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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치경찰제 시행 3년, 뭐가 바뀌었나
우리나라에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이제 3년이 되어 간다. 필자에게 기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이 "자치경찰을 실시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이다. 이어지는 질문은 "자치경찰을 시행한 후에 대구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연속선상에 있는 질문이다. 2021년 5월20일 시범 실시 후, 7월1일 본격 시행된 대구형 자치경찰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시민안전을 위해 주민자치행정과 경찰행정을 잘 결합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살인이나 강도, 조직폭력 등 강력범죄를 수사하거나 경호경비, 외사와 간첩 등 보안업무는 국가경찰 업무 영역이고, 아동이나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교통사고 예방과 안전, 생활안전이 자치경찰의 주요 업무 영역이다. 필자는 자치경찰제 주민설명회에 가서 암, 백혈병, 중한 병에 대한 수술은 대학병원에 가고, 감기, 몸살, 배탈, 설사는 동네병원에 가는 것처럼 대학병원은 국가경찰이고, 동네병원은 자치경찰이라고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물론,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학자들이 참여하는 전문학술토론회가 아닌 찾아가는 주민자치 설명회에서 나름 쉽게 설명해 본 것이다. 그렇다. 음주운전, 과속, 폭주족 단속 등 교통안전 활동,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예방 같은 사회적 약자 보호, 순찰 등 범죄예방 업무가 자치경찰의 영역이다. 이러한 업무는 자치경찰이 국가경찰보다 더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주민자치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과 인력, 시설 측면에서 기초적인 인프라가 튼튼하고, 여기에 경찰행정이 결합되니까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이다.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분야가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이다. 셉테드는 물리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을 말한다. 어두운 골목길은 주민들에게 심야시간에는 위험하고, 시민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여기에 제복을 입은 늠름한 경찰의 예방순찰과 함께 CCTV, 비상벨, 가로등의 조명 밝기 등을 결합하면 범죄예방에 훨씬 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구시는 자치경찰을 시행하면서 이와 같은 셉테드에 공을 많이 들였다. 대구시 서구 학교 밀집지역에 스마트 안심 정거장 건립, 북구에 샛별로 프로젝트, 대구도시공사와 함께 매입임대주택의 컨설팅 사업을 통한 범죄예방 프로그램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는 과학치안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채택해 주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지역의 치안수요를 발굴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자치경찰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취약한 가구를 대상으로 스마트 초인종, 문 열림 센서, 가정용 CCTV, 창문 잠금장치 등 안심 물품을 지원해 범죄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는 주거안전 취약가구 세이프 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치경찰이 출범하면서 활성화된 시민안전 프로젝트이다.아울러 자치경찰에서 중요한 개념이 협력과 소통이다. 쉬운 사례로 학교폭력을 예로 들면, 이 문제는 단순히 학교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물론 교육청, 경찰, 지역사회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치경찰 제도는 이런 점에서 주민안전을 위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박동균(대구자치경찰위원회 상임위원)
[기고] 시골 찾아가는 병원버스
합계출산율 0.65명.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진입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2023년 출산율인 0.7보다 낮은 수치다.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방소멸의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인구감소는 지방에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줄어드는 인구만큼 경제, 사회, 의료, 문화 인프라도 함께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 의료 인프라 확충은 필수 과제로 손꼽힌다. 그러나 경제성이 없어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군위, 영천, 청송 등 경북 곳곳은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은 자식을 도시로 떠나보낸 노인들이 홀로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들은 대개 병원이 없어 환자들은 병이 생겨도 쉽게 진찰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몸이 아파도 병원이 있는 도시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므로 노인 혼자 움직이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K-water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시골 마을로 찾아가는 병원 버스 운영에 시동을 걸었다. 병원 버스에는 다양한 의료 장비가 설치되고, 전문 의료인이 탑승해 진료를 펼친다. 대상은 댐 인근 지역에서 사는 어르신들이다. 이동형 마을병원 버스는 4월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이번 찾아가는 병원 버스 운영 사업(K-water 의료 사랑방)은 그동안 추진해 온 '댐 주변 지원 사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환점으로 의미가 크다. K-water 낙동강유역본부는 군위댐, 성덕댐, 보현산댐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댐 주변 지원 사업'을 지속해 추진해 왔다. 그동안 댐별로 각각의 사업을 시행한 이유로 의료지원 등 비용이 드는 사업은 쉽게 추진할 수 없었다.어르신 의료 공백 해소는 뒤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K-water는 그동안 개별사업을 통합해 의료 장비가 갖춰진 병원 버스를 마련했다. 찾아가는 병원 버스는 의료취약지역 주민 1천500여 명에게 주 2회 방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버스는 의료전문 기관에서 위탁 운영한다. 이 버스에는 의사, 간호사가 탑승해 시골 마을 어르신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K-water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동형 의료버스 지원 사업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지키는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김세진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장)김세진 (K-water 낙동강유역본부장)
