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의 관광유니버스] 대구 마이스(MICE), 관광과 산업을 잇다
얼마 전 대구시는 민선 9기 조직개편을 통해 경제국에 있던 마이스(MICE) 산업 지원 기능을 문화체육관광국으로 이관하고, 관광과를 관광산업과로 확대 개편했다. 국제회의와 전시를 단순히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소비·산업으로 연결해 지역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남기겠다는 방향 전환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이름이 아니라, 대구 MICE를 통해 지역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마이스는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를 아우르는 복합산업이다. 일반 관광보다 참가자의 지출이 크고, 체류와 기업 교류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도 2025년 국제회의 491건을 개최하며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 지자체의 경쟁도 '몇 건을 유치했는가'보다 유치한 사람들이 지역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얼마나 소비하며, 어떤 관계를 남기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구는 MICE를 키울 만한 분명한 조건을 갖고 있다. 2001년 엑스코 개관 이후 2005년 국제회의도시와 2020년 국제회의복합지구로 지정되며 관련 기반과 경험을 축적해 왔다. 그러나 대구 MICE의 진짜 경쟁력은 회의장이 아니라, 산업 기반에 있다. 물산업을 비롯해 로봇,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등 산업 현장이 함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자산이다. 회의 참가자에게 전시장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과 기술을 만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물포럼과 세계물총회, 세계여과총회 등 물 분야 국제행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구에서는 산업 자체가 MICE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국제회의가 기업 방문으로 이어지고, 기업 방문이 비즈니스 매칭과 새로운 거래로 이어진다면 MICE는 관광사업을 넘어 지역산업을 세계와 연결하는 플랫폼이 된다. 이것이 대구가 다른 도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산업형 MICE의 방향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2025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대구 방문율이 1.2%에 그쳤다는 사실은 대구관광의 과제를 보여준다. 국제회의를 위해 대구를 찾은 참가자를 지역의 관광과 소비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회의는 엑스코에서 열리고, 참가자는 호텔에 머물다 돌아가는 구조에 머문다면 MICE의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회의장을 채우는 것과 도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대구 MICE의 다음 단계는 유치 경쟁에서 '연결 경쟁'으로 넘어가야 한다. AI·로봇·미래모빌리티·반도체·바이오·헬스케어 등 대구의 미래 신산업과 국제회의를 연결하고, 기업 방문과 비즈니스 매칭, 지역 음식과 문화·관광을 회의 전후 일정에 자연스럽게 결합해야 한다. MICE 참가자를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대구의 산업과 관계를 맺는 비즈니스 관광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구시가 MICE 얼라이언스를 확대하고 체류형 관광 활성화 마스터플랜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연결이다. 국제회의 하나가 열렸을 때 지역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참가자가 하루 더 머물며, 지역의 음식과 문화가 소비되고, 그 경험이 다시 대구를 찾는 이유가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제회의는 며칠이면 끝나지만, 그 회의가 만든 소비와 관계, 산업의 연결은 오래 남는다. 대구 MICE의 경쟁력은 회의장을 얼마나 많이 채우느냐가 아니라, 대구가 가진 산업과 관광을 얼마나 깊게 연결하느냐에 있다. 대구가 국제회의를 여는 도시를 넘어, 산업과 관광을 연결해 지역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시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정책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 박사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