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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동강 조류와 대구 수돗물
녹조라테. 이맘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조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모든 강과 호수에 다 있다. 조류는 공기 중이나 플라스틱 등 다양한 매질에서 살 수 있지만 가장 많게는 물에서 산다. 낙동강에서 사계절 내내 가장 많이 존재하는 조류는 규조류이며, 늦봄부터 녹조류와 남조류가 많아지기 시작해 여름이 되면 이 세 가지가 비슷한 비율로 존재한다. 조류의 종류와 양은 수환경에 따라 매년 변화가 크지만 여름철 낙동강을 녹조라테로 만드는 것은 남조류다. 수온이 높을 때 번성하는 남조류는 대부분이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한 번 생기면 꽃이 피듯 순식간에 많아지고, 또 함께 붙어서 수표면 위에 떠 있어 물을 녹색으로 만든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물에서 곰팡이 냄새와 풀 냄새를 유발하고, 죽을 때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이라는 독소까지 내는 나쁜 조류다.이 같은 조류는 수돗물 생산에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유발한다. 첫째, 정수과정에서 응집을 방해하고 여과지를 폐색시키는 등 수처리에 어려움을 준다. 둘째, 인체에 무해하지만 불쾌감을 주는 '맛·냄새물질'(지오즈민, 2-엠아이비)을 생산한다. 이 물질은 1조 분의 1 농도, 즉 극미량에도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며 일반적인 표준 정수처리공정으로는 제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인체에 유해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한다. 다행히도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수표면에 몰려 있어 수표면 5~6m 아래에서 취수하는 대구 정수장에 마이크로시스티스가 유입되는 양은 표면 대비 3%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수처리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봄가을에 유입되는 크기가 큰 규조류다. 대구 수돗물에서는 맛·냄새물질도 검출되지 않는다. 낙동강을 원수로 사용하는 매곡·문산 정수장 모두 '응집·침전·여과·소독'의 표준 정수처리 외에 '전오존-후오존-활성탄흡착'의 고도 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이다. 인체에 유해한 조류독소의 경우 표준 정수처리 공정(응집·침전·여과 90~95% 제거, 염소소독 100% 제거)만으로도 잘 제거되는데, 오존과 활성탄의 고도 정수처리까지 거치면 이중으로 안전성이 보장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수처리기준'에서 소독능(미생물을 적절히 사멸할 수 있는 능력)을 만족시키도록 염소소독을 해 왔고, 고도 정수처리시설이 없는 정수장에서도 수돗물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지난해 강정고령보에서 조류경보가 발령된 날은 126일로, 2021년(84일)에 비해 50% 증가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며, 고온으로 인한 생태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대구는 많은 수돗물 사고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정수처리시설을 고도화했고, 그 덕분에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공정으로는 최고의 처리시설을 갖추게 됐다. 게다가 축적된 경험으로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은 전국에서 가장 뛰어나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1991년 설립된 이래 먹는물 검사기관(1992년), 바이러스 검사기관(2004년), 원생동물 검사기관(2005년), 노로바이러스 조사기관(2009년),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2020년) 등 모든 먹는물 검사기관으로부터 공인인정을 받은 최고의 수질분석 전문기관이다. 이곳에서 분석한 수질검사 결과는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15년가량 답보상태였던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지난해 민선 8기 출범 후 '맑은물하이웨이 사업' 추진으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수질사고에 대한 대구시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고 그간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체득한 경험을 '깨끗한 수돗물에 대한 희망'으로 실현하는 일만 남게 됐다. 신상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신상희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
[기고] 토론이 두려운 도시 대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이 한날 강의를 마친 뒤 사회자로부터 '다음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하버드대 학생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녹화해서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토론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대답했다. 샌델 교수는 토론문화를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이자 그 사회의 시민의식을 반영하는 또 다른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아고라'로 유명한 그리스가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 역시 주요 사안에 대한 토론을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적극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대구시에서 '정책토론'과 관련해 시민참여의 문턱을 높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정책토론 청구 인원을 기존 300명에서 1천200명으로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구시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정책토론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책토론 청구 인원 기준을 무려 4배나 늘린 것이다.대구시는 정책토론 청구 인원을 늘려야 하는 근거로 먼저 '경북 군위군 편입'으로 인한 인구변동을 들었다. 군위군이 편입된다 해서 대구 인구가 4배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군위 인구는 2만5천여 명 정도로, 현재 대구 인구의 1% 정도 변동만 있을 뿐이다.정책토론 개정안의 또 다른 사유로 대구시는 '정상화'를 제시했다. 2008년부터 15년 동안 제도를 운영하면서 총 21회의 정책토론을 개최했는데, 이것이 비정상적이었단 얘기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정책토론회를 두고 "행정력 낭비"라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주요 현안 혹은 정책방향과 관련해선 시민들에게 지자체와의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고 독려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지방자치 아닌가.시민으로서 지역사회 공통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숙의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사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갖는 의무에 가깝다. 