[기고]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대한민국은 태어났다
'젊어서 공산주의에 심취하지 못하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나이 들어서도 공산주의에 빠져 있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은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광복 이후 한때 사람들 입에 많이 회자됐다. 경제적 평등이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외치는 공산주의는 사회를 개혁하고자 하는 많은 진보적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소수의 양반지주들이 토지를 모두 차지하고 대다수 농민들은 50%의 소작료를 지주에게 바치고 입에 겨우 풀칠을 해야 했던 일제 강점기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공산주의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그들은 민족의 독립만이 아니라 '양반'과 '쌍놈'이라는 봉건적 신분질서를 타파하고, 경제적 평등을 추구해 가난한 농민도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그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상당수가 공산주의자들이었다. 체계적으로 공산주의 교육을 받지 않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조차도 남로당에 가입해 공산주의자가 되었고 김종필 전 총리는 골수 공산주의자 박상희의 딸 박영옥과 결혼했다. 그러나 공산주의라는 유토피아적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이타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이타적인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 이러한 이기적인 인간들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강력하게 개입을 해 가진 자들로부터 재산을 빼앗아 없는 자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하고 철저히 통제할 수밖에 없고 전체주의적 일당독재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의 기본적 속성을 일찍이 간파한 사람이 있으니 다름 아닌 우남 이승만 박사다. 미국 하와이에 살고 있던 이승만은 1923년 '태평양'이라는 잡지 3월호에 발표한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이라는 기고문에서 그 당시 세계의 대다수 지식인들이 열광하던 공산주의에 대하여 공산주의는 '평등'이라는 한 가지만 빼고 모두 인간의 자유를 박멸하는 최악의 독재체제라고 말했다. 1923년이면 레닌이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켜 소비에트 연방을 창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볼셰비키의 적군과 왕당파 백군이 치열하게 내전을 벌이던 시대였다. 레닌이 사망한 후 스탈린이 트로츠키파를 숙청하고 집권해 전체주의 공산독재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육하기 전인데도 이승만은 공산주의의 민낯을 이미 꿰뚫어 본 것이다. 1945년 조지 오웰이 전체주의 공산독재를 비판한 소설 '동물농장'을 발표하기 훨씬 전이다. 광복과 함께 국내에 들어온 이승만은 공산주의에 반대하여 38선 남쪽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를 세웠다.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로만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평등의 나라로 태어났다. 1925년 조봉암은 박헌영, 김단야 등과 함께 비밀리에 조선공산당을 조직했다. 조봉암은 1932년 일본에 체포되어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신의주 감옥에서 복역 중 고문과 혹독한 추위에 시달려 손가락 마디 7개가 동상으로 잘려 나갔다. 광복 후 조봉암은 여운형의 좌우합작노선을 지지했지만 이를 사사건건 방해하는 조선공산당을 탈당하고 대한민국으로 전향해 이승만의 남한 단정에 참여했다. 초대 농림부장관으로서 이승만 대통령의 명을 받아 농지개혁법을 입안했다.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은 가난하였지만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자유와 평등의 나라로 태어난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정책과 맞물려 가난한 후진국에서 단기간에 G7과 어깨를 겨누는 선진국가가 될 수 있었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둘 다 소중한 가치다. 새가 두 날개로 날아가듯이 국가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튼튼한 두 날개로 균형을 잡아나갈 때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태어난 지 70여 년이 되는 지금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볼 때다. 박헌경 (변호사)박헌경 (변호사)
[기고] 남산동, 이야기를 입히자
조선시대부터 대구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 원도심인 남산동. 일제 강점기인 1914년 남산정(南山町)에서 1949년 남산동으로, 1951년엔 대구시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남산동을 돌아보는 첫걸음은 명덕로터리가 좋겠다. 달서구 두류동으로 옮긴 2·28 민주의거기념탑은 1960년 2월28일 선거부정에 맞서 민주의 횃불을 높이 든 학생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김윤식 시인은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이라는 시에서 "보라. 스크럼의 행진!/ 의를 위하여 두려움이 없는 10대의 모습,/ 쌓이고 쌓인 해묵은 치정 같은 구토의 고함소리/ 허옇게 뿌려진 책들이 짓밟히고/ 그 깨끗한 지성을 간직한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고…"라고 노래했다. 로터리 부근 2·28민주운동기념회관에 가면 그날의 뜨거운 함성과 대구의 자랑스러운 민주운동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명덕초등학교 강당 자리에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 전태일이 다녔던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던 청옥공민학교가 있었다. 성유스티노 신학교 입구 길에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며 산화한, 기와지붕이 삭아 당장 허물어질 것 같지만 아무도 관심 없는 전태일이 살던 옛집이 있다. 그리고 명덕초등학교 복도에는 대구가 낳은 근대미술의 천재화가 이인성의 1942년 작 사과나무 그림이 걸려 있었다. 남문시장을 지나다 보면 문우관과 상덕사 비각이 있다. 문우관은 군자는 글로 벗을 모으고 벗으로 인을 돕는다는 말에서 따왔는데, 한일합방 후 낙육제와 양사제가 폐허가 되자 선비들을 모아 강학할 장소로 설립된 곳이다. 이숙과 유척기의 상덕사 비각은 기호지방의 서인 두 분이 남인의 본거지에서 베푼 목민관으로서의 선정을 기리기 위해 당파를 초월하여 주민과 유림들이 함께 건립한 것이다.남산동 지금의 동부교육지원청 자리는 기생 출신의 김울산 여사가 1910년 대구복명공립학교를 세운 곳이다. 6·25 때는 상화 이상화와 고월 이장희 시인의 호 앞자리 이름을 딴 상고예술학원이 들어섰다. 당시 김동리, 이은상, 구상, 조지훈, 박목월, 마해송, 백기만, 이효상, 김사엽, 서동진 등 90여 명의 대단히 화려한 운영진이 참가한 학원이었으며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육사 고택 부근에는 독립투사이자 시인인 이육사기념관이 있고, 성유스티노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계산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김수환 추기경,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근대연극 연출가 홍해성, 친일 전력에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을 지낸 '그 집 앞' '고향생각' '희망의 나라로' 등을 작곡한 현제명,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사에서 역동적인 삶의 궤적을 그리며 조양회관을 건축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동암(東庵) 서상일도 남산동 출신이다.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서예가 유한준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고 했다. 따뜻한 마음의 눈길로 남산동을 걷다 보면 진정 대구의 속살이 보일 것이고 내가 사는 대구 땅 어느 곳 하나 문화의 향기와 정취가 서리지 않은 곳이 있으랴. 이무열(시인·대구문화관광 해설사 회장)이무열(시인·대구문화관광 해설사 회장)
