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혈은 내 생활의 ‘일부’입니다
"오늘도 오셨네요. 이번에도 꼭 2주 만에 오신거죠?" 헌혈의 집 문진실에 들어갈 때 간호사가 건넨 인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제는 얼굴을 기억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내가 헌혈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하나의 증거일지 모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던 그 시기에도 나의 헌혈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 퇴근 후 100회 헌혈을 위해 헌혈의 집으로 향하던 길,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헌혈 끝나고 같이 저녁 먹자"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100회 기념 폴라로이드 사진을 아내와 함께 찍고 싶었던 것이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마스크를 쓴 채 찍은 그 사진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내의 화장대 거울 한편에 붙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흔한 사진 한 장일 수 있겠지만, 내게는 지금도 마음속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작은 증거'다. 나는 매일 아침 그 사진을 보며 자존감을 다잡고, 오늘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새긴다. 해마다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이다. 이날은 헌혈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나눔을 기억하며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생명의 희망을 전달해온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날이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의학 기술도 큰 변화를 맞이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은 여전히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대체불가한 영역이다. 오직 사람의 몸에서만 얻을 수 있으니 불의의 사고나 수술 중 발생하는 출혈로 인해 위험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반드시 누군가가 헌혈을 해야 한다. 그래서 헌혈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직접적인 생명 연결의 실천이다. 헌혈을 통해 수혈 받는 사람은 암 환자일 수도 있고, 산모일 수도 있으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응급처치가 필요한 누구든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누구'는 언젠가 나 자신 또는 내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이렇게 헌혈이 필요함은 확실하지만, 헌혈에 대한 오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체력이 줄어든다거나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불안은 실제로는 철저한 관리와 안전한 절차 안에서 이루어지는 헌혈의 과학적 현실과는 다르다. 의학적 기준을 통과한 건강한 헌혈자만이 헌혈에 참여하며, 혈액은 수많은 안전 검사를 거쳐 환자에게 전달된다. "당신의 헌혈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킵니다" 이 문장은 단지 캠페인 슬로건이 아니다. 실제 수많은 생명이,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헌혈로 다시 숨 쉬고 있다. 지금도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헌혈의 소중함과 참여의 의미를 알리고, 헌혈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2025년 6월. 오늘 나는 179번째 헌혈을 했다. 올해 말에는 190회, 내년에는 200회 달성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헌혈 200회라는 숫자가 특별하거나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이미 수많은 분들이 소리 없이, 묵묵히 헌혈을 이어가고 있고, 나 역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헌혈을 마치고 나오는 길, 나는 늘 그렇듯 다음 헌혈을 예약했다. 나의 다음 헌혈 예정일은 6월 25일이다. 박종원 대한적십자사 헌혈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