만약 시민이 토론을 회피한다면 시민으로서의 책임도 회피하는 일이 된다. 정책토론청구제도는 시민이 정책과 관련된 토론 주제를 정해 대구시에 청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주민소통,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책토론청구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토론 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당의 행태에 대해 발언했다가 사상 초유의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봉변'을 당했다. 홍 시장은 당이 쓴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마찬가지다. 지자체는 시민의 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의 이번 정책토론개정안은 지방자치 역사에서 가장 나쁜 의결 중 하나로 남을지 모른다. 지방자치에 전혀 부합하지도 않고 주민참여를 후퇴시켰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우려가 크다. 토론을 막아선 안 된다. 풀은 누구보다 먼저 눕지만 결국 누구보다 먼저 일어서는 법이다.서창호(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서창호(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
[기획기고] 우리 지역에 대구 군부대가 와야 하는 이유 (4) 의성
경북 의성군은 1966년 당시 인구가 22만명을 넘길 정도로 큰 군세를 자랑했으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과 고령화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 지자체가 피해가지 못한 사회적 현상으로 인해 2023년 현재 인구가 5만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게다가 노령인구 비율이 전국 1위(44.6%),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전국 2위를 기록하는 등 각종 수치가 인구소멸 위험단계에 진입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문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규 인구 유입'이라는 과제에는 번번이 고배를 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 의성군은 최근까지 다양한 정책 도입과 함께 행정력을 집중한 결과 '출생률 경북도 내 1위' '귀농 유치 전국 1위' 등을 기록했지만 '절대인구 부족'이라는 숙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의성으로 대구 군부대가 유치된다면 지역의 중심인 의성읍 인구가 현재 1만2천명 선에서 2만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인구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큰 변화가 의성의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산업의 다변화를 도모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설이 없을 것이다. 또한 2030년 준공 예정인 대구경북신공항과 연계한 교통·생활 인프라 확보와 군부대 용지 확보의 용이성 등을 고려하면 대구시가 구상하는 밀리터리타운의 최적지는 의성이라 할 수 있다. 군부대 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전성과 군인·가족의 정주 여건이기 때문이다. 의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에 있는 점은 먼저 부지 여건을 꼽을 수 있다. 전국은 물론 대구경북의 중심에 위치한 의성은 경북 군 단위 지자체 중에서 둘째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신청한 면적 이외에도 예상되는 대규모 훈련장과 편제화기 사격장 부지를 추가 제공할 수 있는 등 가용지 확보에 유리하다. 의성군은 이런 이점을 적극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향후 신공항 개발로 교육·문화·주거 등 정주 여건 개선은 물론 △광역철도망 △중앙선 복선화 및 고속도로 확장 △국도 신설 등 충분한 교통 인프라 구축으로 접근성과 편의성 등이 향상된다는 점 또한 빠뜨릴 수 없는 강점이다. 이는 의성의 지리적 위치와 상승 작용을 일으켜 군부대의 작전성 측면에서 매우 이상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50사단은 원래 대구와 경북 남부지역을 담당하는 향토사단이지만 안동에 있던 36사단이 강원 원주로 이전함에 따라 경북 북부지역까지 담당하게 됐다. 이에 50사단 이전지는 대구경북의 중심인 의성이 최적이라 하겠다. 한강 이남의 작전을 주도하는 제2작전사령부와 제5군수지원사령부 역시 의성을 중심으로 신공항 관련 교통망이 확충되면 관할·예하 부대로의 접근성이 쉽다. 소속이 공군인 공군방공포병학교도 K2기지(신공항)와 인접한 곳으로 이전하는 게 마땅하다. 신공항은 캠프 헨리와 캠프 조지에 거주하는 미군 및 가족의 출·입국 편의성도 높인다.이처럼 군부대의 월등한 작전성, 신공항·공항신도시·군부대·의성읍 연계 발전을 통한 정주 여건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은 군인과 그 가족을 위한 최고의 밀리터리타운을 제공할 것이다. 대구 군부대 이전 최적지는 의성이다. 김인기 (영남제일병원원장)김인기 (영남제일병원원장)
[기고] 안전한 전기차 충전 환경 만들기 동참해야
환경친화적인 전기차는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안전성 기준을 인증받은 후 출시가 되지만 최근 전기차 관련 화재 소식이 자주 들리면서 화재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최근 6년간 경북지역 전기차 화재는 11건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3억5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4건은 배터리 충전 중 발생했다. 경북 경산의 전기차는 1천809대·충전시설은 2천408개소이지만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은 많지 않다.전기차 화재는 과충전·자체 결함이나 외부 충격 등의 원인으로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오르기 시작하면 열 발생 연쇄반응이 계속되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진화에 걸리는 시간이 일반 차량에 비해 길다. 국립소방연구원에 따르면 화재 원인으로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오류 외에도 충전시설 노후·고장, 사용상 부주의 등 여러 가지가 있다.1단계로 특정 배터리 셀 손상에 의한 열화가 발생하며 2단계로 열화에 의한 배터리 내부 장치가 분해, 온도 상승, 화학반응에 의한 가연성 가스가 발생해 배터리 내부 압력이 상승하게 된다. 3단계로 열화와 가연성 가스에 의해 연소 및 부분 폭발이 일어나고 리튬 산화물이 분해되어 지속적인 산소 공급으로 열폭주가 발생한다.또, 전기차 배터리 충전 중 충전율 100% 이상으로 과충전하게 되면 전해질의 온도가 상승해 양극과 음극이 분해되고 분리막까지 녹아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지하 주차장에서 이러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공간 특성상 밀폐되어 연기 배출이 지연되고 인명 대피와 화재 진압에도 시간이 걸려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경북소방본부와 경산소방서는 올해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안전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소 지상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경상북도 전기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5조(재정지원) 제①항2조에 '전기자동차 주차구역은 지상(원칙)에 설치 및 이전(기축)' 내용이 추가되도록 시·군과 협의하고 소방청과 함께 소방시설법 제8조의 성능위주설계 평가 운영 가이드라인에도 적용되도록 추진한다.