[기고] 가족의 행복은 안전한 일터에서부터
지난 한 해 1천494명의 가족이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안전보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산업재해 발생인원은 10만1천538명, 사망자는 1천494명으로 집계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재해는 발생하고 있다.최근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50인 미만의 기업 확대 적용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2년간의 시행 유예가 종료되면서, 지난 1월27일부터는 50인 미만 기업도 중처법의 적용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법률적인 제재를 넘어서 안전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져야 한다.안전문화란 단순히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그것이 일상화되어 생활 속의 모든 영역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전기공사 분야의 경우, 협력회사 대부분이 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으로 중처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안전문화 정착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한국전력 대구본부에서는 최근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대구지방노동청 및 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등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전기공사 협력회사(대구·경북지역) 89개사 대표와 함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기본과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며 소통과 공감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겠다는 다짐과 실천을 담은 'SAFETY WAY 실천 결의'를 시행하였다. 이 결의는 전기공사 분야의 안전문화 내재화의 일환으로, 모든 구성원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전기공사 협력회사는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사례를 공유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함께 논의하는 안전 관련 회의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공사 분야의 종사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안전문화 정착에는 국민들의 참여와 이해가 수반된다. 전기공사에는 작업자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전 후 작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전 후 작업'이란 일정 시간 전기공급을 중단한 상태에서 감전의 위험 없이 전력설비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정전 후 작업을 하게 되면 현장의 작업자는 안전할 수 있지만, 이 시간 동안 전기사용자는 정전이라는 불편을 겪게 된다. 한국전력에서는 국민들이 겪을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전 후 작업 예정일 7일 전에 미리 일정을 고지하고 있으며 작업 전후 SMS 안내로 고객이 충분히 정전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의 불편한 시간은 누군가의 아버지나 아들을 지키기 위한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국민들의 넓은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 조경준 〈한국전력 대구본부 안전재난부 대리〉조경준 (한국전력 대구본부 안전재난부 대리)
[기고] 헌혈에 나서자
학생들의 긴 겨울방학, 겨울 추위 등으로 인해 매년 1~2월은 '헌혈보릿고개'를 겪는다. 이러한 현상은 '혈액 수급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적혈구제제 3일 미만인 '주의' 수준으로 적정재고량인 5일 미만인 상황이 특정 시기에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1~2월 동안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은 공군제11전투비행단, 해병1사단, 신천지 위아원, SK스페셜티, 안동성소병원, 영주시 등 민·관과 함께 혈액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현재 대구경북 지역 일일 혈액보유현황(2월19일 0시 기준)은 전체 3.9일이며, 특히 A형과 O형의 혈액 보유량은 각각 3.0일, 2.5일로 혈액 수급이 절실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기업, 공공기관 등 우리 모두가 혈액 수급의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헌혈은 헌혈자와 수혈자를 잇는 생명의 끈이다. 사고나 수술로 인한 과다 출혈을 겪거나 백혈병이나 혈우병 등의 혈액 질환을 앓는 이들은 수혈만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인공장기들이 만들어져 생명 유지에 사용되고 있으나, 현재는 혈액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헌혈은 우리 몸을 더욱 건강하게 유지시켜준다. 그 이유는 혈액검사에 따른 건강체크, 암 발병률 저하 및 원활한 혈액순환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헌혈의집을 찾아 헌혈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맥박, 혈압, 헤모글로빈 수치 등의 검사이다. 이는 자신의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헌혈도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헌혈 전 실시하는 혈액검사를 계기로 건강의 적신호를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미국의 의학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정기적 헌혈은 혈행(血行)에 도움이 되어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심지어 암 발병률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우리 몸은 체중의 7~8%가 혈액이며, 그중 10% 정도는 예비 혈액이다. 가령 65㎏ 체중의 경우 몸속에 약 5천㏄ 정도의 혈액이 있으며 그중 약 500㏄ 정도는 예비 혈액이기 때문에 400㏄의 전혈 헌혈은 헌혈자의 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몇 해 전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최적의 수를 찾아내서 인간을 이기는 모습을 확인했다. 