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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시대공감] 전유진 초유의 신드롬 왜 생겼나
TV조선 '미스트롯2'는 한국 최대 오디션 시리즈다. '미스트롯1'과 '미스터트롯' 이 두 편을 거치는 동안 기록적인 시청률과 함께 범국민적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지상파 오디션도 대적하지 못하는 오디션계의 거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미스트롯2'가 최근 크게 흔들렸다. 전유진 탈락 사태 때문이다. 중고등부로 출연한 중학생 전유진이 탈락하자 거대한 반발이 일어났고 그 때문에 프로그램이 휘청대기까지 했다.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탈락자에 대한 안타까움, 반발 여론이나 심사위원과 제작진에 대한 불신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흔히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오디션은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전유진 탈락 사태는 '미스트롯2'를 뒤흔들었다. 성인 오디션에서 중학생이 주목받는 것조차 힘든 일인데, 전유진은 주목받는 수준을 넘어 아예 판 전체에 변동을 일으켰다.'미스트롯2' 시작 전에도 전유진은 스타였다. MBC '편애중계' 왕중왕전에서 준우승까지 하며 얼굴을 알렸다. 하지만 압도적 스타는 아니었고, '미스트롯2'에서 주목받는 도전자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런데 오디션이 열리자마자 인기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러 스타급 도전자들을 제치고 전유진이 국민 응원 투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압도적인 원톱 자리에 오른 것이다.전유진의 노래가 그만큼 많은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는 뜻이다. 1회에 부른 '서울 가 살자'는 올하트를 받긴 했지만 마스터들에게 극찬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유튜브 조회수가 350만회를 돌파해 마스터들에게 격찬 받은 노래들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유진 노래엔 한순간 이목을 잡아끄는 자극성이나 화려한 기교가 없다. 그런데 들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 듣는 이의 마음에 다가온다. 각박한 시대에 위로를 전해주는 목소리다. 질리지 않아서 반복해서 듣게 된다는 점도 전유진 가창의 특징이다. 이래서 전유진의 노래가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 '데스매치'에서 부른 '약속'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하지만 마스터들의 평가가 대중의 감동과 다르게 나왔고 심지어 전유진이 패배하기까지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더욱 전유진을 지키기 위해 결집하게 된 것이다.그런 와중에 전유진이 노래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메들리 팀미션으로 탈락하자 공분이 폭발했다. 이 충격파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일시 하락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후 마스터·제작진에 대한 집단적 불신이 나타나 프로그램이 위협받았다. 사람들은 결승 문자투표 때 마스터들이 선호한다고 간주된 출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투표해 순위 변동까지 만들어냈다. 이런 사태는 과거엔 생각도 못 했던 일인데, 일개 중학생 출연자의 탈락 때문에 벌어졌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번에 비록 '미스트롯2'에서 높은 순위를 얻진 못했지만 국민적 응원을 얻은 셈이다. 어떻게 보면 안타깝게 탈락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주겠다'는 지지 열기가 더 강해졌는지 모른다. 보통 1위 수상자가 오디션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하지만, 이번 '미스트롯2'에선 장외의 전유진이 최고 스타로 우뚝 섰다. 앞으로 시대를 위로하는 국민가수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이번 일은 전문가의 평가와 국민의 정서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극명히 보여준 사태였다.<문화평론가>하재근 문화평론가
[경제와 세상] 기본소득 논쟁, 먼저 개념부터 확인하라
요즘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이 강하고 매섭다. 여야 잠재 대권 주자들도 줄줄이 반(反)기본소득 대열에 가세해 기본소득의 문제점을 지적하니 말이다. 주요 대선 주자가 다 나섰을 뿐만 아니라 비판 내용도 거칠고 집요해서, 기본소득을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 이재명 경기도지사로서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논쟁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눈에 들어온다. 기본소득의 개념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공방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다른 개념이 들어 있는 상황에서 논쟁을 벌이면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여야 잠재 주자들은 충분성을 기본소득의 필수 요건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이 도지사가 밝힌 기본소득 로드맵을 두고 한쪽에서는 지급액이 너무 적다고 공격하고, 다른 쪽에서는 엄청난 예산이 든다고 비판한다. 김세연 전 의원이 이재명 표 기본소득은 용돈에 불과하다고 비아냥댔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재명의 장기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공박한 데는 이런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이런 유(類)의 비판은 모두 과녁을 벗어났으니 말이다. 오늘날 세계 기본소득론자들은 처음에 소액으로 기본소득을 시작해도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다. 아니, 현실적으로 기본소득 도입은 그렇게밖에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대표적 기본소득 이론가 판 파레이스는 이를 '부분적 기본소득'이라 부른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를 대체한다고 여기는 대선 주자도 있다. 물론 역사상 기본소득론자 중에는 기존 복지를 대체할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한 사람도 있었다.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이 대표적이다. 프리드먼은 1960년대 미국에서 '빈곤과의 전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여기저기서 새는' 복지지출을 아낀다는 명분을 내세워 마이너스 소득세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사실상 기본소득과 원리가 같다. 세계 학계에서는 이를 우파 기본소득으로 분류한다. 가끔 외국의 극우 정치인이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은 바로 이 유형이다. 하지만 이 유형은 주류가 아니다. 기본소득의 원조로 평가받는 토머스 페인이나 토머스 스펜스는 기본소득을 복지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기본소득이란 시혜가 아니라 권리에 대한 보상이었다. 원조 기본소득론자들이 이렇게 생각한 것은 사회 안에 토지, 자연자원, 환경 등 사회 구성원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공유부(common wealth)가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주주처럼 모든 국민은 공유부에 대해 한 주씩 가지고 있으므로, 주식회사가 기업 이윤을 주주에게 배당하듯이 공유부에서 생기는 소득을 일정 부분 환수해서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기본소득론의 주류는 페인과 스펜스의 입장을 지지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기본소득에는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든가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기존의 복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공유부로부터 조세가 걷어지는 만큼 기본소득을 분배하기 때문에 예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고, 복지제도와는 별개의 트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으로 인해 기존 복지가 위축되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정치적 공격은 내용의 진실성과 무관하게 행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처럼 벌어진 정책 논쟁의 결말이 허무할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우리말과 한국문학] 떠도는 땅과 이주자들의 시간
