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농수산물도 쿠팡처럼, 150평 물류창고서 시작된 ‘유통 혁명’…대구 온라인도매시장 ‘시동’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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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5 18:19  |  수정 2026-07-15 21:48  |  발행일 2026-07-15
농수산물유통공사, 콜드체인 물류센터 구축
쿠팡식 거점물류체계, 밀크런·크로스도킹 등
등급화·표준화로 온라인 거래 활성화 핵심
영남권 3시간 합배송 시대 …물류 혁신 기대
하빈면 신도매시장 테스트베드 역할도 수행
지난 14일 경북 칠곡군에 있는 한 종합물류센터를 찾은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이 창고 안을 둘러보고 있다. 온라인도매시장 영남권 통합물류 거점사업 후보지를 물색 중인 공사는 이달 말까지 사업 대상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승엽기자

지난 14일 경북 칠곡군에 있는 한 종합물류센터를 찾은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이 창고 안을 둘러보고 있다. 온라인도매시장 영남권 통합물류 거점사업 후보지를 물색 중인 공사는 이달 말까지 사업 대상지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승엽기자

낮 최고기온 35℃를 오르내리던 지난 14일 오후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차량으로 30분쯤 달려 경북 칠곡군 지천면 일원에 다다르자 언덕배기에 거대한 물류창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팡·이마트·대성·풀무원 등 국내 유통 공룡의 영남권 물류 거점이다. 이중 한 물류창고 지하 2층에 들어서자 500㎡(150평) 남짓한 공간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이곳은 2032년 달성군 하빈면에 구축될 '미래형 첨단도매시장'을 미리 볼 수 있는 영남권 온라인도매시장 테스트베드 후보지 중 한곳이다. 장석민 공사 재난안전팀 차장은 "9월부터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의 물류 효율화를 위한 합배송 기반 거점물류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며 "초기 사업 규모는 작지만, 내년 사업이 본격화하면 임차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 이남 최대 공영 도매시장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디지털 기반 'AX(인공지능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가 국비 30억원 규모 '온라인도매시장 통합물류센터 시범사업'의 영남권(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통합 거점 운영자로 최종 선정되면서다. 오프라인 위주였던 도매시장 유통구조에 혁신이 예고된다. 단순한 유통 중개를 넘어 대구가 대한민국 농산물 스마트 물류의 전진기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날 물류창고에 들어서자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하는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농수산물의 품질 유지를 위한 냉저온과 냉동 설비가 갖춰진 영향이다. 창고 중앙에는 농수산품 적재를 위한 뼈대(랙)가 구축됐다. 이 같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공사는 집하·보관·소분·배송이 동시 이뤄지는 지역 거점형 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통합물류센터 외부 모습. 물류 상·하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도크가 설치돼 있다. 이승엽기자

통합물류센터 외부 모습. 물류 상·하역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도크'가 설치돼 있다. 이승엽기자

물류센터에선 소비자가 원하는 특정 규격과 품질의 농산물을 디지털 데이터 기반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등급화와 표준화 작업이 이뤄진다. 등급만으로 맛을 유추할 수 있는 축산물처럼 상품 선별 작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 철저한 데이터화를 통해 소매점부터 대형마트·백화점까지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반영하고, 오프라인에 집중된 유통망을 온라인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표 상품의 브랜드화가 최종 목표다.


영남권 당일 합배송 시대도 연다. 물류 혁신을 통해 공차(空車)를 없애는 게 핵심이다. 기존 농산물 배송은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1대 1로 직배송하는 방식이었다. 차가 텅텅 빈 채로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이는 물류비 증가로 이어졌다. 물류거점 신설로 우유 배달차처럼 다수 산지를 돌며 공동 집하하는 '밀크런(Milk-Run)'과 센터 입고와 동시에 목적지별로 재분류·출고하는 '크로스도킹(Cross-Docking)'이 가능해진다. 유통 과정이 줄면서 실질적인 물류 비용도 큰 폭 감소할 것이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누적 5천t, 내년까지 1만5천t 이상 물동량을 소화하며 영남권 3시간 이내 합배송 생활권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 같은 물류 혁명이 가능한 이유는 정보화와 AI 기술 발전 덕분이다. 공사는 자체 WMS(창고관리)와 TMS(운송관리) 시스템을 aT 온라인도매시장과 실시간 연동하는 작업을 하반기 중 마무리한다. 과거 배차 직원의 '직감'에 의존하던 운송 경로는 이제 빅데이터 기반의 'AI 라우팅' 시스템이 대체한다. 실시간 교통 상황과 화물 적재율을 계산해 최적의 동선을 짜내며 배송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식이다. 농산물의 생명인 신선도도 24시간 데이터로 감시된다. 0~10℃를 오가는 저온저장고의 온·습도 기록은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


실수요자인 도매시장 법인들도 통합물류센터 운영을 크게 반긴다. 대구중앙청과 측은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확실한 B2B 오프라인 실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어 초기 물동량 가시성이 매우 높다"는 의견을 냈다. 대구경북원예농협 측도 "저장성 채소류 중심의 대량유통 플랫폼을 구축하고, 칠곡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영남권 허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 북구에 있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대구시는 한강 이남 최대 규모 공영 도매시장인 이곳을 2032년까지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제공>

현재 대구 북구에 있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전경. 대구시는 한강 이남 최대 규모 공영 도매시장인 이곳을 2032년까지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제공>

이 사업은 2032년 하빈면에 구축될 미래형 첨단 도매시장의 미리보기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현재 대구 북구에 있는 도매시장은 2032년까지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이 확정됐다. 이전 비용은 4천460억원에 달한다. 공사는 지난 3월 도매시장 내 '무인물류로봇 시연회'를 열고, 로봇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 물류의 실증적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김상덕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 사장은 "2032년 개장하는 미래형 첨단 도매시장이 거대한 '하드웨어'라면 이번 통합물류센터 시범사업은 그 안에 이식될 물류 소프트웨어를 미리 담금질하는 테스트필드 역할을 한다"며 "시범사업 3년간 축적될 AI 라우팅, 데이터 정보화, 물류로봇 운영 등 다양한 노하우를 하빈면 미래형 첨단도매시장에 이식해 대구가 농수산물 유통 선진화의 기준이자 표준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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