가게에서 주문은 이미 점원이 아닌 키오스크로 대체됐고, 공공기관에 들어섰을 때 로봇이 민원을 안내하고, 식당에서 로봇의 음식물 서빙도 익숙해졌다. 이렇듯 앞으로 인공지능은 더 넓은 분야에서 보다 많은 것들을 대체해서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켜 갈 것이다.하지만 "효율성이 높을수록 살기 좋은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을 하기에는 왠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효율성만이 강조된 사회는 자칫 '비인간적'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AI만큼 효율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늘 돌아보고 성찰해야만 할 것이다. 헌혈의 동참은 다른 생명을 살리고 나의 건강을 지킴과 동시에 이웃사랑, 나아가 인류애를 실현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헌혈에 나서자! 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텐진중의약대학 의학박사)박종원 (대구경북혈액원 헌혈홍보위원·텐진중의약대학 의학박사)
[기고] 무역통계와 경북 수출의 재도약
지난 1월 발표된 경북의 2023년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12.4% 감소한 410억6천만달러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수출실적 순위로는 8위다. 경북 수출은 2000년대 초반 전기·전자와 철강 수출에 힘입어 전국 3위에 세 번이나 올랐고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실적 발표에서도 경북은 변함없이 6위였고 연말 실적 또한 상위권 달성이 확실해 보였다. 그랬던 경북 수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무역통계는 우리 기업이 물품을 수출입 통관할 때 지역 세관에 제출하는 신고서류에 기재된 정보를 토대로 집계된다. 정부는 이 집계를 토대로 매월 수출입 실적의 잠정치, 확정치를 발표한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외무역법에 수출입 실적증명기관으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무역통계정보를 제공 받아 여러 방면에서 활용하고 있다. 실적증명은 물론 수출의욕 고취를 위한 수출의 탑 포상, 글로벌 시장 동향 분석, 공급망 대응 등 연구활동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전까지의 무역통계를 분석해 다음 해 실적을 예측하기도 한다. 그만큼 무역통계는 숫자 그 이상의 엄청난 정보와 의미를 담고 있다.지자체별 수출실적은 제품의 제조장소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예를 들어 수출물품의 제조자가 A 지역에 있고 이를 실제 수출한 수출(대행)자는 B 지역에 있다 해도 이 물품의 지자체별 수출실적은 A 지역으로 집계된다. 수출자가 수출신고를 잘못한 경우 정정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간혹 무역통계 홈페이지에서 몇 개월 전 확인했던 수치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정신고된 내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경북지역의 지난해 11월까지 수출은 426억달러였다. 그 시점 철강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지역 전체 수출에서 18.7%의 비중을 차지하며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경북의 지난해 연간 수출은 12월 실적이 반영되면 468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12월 실적이 최종 집계되었던 지난 1월 중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연간 수출실적이 발표됐다. 410억6천만달러. 이는 11월까지의 실적(426억달러)보다 낮은 숫자였다. 경북의 1~11월 월별 수출액을 꼼꼼히 확인해 보니 기존 확인됐던 실적 보다 매월 약 5억달러씩 빠져 있었다. 결국 연간 수출실적은 예상치보다 무려 57억달러나 적었다.지자체와 세관 그리고 해당 제조기업에 수차례 문의하고 확인한 결과, 수출대행을 맡아오던 협력사에서 지난 12월 수출 정정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 기업의 생산공장은 경북과 다른 지역, 이렇게 두 곳에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경북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무려 1년간이나 제조지역을 잘못 기재해 왔던 것. 이러한 정정신고가 반영돼 경북의 지난해 연간수출액은 410억6천만달러로 재집계됐다.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글로벌 교역량 확대와 IT 수요 회복으로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컴퓨터 등 전기·전자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경북 주력 수출상품의 성장이 크게 기대되는 부분이다. 불과 한 달여 전, 경북 수출기업 100여 명과 여러 기관이 모인 자리에서 '2024년 경북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외쳤다. 하지만 경북의 지난해 수출실적 정정으로 어쩔 수 없이 올해 수출목표는 '450억달러'로 재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수출목표는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지만, 경북 기업인들의 수출 의지는 꺾일 수 없다.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힘껏 달려 나가길 응원한다.권오영〈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권오영〈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장〉
[기고] 영화 '크레센도'와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보는 감동
크레셴도(Crescendo)는 '점점 세게'라는 뜻의 음악 용어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헤더 윌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는 2022년도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실황을 기록한 빼어난 작품이다. 물론 콩쿠르 60년 역사 이래 최연소(18세)로 우승한 한국이 낳은 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보는 기쁨이 크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62년 이래 4년마다 개최되는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의 탄생과 운영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또 2022년도 지원자 51개국 388명의 피아니스트 중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개최된 준준결승까지 올라온 30명의 빼어난 피아니스트 한 명 한 명에 대해 소개받는 재미도 솔솔하다.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린 과학기술 강국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구 소련)은 이듬해 그들이 문화예술에서도 세계 최고임을 자랑하기 위하여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개최하였다. 그런데 냉전이 절정이던 이 시기 뜻밖의 우승자는 미국에서 온 23세의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Harvy Lavan Cliburn, 1934~2013)이었고, 당시 후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부터 직접 금메달을 수여했다. 