성능위주설계에 적용될 상세 내용은 전기차 충전 장소에 안전시설 설치를 추가하는 것으로 충전시설은 지상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하에 설치할 경우엔 △지표면과 가까운 층에 충전시설 설치 △주차 단위별 격리 방화벽으로 구획 △근무자용 24시간 감시용 CCTV 설치 △지하주차장 급·배기 설비 및 살수시설 설치 등이다.이와 함께 소방서는 아파트 관계인, 입주자 대표회 등에게 화재예방 컨설팅을 추진하여 전기차 충전시설 인근에는 △차량용 질식 소화포 비치 △충전시설 과전류 차단기 설치 △비상벨 설치를 안내하며, 아파트 내 전동 킥보드, 전기자전거는 지상 별도 공간에 보관 및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홍보를 실시한다.전기차 소유주들의 안전 수칙 준수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완속 충전 및 80% 이하로 충전을 권장하며, 완충 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차량을 이동하는 충전 에티켓을 지니도록 하자. 급속 충전시설에서는 2시간까지, 완속 충전시설에서는 14시간 충전(주차)을 초과할 경우 단속의 대상이 된다.만일의 화재 시에는 긴급 전원 차단 스위치를 작동하고 커넥터를 분리, 주변에 불이 난 것을 알리고 대피해야 한다. 119신고는 필수다. 마지막으로 충전시설 인근에 '질식소화포'가 있다면 꺼내 펼쳐 차량을 덮어 밀폐 후 대피해 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손명환<경산소방서 예방총괄담당 소방경>손명환 경산소방서 예방촐괄담당
[기고] 대중교통을 '대구굴기' 시금석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이 노골화하기 시작한 1907년 2월21일, 대한민국 최초의 국민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시작됐다. 현재 대구시는 이를 기념해 2월21일을 '대구시민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행사 주간을 개최하고 있다. 1915년 국내 첫 방직공장인 동양염직소가 대구에서 설립됐다. 1946년엔 안경테 공장인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가, 1957년엔 나일론 생산 섬유업체인 한국나일론(코오롱)이 처음 들어섰다. 1922년 박태준이 작곡한 가곡 '동무생각'의 배경은 대구 중구 동산동 '청라언덕'이다. 4·19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운동(1960년), 천연기념물 제1호 도동 측백나무숲(1962년), K2 공군기지 조종사들로부터 처음 도입된 족구(1966년), 국내 첫 양념치킨(1980년), 최초 담장 허물기 운동(1996년), 프로축구 첫 시민구단(2002년 대구FC) 등도 대구가 시초다. 대중교통에서도 대구가 시발점이 된 분야가 있다. 이를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 싶다. 바로 시내버스다. 대구에선 1920년 대한민국 최초의 시내버스가 운행됐다. 당시 대구호텔 주인이던 일본인 베이무라 다마치로(米村玉次郞)가 일본에서 버스 넉 대를 들여와 영업을 시작한 게 출발점이었다. 여름철엔 오전 6시부터 밤 10시, 겨울철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행했다. 전차와 달리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도 승객이 손을 들면 태워주기도 해 편리했다. 하지만 전차보다 비싼 요금(7전)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바람에 버스 운영권은 곧 경성전기주식회사로 넘어갔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한 것도 대구가 처음이다. 대구시는 2009년 도심 한복판인 중구 중앙로를 시내버스와 보행자만 다니는 전용 지구로 조성해 교통 혼잡을 완화했다. 이후 이곳에선 매년 '지구의 날(4월22일)' 기념 대구시민 생명축제가 열리는 등 친환경을 상징하는 거리로 인식돼 서울시 등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최초의 대중교통 모노레일도 있다. 2015년 도입된 도시철도 3호선(일명 하늘열차)이다. 운전자 없이 주행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모노레일 노선을 대구가 갖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완공된 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최초 민자복합환승센터다. 이에 대구 관문인 동대구역은 열차·지하철·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허브 기능에 더해 문화·상업·업무 기능까지 한 공간에서 가능한 시설로 거듭났다.오는 7월이면 대구는 '국내 최초' 기록을 한 가지 더 추가할 전망이다. '시내버스·도시철도 어르신 통합 무료탑승' 제도다. 대구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내버스 어르신 무료승차 시행을 예고하자 전국 지자체에서 앞다퉈 도입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전산시스템 개발은 물론 '어르신 통합 무임 교통지원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구·군(행정복지센터) 담당자 교육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7월1일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에 따른 교통체계도 달라진다. 이에 △버스노선 신설 △출퇴근 시간대 탄력배차 확대로 혼잡도 감소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 △대구경북 공동생활권 대중교통 환승체계 도입 등도 차질 없는 준비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다른 도시가 가보지 못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대구굴기(大邱屈起)'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대중교통을 시금석으로 삼을 것이다. 김윤회 (대구시 버스운영과 버스노선관리팀장)김윤회 (대구시 버스운영과 버스노선관리팀장)
[기고] 팔공산 천제단 복원을 기다리며
대구경북의 진산 팔공산이 우리나라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43년 만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팔공산의 연평균 방문객은 358만명으로 전체 국립공원 중 3위를 차지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팔공산은 특이하게 사유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절반을 상회한다.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반대와 우려가 매우 컸던 이유다. 따라서 체계적인 보전정책과 같은 눈높이로 반드시 지역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의 '국립공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국립공원 지정으로 되레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주민이 더 고통받고 사유권 행사에 제한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립공원 내 지역 주민 토지매수사업, 지역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에 협력사업 특별 배려 등 주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통해 국립공원 팔공산이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팔공산의 품격이 높아졌다. 품격은 곧 '정신'이다. 국립공원 승격과 함께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의 천제단부터 최우선 복원해야 할 것이다. 