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도, 충성심도 능력?” 행정 신뢰 깎아먹는 인사 논란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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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9-05 10:34  |  수정 2026-09-05 14:16  |  발행일 2026-09-05
민선 8기 대구시 ‘인사 논란’ 분석해보니…
전문가 “규정 무시한 인사, 행정 불신 초래”
민선 8기 대구시의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가 적혀있는 대구시청 산격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민선 8기 대구시의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가 적혀있는 대구시청 산격청사 전경. 대구시 제공

공공기관의 채용은 단순한 인사 행정을 넘어 지자체와 정부에 대한 공정 신뢰의 척도다. 하지만 민선 8기 내내 대구시에서 불거진 '어공 알박기' 및 특혜 채용 논란은 행정 공정성을 근본부터 흔들며 지방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키운 요인으로 꼽혀왔다. 새로 막을 올린 민선 9기가 이전 시정의 인사 난맥상과 단절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민선 8기 뒤흔든 알박기 불공정 채용 논란


민선 8기 대구시의 대표적 채용·인사 관련 논란은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 알박기 의혹과 관련된 사안이다.


민선 8기 초기 시청에 입성한 한 A씨가 지난해 대구시의 '팀장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을 두고 각종 의혹이 지적됐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A씨는 지난 2022년 민선 8기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시정기획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인수위 당시 A씨가 현직 언론인이라는 점도 논란이 됐다. A씨는 인수위를 거쳐 2022년 7월 민선 8기 대구시 출범과 동시에 4급 상당 간부로 대구시에 입성했다. 당시 대구시는 '업무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라고 A씨를 소개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정부합동감사단의 감사 결과를 취재진이 분석한 결과, 대구시는 지난 2022년 7월 시장 비서관을 임용한다는 이유로 공고 및 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A씨를 지방별정직 공무원에 임용한 뒤 실제로는 비서관이 아닌 다른 직종으로 근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방별정직공무원 임용 원칙과 절차를 담고 있는 지방별정직공무원 인사규정 제7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항은 "임용권자가 지방별정직공무원을 임용하려는 경우 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일간신문·공보 또는 정보통신망, 그 밖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의 의장의 비서관 또는 비서를 임용하는 경우 △외국인이나 북한이탈주민을 임용하는 경우로서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과 '대구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등의 위반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시장의 임기와 일치시키기 위해 별정직 비서로 임용했던 점을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해당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당초 A씨는 다른 별정직 공무원들처럼 전임 시장과 임기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 통상 단체장과의 친분이나 정치적 동지 관계에서 '어공'이 된 인물들은 단체장 임기 만료와 함께 직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초 '지방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공고를 내고, 다시 한번 A씨를 5급 상당 팀장으로 채용했다. 전임 시장의 중도 사퇴 불과 몇달 전이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당시 이 채용 절차에는 11명이 서류 합격을 했다. 이에 A씨 채용이 내정됐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A씨 채용 절차는 규정대로 진행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구 경실련은 "A씨 채용 의혹의 진상과 책임 규정을 규명해달라"며 이 사안을 국민권익위원회 채용비리통합신고센터에 신고했다.


경북대 하혜수 명예교수(행정학부)는 "선거가 끝나고 엽관주의에 따라 수장과 일부 정책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제한적으로 공직에 임용되긴 하지만, 그들은 단체장과 진퇴를 같이 한다"라며 "한정적으로 용인되는 부분을 넘어 관련 규정까지 위반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하 명예교수는 이어 "지자체가 인사에 있어 법과 원칙을 위배하면 책임행정을 훼손하고 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지훈 법률사무소 화랑 변호사는 "인사 담당자 등이 임용절차의 예외규정을 형식적으로 내세워 실질적으로 공고·임용절차를 회피하고, 근거 없는 직위에 보하는 인사발령을 실시했다면, 이는 관계 법령·조례·규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지방공무원법 상 징계사유에 해당할 뿐 아니라 성실의무 위반에도 해당된다"라며 "해당 사안과 관련해선 절차 위반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었는지,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추가적인 검토 사항 및 법률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A씨 채용 의혹은 경찰에서 수사 중이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서를 내고 "전임 대구시장의 자백이라는 명백한 증거도 있는데 대구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1년 이상 끌고 있다"라며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한 사안이 될 정도로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건인데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4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대구시의 '알박기 인사' 의혹은 첫 채용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던 사안이다"라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과 시민들이 얼마나 허탈감을 느끼겠는가. 진상 규명이 차일피일 늦어지다가 당사자와 책임자들이 임기 만료와 인사 이동 등으로 사안이 흐지부지해질까 우려된다. 더 늦어지기 전에 수사기관의 결정이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수행업무하다가 알박기 채용 의혹까지


