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실상 파산] 대구에서만 ‘축구장 54개’ 유통시설 사라졌다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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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3 21:01  |  수정 2026-07-13 23:13  |  발행일 2026-07-13
지역 상권 앵커시설, 폐점 확정 땐 공동화 우려
13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홈플러스 동촌점. 문 닫은 지 5개월이 넘으면서 유동인구가 줄고 한산한 거리를 보였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13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홈플러스 동촌점. 문 닫은 지 5개월이 넘으면서 유동인구가 줄고 한산한 거리를 보였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영업 중이던 대구 4곳을 포함해 모든 점포가 13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 절차를 이어온 최근 1년 사이 대구에서만 7개 점포가 일시에 사라지게 됐다. 이 때문에 지역 생활상권의 심각한 공동화가 우려된다. 앞서 문 닫은 점포의 경우 5개월이 지난 지금, 인적조차 드문 '외딴섬'이 됐다. 도미노처럼 주변 상가도 텅텅 비면서 방치된 건물로 인한 치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영남일보가 대구 홈플러스 7개 점포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점포 총 연면적은 38만2천918㎡다. 국제 규격 축구장 약 54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평형으로 환산하면 11만5천800평이 넘는 대규모 시설이다. 수성점이 11만9천㎡로 가장 크고 이어 성서점(7만7천918㎡), 칠곡점(5만8천㎡), 동촌점(4만9천㎡), 상인점(4만4천㎡), 내당점(2만5천㎡), 남대구점(1만㎡) 순이다. 1년 사이 7개 점포 중 내당점만 일부 면적을 식자재마트로 활용할 뿐이다.


대형마트는 대체로 주택가의 접근성이 좋은 생활권역에 자리해 지역상권의 앵커시설로 기능하고 있다. 유통뿐 아니라 생활문화의 핵심 인프라인 셈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대형마트의 폐점은 곧바로 지역상권의 공동화로 연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임기성 연구위원은 "대형유통시설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집적 기능을 한다"며 "대형마트 폐점은 유동인구를 줄게 하고 주변 상권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월1일 폐점 후 5개월이 지난 홈플러스 동촌점(동구 검사동)의 주변 일대는 인적조차 드문 상황이다. 13일 오후 2시 동촌점 앞에서 지켜본 결과, 30분 동안 지나는 행인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곳은 지상 1~5층, 지하 1~3층 규모를 자랑하던 동구의 대표 대형마트로, 인근 소형 상가들도 홈플러스를 오가는 유동인구 덕에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문을 닫은 후 옛 명성은 무색해졌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방촌시장에 장을 보러 간다는 주부 전모(여·63·대구 동구 검사동)씨는 "13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는데 요즘처럼 이렇게 텅 빈 적이 없었다"며 "동촌점 폐점 후 주민들과 이야기해 보면 장 볼 곳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여간 힘든 게 아니다"고 한숨을 쉬었다.


13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홈플러스 동촌점. 문 닫은 지 5개월이 넘으면서 유동인구가 줄고 한산한 거리를 보였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13일 오후 2시쯤 방문한 홈플러스 동촌점. 문 닫은 지 5개월이 넘으면서 유동인구가 줄고 한산한 거리를 보였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동촌점 폐점은 단순히 상권 붕괴만 불러온 게 아니었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은 동네 특성상 대형마트는 '만남의 장소'이자 '동네 사랑방'이기도 했다. 23년간 동촌점 인근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허명희(여·63·대구 동구 검사동)씨는 "홈플러스와 목욕탕이 옆에 있어 이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폐점하니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오후 8시만 돼도 골목이 어두워져 지나다니기 무서울 정도다. 유동인구가 줄면서 삭막한 공간으로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공동화 현상은 13일부터 문을 닫은 수성점·칠곡점·남대구점 등의 주변 상권에도 예고된 수순으로 보인다. 수성점 경우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에 위치한 특성상 아파트 입주민은 물론 인근 상업시설 상가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앵커시설로 자리잡았다.


3년간 수성점과 같은 건물에서 네일숍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는 "홈플러스가 있어서 가게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았다. 장보러 온 김에 식사하고 네일아트나 공방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상권이 활성화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비정상 운영 후 그때부터 거짓말처럼 유동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폐점하면 인근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상권 자체가 침체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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