얼마 전 제주에 다녀왔다. 봄마중을 간 것은 아니고,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과의 연구협약 체결을 위해서다. 이 연구원은 제주학 연구를 통해 지역 사회의 발전과 동아시아 사회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있다. 근래에는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건을 기반으로 '쿰다로 푸는 제주 섬의 역사와 난민'이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삼별초를 비롯하여 4·3항쟁까지 육지에서 건너온 자들의 억압과 제주 사람들의 저항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고, 그때마다 많은 이들이 바다를 건너 제주를 떠났다. 바다를 떠도는 난민들, 경계에 서 있는 이주자들은 제주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이 연구의 핵심은 제주의 '쿰다' 문화에 있다. '쿰다'는 '품다', 포용하고 품어 안는다는 뜻의 제주어다. 제주 사람들은 육지 사람들의 수탈에 저항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상처 입어 숨어들어온 이들을 품어 안았다. 어머니의 품처럼 제주는 약하고 여린 존재를 포용하고 받아들인다. 이러한 '쿰다'의 행위는 내 집 밖 타자를 집 안으로 맞아들이는 환대에 다름 아니다. 나와는 다른 '낯선 자'이지만, 그들의 호소에 응답하는 것. 진정한 '쿰다'를 실천하는 것이 난민과 이주자 문제를 풀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러한 난민과 이주자의 문제는 타민족이나 인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근현대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국경을 넘는 이주민의 기록은 넘쳐난다. 조선 후기만 해도 지배층의 수탈을 피해 스스로 난민이 되어 국경을 넘은 자가 허다했으며, 국권침탈을 전후로 해서 만주와 연해주 등지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연해주에 이주한 조선인들(고려인)이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된 사건은 민족 이주 역사의 대표적 사건이다. 연해주 일대 일본의 간첩활동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1937년 강제 이주된 수십만 명의 고려인들은 자신의 삶터에서 빈손으로 쫓겨나 이름도 모르는 머나먼 땅에 던져졌으며, 열악한 열차 환경으로 수많은 이들이 사망했다. 소설가 김숨은 이러한 강제 이주의 역사를 소설 '떠도는 땅'에서 다루고 있다. 소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한 칸에 탑승한 이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별, 나이, 태생도 다르고 연해주에 정착한 이유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을 거슬러 고려인의 150년 역사로 얽혀있다. 민족과 인종, 계급과 이데올로기로 갈등하는 그들의 과거는 강제 이주되는 열차 안에서 모두 무화된다. 조선인도, 러시아인도 아니고, 노동자나 지주도 아니며, 적군파도 백군파도 아닌 그들에게 요청되는 것은 그저 인간의 존엄뿐이다. '떠도는 땅'은 강제이주의 역사적 사건에서 시작하지만, 실상은 뿌리 내릴 땅을 찾아 떠도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다. 땅을 찾아 국경을 넘어온 이들은 그들이 일군 땅을 빼앗기지만, 새롭게 이주한 땅에서도 끈질기게 뿌리내린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 다니다가 생을 마치고, 또 다시 이승에서 저승으로 이주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이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난민이나 이주민을 타자로 배척하는 것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3월이다. 새 학기를 맞아 진학과 진로를 위해 많은 이들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주한다. 필자도 얼마 전에 일터를 옮겼다.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기대가, 또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위한 수고와 고난이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자. 뿌리내릴 땅만 있다면 생은 끈질기게 이어진다. 이주하는 모든 이들이 환대받는 세상을 소망하며, 새 땅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배지연 대구대 인문과학 연구소 교수배지연 대구대 인문과학 연구소 교수
[수요칼럼] 세계 최초 사회주택 푸거라이 500주년을 맞아
1521년 8월23일 당대 유럽 제일의 부자라고 불리던 상인 야콥 푸거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시의 빈민을 위해 세계 최초로 사회주택단지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였다. 1516년과 1523년 사이 만든 52개의 주택에는 병으로 빈곤 위험에 처한 수공업자 혹은 날품팔이꾼 중에서 세간의 평판이 좋은 사람들이 입주할 수 있었다.각 주택은 약 20평 정도로 생활조건은 수준급이었으며, 주로 젊은 가정이 아이들과 살았기 때문에 단지내에 교회와 학교도 존재했다. 입주민들의 의무는 푸거와 푸거 가족을 위해 하루 3번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경제적으로 회생한 주민들은 단지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푸거 이후에도 사회주택의 전통이 계속 이어져 왔다. 특히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던 19세기에는 개인, 기업, 교회, 또는 노조를 중심으로 여러 사회주택 단지들이 만들어졌다. 1871년 국민국가가 형성되면서 도시 하층민들의 주거문제는 국가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이 확산했지만, 국가 차원의 사회주택 정책이 수립된 것은 1차 세계대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 때부터였다.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기인 49년에는 신축주택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사회주택의 건설이 정점에 달하였다. 그러나 전후 주거문제가 점차 완화하면서 사회주택 건설도 감소되었고 주택건설은 자유시장에 맡겨졌다.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급기야 사회주택건설의 비중이 전체 신축건설의10% 미만으로 떨어졌다. 독일에서는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은 주택에 저소득자가 시장 가격에 비해 현저히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사는 것을 사회주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회주택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주택으로 전환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사회주택은 감소하는데, 신규로 사회주택은 건설되지 않으니 저소득자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었다. 