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이주배경학생, 누구를 위한 용어인가
임 호 사회3팀장대한민국이 글로벌화되면서 다양한 국적의 이웃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외국인등록 인구는 134만8천여 명이다. 여기에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도 42만9천여 명에 이른다. 또 이들의 자녀 18만1천여 명(2023년 기준)이 현재 대한민국의 초중고교에 재학 중이다.우리는 국제결혼가정 자녀, 외국인 자녀, 중도입국 자녀 등을 포괄해 이들을 '이주배경 학생'이라 부른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이들을 '다문화학생' 대신 '이주배경 학생'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해당 학생에게 부정적 낙인효과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다문화학생도, 이주배경 학생도 누가 봐도 낙인찍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정 학생 집단을 지칭하는 데는 편리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마치 격벽을 치듯이.필자가 과잉반응을 보이는지 몰라도 해당 학생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함께 성장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때 '이주 배경'이란 수식어는 자신을 친구들과 구별 짓는 꼬리표가 될 수 있다. 이는 학생들 스스로에게 '나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또 또래집단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정체성 혼란을 겪게 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이주 배경'이라는 표현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국적, 문화, 가정 환경, 개인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주 배경'이라는 단일한 틀 안에 가두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차별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또 교사나 교육당국이 '이주배경 학생'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특정 편견을 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이주 배경 학생'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할 것이라거나, 학습부진을 겪을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학생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은 학생들의 학습 참여를 위축시키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거나, 사회 반감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미국에선 한국처럼 '다문화 학생' 또는 '이주배경 학생'이란 표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English Learner(EL) 또는 English Language Learner(ELL)란 표현을 사용한다. 즉,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며 영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지칭한다. 이는 학생의 언어적 필요성에 초점을 맞춘 기능적인 용어다. 최근에는 Multilingual Learner(다중언어학습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라고 한다. 단순히 영어가 부족하다는 관점을 넘어, 학생이 이미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용어를 사용해야 할까. 핵심은 특정 집단을 분리하고 차별하는 의미를 내포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경우 교육적 지원의 대상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학생'이라는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모든 학생은 학교의 구성원이며, 동일한 존중과 교육 기회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초·중·고교에서 교육받는 모든 학생들은 그들의 국적이나 가정환경, 빈부의 격차에 관계없이 그냥 '학생'이어야 한다. 이주배경 학생이란 표현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임 호 사회3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