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전환의 시대, 사회적경제에서 대안 찾아야...
지금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 최대의 복합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정부는 좌표를 잃었고 시장은 기존 체계가 붕괴되고 있으며, 국민은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혼란과 분열 속에서 탄생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이 시점, 대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좌표를 확인할 때다. AI 기반 자동화는 산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일자리 감소와 소득 양극화라는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기술이 만들어낸 '잉여 시간'과 '잉여 가치'를 어떻게 사회 전체가 나누고 순환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법으로 최근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경제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경제활동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사회적경제기업 수는 약 3.2만 개, 대구는 1천291개로 전체의 4%에 불과하다. 특히 대구는 최근 3년간 기업 수가 줄어드는 유일한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다. 전국 평균이 연 2.7% 증가한 반면, 대구는 예비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의 수가 뚜렷이 감소했고, 사회적기업의 평균매출도 전국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기업 중단률까지 높아지며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사회적기업인들의 노력으로 전통 제조산업과 결합한 사회적기업이 지역 기술인력 보존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청년과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비중이 54.2%에 달하고 사회적기업의 생존율이 일반기업보다 높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문제는 지원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뒷받침할 혁신 역량이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AI 기술은 반복 노동을 대체하고, 고숙련 기술 중심의 일자리만을 남기고 있다. 이는 지역 중장년층, 청년 구직자, 경력 단절 여성 등의 일자리가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경제는 단순 복지보완을 넘는, 지역의 생존 전략이자 기술기반 대안으로서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특히 대구는 근대문화골목과 같은 풍부한 역사·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간에 사회적경제의 철학과 기술이 더해지면,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지역문제 해결과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회복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근대골목 해설 프로그램, 협동조합이 기획한 문화콘텐츠 투어, 지역 노인을 고용한 안내 서비스 등은 기술이 만든 잉여가치를 지역 안에서 재분배하는 실험이 될 것이다. 대구형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길은 바로 골목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사회적경제를 '연대와 상생의 경제 생태계'로 정의하고,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사회적금융 확대, 공공조달 연계 강화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구시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먼저 사회적경제 철학이 담긴 조례 제정하고 사회적경제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지역소득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지역순환경제 실현을 위해 공공시장 플랫폼을 구축하여 유통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사회문제 해결형 사회적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민간주도 사회적금융기관을 설립하고 유휴 공공자산을 활용하여 사회적경제 혁신거점 조성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회적경제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는다는 것은 기술 변화에 적응하면서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대경본부장 김세현 기술보증기금 대경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