게다가 2010년대부터 주요 도시의 월세는 40% 이상 폭등하고, 도시에서 내집마련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주택난은 독일에서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아울러 2010년대 초 유로화 위기로 인한 남유럽 이주민 증가와 2015년 이후 시리아 내전에 따른 난민 수 급증 때문에 독일 대도시의 주택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결국 연방정부는 2018년 가을, 2021년까지 150만개의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주거공세'를 선언하였다. 이 공세에 따르면, 총 50억유로를 투자하여 10만개의 사회주택을 건설하기로 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1927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매년 약 12만5천개의 사회주택이 건설된 것에 비하면 4년 동안 10만개는 결코 많은 수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에 발표된 정부의 결과 보고서를 보면 약속했던 주택수조차도 달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 주거정책은 사회주택을 더 많이 건설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세계 최고의 부를 자랑하던 푸거의 회사는 그의 사후 곧 사라졌지만, 그가 설립한 푸거라이 단지는 142개의 주택과 입주민 150명으로 현재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현재 푸거라이의 집세는 설립시기와 동일한 금액인 0.88유로(연 기준)이며, 관리비는 실비인 월 85유로에 머물러 저소득층에게 여전히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올해로 500주년을 맞이하는 푸거라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사회주택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한다.이유재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장이유재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장
[김해동의 기후 환경 탐방] 기후변화 문제인식의 변천사
대기 중 온실기체 농도증가가 지구온난화를 만든다는 사실은 19세기 말 스웨덴의 화학자 아우렐리우스가 제기한 이래 널리 인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지구환경에 큰 위협이 된다는 인식은 1965년 미국 MIT대학 마나베 등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당시에 비하여 2배로 증가하면 지구 평균온도가 2∼6℃나 상승한다는 논문을 발표한 이후다. 이 논문은 당시 미국 존슨 정부에 보고되어 과학기술로 지구온도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기후공학 기술 개발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지구온도는 193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해 하강하던 시기였기에 당시에는 지구온난화보다는 지구에 소빙하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눈앞의 위협이 더 큰 문제였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지구온도는 40년에 걸친 기온 하강기를 벗어나서 빠르게 상승하였고 그에 따라 폭염, 홍수, 가뭄, 강풍 등 기후재해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1988년 미국 LA에서 나타난 기록적인 폭염은 충격적이었다. 이것이 문제가 되어 가을에 미 상원에서 NASA에 근무하던 한센 박사를 불러 LA 폭염과 지구온난화와의 관계를 묻는 청문회가 열렸다. 한센 박사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지구환경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 청문회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창설로 이어졌고 IPCC는 1992년 지구온난화 현상의 현황과 전망 그리고 대책을 다룬 제1차 평가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를 계기로 대기 중 온실기체 증가는 단순히 지구온도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상기후를 만들어 재해를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지구온난화 대신 기후변화라는 용어가 자리를 잡게 된다. 이후에도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됐고 기후변화는 심각해져 갔다. 2007년 오바마 정부에서 과학기술을 담당했던 하버드 대학 홀드런 교수가 예측불가능한 수준의 이상기후가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젠 기후붕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2015년 파리 신기후체제 합의 이후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상 기후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기간 안에 탄소중립(자연의 탄소제거 능력 범위 내에서 인위적 탄소배출량을 억제)을 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더해져 지금은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런 용어의 변천을 통하여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져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영남시론] 기본소득 도입 가능한가?
수년 전부터 기본소득제에 대한 찬반논쟁이 있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재난 국면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정치 이슈로 급부상했다. 경기도는 조례로 '청년기본소득'이란 이름으로 경기도지역 만 25세 청년에게 분기별 25만원씩(연간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재산·소득·고용 등과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준의 생활비를 똑같이 지급하는 제도인데, 220년 전에 주창된 담론으로 당시 취지는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작동원리나 재정의 측면에서 기존의 복지국가와 충돌한다는 데 있다. 즉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무차별·무조건적으로 같은 액수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므로 각종 사회적 위험에 제도적으로 대비하는 보편적 복지국가와 작동원리가 다르다. 기존 사회보장의 상당 부분을 폐지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할 수가 없다. 예산절감과 조세감면 축소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의 양은 미미하고, 이것도 기존 복지국가의 확립을 위해 사용하는 게 맞다. 이 도지사는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그대로 둔 채 추가적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이렇게 할 경우 복지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하는 데 써야 할 소중한 재정을 푼돈으로 날리게 된다. 그러므로 이는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소득의 목적·취지에 반하는 '사이비 기본소득'이자 포퓰리즘 정치일 뿐이다. 기본소득제는 보편성, 무조건성, 정기성, 충분성의 요건에 맞추어 모든 개인에게 기본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인 연간 100만원은 보편성·정기성·충분성 요건에 위배되므로 기본소득이 아니다. 