이 놀라운 소식은 미국 전역을 열광케 하였고 카퍼레이드 등의 대환영을 받은 반 클라이번의 영광은 결국 반 클라이번 재단이 설립되어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경연 대회(Van Clibu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차이콥스키 그리고 반 클라이번 각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의 상금은 공히 10만달러이고 1932년 시작된 폴란드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상금은 3만달러이다. 그러나 이들 수상자의 영광은 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함이라 할 것이다. 이미 한국은 세계적인 문화강국이다. 12명이 겨룬 준결선 리사이틀에 무려 4명의 한국청년이 선발되었다. 순수 국내파 영재로서 고등학교 과정을 뛰어넘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던 최연소 연주자 임윤찬이 5년 전(코로나19로 1년 연기됨) 당시 28세의 나이로 우승자이던 미국 유학파 출신인 선우예권(1989~)의 뒤를 이어 2회 연속 한국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임윤찬은 12명이 겨룬 준결승전에서는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을 연주하여 이미 심사위원으로부터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연주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이어서 20대 후반의 한국 형 3명을 남겨두고 미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연주자들과 6명이 겨룬 결선 마지막 무대에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임윤찬 외 다른 2명도 같은 곡을 연주했는데, 이 곡은 반 클라이번이 1958년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영화 중 임윤찬과 반 클라이번의 연주 장면이 겹쳐져 나오기도 한다. 빼어난 편집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였다. 우승자 임윤찬에 이어 이미 아기를 하나 둔 러시아의 임신부 31세 안나 게뉴세네가 2위를,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쵸니가 3위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전쟁국가인 두 나라의 젊은 예술인들이 한 무대의 시상식장에 선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다.김성태 (영화평론가·K국제펜문학회 회장)김성태 (영화평론가·K국제펜문학회 회장)
[기고] 선진국으로 가는 힘은 무엇인가
선진국이 되려면 반드시 4차 산업혁명이란 시대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일상화하고 인간과 로봇이 동거하는 시대다. 그리고 우주시대, 생명공학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류의 위대한 변화인 4차 산업혁명은 상상력을 혁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확 바꾸어야 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놔두고 다 바꾸라"고 했다. 사람이 생각을 바꾸고 더 높은 생각을 하면 선진국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과제를 앞에 두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시민 교육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 학생들의 정규교육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생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가 스마트폰·TV·컴퓨터 등을 잘 만들고 있지만 원조는 미국이다. 컴퓨터에 비밀번호와 통장 비밀번호가 없으면 내 통장에 있는 돈은 누군가 다 빼내 갈 것이다. 비밀번호가 있기 때문에 내 돈이 내 통장에 보관된다. 이 비밀번호를 만든 사람은 48세의 평범한 이스라엘 가정주부였다. 생각이 얼마나 위대한가. 우리는 매월 컴퓨터 사용료를 부담한다. 거기에는 이스라엘 여인이 만든 컴퓨터 비밀번호 사용료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선진국이 먼저 만든 것을 발 빠르게 모방해 만들어 사용도 하고 무역도 하며 먹고산다. 왜 우리는 먼저 생각해 먼저 설계하지 못하고 외국 사람이 먼저 만든 것을 따라만 할까. 우리 국민의 평균 IQ는 선진국 국민보다 훨씬 높은데 왜 우리가 먼저 생각해 먼저 만들지는 못 했을까. 그것은 한마디로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했으면 어떤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만들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의 수준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을 외친 사람은 2016년 스위스 다보스포럼 회장 슈 밥이다. 우리는 발 빠르게 마누라와 자식만 놔두고 다 바꾸라고 외쳤다. 이 말은 우리의 생각을 높이자는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시·군·구청마다 평생교육과를 만들어 인문학 위주로 교육을 한다. 왜 하필 인문학인가. 생각을 높이는 학문은 인문학이 중심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막연하다. 쉽게 말해 책을 많이 읽으면 생각이 높아지고 한 시대를 앞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선진국 국민은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독서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미국·영국·일본에선 버스나 지하철에서 독서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가을 대구박물관 벤치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외국인 60대 남자를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에 관광 와서 대구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해 대구박물관을 둘러보고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한 시간가량 박물관 벤치에 앉아서 열심히 책을 읽었다. 내가 접근하는데도 태연했다. 그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이 나라는 17세기에 세계 패권국이었다. 국토 면적은 경상도만 한 크기이지만 지금 농산물수출액은 미국 다음이다.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다. 4차 산업혁명은 자원이 아니고 생각이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을 높여서 다음 시대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어느 고등학교 현관에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라는 현판이 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진수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멋진 방법이다.황무일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재 육성 교육강사)황무일 (대구시교육청 창의인재 육성 교육강사)
[기고] AI디바이스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미래
