나 받은 윈스턴 처칠(1874~1965)이었다. 노쇠해 가는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지킨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명문가 출신 처칠은 말썽꾸러기 소년이었다. 육군사관학교를 어렵게 졸업하고 쿠바·남아공·인도 전쟁에 참여한 뒤 1900년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나치즘에 주목해 영국의 재무장을 의회에서 주장했으나 동료들은 번번이 무시한다. 하지만 제2차 대전이 발발하자 1940년 5월 희망을 잃은 국민에게 "피, 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다"며 총리에 오른다.처칠은 정치지도자였지만 다방면에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무려 318권의 책을 남겼는데 31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6년간 집필한 '제2차 세계대전'은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또 수많은 기고문·연설문을 통해 수많은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생각을 정리할 때는 틈틈이 그림을 그려 500여 점의 유화를 남겼다.그가 남긴 경제정책은 시대를 앞서갔다. 그는 시장주의자였지만 동료의원들로부터 '계급의 반역자'라 불릴 만큼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1909년 최저임금제 도입, 1911년 국민보험법 도입을 주도했다. 노동자의 건강 보험인 국민보험법은 기업·정부·노동자의 분담금으로 재원을 마련했고 실업보험도 포함해 복지국가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에너지 전환정책도 대단히 흥미롭다. 석탄이 많은 영국은 이를 토대로 산업혁명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19세기 전반 영국의 석탄 소비량은 전 세계 85%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처칠은 1859년 미국에서 개발된 석유에 주목하여 유전개발을 추진했고 1908년 5월 영국은 이란 남서부에서 대량의 석유를 발견한다. 이듬해 영국-페르시아 석유회사(APOC·오늘날 BP의 전신)를 설립했다.1914년 해군장관이 된 처칠은 석탄이 많이 있기에 유전개발 투자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마침내 영국은 대규모 투자로 APOC를 국유화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해군이 장기 구매토록 했다. 한편 처칠은 군함의 연료를 세계 최초로 석탄에서 석유로 바꾸었다. 연기가 나지 않아 은폐에 유리했고, 부피가 작고 해상공급이 가능했으며 작전영역이 훨씬 넓은 장점을 알고 있었다. 석탄을 주동력으로 하는 독일과의 1차 대전은 결과가 정해져 있었다.물론 처칠은 식민지 탄압으로 비난받기도 했다. 하지만 2차 대전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에게 승리를 뜻하는 '브이(V) 자'의 수신호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용기를 심어 준 것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한 복지제도의 도입과 석유 에너지로의 전환은 그의 통찰력이 만든 결과였다. 지난 21일 환경부와 탄중위의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40%(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을 다시 확인했다. 최근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 화석연료를 줄이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피하다. 처칠이 살아있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며 장점을 찾아내기 위해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할 것 같다.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노윤구의 관광산업] 디노마드형 관광 전문인 양성해야
세계를 관광하면서 좋은 숙박시설과 맛있는 음식, 특색 있는 테마파크에서 놀고 차별화된 체험을 즐기며 일하고 돈벌 수 있는 직업이라면! 일하는 장소가 회사 아닌 카페 등에서 일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지 않고 일에 대한 성과물을 기간 내에 제출하면 되는 회사에 다닌다면 어떨까.디노마드(digital nomad)는 디지털 유목민으로 사무실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은 채 (무선)기술을 이용하여 근무하는 사람을 말하며, 우리가 SNS 통해 볼 수 있는 관광(여행, 음식, 체험 등)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등이 있다.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코로나19로 호텔, 항공사, 여행사, 크루즈 등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아 관광 서비스 전문인 양성을 하는 대학의 호텔관광항공 관련 학과, 취업 구인을 하는 관광업계까지 어려움에 봉착했다.펜데믹 이후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적 변화로 '뉴노멀' 시대가 도래됐으며, 밀레니엄, Z세대, 뉴시니어 등 다양한 세대가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고 방한 인바운드 시장의 다양화와 세분화가 전망되고 있다. 재택근무 도입과 플랫폼 비즈니스, AI관광, 관광공유경제 등 디지털 기술력 향상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근무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증가하면서, 관광시장에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최근 직장인들 중 일을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지역의 체류 인구증가 방안으로도 작용해 워케이션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디노마드 관광서비스전문인 양성을 위해서 교육기관에서의 스마트 관광 관련 ICT 디지털교육과정 운영과 관광플랫폼 구축 관련 산학연 공동 기획 및 제작, ICT 활용 실무 중심교육, 디노마드형 크리에이터 인재 육성 교육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관광플랫폼 개발 관련 지자체 연계 관광상품(축제, 이벤트, 음식, 체험 등) 홍보가 되었으면 한다. 관광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으로써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및 새로운 관광 일자리 개발을 위하여 정부(교육부), 지자체, 대학 및 특성화고등학교는 수요자인 학생, 관광업계(관광협회 등)를 위한 실리적 연구와 정책을 도입하길 간절히 바란다.경북대 RIS 전담교수노윤구 경북대 RIS 전담교수
[유영철 칼럼] 보이스피싱