이 도지사는 사회보장제도를 잘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소득의 본질적 개념조차 왜곡하면서 그럴듯한 말로 선거에서의 득표를 위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본다. 이 도지사는 1년에 50만원 또는 1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주장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빚에 쪼들리는 대다수 서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400만원은 엄청난 거금"이라고 말했다. 이 도지사가 진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빚에 쪼들리는 서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연 200만~400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서 연 2천만~4천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해야 한다.유럽 복지국가들은 의식주와 의료·교육 등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을 채택하고 있으며, 기본소득 도입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럽의 기본소득 옹호자들은 충분성 요건이 결여된 푼돈이나 보편성 요건이 결여한 일부 인구 대상의 현금 지급을 기본소득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것들은 기본소득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2016년 스위스 국민투표다. 월 2천500스위스프랑(300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방안이 국민투표에서 76.7%의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소득 8만달러가 넘는 나라조차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하지 않고는 재원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인데,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을 채택한 나라가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기본소득 도입은 실현 가능성도 없거니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방해할 뿐이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 도지사 같은 사람이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서민의 開소리]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네가 잘하는 것, 네 영역의 일을 해라. 나는 축구선수기에 축구만 한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만약 내가 정치인이었다면 정치만 했을 것이다."'즐라탄'이라는 축구선수가 농구선수인 르브론 제임스에게 한 말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즐라탄은 영국과 이탈리아 프로팀에서 활동하며 500골 이상을 넣은 슈퍼스타다. 41세인 올해도 이탈리아 리그 소속으로 득점 3위를 달리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으니, 이 정도 선수라면 남에게 '네 본업에 충실하라'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즐라탄이 저격한 르브론은 현재 전 세계에서 농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다. 은퇴한 마이클 조던에 이어 역대 2위로 평가받는 데다, 지난 시즌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으니, 르브론만큼 본업에 충실한 사람을 찾아보긴 힘들다. 오히려 르브론이 즐라탄에게 "나한테 신경 쓸 시간에 축구 연습이나 해"라고 할 법하다. 두 번째, 이게 더 큰 문제인데,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둔 채 다른 이는 정치에 대해 간섭하면 안 되는 것일까? 어느 정도 사는 나라에서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국민투표로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질구레한 일들은 정치인들에게 맡길지라도 헌법을 바꾼다든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다든지 하는 중요한 사안은 국민투표로 이루어지고 있다. 돈도 더 들고 절차도 번거로울지라도 이런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많은 국민의 참여하에 이루어지는 정치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더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가가 국민의 정치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판에, 정치에 관심을 끄고 본업에 충실하라는 말은 헛소리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분야인데 국민 누구도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자원 배분의 왜곡이 일어난다. 세금을 정치인들끼리 나눠 먹어도, 개발정보를 미리 빼돌려 천문학적 부를 축적해도, 그걸 막을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프랑스 드골 전 대통령이 "정치는 정치인에게만 맡겨놓기엔 너무 중요하다"라고 말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즐라탄은 르브론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르브론이 농구는 잘 알지 몰라도,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르브론이 정치에 대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유명인사들이 어느 정도 지위에 올랐을 때 하는 첫 번째 실수"라는 게 즐라탄의 설명이다. 물론 정치에 대해 많이 알면 정치적 발언을 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게 '정치를 모르면 입 닥치고 있어라'라고 얘기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정치의 목표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정책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이 피해를 본다면 나쁜 정치가 된다. 그럴 때 '이 정책이 나쁘다'라고 말함으로써 정책이 바뀌게끔 해야 나쁜 정치가 사라진다. 이 일은 꼭 많이 배우고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다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데 우리 정부는 백신을 구할 생각을 안 한다면, '백신을 구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권력자의 딸이 표창장을 위조해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면, '그 학생의 입학을 취소시켜라'고 외치는 게 맞다. 이쯤 해서 르브론이 어떤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알아보자. 그는 1984년 당시 16세이던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르브론은 흑인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지독한 가난에 시달려야 했는데, 초등학교 때 전학을 12번이나 다녔다. 그런데 르브론이 본 흑인 아이들의 삶은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학비와 용돈을 구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마약을 팔고 그러다 경찰에 잡혀 전과자가 됐다. 전과자는 취업이 어려우니 어른이 된 후에도 쭉 가난할 수밖에 없고, 그런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 아이들은 또다시 마약을 팔았다. 다행히 르브론에게는 천부적인 운동능력이 있어서 그는 연봉 400억원을 넘게 받는 스포츠 부호가 된다. 