앞으로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달은 유튜버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과거에는 고가의 장비와 복잡한 설정이 필요했던 콘텐츠 제작이 이제는 한층 간소화되었으며 스마트폰 하나면 고품질의 라이브 방송이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다. 특히, AI(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과 같은 디바이스의 대중화는 콘텐츠 크리에이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시간 번역 기술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전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AI 기반의 영상 편집 기술은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시간 번역 기술은 K-콘텐츠의 세계화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의 행동이나 표정으로 캐릭터를 대신 표현해주는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 이하 버추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SK텔레콤 등에 ICT 대기업들이 버추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시장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이처럼 AI를 활용한 콘텐츠의 결합은 제2의 크리에이터 양산에 불을 댕길 것이며 이제껏 없었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앞으로 생산된 콘텐츠의 양이 홍수처럼 밀려온다는 점이다. 새로운 AI 기술을 탑재한 디바이스들이 콘텐츠 제작을 더욱 쉽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면서, 시장은 AI생성형 콘텐츠로 넘쳐날 것이다. 이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일 수 있지만, 동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콘텐츠 제작을 단순화하고 다양화시키는 한편, 이로 인해 창의성과 독창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앞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냈던 인간만의 창의적 사고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결과를 도출해내지만, 아직까지는 인간만이 가진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해석을 제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AI가 제공하는 편리함과 효율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인간만이 가진 독창성과 창의력을 유지하고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양적으로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시대의 변화 앞에서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콘텐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콘텐츠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넘어서, 그 콘텐츠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응하는 것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준영〈경일대 게임콘텐 츠학과 교수〉이준영〈경일대 게임콘텐 츠학과 교수〉
[기고] 이우출 선생님의 종루(鐘樓)를 읊다
고등학교 1학년 어느 날. 이우출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셨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검은 뿔테안경이 인상적이었는데 월탄 박종화의 '흑방비곡' 말고도, 최독견이 쓴 '승방비곡'이 있다고 하셨다. 비극적 사랑을 다룬 소설인데 사랑하는 두 남녀가 나중에 알고 보니 이복 남매 간이더란다. 이우출 선생님이 들려준 또 다른 이야기 하나. 어느 일요일 대학교수 몇 사람이 모여 희방사에 가기로 했다. "선생님 희방사가 어디에 있는 절입니까?""아니 고전문학을 한다는 친구가…. 앞으로 대학교수가 될 사람이 석보상절이 발견된 희방사를 모르다니…. 세종임금 시절 한글과 한자를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 석보상절인데…."젊은 강사는 끝내 전임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졸업 후 어느 가을날. 만촌 조기섭 시인이 이력서 한 통 써 오라시더니 나를 이우출 선생님 댁으로 데리고 가셨다. 대구 수성구 파동 어느 구석진 자리 골목길 끝에 선생님 댁이 있었다. "아니 조, 조, 좃, 좃기섭 선생이 여까지 웬일이신교."두 분은 만나자마자 대번에 술판부터 벌였다. "어이, 이군 술 좀 사온나!" 그날 저녁 늦도록 두 분의 술자리 시중을 드느라 양복 안쪽 주머니에 넣어둔 이력서는 끝내 꺼내 보지도 못했다.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였다. 1986년 대구MBC 구성작가 시절 고(故) 이우출 선생님 시비 제막식 취재를 위해 문경새재를 찾았다. 그 현장에서 모교의 이술 선생님과 황호 선생님을 만났다. 또 한 분의 선생님은 나중에 경남대 국어과 교수로 자리를 옮겨 가셨다. 지금 대구문학관(중구 향촌동)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여영택(시인·아동문학가)·전상열(시인)·이우출(시조시인) 작가 3인전이 열리고 있다. 2월19일까지 전시될 예정인데 대구지역에서 평생 후학을 기르며 쌓은 문학적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리이다.초운(樵雲) 이우출(李禹出) 선생님은 1940년 호국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영천 은해사에 설립된 오산불교학교 출신이다. 문경 김룡사에서 잠시 스님생활도 했으며 혜화전문학교(현 동국대)를 졸업하셨다. 졸업 후 능인고에 발령받은 이래 능인학교에 뼈를 묻은 분이시다. 1961년 '종루(鐘樓)'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65년 이호우 시인과 영남시조문학회를 창립한 이래 1967년 낙강(洛江) 동인지를 발간하는 등 지역 시조문학 활성화를 위해 힘쓴 분이시다.작년 대구박물관 '이건희 컬렉션' 전시장에서 뜻밖에 월인석보를 만났다. 그 후 부석사 가는 길에 일부러 찾은 천년고찰 희방사 5층 불사리탑 앞에서 50년 전 국어시간의 당신을 떠올렸다. 시간은 참 속절없이 저 홀로 깊어가는 것이어서 만촌 조기섭 선생님이나 당신의 시비 제막식에서 만난 은사님 두 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 나는 아직도 승방비곡이라는 소설을 읽지 못하고, 오늘 당신이 쓴 시조를 가만가만 가슴 속으로 읊조려 보고 있다.'청태(靑苔)빛 돌층대를 눌러 앉아 솟은 다락/ 서역(西域)길 문을 열어 범종(梵鐘)이 울려오면/ 새벽달 푸른빛 여울을 헤엄치는 저 여운(餘韻)…선향(線香) 끝 타오르는 포오란 연기 너머/ 터질 듯 머금으신 미소를 보옵나니/ 두 손에 마음을 접어 고개 숙는 이 기원(祈願)'(이우출의 '종루(鐘樓)' 중에서) 이무열 (시인·대구문화관광 해설사회장)이무열 (시인·대구문화관광 해설사회장)
[기고] 의료사고 왜 못 막나
