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보다 무서운 건 ‘방심’입니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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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1-06 14:53  |  발행일 2025-11-06
엄준욱 대구소방안전본부장.

엄준욱 대구소방안전본부장.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따뜻한 난방기구를 찾게 됩니다. 그러나 그 온기가 언제든 화마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습니다. 매년 겨울, 전국 화재의 3건 중 1건은 이 시기에 발생합니다."날씨는 춥지만, 불조심의 마음만큼은 뜨거워야 할 때입니다."


지난 겨울 대구의 한 단독주택에서는 전기히터 과열로 불이 나, 어르신 부부가 미처 대피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전선 합선으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져 가족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런 사고는 특별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거실, 부엌, 주차장처럼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됩니다.


대구는 오래된 주택과 다가구주택이 많고, 겨울철에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집니다. 여기에 난방기기 사용이 늘면서 전기 과열이나 부주의로 인한 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어두거나 콘센트에 여러 전열기기를 꽂는'문어발식 사용'은 매우 위험합니다. 불은 한순간이지만, 피해는 평생 남습니다.


화재를 막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외출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전기기구의 전원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콘센트 주변의 먼지를 닦는 일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전열기기 주변에는 반드시 여유 공간을 두고, 난방기기는 안전인증(KC)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가정마다'우리 집 대피계획'을 세워두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화재가 나면 어디로, 어떻게 대피할지 가족이 함께 연습해두는 작은 준비가 위기 순간에 생명을 지킵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시민이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주택용 소방시설(감지기·소화기) 보급 확대와 취약계층 안전점검, 다문화가정 및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안전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완전한 안전을 만들 수 없습니다.


불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불씨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시민 여러분입니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작은 불씨를 방치하면 결국 집을 잃는다"고 말했습니다. 작은 부주의가 큰 재앙으로 번지기 전에 막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안전입니다. 안전은 거창한 대비가 아니라 '지금 바로 점검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시민 모두가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언제나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가족의 행복을, 그리고 대구의 안전을 지킵니다. 불보다 무서운 건 방심입니다. 불조심은 사랑의 표현입니다.


엄준욱<대구소방안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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