미국의 주류사회에 진입했으니 농구에만 전념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만 "돈을 얼마나 벌든, 얼마나 유명한 사람이든, 미국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은 어렵다"는 발언에서 보듯, 르브론은 인종차별에 누구보다 분노하는 명사다. 비무장 흑인 한 명이 경찰에게 7발의 총탄을 맞은 지난해 8월 그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던 플레이오프에 뛰지 않겠다고 선언해 경기를 취소시키기도 했고, 흑인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투표를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또 흑인들을 위해 학교를 짓거나 장학금을 주는 일에 재산의 상당 부분을 쓴다. 2015년에는 490억원의 기부를 발표했는데,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즐라탄의 르브론 저격이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흑인들 입장에서 르브론은 자신들의 열악한 처지를 대변해 주는 영웅일 수밖에 없다. "난 흑인이 아니니까 괜찮아"라고 말하지 말자. 잘못된 정치에 침묵하면 그 화살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2019년 개그맨 이용진이 한 유튜브 채널에서 대통령을 지칭하며 '문재인씨'라고 부른 적이 있다. '씨'라는 호칭도 충분히 높인 것이지만 친문세력은 이 말에 흥분했고, 결국 그는 사과와 함께 유튜브를 닫아야 했다. 원래 웃음은 힘센 권력을 조롱할 때 나오는 법이지만, 대통령을 왕으로 떠받드는 공격 앞에서 정치풍자 유머는 설 땅이 없어졌고, 이는 개그콘서트(개콘)가 폐지되는 한 이유가 됐다. 그가 욕먹을 때 많은 이들이 그의 편에 서서 싸워줬다면, 개콘이 조금 더 연장되지 않았을까? 아닌 걸 아니라고 외쳐야 여기서 탈출할 수 있건만, 비판의 소리를 내는 이에게 또 다른 즐라탄들은 이렇게 말한다. "네 본업에나 충실해." 정권 비판을 하는 나 역시 '기생충 연구나 하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그런 말을 듣는다고 움츠러들지 말자. 그리고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내자. 나라가 망한 뒤에는 본업이고 뭐고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3040칼럼]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할 백신 논란
요즘 백신 관련 논란이 주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다. 필자는 생물학 분야에서만 20년 이상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보니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현재의 백신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왜 백신 확보가 늦어졌냐는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백신들보다 안전성이나 효율이 다소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부터 확보가 되어서 접종 우선순위가 높은 대상들에게 먼저 사용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보건 당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속도를 앞세웠기에 충분한 검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서둘러 사용된 러시아나 중국의 백신을 확보할 이유는 전혀 없었고, 작년 말이 되어서야 3상이 마무리되기 시작한 주요 백신을 무리해서 선제 도입하지 않았던 판단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선제 도입 계약을 했다면 3상에서의 결과가 충분치 않았을 경우에는 예산 낭비이고, 전문적 판단 결여라는 또 다른 관점에서의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 초기 단계부터 막대한 재정지원을 해주면서 넉넉한 수량을 선점한 미국이나, 재정적 여력도 충분하고 시장성도 훨씬 큰 유럽연합처럼 우선순위를 가지고 백신을 확보하거나 필요량 이상으로 넉넉히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현재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방식의 백신이 아니고 논란이 계속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바이러스 방식의 백신이 초반에 주로 도입된 부분도 보건당국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납득이 되기는 하다. mRNA 기반의 백신은 충분히 기대되는 미래기술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개발되기 전에는 전혀 사용된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기에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문제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3상 결과 발표 전에 선제 계약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실 아직까지 콜드체인이 필요한 초저온 냉동 보관 및 유통이라는 큰 숙제 역시 해결하지 못한 기술적인 한계도 존재한다.가격 측면에서 생각해 봐도 일반적으로 모더나 백신의 경우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비해 거의 10배 가까이 높은 가격을 책정해 두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상당한 물량을 SK에서 위탁 생산하기 때문에 국내 도입이 훨씬 수월하기도 했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는 현재 잘 알려진 노인에서의 안전성 이슈와 상대적으로 낮은 효과 외에도 중요한 단점이 하나 더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방식의 백신의 경우, 우리 몸에서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도 동시에 유도되기에, 한번 사용되고 나면 두 번째 사용 시에는 효과가 크게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즉 1회성으로 활용될 방식인 것이다. 이처럼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우선 접종 대상자들의 대부분이 확보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매우 희망적이기는 하다.그런데 필자의 관심은 앞으로의 문제다. 백신은 면역의 지속 기간을 생각하면 아마도 1년에 2회 접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임상 초기부터 이미 Best-in-class, 즉 최고라고 널리 인정받았고 임상 결과에서도 안전성이나 효율, 그리고 돌연변이에 대한 효과까지 검증되었으며 적절한 가격을 가진 데다 냉장보관을 하는 노바백스의 단백질 기반 백신에만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최근 들어 노바백스와 국내 도입 계약을 발표하긴 하였지만, 1회성이 아닌 중장기적 안정적인 확보를 해야만 작금 국민의 우려를 상당히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건당국의 지혜로운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이성배 DGIST 뇌·인지과학 전공 교수이성배 DGIST 뇌·인지과학 전공 교수
[CEO 칼럼] 일상의 회복과 백신 접종