나는 무관한 줄 알았다. 그러나 하나씩 최면 걸린 듯 하라는 대로 응하고 말았다. 나는 상식도 없었다.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사후 처리할 게 너무 많았다. 내 불찰이었지만 이게 개인의 문제인가 싶었다.지난 2일 근무(아동안전지킴이) 첫날이었다. 아동안전지킴이는 초등학교 주변을 순찰하며 아동안전 도모활동을 수행하는 경찰 지구대 단위 노인일자리이다. 주5일 하루 3시간 하는 일이다. 이날 오후 1시 이전 소속 지구대에 가서 출석체크하고 2인1조로 담당 초등학교로 향했다. 하교길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하고 부근 공원으로 갔다. 오후 2시쯤이었다. 한 조가 된, 몇 년 동안 해온 분과 얘기를 나누며 쉬던 중 문자가 왔다. 다른 휴대폰으로 온 '집사람'이었다. 집사람도 시니어클럽 일을 하고 있었다. 그날은 오후 3시쯤 일이 시작되는 오후반이었다. "휴대폰이 고장 나서 보험처리 해야 되는데 은행 계좌번호 보내달라"는 문자였다. 집사람 아닌 줄 몰랐다. 업무를 익히는 첫날이라 바로 수첩을 보고 보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휴대폰 속 사진을 찾아 보냈다.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다.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내 달라고 해서 찍어 보냈다. 좀 있다가 통장 비번도 보냈다. 생각없이 자동모드로 작동됐다. 2시간쯤 지나 근무가 끝난 오후 4시쯤 집에 왔을 때도 자꾸 가만 있으라고 하길래 그제서야 "도대체 누구냐?"며 "집사람 바꿔라"고 하니까 서둘러 지우며 철수해 나갔다. 이후 대구은행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15만원씩 3차례 출금됐다는 통지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통장은 내가 보낸 계좌가 아닌 집사람이 관리하는 내 이름의 다른 통장이었다. 내 통장에 잔금이 별로 없어서 그 통장의 돈을 출금했다. 내 주민증으로 공인인증서를 만들고 내 명의를 도용해 3대의 휴대폰을 개통시켜 놓은 것이었다. 도용폰으로 스팸문자를 발송했음도 해지할 때 알고 물어야 했다.) "이렇게 당하다니!" 난감했다. 은행거래정지부터 요청했다. 휴대폰도 교체했다. 그날 밤 퇴근한 집사람은 내 이름의 타 은행 통장도 있다고 했다. 112에 보이스피싱을 신고했다. 지구대에서 안내받고 명의도용방지 등을 신청했다. 다음 날 금요일, 휴대폰 속 메모장에 여러 비번들이 들어있음이 떠올랐다. 사이버수사대에 갔다. 우리 내외는 토·일에도 가슴 졸였다. 신문사 후배를 통해 전 사이버수사대장과 통화하면서 "그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면 대출피해까지 당하게 된다"는 말을 듣고 위안이 됐다. 말로 하기 어려웠던지 서울서 며느리가 월요일 아침 내려와 뒷수습을 했다. 대구은행 여행원도 사고 다음 날부터 연일 친절하게 도왔다. 계좌도 바꾸고, 휴대폰에 메모된 아파트현관 비번까지 바꾸고, 연금계좌 변경, 카드 해지, 휴면계좌 정리…, 사고 후 3주 지나 거래정지를 복원했다. 어떤 자료를 보니 기관사칭형, 대출빙자형, 사칭형-메신저피싱 등 보이스피싱 유형 중 내가 당한 '사칭형·메신저피싱'이 근년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린다고 했다. 2021년 경우 기관사칭 31%, 대출빙자 10%, 메신저피싱은 59%였다. 메신저 피해액은 2021년 991억원으로 전년보다 166% 증가했다. 정부도 사회적 문제인 보이스피싱 예방 및 피싱범검거 등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각자 유의할 일이다. 60대 이상은 '모르는 전화나 문자는 무조건 바로 끊으십시오'이다. 나하고 무관하지 않다. 대구수성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갔을 때 사무실 벽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주민등록증 사진 절대로 찍지말라.'전 영남일보 편집국장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강준만의 易地思之] 왜 '중도'를 위한 '밥그릇 싸움'은 없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뉴스 이용 매체에서 종이신문 이용률은 9.7%에 불과했다. 뉴스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골라서 소비하는 디지털 시대를 웅변해주는 우울한 수치다. 왜 우울한가? 정치뉴스의 편식이 야기하는 갈등과 분열 때문이다. 종이신문이 뉴스를 얻는 주요 매체였던 시절엔 편식을 하더라도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생각과 주장을 접할 기회와 가능성이 꽤 있었다. 클릭이나 터치를 하지 않더라도 신문을 넘기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기사 제목마저 건너뛰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걸 아는 정치인들은 상대편을 공격하더라도 최소한의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살아있는 비판을 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보았으며, 그래서 정치담론의 질적 수준을 어느 정도나마 유지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군중집회에서 선동 구호를 외치는 식의 단순하고 과장된 비난 공세를 퍼붓는 게 더 낫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뉴스를 편식하는 사람들이 그런 메시지를 원하는 걸 어이하랴. 이젠 신문마저 그런 변화된 환경에 맞춰 정파성의 농도를 더 짙게 하고 있다. 신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라. '정치전쟁' 전문 채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각자의 정치적 색깔에 따라 강성 지지자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에 여념이 없고, 이는 다시 종이신문에 영향을 미쳐 '정파저널리즘의 전성시대'를 꽃피우고 있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그건 70여 년 전의 영국 사정일 뿐이다. 현재 한국에서 정치언어는 상대편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극대화시켜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이걸 '정치적 현상'으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경제적 현상'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미국의 폭스뉴스가 잘 입증해 보였듯이, "정치적 편향성은 이익이 되는 장사"다.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파는 유튜브 채널은 '이익이 되는' 수준을 넘어 속된 말로 '대박을 치는' 장사가 되었다. 어떤 미디어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념의 좌우를 막론하고 강성 지지자들을 단골 고객으로 붙잡아 두어야 한다. 그들은 시간을 아끼지 않고 열정이 흘러넘칠 뿐만 아니라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제한된 미디어 채널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던 시절엔 미디어와 고객의 관계에서 주도권은 미디어에 있었다. 그러나 공급의 출구를 무한대로 늘린 디지털 혁명시대의 주도권은 고객에게 넘어갔다. 마음에 맺힌 게 많은 강성 지지자들은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화끈한 담론을 좋아한다. 특히 반대편 정당과 정치인을 향해 증오와 혐오의 독설을 퍼붓고, 자기 진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안무치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을 사랑한다. 반대편에서 욕을 많이 먹을수록 사랑의 농도도 짙어진다.강성 지지자들의 그런 욕구를 잘 충족시켜주는 정치인들의 후원금 계좌는 꽉 찰 뿐만 아니라 다음 공천은 이미 따놓은 거나 마찬가지다. 