천제단 복원은 팔공산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천제는 5천년 한민족 역사의 품격이자 정신이다. 단군조선, 삼국시대, 고려로 이어져 오며 한민족을 지켜온 정신문화의 요체다. 삼국사기 등에 따르면 신라시대 팔공산은 '중악'으로 불리며 동악 토함산, 서악 계룡산, 남악 지리산, 북악 태백산 등 '오악(五岳)' 중 중심이었다. 신라 오악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제사를 지낸 곳이다. 국왕이 직접 국태민안을 기원하기 위해 하늘에 제를 올렸다. 중요민속자료 제228호인 태백산 천제단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태백산 천제단은 일제강점기까지도 천제를 지냈고, 지금도 개천절에 맞춰 제를 지내고 있다. 팔공산 비로봉 정상에도 천제단을 추정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흔적도 남아 있다. 이상과 같이 팔공산 비로봉 정상에 천제단을 복원해야 할 이유가 넘쳐난다. 팔공산 천제단 복원은 지난 20년 동안 지역사회와 학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추진해 왔다. 대구 동구 팔공문화원은 2015년부터 비로봉에서 한 해 첫 차(茶)를 준비해 격식에 맞게 올리는 '헌다례'를 봉행하고 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정상부에 쇠말뚝을 박았던 아픈 기억을 지우고 천제단 복원을 통해 팔공산의 정신을 되살리겠다는 행사다. 또한 팔공산과 지역을 아끼는 대구 동구 주민이 가칭 '팔공산 비로봉 천제단 복원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시민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민이자 동구주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천제단 복원을 대구의 정신으로 승화시켜 나가자.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시작으로 대구 동구와 시민이 팔공산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아끼고 가꾸는 일에 적극 나서 주길 고대한다. 우성진 (동서미래포럼 공동 대표)우성진 (동서미래포럼 공동 대표)
[기획기고] 우리 지역에 대구 군부대가 와야 하는 이유 (3) 군위
올해 초 경북 군위군으로부터 대구 군부대 유치와 관련해 자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군위는 필자의 고향이자 대구 군공항 이전지 선정과 관련해 뜨거운 시간을 보냈던 곳이기에 이번 군위군의 요청도 운명처럼 느껴졌다. 국방시설본부 사업부장(준장)을 지내고 2017~2020년 국방부의 대구공항이전부지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군위 우보면 단독유치'와 '군위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 공동유치'를 두고 팽팽한 접전을 벌인 끝에 공동유치가 결정됐는데, 단독유치를 원했던 군위의 아쉬움을 옆에서 지켜보며 아쉬움을 함께 느끼기도 했다. 그런 우보면이 이번에는 군부대로 다시 한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군위군에 따르면 대구 군부대 이전계획에 따라 작년 11월 유치 타당성 검토서를 대구시에 제출했고, 대구시에서는 12월 사전 협의 서류를 국방부에 제출한 상태라고 한다.이에 군위군이 요청한 자문위원에 응하면서 세밀하게 검토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군위로의 군부대 이전에 따른 사회적 이점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대형시설 유치에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라 군부대 유치에 필요한 갈등관리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조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항 단독유치에 좌절을 맛본 우보면민의 군부대 유치에 대한 갈망은 군부대 유치촉구 행사에서도 나타났는데, 무려 16개 사회단체가 참여했다고 하니 이번만큼은 반드시 유치해 내겠다는 결의가 읽힌다.군부대는 위치도 상당히 중요하다. 대구편입과 신공항 건설로 군위로 향하는 총 9개의 광역 교통망이 구축되는데 군위에서 서울까지는 철로로 2시간, 대구는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구경북의 중심은 물론 동남권 교통의 요충지로 작전 수행상 접근성과 기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곳이 없고 산악지대가 일부 있지만 대부분 평지로 작전성 검토 기준에도 부합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가도 장점이다. 아울러 오는 7월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되면 군부대의 군위 이전은 대구 안에서의 이전에 해당하게 된다. 인구가 줄고 있는 대구 입장에서는 인적·경제적 효과를 그대로 안을 수 있고, 군위 입장에서도 젊은 인구 유입과 산업구조 변화를 꾀하기에 이만한 호재가 없다. 무엇보다 군부대 이전에 따른 절차·협의가 간소화된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오랫동안 공병 병과에 복무한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대구시가 말하는 새로운 밀리터리타운을 조성하기에 군위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군위 서부지역에는 공항과 공군부대 그리고 2천여 가구의 영외 관사가 확정돼 있고, 군위 동부지역은 군부대를 유치해 육군·공군·미군의 밀리터리타운이 가능하다. 60년이 지나도 어린 시절을 지낸 마을은 아직도 그 모습이 남아 있다. 대구 인근 도시이지만 경산·구미·칠곡이 발전하는 동안 팔공산에 가로막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남아있는 고향이다. 대구편입·신공항·군부대가 군위의 3대 키워드라고 하는데 이제 남은 것은 군부대 유치뿐이다. 여담이지만 군위(軍威)는 '군사의 위세', 우보(友保)는 '돕고 지킨다'는 뜻의 한자를 쓴다. 신라 김유신 장군이 백제 정벌 당시 군위에 진을 치면서 삼국통일을 이뤘고, 고려 태조 왕건은 공산전투 때 군위를 지나가며 그 기운을 받아 후삼국통일을 이뤘다는 숨은 이야기도 있다. 역사적 필연에 의해 군사의 위세를 끌어올려 나라를 지켜야 하는 게 군위와 우보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고재균 (전 국방시설본부 사업부장)고재균 (전 국방시설본부 사업부장)
[기획기고] 우리 지역에 대구 군부대가 와야 하는 이유 (2) 상주
경북 지자체 간 '대구 군부대' 유치를 위한 경쟁이 뜨겁다. 상주도 '상주가 딱이軍'이란 슬로건 아래 민·관이 한마음으로 군부대 이전을 열망하고 있다. 왜 상주가 최적지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은 군 본연의 사명과 직결되는 군사지리학(Military geography)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이전 대상 부대 중에는 가장 중요한 제2작전사령부(2작사)가 있다. 2작사는 경상·충청·전라 전역을 총괄하므로 지리상으로 3도의 중심에 위치해야 한다. 그러면서 계룡(충남)의 3군 참모본부와 세종의 정부종합청사 등 후방의 국가 주요 기관을 보호하고, 전방과도 신속히 호응해 군수물자 지원과 각종 군사작전을 효율적으로 펼쳐야 한다. 상주는 유치 희망 지역 중 유일하게 3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당진~영덕 고속국도, 중부내륙고속국도, 상주~영천 고속국도, 중앙고속국도 등에 더해 국선철도·고속철도까지 사통팔달의 도로·철도망이 구비돼 있어 충청권과 전라권은 물론 수도권과 강원권 등 모든 방향으로 최단 시간에 이를 수 있다. 또 육군의 공격형 헬기 '아파치 가디언' '수리온' 등이 상주에서 뜨면 30분 이내에 3도의 모든 작전 지역에 도달한다. 군사지리학적 측면에서 모든 여건을 놓고 볼 때 상주보다 더 나은 최적지는 보이지 않는다. 일부러 만들고자 해도 상주만 한 통합 군부대의 입지 조건은 없다. 상주는 전국 지자체 중 제6위의 면적을 자랑한다. 통합 군부대가 필요로 하는 토지는 주민과 마찰 없이 얼마든지 제공한다는 합의가 이뤄져 있다. 이와 더불어 군인 가족의 정주 환경은 어떤가. 