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산하 기관 실태 분석] “적발돼도 ‘주의’로 끝?”…징계 등 처분율 6% 뒤 ‘총체적 부실’

  • 노진실·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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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11 09:39  |  수정 2026-07-11 11:12  |  발행일 2026-07-11

■2013~2026년 대구시 산하 15개 공공기관 감사보고서 전수조사

예산·인사·계약 등 규정위반 806건 수두룩해도

실질적 제재 가해진 사안은 6.2% 수준인 50건

연구자 본인 실험 '셀프심의·셀프승인' 하거나

내부규정 교묘하게 피해 공금 유용·남용 사례

대구시 감사위 "법적·행정적 한계있다" 항변

전문가 "관대한 처분→부적절한 관행 악순환"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제공>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제공>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들이 규정을 어겨가며 '셀프 수당'과 '특혜성 복지'를 챙기고 무자격 업체에 안전관리를 맡기는 등 도덕적 해이와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작 대구시의 사후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쳐 부실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일보가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2013년부터 2026년까지 15개 산하 기관의 외부 감사보고서 62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총 806건의 위반 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예산집행과 인사채용 등 전 분야에 걸쳐 비위가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징계·문책이나 환수 등 실질적인 제재가 내려진 사례는 단 6.2%(50건)에 불과해 대구시가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분석 결과 전체 지적사항을 분야별로 보면 예산집행(117건), 인사채용(107건), 계약(89건), 안전(69건) 순으로 규정 위반이 잦았다.


적발된 806건 중 예산 환수·회수(20건)나 징계·문책(29건), 고발·수사의뢰(1건) 등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진 핵심 사안은 50건으로 전체의 6.2%에 그쳤다. 전체 지적사항 중 '징계·문책'만 놓고 보면 3.6% 수준에 불과했다. 주의(410건)가 50.8%로 가장 많았고 시정(186건), 통보(96건), 개선·권고(64건)가 뒤를 이었다.


대구시 감사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분은 타 광역시와의 데이터 비교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동일한 기간(2013~2026년) 대전시 산하기관 감사결과를 분석해 보면 실질적 제재에 해당하는 처분율은 8.1%(1천462건 중 118건)로 대구보다는 높았다.


그래프=Gemini 생성

그래프=Gemini 생성

대전은 2019년 이후 징계 내역을 별도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문서 양식이 변경돼 최근 수치가 과소 집계됐음에도 대구를 훌쩍 뛰어넘는 처분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신분상·재정상 조치까지 모두 포함한 광의의 기준으로 범위를 넓히면 대전의 처분율은 무려 24.1%에 이른다. 수백 건의 비위를 적발하고도 95% 이상을 말뿐인 '주의·시정'으로 덮어버린 대구시의 온정주의적 감사 태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셀프 심의'에 교육 전무… 무너진 연구 윤리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실태는 공공기관의 해이해진 규정 준수 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23년 연구원의 특정 실험 연구책임자는 이해충돌 금지 규정을 무시한 채, 자신이 제출한 실험계획안을 스스로 심의하고 승인하는 '셀프 승인'을 감행했다. 생명 윤리 및 안전 관리의 기본인 필수 교육과 연간 지도·점검마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수년간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구시가 내린 처분은 고작 행정적 면피에 가까운 '주의' 조치였다.


2013년 감사에서는 대구경북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심각한 품위 손상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타 기관 연구용역에 참여하면서 본인 명의로 연구용역비 또는 자문료 직접 수령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가족 명의를 빌려 총 16개 용역에 참여하고 4억24만7천원의 연구용역비와 자문료를 챙겨 검찰 수사를 받았다.


공공예산을 특혜성 복지로 … '솜방망이 처벌' 제 식구 감싸기


공공 예산을 동원한 과도한 임직원 '특혜성 복지'와 부당 지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사무관리비로 휴양시설을 지원했다. 2024~2025년 사무용품 구입이나 소규모 수선 등에 써야 할 '사무관리비' 예산 약 3억2천만 원을 임직원 개인의 휴양시설(숙박비) 지원금으로 부당 집행했다. 또한 직원들의 '리프레시 여행'을 공가로 처리하면서 소요 경비 8천820만 원을 '국외여비' 항목으로 부당 편성해 집행했고, 5회의 공무국외여행 중 기내식을 제공받았음에도 식비를 감액하지 않고 총 168만8천390원을 중복 수령했다.


퇴직자 외유성 연수 및 예비비 유용 사례도 있다. 대구교통공사는 정년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외유성 국내 연수를 기획해 2020년부터 6차례, 총 65명에게 1억1천486만여 원의 국내연수비를 부당 지급했다. 공로연수제 시행으로 감액되는 임금을 보전해 주기 위한 꼼수로 3년간 51명에게 총 1억4천740만 원의 활동비도 부당 지급했다. 노후 시설 개량이나 출장 여비 등 별도 예산이 편성돼야 할 사업에 51억 원의 예비성 경비를 부적정하게 집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2024년에는 계약을 진행하면서 동일 업체와의 수의계약 및 금액 쪼개기 계약 건수가 지나치게 많아 시의회의 시정 요구를 받았다. 공사 전체를 기준으로 동일 업체와 3회 이상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가 2023년 59회, 2024년 69회에 달하는 등 특정 업체에 일감이 집중된 정황이 확인된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구교통공사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우수등급인 2등급을 유지했다. 청렴도 우수등급 이면에 평가 지표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안전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4월과 7월 지하도 상가에 '가스 누출 감시 시스템 설치 공사'를 진행하면서 면허가 없는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해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에 부실을 드러냈다. 지하도 상가는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시공·관리 기준이 엄격히 제공돼야 한다. 이로 인해 소장 등 6명에게는 주의와 경고 처분이 내려졌고 공단 측은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구의료원 전경. 영남일보DB

대구의료원 전경. 영남일보DB

◆ '셀프 수당'에 '예산 소진용 쇼핑'… 규정 비웃는 꼼수들


내부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불필요하게 낭비하기도 했다.