강성 지지자들이 정당 내의 권력구조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유리하게끔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호전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실력행사를 벌이면 벌벌 떠는 정당 지도부가 어찌 그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이제 정치인의 능력은 강성 지지자들로 구성된 팬덤을 누가 더 많이, 잘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팬덤정치는 반대편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먹고 살기 때문에 정당을 극단으로 몰고 가기 마련이다. 선거 막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중도 유권자들은 그런 극단적인 모습에 질린 나머지 팬덤정치의 폐해가 덜한 정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짐으로써 응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팬덤정치가 약화되는 건 아니다. 정당 내부의 경쟁에선 여전히 팬덤정치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양대 정당이 정치적 자원을 독식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경제적 현상'이다. 우리는 정치판에서 '논공행상'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 쓰지만, 이건 좀 위선적이다. 정치는 억대 연봉, 기사 달린 자가용, 비서와 보좌관이 거저 굴러 들어오는 '횡재'를 두고 벌이는 '밥그릇 쟁탈전'이기도 하다는 걸 누가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 아름다운 명분을 내세우긴 하지만 그런 '밥그릇'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명분만을 위해 헌신하거나 희생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러니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게 좋다. 이걸 인정하면 온갖 모순과 결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 정치가 지속되는 수수께끼도 쉽게 풀린다.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밥그릇'이다. 지식인들조차 좋든 싫든 두 거대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야 발언권과 영향력이 생기고 그걸 밑천 삼아 각종 공적 자리를 챙길 수 있는 상황에서 중도를 택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말이다.아주 괜찮던 사람도 정치권에만 들어가면 극단적 당파싸움의 졸(卒)로 전락하는 것도 바로 그런 '밥그릇' 문제 때문이라는 건 이젠 공개된 비밀이 아닌가. 특히 대학교수나 언론인을 하다가 정관계로 진출한 이들을 보라. 늘 옳은 말만 하던 이들마저 정치인의 옷을 입는 순간 추태를 보이는 일에 앞장서는 건 그만큼 '밥그릇' 문제가 절박하다는 걸 말해주는 증거가 아닐까?정당 내부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 쫓겨난 사람들을 보라. 언론도 사회도 그런 사람들에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하다. 늘 정치권을 향해선 돌을 던지면서도 그런 정치권을 바꿔 보겠다고 나섰다가 피해를 본 사람들에겐 각자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으로 외면해버리는 사람들에게 과연 정치에 침을 뱉을 자격은 있는 건지 모르겠다.미국 작가 앰브로스 비어스는 "정치는 원칙의 경쟁으로 위장하는 밥그릇 싸움"이라고 했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펼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 중도를 키우려는 밥그릇 싸움은 없나? 왜 장삿속에 밝은 탁월한 사업가들이 거대 양당 어느 한쪽에 붙어 손도 안 대고 코를 풀려고 하는가? 거대 양당이 벌이는 저질 싸움을 공격해 싸움의 다양성이나마 실현하는 걸 주업으로 삼는 미디어를 성공시키는 사업가를 보고 싶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시시각각(時時刻刻)]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자
'우리나라 가장 동쪽 영화제'를 아시나요? 매년 8월에 울릉도에서 열리는 영화제이다. 2019년 시작되어 '동쪽, 새로운 시작,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2022년에는 총 798편이 출품될 정도로 알려진 영화제이다. 이 영화제를 맨 처음 시작하고, 후원하는 기업이 울릉도 로컬 스타트업 '노마도르'이다. 노마도르는 울릉은 작은 섬마을이 아닌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알게 해준 공간이라는, 서울에서 내려온 박찬웅씨가 시작한 스타트 업이다. 박찬웅씨는 울릉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고 울릉도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콘텐츠 기획그룹 노마도르를 2018년 만들었다. 이런 기업을 우리는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바다 수심이 깊으면 파도가 잘 안 생기는데 양양은 수심이 얕고 바닥이 평평한 편이어서 파도는 높고 수심은 깊지 않아 서핑을 즐기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가치를 처음 발견하고 양양을 서핑의 성지로 만든 서퍼비치도, 제주 해녀의 삶을 연극과 식사에 녹여 최근 제주도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한 '해녀의 부엌'도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이다. 정부도 이들이 만드는 성과와 이를 통한 선한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경북은 어느 지역보다 자연,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해서 지방에 '다움'을, 색을 더해보자. 어떻게 양성할까? 첫째는 지역 가치의 발굴과 육성이다. 지역 가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출발이다. 지방 정부가 이 가치를 발견하면 좋겠지만 익숙함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발견된 가치의 집중적 육성을 통해 그 가치를 도시의 다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맥주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미국 포틀랜드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통해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 중 하나이다. 포틀랜드는 수제 맥주를 적극적으로 육성, 전 세계 맥주 마니아들이 찾는 맥주 성지(聖地)로 유명하다. 포틀랜드엔 80여 개, 근교까지 치면 약 130개의 브루어리가 있다. 수제 맥주를 만드는 과정엔 사람 손이 꼭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에 오리건주에서 약 3만1천명이 수제 맥주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둘째는 창조적 개인의 유치이다. 