지난 연말 아픈 왼발이 아닌 멀쩡한 오른발을 수술해 20대 직장인에게 영구장애를 입힌 의료사고가 나더니 새해 들어서는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대학생이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사망하고, 지방흡입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보도됐다. 또한 전립성 비대증의 50대 남성 환자가 한약을 복용한 후 설사·오심·구토 증상을 보이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법원이 한약 복용과 사망 간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외에도 의료사고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세계 최고이며 대부분의 의사는 유능하고 성실하며 도덕적이라 하는데 이러한 사고는 왜 반복해 일어나는가. 어떻게 하면 사고를 방지해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10년 가까이 의료분쟁 조정기관에서 1천800여 건의 사건을 다루면서 고민한 문제다. 우선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사고와 사고위험을 찾아 노출해야 한다. 어떤 사고가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사고 문제는 해당 의사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그 정도 또한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예방에 대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동안 의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두었던 시선을 사고의 근본원인(root cause)을 찾아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 사고의 근본원인은 의사 개인의 무능과 불성실이 아니고 인간능력의 한계, 경직된 의료계 문화, 정부와의 정책 갈등, 잘못된 의료정책 및 시스템 등 의사 개인의 책임과 무관한 경우가 많으며 그럴 경우 의사는 또 다른 피해자로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온당치 않고 재발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사고의 근본원인을 찾고 예방대책을 연구개발해 교육 홍보함으로써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터인데, 그 일은 실제 의료사고·사건을 다루는 기구가 담당해야 성과가 있을 것이며 국가는 이를 위해 충분한 인적·물적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의사는 '무엇보다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First, do no harm)'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처럼 치유를 위해 자신에게 몸을 맡긴 그리고 자신이 도움을 주려던 환자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는 상황을 용납해서는 안 되며, 그로 하여금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를 염려하게 해서도 안 된다. 의료과정에서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환자에게 안전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원인으로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미국 의학원(the Institute of Medicine)은 1999년 'To err is human'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당시 미국 내 의료과실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국내선 점보여객기가 매일 한 대씩 추락할 때의 사상자 수와 같다고 했다. 클린턴 정부는 이 주장에 귀 기울이고 노력해 큰 성과를 보였다. 우리나라 경우 2011년에 연 1만7천명가량의 의료사고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누구도 이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 수는 1년 동안 매주 대형 여객선 한 척이 침몰할 때의 사망자 수와 같은 데도 말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의료수준과 이상적인 의료수준, 아니 실천 가능한 의료수준 사이에 넓은 갭이 보인다. 우리 모두가 이 갭을 메우는 노력을 함으로써 안타까운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임주현 부산고등(지방)법원 상임조정위원·변호사임주현 부산고등(지방)법원 상임조정위원·변호사
[기고] 대구에 청룡이 살았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의 해다. 예로부터 청룡은 비와 물을 다스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 다산과 농경의 중요한 상징으로 행운과 성공, 번영을 촉진하는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영험한 청룡이 대구에 살았다.대구 달서구 달비골 입구에서 임휴사 입구를 지나 평안동산 못 가서 왼쪽에 앞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고 더 올라가면 원기사가 나온다. 이 절 안에 황룡이 살았다는 황룡굴이 있다. 높이 4m, 길이 12m 정도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다. 천장에서 떨어지고 벽면에서 새어 나오는 물맛이 좋아 한때 한국의 100대 명수 중 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다. 황룡굴의 전설은 이렇다."신라 때 이 굴에 한 스님이 수도(修道)에 정진하고 있었다. 그때 시봉(侍奉)은 남해에 사는 숫 황룡으로 스님을 받들며 함께 수행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서해의 암 청룡이 알고 함께 굴속에서 수도하기를 원했지만, 스님이 크게 꾸짖자 반대편 산골짜기 굴속에 머물고 있었다.그즈음 7년이나 가뭄이 들고 모든 곡식이 타들어 가자 백성들은 굶주릴 수밖에 없었고, 질병마저 돌아 생활이 처참했다. 이때 스님이 청룡을 불러 어려움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청룡이 비를 내리게 하고 질병을 멈추게 했다. 이 일을 두고 옥황상제가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함부로 도술(道術)을 부렸다고 하여 크게 화를 내면서 청룡을 벌하기 위해 하늘에서 사자(使者)를 내려보냈다. 그러자 황룡굴에 수도하던 스님이 꾸짖으며 돌려보냈다.그러나 그냥 돌아가면 혼날 것 같았던 사자는 청룡이 살던 굴에 벼락을 내려쳤다. 이때 청룡굴에 함께 있던 황룡과 청룡은 모두 죽고 굴은 크게 파괴되어 규모가 줄어들고 파석(破石)이 주변에 흩어져 있으나 황룡이 살던 굴은 그대로 온전했다."청룡산의 이름도 이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는 이외에도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서구와 달서구, 달성군 3개 자치단체에 걸쳐 똬리를 틀고 있는 용의 모습에서 유래된 와룡산(臥龍山), 용이 승천할 때 꼬리를 끈 흔적이 남아 있어 불리는 하빈면의 용재산(龍蹄山), 여섯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가창 주리의 육용소(六龍沼), 신천의 물을 마시는 형상의 남구 봉덕동 용두산(龍頭山), 아주 오랜 옛날 가뭄이 심해 농사짓기 어려울 때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자 땅속에 있던 용이 승천하면서 갈라진 용소(龍沼)와 그때 용이 떨어트린 비늘을 묻어 준 용비늘무덤의 전설을 아우른 마을 용동(龍洞) 등이다.청룡산 청룡굴에 살았던 청룡(靑龍)이 지혜로운 선택을 하여 만백성을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구제해 주었듯이 갑진년에는 그 청룡의 기운을 받아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각자의 소망이 이루어지며, 4월에 치러지는 선거에는 국회의원을 잘 뽑아 국태민안(國泰民安)하게 하고, 대구 굴기의 정책이 더욱더 알차게 추진되었으면 한다.이정웅〈전 달구벌 얼 찾는 모임 대표〉
[기고] 서민생계 위협하는 환경부의 탁상공론
