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채 경북연구원 사업지원본부장
경북 제조업은 지금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농업사회와 산업화시대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정보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점차 그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 전략 경쟁, 탄소중립 규제 강화 속에서 산업의 작동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특히 미국이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약 2조5천727억 원의 수출 감소가 추정된다는 분석은 뜻하지 않는 외부 충격에 지역 산업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수출 둔화는 곧 생산 축소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고용시장으로 전이된다. 노동시장은 이제 산업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핵심 전략이 되었다. 일자리 문제의 본질은 양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1953년 이후 농업에서 제조업, 서비스업으로의 전환은 기술 진보에 따른 자연스러운 이동이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변화는 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스마트팜 종사자, 스마트팩토리 오퍼레이터, 로봇 유지보수 기술자, 데이터 분석가와 같은 직무가 나타나고, 단순 사무, 조립, 검사직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는 경기순환이 아닌 기술충격에 의한 구조적 재편이다. 특히 2025~2030년 1단계에서는 단순 사무직과 콜센터, 조립 및 포장직이 감소하고 AI 트레이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사이버보안 전문가 등이 새롭게 부상할 것이다
2030년 이후에는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AI 윤리관리 등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이며, 2040년대에는 교육, 의료, 행정 영역까지 재편이 본격화될 것이다. 이 흐름은 노동의 감소가 아니라 노동의 재정의라고 할 수 있다. 경제학의 생산모형에서 기존 콥-더글라스 생산함수(Cobb–Douglas production function)는 기술을 단순한 외생 변수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AI는 더 이상 보조적 기술이 아니라 노동을 대체 또는 보완하는 효율적 대체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하여 인간노동과 결합하여 생산성을 크게 개선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 반복업무나 규칙적인 업무는 자동화되고, 창의성, 윤리, 감성, 데이터 리터러시가 결합된 업종이 핵심 일자리가 될 것이다. 즉, 한계생산성(Marginal Productivity)이 낮은 노동은 축소되고, 인간-AI 협업 역량을 가진 노동은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이중구조가 심화될 것이다.
기업의 채용 전략도 이미 변하고 있다. 전공이나 학벌 중심에서 벗어나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경험, GPT 등 AI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역량 기반 채용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노동시장의 신호체계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격증 중심 훈련, 기능 중심 인력 양성, 기업 수요와 교육 공급의 미스매치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기능 인력의 디지털 전환 훈련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기업은 자동화 투자와 동시에 인간-AI 협업 기반 직무 재설계를 병행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자격 취득과 현장 데이터 경험을 결합한 전환형 교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노동시장 충격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며, 선제적 재교육 없이는 고용 충격을 완화할 수 없다. 노동시장 구조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단순 감소의 공포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AI 집약형 산업으로의 전환 속에서 노동의 질을 재정의할 것인가이다. 따라서 경북 제조업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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