지역 가치와 결합 구슬을 꿰어 목걸이로 만드는 사람들이고, 문경 화수헌의 260년 된 고택의 가치를 발견하고, 양양 해변에서 서핑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경북경제진흥원장으로 재직 시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 사업을 할 때 많았던 논쟁 중 하나가 집토끼와 산토끼에 대한 얘기였다. 그러나 출신보다는 현실적으로는 누가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뷔자데'와 같은 시각을 가지느냐의 문제였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사는 곳을 먼저 정하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 다움이 있는 도시, 친환경, 개방성 등 이런 지역에 이들은 끌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중간지원 조직의 필요성이다. 지역 가치와 창조적 개인을 결합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수 있는 조직이다. 26개 팀을 만들어 지역 정착 로컬 창업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로컬 라이즈 군산' 프로젝트를 수행한 '언더독스'와 같은 조직이다. 최근 강원도에는 '소풍벤처스'와 제주도에는 '크립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와 강원의 로컬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활발한 것도 이들의 존재와 무관하지 않다. 경북도 이런 조직이 필요하다.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3040칼럼] 대구의 봄, 대구를 다시 봄
지난주 점심시간 직장 동료들과 경상감영공원에 봄꽃 구경을 갔다. 봄이 주는 설렘과 반가움에 나이도 잊은 채 우리는 막 피기 시작한 벚꽃나무 앞에서 어린 소녀처럼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인근에는 경상감영공원 외에도 3·1운동만세길, 근대역사박물관이 있으며, 도로 하나만 건너면 경북 최초 기독교 교회인 제일교회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계산성당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2·28기념중앙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또한 중구에 모여 있다. 경상감영공원은 조선시대 8도 체제가 도입되면서 지방 통치를 위해 파견된 관찰사가 거주하며 업무를 보던 감영(監營)이 있던 터다. 관찰사의 집무 공간과 관찰사의 처소를 2017년 시민들에게 개방했는데 이는 조선시대 관청 건물로서 희소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역사와 문화 자산이 풍부하고,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각각의 장소들을 재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지인보다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더 많이 방문하는 듯하여 조금 아쉽다.반면 SK텔레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기업 본사들이 모여있는 서울 을지로에는 버스킹을 하는 무명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돌바닥에 앉아 손을 맞잡은 다정한 연인들이 청계천 변 저녁을 수놓는다. 이곳은 과거 6·25 전쟁 후 가난한 시절 어린 소녀들이 남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 견습공으로 일했던 옷 만드는 공장이 있던 장소다. 연남동은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던 경의선 운행을 중단하면서 도시재생사업에 힘입어 연트럴파크라는 젊음과 예술의 장소를 탄생시켰다. 폐철길에 잔디를 심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노천카페들을 유치하면서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오늘날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연남동, 합정동, 경리단길의 경우 예술가들의 손길이 지역 일대를 명소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본래 젊은 무명 미술 작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던 동네였는데 허름한 카페나 펍들이 낡은 건물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감각적인 디자인의 카페와 펍으로 변신하여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비 규모와 홍보 예산, 정주 인구 및 유동인구 수에서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대구의 골목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 콘텐츠는 서울 핫플레이스들에 뒤지지 않는다. 중세 고딕 건축 양식의 아름다운 계산성당 앞뜰을 산책하고 있노라면 엄숙한 교리 수업을 받는 신학생들과 사랑을 속삭이며 밀회를 즐기는 앳된 남녀가 보이는 것만 같다.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에 앉아 백년 묵은 라일락 나무를 바라보며 무말랭이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고뇌에 찬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독백이 들리는 듯하다. 도시든 브랜드든 역사가 오래되고 전통이 깊을수록 과거 역사에 대한 성실한 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오랜 세월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산을 훼손하지 않고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젊은 감성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벚꽃이 대구 지역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주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서 경상감영공원 산책도 하고 근대역사박물관 앞에서 인스타그램 인증샷도 찍어보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고향 대구가 낳은 천재 시인 고월(古月) 이장희가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노래한 것처럼 '푸른 봄의 생기'가 대구에 다시 뛰놀기를 기대한다.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성현 생각] 희망을 지켜 봄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내일의 삶이 오늘보다 더 나으리라 장담할 수 없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기에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의 강도는 더 커진 듯하다.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내일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매섭게 몰아치는 거센 바람처럼 우리에게 두려운 생각을 더욱 빨리 확산시킨다. 그러나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의 끝자락에 어느새 다가설 봄기운을 기다리는 것처럼 희망은 숱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차디찬 현실 앞에 희망을 지키다 보면 어느새 따스한 오늘을 맞게 된다. 희망을 지켜 봄이 된다.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단상지대] 역사에 대한 태도