대체로 일상은 평온하고, 평이하고, 평범하다. 그래서 때로 일상은 지루하다. 그러나 때로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전쟁 같고 비루하다. 이러저러한 일상이 깨진 지 1년이 지났다. 우리는 마스크 없는 사회적 접촉이라는 일상을 갈망하고 있다. 식당, 카페, 시장, 실내 체육관, 노래방 등과 같은 자영업 종사자들은 더더욱 그러하며 여행·숙박·관광업은 그 갈망의 시간을 가장 오래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현재로선 일상 회복에 있어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평화롭고 평등한 백신 접종, 즉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심의·선정한 접종 순서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는 예방접종이다. 연락이 오면 접종기관에 가서 조용히 접종하고 다시 마스크 낀 채 일하면 되는, 소란스럽지 않고 요란하지 않는 백신 접종. 많은 이가 백신의 종류, 제조회사명, 수송과 보관 방법, 비용 등에 대해 상세히 알 정도로 국민적 관심과 우려가 높다. 아이 키울 때 표준예방접종일정표에 맞춰 '생후 1개월 이내 BCG' 정도로 되뇌던 수준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차분하게 안 될까. 이웃 나라는 우리보다 9일 빨리 접종했는데, 우리는 왜 늦었느냐(9일 차이가 그렇게 중요한가), 어떤 나라는 화이자 백신으로만 계약했다는데 우리는 왜 여러 종류냐(분산투자가 안전할 수도 있지 않나), 대통령은 왜 먼저 맞아 보지 않느냐(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닌데?) 등 정치권과 언론이 생산해내는 목청 높은 소리들로 연일 소란하였다. 질병관리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은 mRNA백신(핵산백신), 재조합백신, 바이러스벡터 백신으로 나뉜다"는 정보를 비롯해 "계약 완료된 백신 말고 다른 백신도 추가로 도입하나요"와 같은 '자주 묻는 질문' 란을 마련해 관련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고 있다. 여기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인포데믹에서 벗어나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지난달 26일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되었다. 이보다 며칠 앞서 두 개의 실제 접종 데이터가 발표되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스코틀랜드의 데이터 발표와 지난달 24일 이스라엘의 화이자 백신 접종의 효과 발표가 그것이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전 주민 540만명을 대상으로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였고, 백신 접종자는 총 114만 여명이었다. 80세 이상 고령자의 약 3/4 정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였다. 1차 접종 후 4주째에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입원위험도를 각각 85%와 94%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사망률이 높은 80세 이상에서도 두 백신의 효과를 합치면 81%의 입원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스라엘에서는 약 470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약 60만명의 접종자가 연구에 포함되었다. 보고되는 감염에 대한 감염예방효과는 1회 접종 2~3주 사이에 46%, 3~4주 사이에 60%, 2회 접종 1주일 후에는 92%였다. 그 외 유증상 감염 예방, 입원예방, 중증질환 예방, 사망 예방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었다.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과학적 신뢰는 충분히 확보되었다. 그러나 여느 백신 접종에서와 같이 근육통·발열 등의 이상반응 문제가 있을 것이다. 준비한 대로 의연하게 대처하면 된다. 과도한 불안을 증폭시켜 백신 접종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손상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차분히 접종받을 일만 남았다. 흔들리지 말자. (물론 백신 접종이 전부는 아니다).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성현 생각] 가시가 가지가 되어 봄
속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만들 만큼 매서운 한파를 겨우내 오롯이 맨몸으로 버틴 그.앙상하게 메말라 마치 물고기 잔뼈처럼 생명력을 잃어버린 그는 아무짝에 쓸모없이 푸른 하늘만 가린다며, 스스로를 가시 같다면서도 그렇게 하루를, 또 이어진 하루를 오롯이 견뎌냈다.어느 날 아직도 서늘함이 가시지 않은 그날에 그는 스스로 그리 부끄럽게 여기던 가시 사이로 하나의 푸른 잎을 발견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다시 생명을 쏟아내는 푸른 가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가시가 가지가 되어 봄을 알린다. 그는 푸른 하늘을 향해 다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손짓한다. 다시, 봄. 가시가 가지가 되어 봄. 도성현〈blog.naver.com/superdos〉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휘파람 언어
인간의 의사전달 방법에는 휘파람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의 휘파람은 검지를 구부려 넣거나, 검지와 장지를 같이 넣거나, 양손의 손가락 하나씩 넣어 불어낸다. 또 그것은 고저장단이 있는 마디로 나뉘어져 기호화되는데, 이 마디들이 이어지면 멋진 멜로디를 이룬다. 휘파람새소리와 비슷하지만 사람의 소리가 더 길고 여운이 있다. 자연 속에서 듣는 그 휘파람소리는 너무 아름다워 가끔 자연의 '시'라고 불린다. 이 언어가 발달한 곳은 대부분 험한 지형이나 기후 때문에 통행이 불편한 곳이다. 깊은 협곡이나 호수가 가로놓인 곳에선 이것이 안성맞춤이다. 전 세계에서 이 언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린 곳이 두 곳 있다. 2017년에 터키의 쿠스코이 마을의 '새의 언어'가 등재되었고, 그보다 먼저 2009년에 라고메라 섬의 휘파람이 이름을 올렸다. 쿠스코이 마을에는 이 언어 구사 가능자가 만명 정도이라지만, 라고메라는 2만2천명 정도라고 한다.라고메라 섬은 대서양의 카나리아제도 중 하나다. 이 섬의 휘파람 언어를 '실보 고메로'라고 하는데 그 모본 언어는 스페인어다. "오늘 돼지를 잡을 테니 오게나"라는 내용의 휘파람을 바람에 실어 보내면 인근에서 일하던 농부와 목부들이 다 듣고 곧 답신을 보낸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은 휴대폰 때문에 이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섬에서는 궁리 끝에 이 언어를 초중등학교의 정규과목으로 채택해 청소년들이 제때 배우도록 독려하고 있다. 여기서도 발목을 잡는 것이 코로나다. 누가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비위생적인 수업을 받으려 하겠는가.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단상지대] 3·1절과 2·28민주운동
우리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할 것을 헌법 전문에 다짐해놓고 산다. 법으로 보는 3·1절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국경일이자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정하는 공휴일인데, 정부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열고 독립유공자 334인을 포상하면서 유관순 열사에게 최고 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3·1절 관련 학생인식에 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최소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전국 초·중·고생 10명 중 4명은 일제강점기 독립선언과 독립운동을 기념하고자 제정된 3·1절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공휴일을 맞아 사랑하는 우리 다음 세대와 이제 100년도 더 전의 먼 역사가 된 3·1절부터 어제가 기념일이었던 2·28민주운동 이야기를 잠시 나누어보고 싶다.일제강점기 만주와 일본에서 먼저 발표된 독립선언은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 낭독으로 전국적인 독립만세운동으로 확산되었다. 미국 윌슨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 전후처리를 위한 파리강화회담에서 '각 민족의 운명은 그 민족이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제안하고, 갑작스러운 고종의 죽음이 일본의 독살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이 겹치면서 독립만세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된 것이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폭력적으로 진압한 조선총독부의 집계에 의하더라도 당시 약 1천600만 인구 중 100만명 이상이, 어떤 학자에 의하면 200만명 이상이 참여한 초유의 대규모 운동이었다. 