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죽곡댓잎소리길'. 금호강변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가 산책로 위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며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강승규 기자
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금호강변. 강창교를 지나 '죽곡댓잎소리길'에 들어서자 무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머리 위로 솟은 대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선사했다.
바람이 불자 숲이 먼저 움직였다. 곧게 뻗은 대나무가 가볍게 흔들렸다. 수천 장의 댓잎이 맞닿으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금호강을 건너온 바람이 숲 사이를 지날 때마다 소리는 커졌다가 잦아들었다. '댓잎소리길'이라는 이름이 실감났다.
산책 나온 시민들의 발걸음은 한결 느긋해 보였다. 운동복 차림의 주민은 숲이 짙어지는 구간에서 잠시 속도를 늦췄다. 벤치에 앉은 이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숲에서 만난 박한주(65·달성군 다사읍)씨는 "강변은 햇볕이 뜨거운데 대숲 안으로 들어오면 한결 시원하다"며 "바람이 불 때 들리는 댓잎 소리가 좋아 자주 찾는다"고 했다.
몇 걸음 밖으로 나가면 금호강과 자전거도로가 펼쳐진다. 다시 안쪽으로 들어서면 사방이 대나무 천지다. 강과 숲, 도시 풍경이 불과 수십m 안에서 교차한다.
숲 산책로는 평탄하지만 풍경은 다채롭다. 검은 줄기가 특징인 오죽을 비롯해 분죽·포대죽·금죽·구갑죽·맹종죽·왕대·이대·조릿대가 길 양쪽을 가득 채웠다. 높이와 굵기, 잎 모양도 제각각이다. 안쪽으로 갈수록 녹음은 더 짙어졌다.
19일 오전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댓잎소리길' 대숲에 판다 조형물이 설치돼 산책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대나무 숲과 어우러진 조형물이 산책로에 색다른 볼거리를 더한다.강승규 기자
금호강을 따라 이어진 대숲 길은 대략 800m 정도다. 길지는 않지만 역할은 작지 않다. 빽빽한 대나무가 직사광선을 막고 강바람이 열기를 누그러뜨렸다. 시민에게는 쉼터를, 새와 곤충에는 '도심 속 서식처'를 제공했다. 대숲길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도시숲'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도시숲은 폭염과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중요한 생활권 녹색 인프라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탄소 흡수와 기후 조절, 소음 완화, 생물다양성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
죽곡댓잎소리길은 금호강 수변 생태축과 맞닿아 있다는 특징도 있다. 대숲과 하천 녹지가 이어지면서 도심과 강을 오가는 생물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한다. '죽곡' 지명에도 대나무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일대에는 예부터 대나무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죽곡산 일대에 성을 쌓은 뒤 화살 재료를 얻기 위해 대나무를 길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구시는 2024년 죽곡댓잎소리길을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가로숲길'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도시철도 2호선 대실역에서 걸어서 당도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산을 오르거나 도심을 멀리 벗어나지 않아도 일상 생활권에서 숲을 접할 수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대숲은 하나의 독립된 녹지 공간에 가깝다. 금호강변 녹지와 주변 공원·가로수길을 잇는 '녹색축 확장'이 향후 과제다. 이용객 증가에 따른 휴게시설과 안내시설 보완, 지속적인 대숲 관리도 함께 검토할 부분이다.
달성군 손승관 도시공원과장은 "죽곡댓잎소리길은 금호강변의 자연환경과 대숲이 어우러져 주민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찾는 휴식 공간"이라며 "시민들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숲과 산책로를 꾸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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