대구의료원에서는 금연지원센터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센터장과 소속 팀장들이 내부 금연지원사업 강의를 명목으로 2015~2016년에 22회에 걸쳐 총 660만 원의 강사료를 지급받아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 또 동일인에게 축·부의금 등을 초과해 지급하는 등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지출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2023년 하반기 피복비 예산이 남는다는 이유로 작업복으로 부적합한 고가의 등산복을 구매해 제복 착용 대상이 아닌 연구소 직원 등 26명에게 무단 지급했다. 연구소측은 "단지 예산이 남는다는 이유만으로 등산복을 구입한 것은 아니며, 연구실 위생복은 이미 지급돼 있었고 당시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로 실내 근무뿐만 아니라 출장 시에도 입을 수 있는 겨울 근무복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2018년 감사에서는 위험물질과 상시 접촉하지 않는 정수팀장에게 3년 넘게 169만여원의 위험근무수당을 부당 지급한 사실도 적발됐다.


대구신용보증재단은 지난해 업무추진비로 화분 등 물품을 먼저 구입하고 길게는 수개월이 지난 뒤에야 소급해 기안을 올리는 등 1천393만 원의 회계 처리 절차를 위반했다. 신용카드 적용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현수막과 커피원두 구입 등 31건에 820만 원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부적정하게 지출했다.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은 2024년 노숙인 시설 담당자의 직무 태만으로 생활인 11명에게 지급돼야 할 기초연금 약 3천568만 원이 누락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또 시설 운영 경비로 쓰여야 할 매점 및 자판기 수익금을 미지급된 기초연금 변제에 부당 집행했다. 시설 측은 '담당자의 실수'를 핑계 댔으나, 감사관실은 "업무 분장 불명확과 책임자 지정 부재 등 총체적인 관리 감독 태만"이라고 짚었다.


◆ 대구시 감사위 "소송 위험·법적 근거 부족… 현실적 한계 있다"


이처럼 동일한 사례의 비위가 반복되고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지만, 감사를 주관한 대구시 감사위원회는 법적·행정적 한계가 있다고 해명한다.


대구시 감사위원회 박건정 주무관은 "환수나 시정 조치를 하려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지급할 근거 자체는 있는데 지급 방식이 부당했다거나, 기관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법적으로 환수까지 끌고 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제도를 다시 설계하라는 '개선'이나 '통보' 처분이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리한 환수 조치가 불러올 행정적 리스크도 우려했다. 박 주무관은 "부당하긴 하나 경미한 절차상 위반 사항을 과도하게 환수할 경우 비례 원칙 위반으로 행정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며 "불필요한 소송으로 행정적 손실이 커지면 애초 감사의 목표마저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감사 처분 요구가 나가기 전 기관이 자진해서 시정 조치를 완료해 처분 수위가 낮아진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에 지적된 비위가 다음 감사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의 비위라면 징계 기록을 관리하고 있어 명확하게 신분상 처분 수위를 높인다"면서도 기관 차원의 문제는 복잡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기관 단위에서 재발하는 절차상 하자는 담당자가 교체됐거나 기관의 구조적 한계 등 참작할 요소가 많아 처분 수위를 높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 차원이 아닌 중앙정부의 지침 부재로 발생한 문제라면 시가 직접 징계를 내리기보다는 중앙 부처에 건의하도록 유도하는 '통보' 조치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전문가들 "처벌 실효성 높이고 내부 통제 시스템 구축해야"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강력한 내부 통제와 인적 쇄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계명대 성영태 교수(행정학과)는 감사 당국의 고충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치는 온정주의적 처분은 결국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린다고 경고했다.


성 교수는 "타 기관과의 형평성이나 소송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이 정도 사안에 처분이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인식을 준다면 이는 명백한 제 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의 주 목적은 단순 적발이 아니라 '일벌백계'를 통한 재발 방지"라며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은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주지 못해 결국 부적절한 관행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한 합당한 처벌 기준 확립이 1순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감사실 전보가 잦아 전문성이 떨어지는 취약점이 있는 만큼, 반복 지적 사항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조직 내 청렴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총체적 부실과 솜방망이 처분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일부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도덕적 해이는 하루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그동안 산하 기관이 계속 만들어지고 확장되면서, 크고 작은 운영상 문제와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공공 서비스와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를 높이는 것이 공공기관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인데 작금의 사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은 처장은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해법으로 최고 결정권자의 엄격한 도덕성을 꼽았다. 그는 "공공기관 관계자들 스스로가 더 높은 윤리의식과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특히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산하기관장의 리더십이다. 적절한 검증을 통해 전문성은 물론이고 확고한 윤리의식을 갖춘 기관장이 조직을 이끌어야만 수십 년째 반복되는 부적절한 사례를 비로소 개선하고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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