대구에서도 서문 밖 장날이었던 3월8일부터 남문 밖 장날 등을 기점으로 운동에 동참했다. 중구 청라언덕에 오르는 3·1만세운동길(90계단)을 꼭 한 번 밟아보기를 권한다. 그로부터 40여 년 뒤 우리는 조상들이 그렇게 꿈꾸던 독립된 나라에 살고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독재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1960년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 부통령 후보 장면이 직전 선거에서 자신의 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야도(野都)로서의 명성이 높았던 대구에서 2월28일 일요일에 유세를 가지려 하자, 이승만 정권이 요즘의 대학생이라 할 수 있는 당시 고등학생들의 유세 참석을 막기 위해 대구 공립 8개교 학생들에게 영화관람과 토끼사냥 등을 이유로 일요일 등교를 지시했고, 이에 경북고와 대구고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2·28대구학생의거'가 일어났다. 2·28은 오랫동안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평가받아왔으나, 단순한 도화선이 아니라 3·15마산의거와 4·19혁명보다 앞선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 그 자체로 보는 시각이 점차 공감을 얻고 있다. 정부도 2018년 '2·28민주운동'을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대구지역 경북고와 대구고 등 학교마다 기념 조형물이, 반월당에는 집결지 표지판이, 두류공원에는 대통령도 참배한 기념탑이, 공평동에는 기념공원이, 남산동에는 기념회관이 있어,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면 좋다.2·28민주운동 당시 학생들의 기백이 느껴지는 결의문을 일부 옮겨 본다. "우리 백만학도는 지금 이 시각에도 타고르의 시를 잊지 않고 있다. 그 촛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백만학도여! 피가 있거든 우리의 신성한 권리를 위하여 서슴지 말고 일어서라." 3·1절과 2·28민주운동을 기억하자.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여의도 메일] 진심이 보이지 않는다
시중에 돌고 있는 유머가 있다. 정부 대책으로 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징이라는 것인데 첫째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야행성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중교통을 싫어한다는 것, 그리고 셋째로 코로나는 모르는 사람 간에는 잘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거도 없는 밤 9시 영업제한, 무방비로 방치한 대중교통, 무의미한 5인 제한을 비꼰 것으로 대체로 공감이 된다.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영업제한을 남발하는 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기로에 내몰렸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강요했을 뿐 보상은 신경쓰지도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보상이 진지하게 논의된 적은 없다. 자영업자의 눈물로 얻은 것을 K-방역의 성과라며 자화자찬하기 바빴을 뿐이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손실보상법을 만들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물론 지금이라도 손실보상제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법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여당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우선 이미 많은 손실보상 관련법들이 만들어졌다. 작년 6월1일 제출한 국민의힘 1호 법안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법이었다. 내가 낸 법안을 포함해 6개의 법안이 복지위에 묶여 있다. 그동안 여당은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을 만들어야 해결된다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 또 법이 없어 보상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영업장 폐쇄로 인한 손실은 현행법으로도 보상이 가능하고 실제로도 이뤄지고 있다. 일반사업장에 대해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총 9천16건, 42억1천200만원 규모의 손실보상이 이뤄졌다. 없는 것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을 뿐이다. 이것도 의지가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은 의료기관의 수입 및 영업이익에 대해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반사업장에 대한 손실보상 범위를 의료기관에 준하도록 개정한다면 시행령만으로도 얼마든지 정당한 손실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왜 법이 없어 못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가.손실보상은 소급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우롱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지 않았는데 소급은 무슨 소급인가.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못하는데 손실보상법은 무슨 손실보상법인가. 더 짚고 넘어갈 문제도 있다. 손실보상을 넘어 손해배상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 배상이라는 단어에는 '책임'과 '위법' 등의 개념이 내포돼 있다. 코로나 사태에 있어 정부의 책임을 따져보자는 얘기다. 예를 들어 초창기에 중국을 막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만약 정부의 잘못된 판단, 불법적 판단이 있었다면 보상이 아니라 배상에 나서야 한다. 국민에 대한 사과도 뒤따라야 한다.'기재부의 나라'냐며 경제부총리를 질타하고, 최대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편성해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 모습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보상에 대한 의지도 없고, 사태에 대한 책임의식도 없는데 진심이 느껴지겠는가. 진심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온다. 그래서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은 누구라도 안다.윤두현 국회의원 (국민의힘)윤두현 국회의원 (국민의힘)
[아침을 열며] 3·1절, 시민저항운동과 북한