상주시는 상주로 주소지를 옮기는 모든 군인에게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각종 보험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역 후 상주에 계속 거주할 경우엔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해 상주에 고급 인재가 머무르게 하고 지역사회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상주의 풍부한 농·임산물을 주식·부식·후식으로 아낌없이 후원할 것이며, 스마트시티 개념의 명품 브랜드 아파트를 짓고 백화점·영화관·복합쇼핑몰 등 대도시 수준의 문화시설도 유치할 예정이다.군인 자녀가 다닐 최첨단 시설의 학교도 신설한다. 실력과 인격이 갖추어진 스타급 교사를 초빙해 학업과 인성을 지도하는 등 명문 수준의 학교를 조성해 나갈 것이다. 학생들이 수도권대학 진학 시 불과 1시간 남짓이면 통학이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간과할 수 없다. 상주에는 레저스포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승마·골프·요트·패러글라이딩·클라이밍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시내 중심지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모두 완벽하게 조성돼 있다. 군인과 가족은 이 모든 시설을 저렴하고도 자유롭게 이용하게 될 것이다. 또 민과 군이 서로 떨어져 마치 별개의 땅에 사는 것처럼 이원화해서는 상생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시민과 군인이 함께 어울리는 전국적인 규모의 이벤트 및 축제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 상주는 그 어느 때보다 모든 시민이 일치단결해 통합 군부대의 유치에 한마음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찬란한 영예에 빛나는 국가 수호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통합 군부대가 들어서기에 모든 면에서 상주만 한 최적지는 없다. 하용준 (소설가)하용준 (소설가)
[기고] 식중독 예방은 손씻기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외부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온 상승, 노로바이러스 유행 등의 원인으로 최근 식중독 의심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온도와 습도가 높아 세균성 식중독이 활동하기 좋은 계절인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음식물 취급·조리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 예방 6대 수칙은 △손 씻기 △익혀 먹기 △끓여 먹기 △식재료·조리기구 깨끗이 세척·소독하기 △칼·도마 구분 사용하기 △보관 온도 지키기 등이다. 이 중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것은 개인위생 관리로 '올바른 손 씻기'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마다 한쪽 손바닥에만 평균 150종류의 세균이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양손의 세균 종류가 너무 달라 같은 종류의 세균은 1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손을 씻지 않고 만진 음식과 올바른 손 씻기 후 만진 음식을 20시간 후 비교한 결과에선 전자에서 세균이 약 56배 더 검출됐다. 손 씻기 생활화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리 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을 경우 식중독균의 온상이 되거나 접촉을 통해 균을 옮길 수 있다.실제 과거에 계란 취급 부주의로 교차오염이 발생해 대규모 식중독 사태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원인은 세균성 식중독균 중 하나인 살모넬라균으로 밝혀졌다. 살모넬라균은 주로 소·돼지의 장에 존재하지만 닭과 계란을 통해서도 자주 감염된다. 확인 결과 고명으로 올라간 달걀 지단이 원인이었다. 가열 조리된 달걀 지단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니 다소 의아해 하겠지만 손 씻기에 문제가 있었다. 계란은 보관 방법만큼이나 취급 시 주의가 필요하다. 살모넬라균에 오염된 날달걀 껍질을 깨거나 만진 후 손을 씻지 않은 상태로 다른 식재료를 썰고 만진다면, 혹은 그것을 그대로 섭취한다면 살모넬라균에 의한 교차오염으로 식중독을 피할 수 없다. 날달걀을 손으로 취급했다면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다른 식재료를 취급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의심 신고도 급증하고 있다. 집단급식소 등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성 식중독균이다. 매우 소량만 있어도 감염될 수 있고 감염력도 강해 사람 간 전파가 쉽다. 일단 한 번 발생하면 집단적으로 확산하기 때문에 손 씻기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고 교차오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올해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돼 식중독 증가가 더욱 우려되는 만큼 사전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는 경우는 △외출 후 △조리시작 전 △식사 전 △화장실 다녀와서 △코 풀거나 재채기 후 △생선·날고기·계란 등 취급 후 △머리나 몸을 만진 후 등이다. 씻을 땐 흐르는 물에, 비누 거품을 내, 꼼꼼하게 해야 한다. '손 비비삼(손을 비누로 비벼요 30초 이상)'과 '6단계(손바닥→손등→손가락 사이→두 손 모아→엄지 손가락→손톱 밑)'를 기억해 두면 된다.대구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뷰박스를 활용해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올바른 손 씻기 실천의 중요성을 알리고 체험할 수 있게 다양한 교육·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나라'에는 손 씻기뿐 아니라 다양한 식중독 예방 자료와 동영상 자료 등이 게시돼 있다. 손 씻기의 중요성은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란다. 반드시 실천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검증된 식중독 예방 수칙 중 하나인 올바른 손 씻기 생활화를 강조한다.김영균 (대구지방식품의 약품안전청장)김영균 (대구지방식품의 약품안전청장)
[기고] 꽃이 피고 희망이 피어나는 대구
조그만 씨앗에서 싹이 트고, 아기 손 같은 부드러운 연두색 잎이 새로 나고, 어느새 자라서 꽃망울이 맺히고, 앉아서 쳐다보던 작은 초목이 불쑥 눈높이까지 자란 것을 보며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끼곤 한다. 그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연, 전시 및 각종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되면서 화훼 관련 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 이전으로 일상이 회복되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난방비와 자잿값 인상은 꽃 가격을 인상시키고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그러나 이렇게 봄이 멀게만 보였던 화훼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다가왔다. 그간 급감했던 꽃다발 등 화훼장식품 소비가 화분(분화)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대체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도 화훼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으나 화분에 키우는 분화류의 판매량은 2020년 대비 3.7% 증가했다. 