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부터 19일 새벽까지 경북 북부를 덮친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지난해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까지 삼켰다. 산불 이재민들이 생활하던 임시주택 단지는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흙탕물에 잠겼고, 물살에 떠밀린 모듈러주택들이 원래 자리를 벗어나 흩어져 있었다. 단지 곳곳에는 토사와 나뭇가지, 생활 쓰레기가 뒤엉켰고, 소방과 행정당국은 중장비를 투입해 응급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산불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주민들은 이번에는 집중호우로 또다시 삶의 터전을 위협받았다.
침수된 주택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안동자원봉사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봉사단은 바닥을 뒤덮은 진흙을 퍼내고 물에 젖은 가구와 생활용품을 밖으로 옮기며 복구 작업을 도왔다. 외벽에는 당시 침수 수위를 보여주는 흙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급류에 밀려 기울어진 일부 임시주택은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다른 곳으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됐다. 안동시는 침수된 임시주택은 더 이상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새 임시주택 설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당분간 다른 임시주택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임시주택 창가에서는 한 주민이 수건으로 얼굴을 훔치며 급류로 무너진 집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민들은 물이 18일 밤부터 빠르게 불어나기 시작해 19일 새벽 긴급 대피했으며, 일부는 현관문을 열지 못해 창문으로 몸을 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권영환 씨는 "말도 마세요. 죽는가 싶었는데 참말로 물이 허리까지 찼다"며 "일어나자마자 반장과 119, 경찰, 면사무소에 연락했지만 연결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산불로 집을 잃고 어렵게 일상을 이어오던 주민들은 1년 만에 또다시 수해 이재민이 되는 현실과 마주했다.
마을 밖에서는 유실된 도로와 제방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도 계속됐다.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끊긴 도로를 메우고 쏟아진 토사를 걷어냈지만 곳곳에는 급류가 남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산불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인 지역이 이번에는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대형 재난을 겪은 지역이 또 다른 자연재해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반복되는 기후재난 시대에 피해 복구를 넘어 재난에 견딜 수 있는 주거와 기반시설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또 하나의 과제로 남고 있다.
이현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