'고바야시 마사루'(1927~1971)라는 일본인 문학자가 있다. 그는 대구경북과 인연이 깊다. 1927년 진주에서 태어나 안동 시절을 거쳐 대구중학교를 졸업한 후 1944년 봄에 난생처음 일본 땅을 밟는다. 이후 그는 일본의 한국전쟁 참여를 반대하는 반전·평화 운동 중에 투옥되고 그로부터 그의 문학은 시작된다.고바야시 마사루는 한국전쟁을 가장 깊이 있게 다룬 일본인 문학자다. 더불어 그는 3·1운동을 가장 많이 가장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1969년 봄에 발표한 '만세·메이지 52년'은 일본의 3·1운동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안동의 3·1운동을 제재로 "피비린내" 났을 당시 현장을 문학적으로 생생하게 형상화한 동시에 1919년 당시 신문 기사를 소설에 삽입해 현장의 진실과 보도의 허위를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독특한 구성을 취했다.'만세·메이지 52년'은 작품 발표 시점도 흥미롭다. 1969년 봄. 바로 3·1운동 50주년에 해당하는 때이다. 이러한 의식적 선택에는 3·1운동 당시 학살당한 많은 조선인에 대한 추모와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질타가 깔려 있었다. 1968년에 일본 정부는 1868년의 메이지 유신 10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 '메이지 백년제'라는 국가 차원의 마쓰리를 연다. 이 마쓰리의 의도는 '영광스러운 메이지 100년'이라는 홍보 문구가 잘 함축한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정부는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이어서 '메이지 백년제'를 활용해 일본의 근대 100년에 대한 국민의 역사 기억을 수정하고자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바야시 마사루는 메이지 유신 100주년에 3·1운동 50주년을 맞세우면서 일본의 근대 100년을 '영광스럽게' 기억해도 되는지 반문한 것이다.근대 동아시아의 전쟁은 모두 일본이 일으켰고, 한반도는 항상 그 전쟁들 중심에 있었다. 1894년의 청일전쟁과 1904년의 러일전쟁은 한반도 장악을 위한 전쟁이었다. 이어서 일본이 시베리아 지역에서 전개한 7년 전쟁(1918~1924)은 해당 지역 항일·독립운동 진영을 '소탕'하면서 3·1운동 이후 한반도 상황을 진압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또한 1931년 만주 침략을 시작으로 1945년까지 이어진 아시아태평양전쟁은 한반도의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동원'한 전쟁이었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 이후 약 50년 기간 중 26년 동안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였고 한반도는 항상 그 피해의 중심에 있었다. 고바야시 마사루의 3·1운동소설은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20년에 걸친 고바야시 마사루 문학은 "조선은 일본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지탱하고 관통했다. 그는 문학 활동 내내 한반도가 일본 때문에 입어야 했던 역사적 피해와 상처에 온몸으로 공감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죽음을 크게 앞당겼다.국가 외교 전략은 아무리 못해도 지역 출신 일본인 문학자 개인의 성찰보다는 깊고 넓어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 사실과 유리된 공허한 메시지를 서두르기보다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묻는 사회적 담론과 공감이 선행해야 한다. 상대의 피해와 상처에 대한 공감도 없고 최소한의 상식적 책임까지 거부하는 관계에 '미래지향'과 '건전함'은 없다. 엄연한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런 태도는 파렴치를 넘어 섬뜩하고 위험한 계획이 준비 중임을 의미한다. 그렇다, "판이 바뀌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판이 위험스럽게 요동치고 있다. 우리는 미래세대의 시간을 위험 속에 내던지고 있다.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최범순 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베토벤의 머리카락
생물학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연구한 논문이 실려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베토벤의 것으로 알려져 내려온 여덟 가닥의 머리카락을 연구해 보니 종전에 그의 것이라고 알려진 '힐러 모발'은 가짜임이 판명되었다. 그중 다섯 샘플만 동일한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어 신빙성이 높았다. 19세기 서양에는 사람이 죽으면 해부를 하는 경우가 많았고 심장을 꺼내 기념품으로 보관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1827년 베토벤이 죽었을 때 뇌의 주름을 보기 위하여 두개골을 열었고 먹은 귀를 연구하기 위해 귀도 베었고 친구들은 머리카락을 잘라갔다. 죽은 지 3일이 되자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았다.연구팀은 그 신빙성 있는 모발로 그의 신병과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려고 했다. 그가 납 중독이었다는 것은 가짜 '힐러 모발'의 분석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다섯 샘플에는 B형 간염의 자취가 있어 간경변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B형 간염은 출산, 성행위, 주사 때 주로 감염되지만 베토벤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주사를 맞은 적이 없기 때문에 출생 때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벨기에에 '반 베토벤'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이 족보상 그들의 16세기 조상이 베토벤과 같은 조상이라고 늘 자랑하였는데, 이번 연구팀이 이들과 베토벤의 유전자를 연구해 보니 전혀 관계없는 것이 밝혀져 그들은 적잖게 실망하였다. 연구팀은 나름대로의 설명을 내놓았다. 알코올 중독자인 베토벤의 할머니가 혼외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베토벤의 아버지였으니 베토벤은 베토벤 가문의 유전자를 물려받지 못했다는 것.경북대 명예교수·시인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아침을 열며] '한반도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3월의 한반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논쟁이 가득한 한 달이었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였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며,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유, 평화, 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했다.미래를 위한 노력은 곧바로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16일 일본을 방문하여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임을 선언했다. 