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렛츠런파크 영천, 경북 말 산업 뿌리가 되길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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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22 15:25  |  발행일 2026-08-22
임호 기자

임호 기자

오는 9월 13일, 오랜 기다림 끝에 렛츠런파크 영천이 드디어 문을 연다. 지난 2009년 제4경마장으로 영천이 최종 선정된 후 16년 3개월만이다. 경북도와 영천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말 산업 육성을 꿈꾸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결실이 마침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개장을 앞두고, 경마 및 말산업계의 마음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주마가 달릴 최첨단 트랙은 멋지게 완성됐지만, 정작 그곳을 터전 삼아 365일 머물며 숨 쉬어야 할 '상주 경주마'는 단 한 마리도 없기 때문이다.


현재 렛츠런파크 영천의 경주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무진동 특수 수송 트럭을 타고 건너온 경주마가 경기를 치르고 돌아가는 '순회 경마'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경마장의 본질은 말이 상주하며 훈련하고, 마주와 조교사, 기수, 관리사가 하나의 밀도 높은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의 영천은 그저 경주마가 잠시 들렀다 떠나는 대관용 경주장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영천은 상주 경주마가 집처럼 이용하는 마방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다. 레츠런파크 서울의 마방은 1천400칸, 부산경남이 1천68칸, 제주는 550칸이다. 반면, 렛츠런파크 영천은 100칸에 불과하다. 상주 경주마가 없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경북지역에서 경주마를 육성하는 농장이 늘지 않아, 말 산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발생한다. 또 렛츠런파크 영천에 종사하는 조교사와 관리사, 수의사, 장제사 등 운영인력도 줄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경북도와 영천시의 역할이다. 16년 전 경마장이 영천으로 선정된 후 무엇을 했느냐이다. 이 기간 마사회와 지속적인 협의와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말 산업 육성에 나섰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결국 경북도와 영천시의 적극적인 노력 부족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말 산업 전체의 선순환 고리를 단절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나름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렛츠런파크 영천 운영 방식은 변화된 경마 환경과 한정된 국내 말 자원, 전문 특수 인력 양성에 대한 가장 현실적 운영 모델이라는 것이다.


영천에 경주마를 상주시키기 위해서는 경북에서 매년 수백 두의 신규 경주마를 생산해야 한다. 이 경우 연간 1천 두가 생산되는 한국 경마 생태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혈통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하향 평준화된 경주마가 쏟아질 수도 있다. 순회경마(멀티 스테이션) 역시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다. 일자리 문제도 렛츠런파크 영천 개장 초기 상주 인력 230여명 중 약 85%(195명)를 지역민으로 우선 채용했다. 또 장기적으로 7천500여명 규모의 직·간접 일자리 창출을 예상하고 있었다.


마사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북 말산업 육성의 대의는 절대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렛츠런파크 영천이 위성 경기장이란 불명예를 벗고 경북 말 산업의 당당한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국마사회와 지자체의 결단이 시급하다. 마사회는 말 산업 균형 발전과 지역 상생이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경마장 유치란 치적에 안주하지 말고, 말 산업 육성의 완벽한 로드맵을 내놓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렛츠런파크 영천이 단순히 주말 박진감 넘치는 레저를 제공하는 장소를 넘어, 경북의 말 산업을 뿌리부터 다시 일으키는 든든한 전진기지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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