더욱 의미 있는 변화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3.5%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던 국내 화훼 소비가 2021년 처음으로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이다.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물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 주거 공간도 꾸밀 수 있는 '플랜테리어(Plant와 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식물에도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가까이 두고 기르는' 반려(伴侶)라는 표현이 쓰이게 됐다. 더 나아가 식물을 가족같이 돌보며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식(植)집사', 식물을 바라보며 잡생각에서 벗어나 보는 것을 일컫는 '식멍', 희귀식물이나 화분을 매매하며 수익을 올리는 '식테크' 등 화훼·정원산업 관련 신조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고, 가정 화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며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지난해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8%가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려식물 기르기의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공감 정도는 '정서적 안정'이 77%, '행복감 증가'는 73%, '우울감 감소'는 68%였다. 실제 반려식물 키우기는 행복감을 넘어 질환 치료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여름의 초입으로 가는 6월 초에 'The Power of flowers(꽃의 힘)'를 주제로 '대구꽃박람회'가 열린다. 대구시는 대구꽃박람회를 2011년부터 개최해 왔으며, 이 행사는 대한민국 최대 실내 플라워쇼로 지역 화훼산업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올해는 6월2~4일 사흘간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다.올해로 14회를 맞는 대구꽃박람회에서는 단아하고 청초한 작품부터 우리의 눈을 홀릴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작품까지 매우 다양한 화훼작품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정서를 온화하게 해 줄 다양한 반려식물도 만나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나 식물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원예교육 및 체험도 가능하니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다. 벌써부터 그윽한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줄 꽃과 식물을 만날 기대에 마음이 설렌다. 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이종화 (대구시 경제부시장)
[기획기고] 우리 지역에 대구 군부대가 와야 하는 이유 (1) 영천
통합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 군부대'를 유치하기 위한 경북 5개 시·군의 움직임이 정중동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주민들은 지역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유치운동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영남일보는 유치전에 나선 군위·상주·영천·의성·칠곡에 거주하는 주민이 말하는 '우리 지역이 대구 군부대 통합이전 최적지인 이유'를 들어보는 기고를 다섯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대구시가 도심 내 군부대 통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영천·상주·칠곡·군위·의성 등 경북 시·군들이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군부대 이전은 여러 사안을 통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군부대 이전지로 지정한 지역을 방문해 특성을 일일이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영천시가 제시한 임고면 매호리가 최적지에 가까움을 확신하게 됐다. 영천은 군사적 전략요충지이며, 우수한 지형적인 요건을 갖추고 있고, 군(軍)친화적 이미지가 강한 도시다.첫째, 영천 이전지는 넓은 부지, 완만한 구릉지, 적은 민간시설로 최적지다. 임고면 매호리 이전지의 면적은 최대 약 360만평으로 타 지자체와 비교해 봐도 가장 넓은 부지다. 또 민간시설과 농지가 적고 지형적으로 구릉지도 완만하다. 공장 몇 곳과 주택이 소수 있을 뿐이다. 소유자가 적으면 보상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보상절차도 비교적 용이해서 사업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구시 군부대 통합이전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되는 만큼 사업성에 있어서 유리하다는 뜻이다. 또한 영천시는 지리적으로 포항·울산 등 항만이 근접해 해상보급로를 확보할 수 있다. 해상을 통한 신속한 물자보급과 지원작전이 용이하다. 둘째, 영천은 호국·국방도시이며 군사적 전략요충지다. 육군 제3사관학교와 제2탄약창, 제7516부대, 1117공병대, 영천호국원 등 군 관련시설이 다수 있어 주민들의 군 수용성이 높다. 영천은 역사상 전쟁 등 국가적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군사적 전략 요충지로서 우리나라를 지켜왔다. 6·25전쟁 당시에는 영천전투에서 승리하여 전세를 역전시켜 한국군과 유엔군이 반격하는 발판을 굳히기도 했다. 대구 군부대 통합이전 사업과 같은 국가적인 사업은 무엇보다 안보적인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영천은 지리적으로 남쪽에 위치해 있어 국가안보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팔공산·보현산 등 천혜의 요새와 해상보급로 확보는 타 지역과는 차별화된 안보적 자산이다.셋째, 영천은 '민·군 상생타운' 조성이 가능한 정주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영천의 경우 인근 지역에 8개 대학이 밀접해 있고 유치 희망 지자체 중 유일하게 대학병원 소재지다. 임고면 매호리는 인구 밀도가 낮은 도시로 군부대와 지역주민 간 불편한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영천 한민고(가칭) 설립을 통한 교육여건 개선도 기대된다. 한민고는 군인 자녀에게 보다 나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기숙형 고교가 될 것이다.넷째, 사통팔달 교통 중심지다. 영천은 대구(수성구)와의 접근성이 우수하다. 대구 중요 교통요지와 경제중심지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만약 군부대 이전이 추진된다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경마공원역에서 유치 부지인 매호리까지의 연장도 가능하다. 군인과 군인 가족의 교통 편리성이 개선될 것이다. 군부대를 유치하고자 하는 영천시민의 열망은 뜨겁고 간절하다. 현재 영천시민은 한마음 한뜻을 모아 군부대 유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영천이 군부대 이전지로 결정돼 국토방위와 경북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종호 (영천 베르디농원 대표)안종호 (영천 베르디농원 대표)