또한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한·일 공조가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을 밝혔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었다고 자평했다.윤석열 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현재'의 심각한 한반도 '안보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협력도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해 일본과도 적극적인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피해자'이지만 '과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전향적 선조치로 일본도 '과거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 줄 것이기에 '미래'를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것이다.북한에 대해서도 우리가 먼저 전향적인 '평화와 미래'를 위한 선제적 조처를 하고 그들의 변화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일까.지난 13일 한·미는 2018년 이후 중단되었던 군사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를 재개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북한을 대상으로 한 전쟁 연습'이라 비판하며,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지속해서 발사했다. 또한 지난주는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실시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지속 높여갔다. 김정은은 "섣부른 망동으로 위험을 자초하고 있는 적들에게 더욱 가속적으로 확대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무제한한 핵전쟁억제능력을 인식시키기 위한 공세적 행동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속적 무력시위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응수하듯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양보 없는 무력 대결을 시사했다.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우리는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넘어, '과거를 덮고' 일본과도 군사적 협력 관계에 나서고 있다. 한반도는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의 대결 구도로 고착되어 가는 듯하다. 동맹 간 대결은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는 '소극적 평화'가 유지될 수도 있지만, '균형'을 위해 양 진영은 끝없는 힘의 추구로 이어지고, 결국 양 진영 모두에게 '불행한 미래'만 안겨 주게 된다. '미래'를 외치며 시작한 3월이 '대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미래'를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 역시 '제로섬' 관계가 아닌 '상생관계'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우리의 전향적인 그리고 과감한 선제적 조치들이 필요할 때이다. 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여의도 메일] 테슬라 기가팩토리 대구 유치는 대구산업의 혁신 기회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테슬라 기가팩토리 관련 일정이 포함될 수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화상통화를 통해 아시아 기가팩토리를 대한민국이 강력히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는 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유치이며 직접적인 고용 창출도 2만5천여 명에 달한다. 최근 미국 이외의 지역인 베를린과 상하이 공장의 경우 착공 후 공장가동까지 약 1년 만에 이루어져 경제적 효과도 빠르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테슬라는 북미 공장 1곳과 아시아 공장 1곳을 추가로 증설할 것이라고 밝히고 후보지를 물색해 왔다. 북미 공장은 멕시코에 건설하기로 결정됐고, 아시아 공장은 여러 후보지를 검토 중이다. 아시아 공장 유치를 두고 현재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과 경쟁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리튬을 비롯한 원자재는 풍부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초 시설과 인프라가 부족하며 태국은 관련 산업이 존재하지만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 한국은 테슬라가 원하는 협력사가 다수 존재한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제조 업체는 물론 자동차 관련 우수한 품질의 부품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또한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으로 인프라 시설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우수인력도 풍부하다. 테슬라 아시아 공장을 대한민국에 희망한다면 대구는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테슬라의 요청으로 유치 희망 지자체를 조사했고, 37곳의 지자체가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구도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고, 유력한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왜 '기가팩토리 대구'가 되어야 하는가. 첫째, 대구는 이미 테슬라 협력 기업이 있고, 자동차 부품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대구에 위치한 엘앤에프는 지난달 28일 테슬라와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2년간 약 3조8천억원 규모다. 이외에도 다수의 대구 기업들이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또 대구의 자동차 부품기업은 1천614개사에 달하고 종사자 수도 3만9천346명에 달한다. 두 번째로 베를린과 상하이처럼 정주 여건이 좋고 인재영입이 쉬워야 한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라고 불리기보다는 TECH 기업으로 불리길 원할 정도로 소프트웨어를 중시한다. 이 때문에 우수 인력이 선호하는 대도시의 정주 여건을 갖추고 우수한 교육시설을 보유한 대구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세 번째로 대구는 이미 미래차로의 사업재편이 진행되고 있어 관련 인프라와 기술이 풍부하다. 대구시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미래차 전환 사업재편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다. 미래차와 관련해 정부가 승인한 대구기업은 총 19개사이며 전국 98개사 중 20%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또 대구시와 경북도는 '미래 모빌리티 특화단지' 지정 및 '미래차 부품산업 슈퍼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 공장의 유치는 미래차로의 전환에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테슬라 공장 유치는 대구 경제를 크게 도약시킬 다시 없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게 되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대구에 공장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누구보다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다.이인선 국회의원 (국민의힘)이인선 국회의원 (국민의힘)