오늘은 3·1절 102주년 기념일이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통치에 항거하며 조선의 민중들이 독립을 위한 만세운동을 벌였다. '3·1독립운동'은 남한지역뿐만 아니라 평양은 물론 의주·원산까지 대부분 북한지역에서도 만세 시위가 펼쳐졌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는 남한과 북한이 조금은 달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0주년 기념사에서 '3·1독립운동'이 민주공화국의 시작으로 '국민주권'의 의미를 강조하며,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3·1독립운동' 정신이 민주주의 달성의 근원이 된다고 강조했다.반면 북한은 '3·1운동'을 '3·1인민항쟁'으로 명명하고 '자주독립을 염원한, 식민지 통치하에서 쌓이고 맺힌 인민의 원한과 분노의 폭발' '나라의 독립을 위해 폭발한 우리 인민의 전민족적 반일 봉기'라 규정하면서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김일성 아버지인 김형직과 어린 김일성이 3·1독립운동을 주도했다고 선전하며, 김일성 일가의 독재 권력의 정당화와 정통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에 북한에서는 '3·1절'이 국가기념일도 공휴일도 아니다.독재권력에 대항하며 자유와 독립, 그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는 시민저항운동은 100여년 전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2010년 '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튀니지 시민저항운동에서 시작된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시민혁명인 '아랍의 봄', 이른바 '송환법'으로 야기된 2019년 '홍콩 민주화운동', 그리고 지난달 '22222항쟁'으로 이름 지어진 군부 쿠데타에 대항한 미얀마 민주화운동 등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과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저항운동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지속되고 있다.특히 최근의 시민저항운동은 과거와는 달리 발전된 정보통신기술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함에 따라 조직력과 저항력이 강화되고 있다. 독재정권에 의해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가 장악되더라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등을 통해 시민저항 소식이 실시간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전파됨으로써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적극적인 개입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이에 독재정권들은 시민저항운동을 진압하는 방법으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인터넷 차단과 통신망 검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북한이 '3·1독립운동'과 같은 시민저항운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인터넷을 포함해 정보통신기술의 대중 보급에 소극적인 이유도 바로 세습 독재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조직적 저항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정보화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2002년 평양과 남포·나선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2004년 용천역 폭발사건 이후 잠시 중단되었던 이동통신 서비스는 2008년 12월 이집트 오라스콤이 북한과 합작회사 '고려링크'를 설립하고 3G 기반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후 최근에는 약 400만명이 사용할 정도로 확대되었다. 물론 북한 당국은 국제 인터넷망에 대한 일반주민 접속 차단은 물론 휴대전화에 대한 다양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지만, 북한 내에서도 정보통신 이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서 튀니지와 홍콩 그리고 미얀마와 같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저항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아직 북한 내 시민세력이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북한 내에서의 정보화의 진전이 북한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성숙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랄 뿐이다.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박문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 북한학 박사
[정문태의 제3의 눈] 미얀마, 개헌 없이 미래 없다
"형, 땃마도(미얀마군)가 또!" 2월1일 새벽녘, 잠결에 미얀마학생민주전선(ABSDF) 사무총장 서니 마힌더의 문자를 받았다. 쿠데타를 직감했다. 두어 시간 뒤인 오전 7시,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정치인 구금 뉴스가 외신판 제1보로 떴다. 그날부터 곧장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4주째 접어든 현재 반군부 시위가 미얀마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무력진압에 나선 군부는 1년 뒤 총선 실시를 내걸며 "헌법에 따른 비상사태 선포일 뿐 '쿠데타'도 '군사정부'도 아니다"고 발뺌했다. 이번 미얀마 정변을 읽는 고갱이인 '헌법'을 군부 스스로 도마에 올렸다. 당장 비상사태 선포부터가 위헌이다. 헌법 제410조는 "대통령이 국방안보회의 상의 거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 윈민을 감금한 채 군최고사령관 민아웅흘라잉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니 쿠데타를 오롯이 자인한 꼴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2008년 제정 헌법이 군부가 만든 장기집권용 무기라는 점이다. 군부는 헌법 제109조와 제141조에 따라 "상하원 의석 25%를 군 지정석"으로 후무려 놓았다. 여기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방안보회의는 헌법 제201조에 "대통령, 부통령 2명, 상원의장, 하원의장,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장관, 군최고사령관, 부사령관을 포함 11명으로 구성한다"고 박아두었다. 헌법 제232조는 "군최고사령관이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장관을 지명한다"고 규정했으니 국방안보회의에서 군부 몫이 부통령 하나를 비롯해 최소 6명이다. 직제상 하위인 군최고사령관이 공권력을 지닌 장관 셋을 지명하는 이 변태적 조항 탓에 "대통령이 국방안보회의 제청과 동의로 군최고사령관을 임명한다"는 헌법 제342조는 있으나 마나다. 대통령은 공권력이 없는 허깨비일 뿐. 게다가 군부는 특별자금법에 따라 의회 동의 없이 무제한 자금을 끌어 쓸 수 있고, 그 집행과 결산은 아무도 손댈 수 없다. 이래서 2015년부터 아웅산 수치가 이끈 민족민주동맹 정부를 허수아비라 불렀고, 민간정부로 보기 힘든 까닭이다.최악은 아직 남았다. "의회 75% 이상 동의로 개헌 발의를 할 수 있다"는 헌법 제436조다. 군부 지정석 25%가 개헌 발의를 원천적으로 막아놓았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은 지역구 의석 498석 가운데 80%에 이르는 396석을 휩쓸었다. 그러나 군부 지정석 탓에 전체 의석에서는 60%에 지나지 않는다. 민족민주동맹이 지역구 100%를 얻은들 결과는 마찬가지다. 개헌 발의조차 할 수 없다. 딱 하나 개헌 가능성을 꼽자면, '평화정착과 사회복구를 향한 연방제 창설' 로드맵의 하나인 연방협정이다. 정부와 군부와 전국휴전협정에 참여한 10개 소수민족무장조직(미얀마학생민주전선 포함)이 서명한 이 협정은 민주연방 창설 기본 원칙을 담았다. 그동안 이 소수민족해방세력이 외쳐온 평등과 자결을 앞세운 연방헌법 제정을 군부가 정치회담 지연으로 맞불 놓아온 터라 희망만큼은 살아 있으니.1962년부터 세계 최장기 군인정치에 휘둘려온 미얀마 사회의 두 기본 모순인 민주화와 소수민족 문제 해결은 개헌을 통해 곳곳에 박힌 군부 권력을 걷어내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의회라는 제도 속엔 그 개헌 동력이 없다. 개헌을 입에 올린 민족민주동맹이 몇 차례 수모만 겪을 뿐. 군부가 두려워하는 건 의석 60%를 쥔 민족민주동맹이 아니다. 결국 개헌 동력이 시민한테서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소수민족해방세력은 이미 군부 쿠데타를 부정하며 시민과 함께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반군부 시위가 개헌투쟁으로 이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위기는 기회다.국제분쟁 전문기자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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