올해 1월부터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신규 등록하는 어린이통학버스는 경유차 사용이 금지됐다. 환경을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신규 등록'에 대한 애매한 해석으로 인해 중소형 승합차량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통상 '신규 등록'이라 함은 새로 출고하는 신차나 필요한 장치를 붙여 신규로 구조 변경 하는 차로 이해한다. 그런데 환경부는 지난해에 법적으로 규정된 장치와 도색을 완료하고 자동차검사까지 완료한 차량이라 하더라도 소유자가 변경되면 '신규등록'이라 규정하고 통학차량 신고를 불허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신규등록' 범위에 대한 어떠한 사전 예고도 없었다. 대구 달서구 한 유치원은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중순 약 8천만원을 들여 신차를 구입한 후 차량등록소에 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전 관할 경찰서에 운행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행이 불허됐다. 올 3월 신학기에 사용할 목적으로 한 달 전에 구매한 8천만원의 신차를 버리라는 얘기인가. 그러면서 경찰 측은 신차를 구매하는 경우 6월에서 최대 1년까지 경유차 사용 제한을 면제해 주겠다며 신차 구매를 종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학버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의 분포는 50대 이하의 상대적으로 젊은 층도 있지만 70% 이상이 60대 중반 이상이다.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 기반이 약해 신차를 살 형편이 못돼 중고 차량을 구입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고령의 서민들이다. 전년 기준 세전 소형 승합차는 약 3천700만원, 중형 승합차는 8천만원 안팎에 달한다. 1천만~2천만원대의 중고 승합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들이 무슨 재주로 비싼 이자를 물며 신차를 구입할 수 있겠는가. 또 이미 구조변경 등록을 마친 수십만 대의 통학버스에 장착된 장비 제거 시 발생하는 폐기물과 사회적 처리 비용은 생각하지 않는가. 환경부는 지난해 봄 대책 없는 '노란버스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까지 갔는지 돌아봐야 한다. 어떤 정책 결정을 할 때 탁상공론하지 말고 현장 실정을 보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환경폐기물 발생에 따른 고통은 물론, 중고 승합차량으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의 서민들을 고통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태윤도 (셔틀차량 전문기업 애플 대표)태윤도 (셔틀차량 전문기업 애플 대표)
[기고] 의료용 마약류 올바로 사용하기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문제 가운데 그 피해가 광범위하며 해결방안을 찾기도 매우 어려운 사안이 바로 마약류 중독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20~30대 젊은 층뿐 아니라 청소년층에서까지 마약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의 경우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으로 시작해 결국에는 '불법 마약류' 중독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마약류의 특성 및 의료용 마약류의 사용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약류는 크게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등 세 가지로 분류되며, 종류로는 성분을 기준으로 500여 종이 넘는다. 이중 불법이 아닌 질병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용 마약류의 종류도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모르핀, 펜타닐, 식욕억제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ADHD치료제, 프로포폴 등이다. 모르핀과 펜타닐은 아편계 약물로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어 항암치료·수술 등 극심한 통증이 있을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모르핀은 비교적 사용 역사가 오래된 반면, 펜타닐은 최근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해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한 도시를 '좀비도시'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 내 18~45세 청장년층 사망원인 1위에 오를 정도로 펜타닐 중독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청소년들이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불법으로 처방받아 집단으로 사용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펜타닐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중독성이 모르핀의 100배 정도이며, 2㎎의 미량으로도 호흡정지 등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마약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식욕억제제의 경우 다이어트 약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자가 비만일 경우 질병관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식이조절·운동으로도 체중감량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사용하는 비만치료제다. 따라서 체질량지수 등을 고려하고 꼭 필요한 사람에 한해 처방을 통해 3개월 이내로만 사용해야 한다. 졸피뎀으로 대표되는 수면제나 디아제팜 등의 신경안정제류도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특성상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의료용 마약류다.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중단할 수 없고 개인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약물 사용을 손쉽게 선택하지 않았으면 한다. 효능에 대해 가장 오해가 많은 마약류 중 하나가 ADHD 치료제다. 이는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ADHD 환자들이 사용하는 약물이다. 건강한 일반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집중력을 높여 주고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약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심각한 정신질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물이다. 그런데도 일부 부모의 잘못된 욕심으로 수능철이 다가오면 약물 처방량이 증가하는 양상이 되풀이된다고 하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와 같이 질병치료를 위해 반드시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진료를 통해 처방받아서 자신에 한해 사용하며, 사용량·사용기한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약물이 의료용 마약류다. 모든 의료용 마약류에는 사용 연령 또한 제한돼 있다. 그만큼 의존성을 넘어 중독의 우려가 있으며, 개인에 따라 부작용 정도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반면 사용하는 의약품이 마약류인 것을 알게 된 경우 부작용을 우려해 사용을 중단하려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임의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반드시 진료의사와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사용 중단은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용은 마약류 중독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장)이향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대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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