[기고] 시간은 생명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중에는 '금'(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은 금을 귀하게 여겨 왔다. 빛이 나는데 색이 변하지 않고, 희귀한데 단단해 부(富)의 상징이 됐다. 급기야 화폐수단으로 인정돼 금본위제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근대화와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시간'이 '금'과 동격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시간은 금이다(Time is gold)'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벤저민 프랭클린이 "시간은 돈이다"라고 말한 것을 사람들이 '시간은 금'이라고 바꿔 쓰면서 격언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돈의 의미로 '쇠 금(金)' 자를 쓰기도 한다. 시간을 금이라고 한 데에는 붙잡을 수 없다는 이유 말고도 세 가지 다른 배경이 존재한다. 첫째, 어떠한 물질에 시간의 가치를 입히면 그 물질의 가치는 훨씬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을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는 물질 만능주의적 사고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셋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율성을 부추기기 위해 이 세상 최고의 물질(금)을 빗댄 것이다. 우리는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보고 시간의 존재를 알게 됐고, 나아가 이를 이용하고 활용할 줄 알게 됐다. 하지만 정작 시간의 소중함과 중요성에 대해선 모르며 살아간다. 사실 시간은 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어떠한 것도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시간을 금이라고 하지만 실은 시간과 금은 그 자체로 볼 때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시간은 노동을 통해 얻을 수 없고, 어느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으며 재생산이 불가하다. 반면 금은 얻을 수도 있고, 대체될 수 있으며 재생산이 가능하다. 최근엔 시간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로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는 용어가 자주 인용된다. 골든타임은 응급의료나 재난사고 등의 상황에서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이 높은 시간이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우리는 시간의 제한과 구속을 받는다. 인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즉 한바탕의 봄꿈처럼 덧없다. 인생에서 골든타임은 찰라다. 그러니 귀중한 시간을 함부로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인간은 일생의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낸다.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나머지 3분의 2 다. 100세를 살았다 한들 시간으로 따져 보면 실은 66세를 산 것이다.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는 사람은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사는 동안 무의미한 삶을 살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시간을 헛되게 낭비하지 말고 아껴 쓰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라 쓰고 생명이라 읽어야 한다.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새로운 금언을 쓰자. '시간은 생명이다(Time is life).'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 담당관·행정학 박사)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 담당관·행정학 박사)
[기고] 최후의 보루, 비상구
올 들어 길고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움츠렸던 활동이 재개되면서 안전사고 위험 또한 높아지고 있다. 먹거리를 사거나 쇼핑 등을 위해 즐겨 찾고 있는 전통시장·마트·백화점 등의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는 누구나 주 출입문을 통해 들고 나선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문'이라 불리는 비상구다.비상구의 의미와 중요성은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 2012년 부산 노래주점 화재,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과거 많은 화재사고를 통해 끊임없이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상구를 임의로 점유해 사용하거나 폐쇄하는 행위로 인해 안타깝게도 대형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소방당국은 불법적으로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물건 등의 야적 행위로 인해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화재로부터 시설 및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불법행위는 △소화 펌프 등 주요 소방시설을 고장 상태로 방치한 경우 △피난·방화 시설을 폐쇄, 훼손, 변경하는 행위 △소방시설의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폐쇄·차단 등이다. 경찰은 시민의 불법신고에 대비해 현장 점검인력을 확충하는 등 합리적인 조직 운영 방안도 마련해 뒀다. 불법행위 신고 방법은 소방서를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신고자의 인적사항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절대 보장된다. 신고된 내용은 소방서에서 직접 현장 확인을 실시하고 위법사항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심의를 거쳐 건당 5만원, 매월 30만원(연간 최대 50만원)까지 포상금이 지급된다. 비상구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인 '생명의 문'으로 나와 이웃의 안전을 지켜준다. 항상 비상구에 대한 안전관리를 생활화하고 비상구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신고포상제에 적극 협조하고 동참해 주길 바란다. 김송호 (대구서부소방서장)김송호 (대구서부소방서장)
[기고] 대구를 '커피하우스의 도시'로 만들자
커피(Coffee), 카페(Cafe), 코페(Kophe), 고히(コ━ヒ━), 카와(Qahwa), 카파(Kaffa), 카바(Kava)…. 세계 각국에서 커피를 의미하는 단어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어원은 '힘' '정렬' '에너지' '허기를 덜다'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어 묘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어원의 뜻을 유추해 보면 커피가 잠을 쫓는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슬람 성직자들이 밤샘 기도를 위해 커피를 애용했고, 이슬람세계가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된 점이 쉽게 수긍이 간다.중세 유럽의 십자군 전쟁은 성지(예루살렘)를 놓고 벌인 종교전쟁이지만 커피가 유럽 전역에 빠르게 전파되는 계기가 됐다. 애초 로마 가톨릭은 이슬람교 음료인 커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어서 커피를 '악마의 음료'로 간주하고 음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커피를 맛본 자들은 이를 거부하기 힘들었고, 교계는 커피가 유럽 전역에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교황 클레멘스 8세(1592~1605)는 "사탄의 음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단 말이냐. 