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호르무즈의 위기, 영일만항엔 북극항로의 기회다

  • 마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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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3-18 06:50  |  발행일 2026-03-18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마창성 동부지역본부장

중동의 좁은 바닷길이 세계 경제의 혈맥을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이곳이 사실상 봉쇄되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들며 치솟고 있다.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의 석유 대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하며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1%가 이곳을 지난다. 우리나라는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이 해협에 의존한다. 세계 에너지 공급의 생명선이다.해협 전체 폭은 약 40km 내외이나, 암초와 수심을 고려해 대형 유조선이 실제로 통과할 수 있는 항로 폭은 3km에 불과하며, 한 방향으로 줄지어 항해하는 구조다.


이 항로가 흔들릴 때마다 국제 유가는 요동친다.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보니 미국 역시 해협 방어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 등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하며 해협 안전 확보에 동참을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를 지키는 일이 곧 '경제 안보' 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그만큼 확고해졌다는 방증이다.역설적이게도 역사상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란 역시 해협 봉쇄가 곧 국제사회와의 전면전이자 자국 경제의 파멸을 초래할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 경제가 매번 긴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좁은 바닷길이 실제로 막히는 순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체가 붕괴될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 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새로운 바닷길을 찾고 있다. 북극항로다. 기후 변화로 북극 해빙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여름철을 중심으로 상업 항해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항로는 부산에서 유럽 로테르담까지의 거리를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약 30~40% 단축할 수 있다. 항해 기간도 10일 이상 줄일 수 있어 물류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21세기 황금수로'로 불리며 세계 물류 지도를 바꿀 잠재력을 지닌 항로로 평가된다. 우리 정부도 오는 9월 3천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부산~로테르담 구간에 시범 운항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국내 지자체 간 주도권 경쟁도 뜨겁다. 부산은 북극항로 기종점 역할을 자처하며 관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과 경남은 내빙선 건조와 수리조선 산업을 앞세워 관련 산업 선점에 나섰다. 경북 역시 영일만항을 북극항로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과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전담 조직인 '북극항로추진팀'을 신설해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다만 북극항로를 온전히 대구경북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일만항의 인프라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영일만항은 북극항로 출발점과 가깝고 외해 진출이 쉬운 지리적 요충지다.


그러나 현재 규모로는 본격적인 상업 운항 시대를 맞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1만TEU급 대형 선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수심과 선석 확보가 시급하다. 항만은 첨단 설비와 배후 산업이 결합할 때 지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된다. 영일만항 확장은 포항의 이차전지와 수소 산업 등 미래 산업과 결합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영일만항 확장은 단순한 항만 개발이 아니다. 경북의 미래 산업을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항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우리가 주저한다면 기회는 다른 나라의 몫이 될 것이다. 호르무즈의 위기가 던진 질문에 대한 경북의 해답은 명확하다. 이제, 영일만항을 '북극항로의 전진기지'로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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