[광장에서]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지난 한일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자위대 사열 시 각각 고개를 숙인 모습이 찍힌 사진이 배포됐는데, 태극기는 없고 일장기만 보인 것에 대해 전 정부 의전비서관이 페이스북에서 이를 비난하자, 페이스북은 이 정보를 독립적인 팩트체크 기관에서 확인한 일부 거짓 정보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다른 각도에서 찍힌 사진들을 보면 일장기 뒤에 태극기도 같이 있는데, 특정 각도에서 촬영된 사진만 보고 사실을 오도했다는 것이다. 모 공영방송도 일장기를 향해 윤 대통령이 경례하는 모습이라는 멘트를 했다가 사실 확인 후 사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위 가짜뉴스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념별·성별·연령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SNS에는 공식 언론사가 보도한 것이 아님에도 언론보도로 포장된 허위조작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챗GPT도 오류가 있는 데이터를 학습해 사실이 아닌 답변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기존 검색엔진과 달리 챗GPT의 답변은 출처나 근거를 제공하지 않아 팩트체크도 어렵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가짜뉴스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의미한다. 그러나 보통 규제대상으로 논의되는 가짜뉴스는 발화자가 고의적·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즉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이다. 결국 가짜뉴스란 고의적·악의적으로 생성·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악의성이 없거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성이 있다면 정당한 의혹 제기로서 보호될 필요가 있다. 이를 보호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표현의 자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 이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의견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촉진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 따라서 가짜뉴스로 인해 사람들의 의견이나 판단을 왜곡시키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분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다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짜뉴스 이슈는 무엇이 사실인지에 대한 합의도 어려운 것은 물론 동일한 사실에 대해서도 해석에 있어서 정치적 편파성이 농후한 것이 문제이다. 사실은 동일하게 받아들이지만 현상에 대한 분석이 특정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나, 특정 사실이나 유리한 사실만을 부각해 정보의 진정한 의미를 왜곡하는 경우가 많다. 여야 간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사실확인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식 주장, 단순화를 통한 의미 왜곡, 자기입장에 유리한 해석만 주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통합은 멀어지고 지지세력의 양극화와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법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은 전통적 언론기관은 물론 SNS 미디어의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자율적 자정 노력이 실행가능한 해법이다. 이와 더불어 이용자의 윤리책임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리터러시 함양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와 세상]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의 교훈과 시사점
시장경제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올라가는가 하면 내려가고 내려가는가 하면 올라가는 경기변동을 반복한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경제가 확장되기도 하지만 예기치 않은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따라서 위기가 거듭될수록 위기대응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사태를 보면 미국도 별로 그렇지를 못한 것 같다. SVB사태를 15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유사한 면이 보인다.첫째, 두 위기는 모두 미국이 고금리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당시 미연준 이사장이었던 그린스펀이 이상호황(irrational exuberance)과 주식시장의 버블을 끄기 위해 불과 1년 반의 짧은 기간에 기준금리를 1.5%에서 6%까지 인상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부실채권을 잔뜩 가지고 있던 은행들은 리먼 브라더스를 필두로 파산해 버렸다. 이번 SVB사태도 파월 미연준 이사장이 지난 1년 사이 금리를 4.5% 인상하였다. 따라서 재정증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던 SVB가 고금리하에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예금인출사태가 생겨 파산하게 되었다. 미연준의 고금리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에 급등시킴으로써 은행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틈을 주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양 금융위기 모두 미 정책당국이 금리인상을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급속하게 한 것이다. 