이교도들만 커피를 즐긴다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커피에 세례를 내려 사탄을 쫓아내고 진정한 천주교의 음료로 명한다"며 커피를 공식 인정했다. 이렇게 커피는 악마의 지위에서 교황에게 세례까지 받는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 그 후 커피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널리 퍼져갔지만 또 한 번 위기를 맞는다. 영국에서는 '커피하우스'가 혁명의 발원지라는 이유로 폐쇄된 적이 있었고, 남성만 출입이 가능한 적도 있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커피하우스에 남편을 빼앗긴 주부들은 이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내며 강력히 저항했으며, 결국 여성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했다. 남녀나 계층 간 차이를 문제 삼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말미암아 사회 각계각층이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가 됐다.이후 커피하우스는 단순한 모임 장소가 아닌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한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 '로이드'의 출발도 커피하우스였고, 영국의 문학과 언론을 발전시킨 것도 커피하우스였다. 또 정치인, 로비스트, 지식인, 상인, 예술인 등이 상호 교류하면서 그들은 하나의 거대한 '언론 아닌 언론'이 돼 '사회적 공기(公器)'의 역할을 했다. 사실 지금도 커피나 커피숍이 갖는 기능 중 하나가 여론을 조성하고 민심을 알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커피는 사회적 공기의 도구가 됐다. 공교롭게도 대구와 경북에서 사회적 공기의 역할을 하는 언론사인 영남일보가 '커피&베이커리' 축제를 매년 대구에서 개최하고 있다. 타 지역의 커피축제와 차별화한 축제다. '역사 속의 커피하우스'처럼 대구의 혁신적인 문화를 조성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게 해줄 진정한 사회적 공기의 역할을 영남일보가 커피&베이커리 축제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받들고 내 고장 발전의 향도로서 세계 속의 한국인을 지향한다.' 1945년 창간한 영남일보는 그 설립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영남일보가 창간 취지에 입각해 세계 속에 커피도시로 대구가 우뚝 설 수 있도록 일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과거 영국이 커피하우스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듯이 대구도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지 말란 법이 없다. 대구를 진정한 '커피하우스의 도시'로 만들어 보자.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이상철 (대구시 위생정책과 주무관)
[기고] '삼태사' 군중과 시민의 연극으로
뮤지컬 왕의 나라 시즌Ⅱ '삼태사와 병산전투'(이하 왕의 나라)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무대였다. 안동댐 민속촌 성곽의 무대는 좌우에 산을 끼고 앞에 물을 둔 자연의 무대였다. 본래 KBS 드라마(왕건) 촬영을 위해 건설한 성곽 세트였지만 왕의 나라에서는 안동(고대 지역명 병산)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재설정했다.이 무대는 자연 속에 축조된 만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주위의 산들은 적당한 높이로 무대를 감싸고 있어 광활한 개활지가 주는 시선 분산의 위험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또 인공 건물이 없고 소음도 차단돼 있어 전반적으로 연극 무대로의 안정감도 상당하다. 하지만 무대가 위치한 안동 민속촌은 안동에서도 제법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탓에 관객을 극장까지 수급하고 그들에게 공연장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 난제로 남았다. 그 탓인지 실외 공연장이 지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작품 곳곳에서 나타났다. 실내 무대(옥내극장)가 지닌 집중력에는 도달할 수 없는 실외 무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각적 활력을 더할 수 있는 몹 신(Mob Scene)과 군무(群舞)의 비중을 높였다. 군중도 다양한 형태로 구성됐다. 마을 사람들, 병사들(양측 진영), 아이들 등이 그렇다. 그들은 오프닝부터 무대를 가득 채우는 방식으로 시각적인 관람 요인을 책임졌다.야외무대에서 관객을 맞는 왕의 나라에는 특별한 장치가 곁들여졌다.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영사 매핑)을 선택한 무대 디자인(장치) 방식이다. 보편적으로 프로젝션 매핑이란 '프로젝터서 빛을 투사해 건물 혹은 스크린으로 사용되는 벽면을 비추고, 그 빛이 닿는 곳에 증강현실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말한다. 다시 말해 빛을 비춰 평면에 3차원의 입체감을 입히고, 원하는 공간(추상적 공간을 포함)을 축조하는 기술이다.공연 중 보월루(步月樓)와 성곽에 빛을 투사하는 매핑은 하나의 공간을 신라의 마을(읍성)로 만든다. 또 욱일승천하는 백제의 전장으로 만들고, 성곽은 왕으로 지칭된 왕건의 처소가 되거나 삼국이 쟁투하는 상상의 공간으로 변한다. 이처럼 3차원의 영상을 사용해 무대의 변화와 이미지에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은 야외무대라는 특성과 더불어 뮤지컬로서의 관극감(觀劇感)을 자극하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번잡함을 피하면서도 야외무대의 특성을 살릴 수 있고 보는 이들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선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안동은 이 작품에 상당한 공을 쏟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동 시민 역시 이 작품에 대해 그러한 관점에서 다가간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부심과 정체성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고려와 백제의 싸움은 불행한 한 시대의 슬픔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그 전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선택의 기록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시절의 민중은 자신의 길과 안정 그리고 삶의 가치를 선택해야 했다. 그 선택의 결과나 성패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신의 길을 찾으려 했던 일은 주목돼야 할 것이다.왕의 나라는 그 길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안동의 역사를 과거 자신의 역사로 인지하는 이들이 마련되었고, 그 안에서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인지하는 이들 역시 늘어난다고 가정한다면, 이제는 이러한 참여의 길을 더욱 확대하면서도 우리 앞에 놓인 길을 용감하게 걸어가야 하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부각할 때이기 때문이다.김남석(부경대 교수·연극평론가)김남석(부경대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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