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의 블록체인과 AI] 디지털 헬스케어 대전환<1>
2025년 지금, 한국의 의료 환경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진료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환자와 의료기관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은 어떠하신가요? 진료 후 처방전을 받았지만 조제 가능한 약국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을 헤매거나, 자격이 없는 인력이 약을 조제하고, 배송 과정에서 지연이나 오배송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송이 가능한 사례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특정 보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이용자 중 약 10~12%가 이러한 불편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편의성 저하가 아니라,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 신뢰에 직결됩니다. 대부분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은 중앙 서버에 의존하는데, 장애 발생 시 전체 서비스가 마비될 수 있습니다. 중앙집중형 데이터 구조는 기록 누락, 조작, 유출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진료와 처방 데이터가 완전하게 보존되지 않으면 의료 분쟁에서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제 칼럼을 꾸준히 읽으신 독자분들께서는 자주 강조 드리는 자기 주권신원(SSI) 개념이 떠오르실 겁니다. 여기에 의료 취약계층과 취약 시간대 문제가 겹쳐집니다. 도서·벽지에 거주하거나, 휴일·야간에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일부 취약계층은 앱 사용 자체가 장벽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술 발전이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확대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의 의료 접근성 조사에서, 응답자의 35% 이상이 '필요 시 즉시 진료·약 수령이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불편이 아니라 지역 보건체계 전반의 공백을 드러내는 수치입니다.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 가상병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올해 연말 쯤에는 작은 영역이나마 구축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블록체인은 진료, 처방, 배송, 보험 청구 전 과정을 위변조 불가능한 형태로 기록해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합니다. DID(Decentralized ID) 인증을 통해 환자와 의료인의 신원을 안전하게 확인하며, 개인정보 유출과 불법 진료를 원천 차단합니다. 저도 자그마한 힘을 보태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제도화 이후 비대면 진료가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의료기관, 약국, 보험사, 배송사가 모두 하나의 분산 네트워크 위에서 동일한 데이터를 바라보게 되면, 진료와 행정 절차 전반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사라집니다. 특히 처방전·배송·보험 청구가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던 기존 구조를 하나로 묶는 것은, 향후 공공·민간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에도 기반이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추진되고 있습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 의료정보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의료기록 위변조를 방지하고, 환자가 데이터 접근권을 직접 관리합니다. 영국의 일부 원격의료 기업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처방 검증으로 약물 오남용을 줄이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의료 신뢰 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작업이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장기적인 안전망이 됩니다. 한국형 가상병원이 자리 잡는다면 의료 서비스 품질 향상을 넘어, 의료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한 의료 혁신을 넘어, 우리의 삶 전반에 안전과 신뢰를 새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종현 (주)루트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