제12대 엑스코 사장 B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전임 대구시장의 제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후보 캠프에서 '토론특보'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여러 정권을 넘나든 B씨의 다양한 정치 이력이 이번 엑스코 대표이사 선임에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직무수행의 역량과 전문성은 갖추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엑스코 임원추천위는 임기 2년의 대표이사 사장을 공모하면서 자격요건으로 전시컨벤션에 관한 전문성을 갖출 것과 전시장의 국제화 선도를 위한 역량과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출 것, 전시컨벤션산업에 대한 식견 또는 경험이 풍부할 것 등을 제시했다.


대구시는 B씨를 임명하면서 조례로 제정된 대구시의회 인사청문회를 패싱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구 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공개 모집하고, 임추위 회의 내용들도 공개하는 한편, 반드시 시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가 출자출연한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서도 민선 8기 시절 특정 직원이 소위 '알박기'로 채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해당 직원은 과거 단체장 출신 유력 정치인 수행 업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측은 "그 직원은 전임 기관장 시절에 계약직으로 임용됐다. 관련 조건을 충족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기관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허탈하고 씁쓸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사 논란' 댓글 75% 비난 목소리


민선 8기 시정에서 반복된 코드 인사와 편법 채용 논란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흔들고 지역 청년들에게 불공정의 상처를 남겼다. 영남일보의 댓글 분석 결과에서도 시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부적절한 인사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3일 영남일보가 민선 8기 대구시 및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불거진 채용·인사 관련 논란과 관련된 전체 기사 댓글 2천890건을 LLM(Claude Sonnet) 분석한 결과 비판 댓글이 1천701건으로 72.8%에 달했다.


2천890건의 기사 가운데 전임 대구시장 측근 별정직 알박기 채용과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 1천184건을 분석한 결과도 63.8%가 비판적인 입장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민선 8기 대구시 채용 인사관련 뉴스기사 1천197건 중 제목 기준 관련성 검수를 통해 476건의 기사를 확정, 기사에 달린 1천184건의 댓글을 대상으로 '입장'과 '비판사유'를 분석했다. 입장은 비판, 옹호, 중립으로 나눴다. 비판사유는 특혜, 처벌미흡, 은폐·지연 대응, 세금낭비, 반복·구조적 문제, 정치권 전반에 대한 비판, 대구시 행정 무능·후진성 비판 등의 항목으로 나눠졌다.


채용 논란에 연루된 '특정 인물에 대한 비난'이 29.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처벌 미흡'(21.6%)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어 '특혜(공정성 훼손)'에 대한 비판이 13.5%, '반복·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9.3%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지역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공공기관의 부당 인사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취재진이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4일 오전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대학생 김정근씨는 "대구시의 알박기 채용 관련 논란에 대해 지난해부터 뉴스로 접해 알고 있다"라며 "공공기관에서 일한 경험은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커리어'가 된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스펙을 쌓고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그런 뉴스를 접할 때면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월당역에서 만난 취업 준비생 신혜원씨는 "일부 기관의 '열린 채용' 결과를 볼 때면 그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다고 느낀다"라며 "대체 어떤 기준으로 채용이 이뤄지는지 모르겠다. 민간 기업도 아니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채용 과정이 더욱 깔끔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청문회 실시로 행정 신뢰도 제고해야


7월 1일 출범한 민선 9기 대구시정이 출자·출연기관장 및 공사·공단 이사장들의 임기 만료와 재선임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민선 8기 대구시에서 반복된 채용·인사 논란이 행정 신뢰도를 낮추는 원인이 된 만큼, 인사청문제도를 통해 신임 시정의 인사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민선 9기의 주요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선 8기 동안 대구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에 정해진 대상 기관 중 상당수가 인사청문을 거치지 않은 채 임명됐으며, 대구시가 자치단체장 임의로 청문 요청 기관을 선별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있다.


실제로 대구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의 인사청문 대상자는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의 장이다. 민선 8기 체제에선 4개 기관장 후보자에 대해서만 인사청문을 요청했고, 나머지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했다.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지방의회의 검증 권한을 무력화하고 임용 정당성을 훼손한 행위"라며 비판한 바 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지방의회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 대상자의 도덕성과 자질·업무수행능력 검증을 통한 합리적인 인사, 기관장 임용의 정당성 부여, 주민의 알권리 보장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기능을 하는 제도적인 장치"라면서 "민선 9기 대구시정에 인사청문회조례의 인사청문 대상자인 대구시 산하 모든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의 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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