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의 기다림 끝에 개통한 경북 칠곡군 북삼역이 지역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자체가 직접 재정을 투입해 교통권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로, 향후 대구권 광역철도 '대경선'의 노선 확장 논의에 불을 붙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역사회가 '주민 요구 형평성'과 '철도 경쟁력' 사이 어떤 균형을 찾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8일 개통한 경북 칠곡군 북삼역 전경. 구경모기자
◆100년 만에 칠곡에 생긴 신설역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경북 칠곡군 북삼역 앞 도로. '대경선 개통 축하' 현수막이 내걸린 역사 입구로 주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역전 버스정류장엔 열차 시간에 맞춰 도착한 승객들이 서둘러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낮 12시쯤 올라탄 구미행 열차는 사실상 만석이었다. 북삼역에서 구미 방면 열차를 타고 구미역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11분 남짓.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승객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금방 도착하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대구대 재학생 박영현(23)씨는 "이동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 다음 학기부터는 통학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70대 북삼읍 주민 김미애씨 역시 "구미 산업단지에 있는 아들 보러 가는 길이 훨씬 가까워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통에 맞춰 '철도 마니아'들도 북삼역을 찾았다. 이들은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열차를 촬영하기 위해 승강장 가장자리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김준호(34·대구 수성구)씨는 "새 노선이 개통하면 첫날 열차는 꼭 촬영하러 다닌다. 칠곡지역에 100년 만에 신설되는 역이라고 해 기록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개통 첫날 대경선 북삼역 플랫폼엔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과 '철도 마니아'가 가득했다. 구경모기자
◆'원인자 부담'으로 일궈낸 결실…칠곡군엔 '양날의 검'
북삼역은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던 역이 아니다. 2015년 대경선 수립 당시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제외됐다. 이후 칠곡 북부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졌고, 칠곡군이 건설비 전액과 향후 운영손실금을 부담하는 '원인자 부담 방식'을 택하면서 2019년 국토교통부 승인을 끌어냈다. 2021년 국가철도공단과 위·수탁 협약을 체결하고 2023년 착공, 지난달 28일 개통했다.
하지만 북삼역 개통은 칠곡군 재정에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478억원에 달하는 건설비 외에도 향후 발생할 운영 적자분을 지자체가 영구적으로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지자체가 연간 수십억원으로 추산되는 운영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용인 경전철이나 의정부 경전철 등 지자체 주도 철도사업이 재정출혈로 고전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구체적인 수익 창출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북 칠곡군 약목역을 무정차 통과 중인 대경선 열차 모습. 구경모기자
◆'추가 정차' 요구 분출…완행화 우려 속 '확장성' 숙제
북삼역 개통은 비수도권 최초 광역철도인 대경선의 확장성을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미 약목면 주민 사이에서는 약목역 정차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경재(61)씨는 "약목역 이용객이 줄고 있는데 자칫 '유령역'이 될까 걱정된다. 대경선 정차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임창희(40대)씨도 "최근 인근에 외국인 노동자, 젊은 부부가 늘었다. 지역민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불만을 표했다.
계명대 박용진 명예교수(교통공학과)는 "북삼역 개통으로 왜관과 구미 사곡역 사이 14.7㎞에 달하던 광역철도 구간에 중간 거점이 생겼다. 칠곡 북부 주민들이 낙동강을 건너 환승하던 불편을 줄이고, 대구·구미 접근시간을 단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광역철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속도와 형평성, 수요를 종합 판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경부선이 정차하는데 대경선은 통과한다면 인근 주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최근 대경선 추가 정차 혹은 신설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모든 요구를 그대로 반영해 역을 늘리면 노선이 사실상 완행화돼 광역철도로서의 본래 목적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경북 6개 지자체장들은 지난달 27일 북삼역 개통식에서 '대구~경북 광역철도 공동 건의문'에 서명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광역철도가 '5극3특'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인프라임을 강조했다.
최시웅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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