즉 속도와 타이밍에서의 정책실패가 있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상황에 맞지 않은 규제완화가 불씨를 키웠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소위 볼커룰(Volker rule)이란 규제를 만들었다. 볼커룰은 은행 본연의 업무인 대출업무 이외의 자산운용을 제한하는 규제인데 이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은행들이 본연의 대출업무 이외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산운용을 다각화하다가 위기를 겪게 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트럼프 정부 때 다시 좋아지자 규제를 완화하여 중소은행들에게 자산운용의 다각화를 허용하였다. 이번에 SVB도 대출업무는 불과 10여%에 불과하고 대부분 재정증권 등을 보유하다가 시세가 떨어져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금융안정을 위한 규제에서도 정책실패를 한 셈이다. 세 번째 문제는 사태가 발생하자 사후약방문 같은 임시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SVB사태가 발생하자 처음에는 신속하게 원칙 있는 대응을 하는 듯하였다. 즉 신속하게 SVB를 파산시키고 원칙에 맞게 예금자보호룰을 지키는 듯하였다. 그러나 금융불안이 급격하게 확산되자 예금자보호 한도를 25만달러가 아닌 전부를 해주겠다고 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수습 때에 그랬듯이 세금지원으로 인한 납세자에 대한 부담전가와 같은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고금리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견된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적인 예방수단을 강구하지 못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위기가능성에서 안전할 수 있는가? 현재 우리나라는 첫째, 만약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확산되면 그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둘째,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말미암아 자산운용에 있어서 부동산 보유비율이 많은 금융기관의 위기가능성이 점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전적 대비책을 확실하게 강구해야 할 때이다.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남재일의 소수의견] 사이비종교와 진리폭력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크다. 과거에도 사이비 종교를 다룬 시사 기획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 충격을 준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를 망라한 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눈 밝은 시청자라면 다양한 개별 사이비 종파의 사례를 비교해가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을 인식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건전한 종교 생활은 당사자의 내면이 평온과 사랑으로 채워지는 경험이 관건이다. 하지만 '나는 신이다'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신도들은 불안과 두려움이 동인이 된 교주와의 예속관계 속에서만 안정을 느낀다. 시청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은 성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깊은 탄식이 나온다. "그들은 도대체 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교주를 메시아로 인식하는 과정은 두 차원의 사고작용이 결합되어 있다. 첫째는 "저 분(교주)이 바로 메시아구나!" 교주를 메시아와 동일시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판단이다. 이 오인의 일등공신은 교주의 신통력에 대한 소문이다. 불치병을 고치거나 미래를 예측하거나 나만이 알고 있는 과거를 꼭 집어 맞춘다. 물론 전지전능한 교주의 존재는 프레임과 편집 기술이 신도들의 확증편향과 공명한 결과일 터이다. 메시아를 갈망하는 신도들의 염원이 부지불식간에 교주의 행적을 신비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불합리한 사고 과정에 쉽사리 휘말리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메시아를 살아 있는 인간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인간을 메시아로 인식한다는 것은 그의 말과 행동을 진리로 여긴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자신의 주체성을 포기하고 교주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의존한다는 뜻이다. 이 것은 착취와 학대가 예정된 절대권력자와 예속된 노예의 관계에 다름없다.종교적 상상력 안에서 메시아의 존재 자체는 고통받고 절망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단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인간이 메시아를 자처하는 것은 캄캄한 밤 타인의 얼굴에 손전등을 비추며 진리의 빛이라 떠들어대는 것과 같다. 그건 타인을 눈멀게 하는 폭력일 뿐이다. 진리가 개인소유가 되면 타인의 개성과 차이를 깡그리 말살하는 '진리폭력'이 될 뿐이다. 진리는 아무도 소유할 수 없는 공유재로, 가까이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지는 밤하늘의 별처럼 깃들어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역설적으로 하늘에 계신 메시아에게 제발 지상으로 강림하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 간곡히 기도해야 한다.사이비 종교의 교주는 우주에서 강림한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이 사회 안에서 흔히 발견되는 어떤 삶의 태도들이 교주라는 특별한 촉매제를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킨 결과일 것이다. 절실하게 사랑과 평화를 갈망하지만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급하게 절대자에 의존하는 선량하지만 나약한 마음이 사이비 메시아에 대한 맹신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프랑스 철학자 알랭바디우는 "악은 선의 결핍이 아니라 선의 과잉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선의 과잉은 선을 표방한 도그마가 삶의 복잡성과 개별 삶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재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삶을 파괴하는 진리폭력을 의미한다. 메시아를 자처하는 사이비교주는 진리폭력의 조악한 형태다. 절대자를 통한 보편적 진리의 추구보다 타인과의 개별적 관계 속에서 의리와 사랑을 중시하는 삶의 자세를 갖는 것만으로도 능히 진리폭력을 피해갈 수 있다. 남재일(경북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경북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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