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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의 넉넉한 그늘이 반가운 계절이다.얼마 전 경북 군위 고로면(삼국유사면) 산(수기재) 아래에 있는 도예가 전문환의 작업실을 지인들과 함께 방문했다. 거기서 보기 드문 노거수를 만났다. 작업실 바로 앞에 있는 왕버들이다. 왕버들은 작은 저수지 둑에 자라고 있었다. 밑둥치에서 크게 세 줄기로 갈라져 자랐는데, 갈라진 세 가지 위에 큼직한 정자를 하나 지어도 될 만했다. 줄자를 찾아 일부러 한번 밑둥치를 대충 재어 보았다. 9m 정도 되었다. 그렇게 굵은 나무는 직접 본 적이 없다. 전문환 작가가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이 199..
[흥미로운 명필이야기 20] 무장 서예가 악비…명장의 굳센 충성심이 일어나는 기운이 붓끝에서 물씬
악비(岳飛·1103~1141)는 중국인에게 가장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명장이다. 중국 남송 초기의 무장인 그는 서예가이기도 했다. 남송의 영종이 1204년에 악왕(鄂王)에 봉했기 때문에 흔히 '악왕'이라고도 부른다. '송사(宋史)'의 '악비전'에 따르면 그가 태어날 때 고니처럼 큰 새가 지붕 위에 앉아서 이름이 '비(飛)'가 되었다고 한다.북송 말기에 군대에 들어간 그는 금나라의 침공으로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군대를 이끌고 연전연승하며 금나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장군이다. 그는 금나라와의 관계에서 주전파에 속했는..
[이도국의 영남좌도 역사산책] 조선의 르네상스와 영남의 눈물(상)...만고 죄인이 영남서는 큰 스승으로 추앙, 조정과는 깊은 골
임진병화가 끝나고 100여 년이 지난 영·정조 75년 치세는 나라 안팎이 안정되고 왕조 또한 부흥기를 맞이하여 '조선의 르네상스'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은 옹정·건륭제의 안정된 통치로 청의 전성기였고 일본 또한 에도막부 겐로쿠 시대를 거치면서 문화 융성기를 맞이해 동양 삼국은 오랜만에 평화를 구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영남 선비에게 경상도 900년사에서 가장 가혹한 세월이었다. 과거급제해도 당상관 보임은 하늘의 별 따기였고 7품 참하로 마치기 일쑤였다. 사신으로 나가 외국문물을 견문한 선비가 없었고 어사또 마패 차고..
[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히피, 자유로운 영혼과 惡의 모습 혼재
속세를 떠나 자연 속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자유로운 감성으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히피스럽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히피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나마 그 의미와 감성, 그리고 패션 스타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히피(Hippie, Hippy)'란 무엇일까? 그 정확한 시작 시기는 관점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으나, 히피는 1960년대 미국에서도 동부의 뉴욕이나 보스턴, 워싱턴 등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도시보다 좀 더 자유로운 감성의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되어 19..
[김지혜의 클래식 오딧세이]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1812년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공격했지만 결코 그 땅을 정복하지 못했다. 승리를 거둔 러시아인들은 높은 민족적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이 시기에 러시아 민족주의는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음악에서는 러시아 민족 음악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글린카와 흔히들 '러시아 5인조'(The Five : 발라키레프, 보로딘, 큐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등 5명의 작곡가들로 구성된 작곡가 그룹)라고 부르는 작곡가들이 독특한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을 완성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각 지역을 여행하며 민요와 민속 춤곡을 수집해 연구했다. 또..
[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스파이의 아내'(구로사와 기요시 감독·2020 ·일본) 누군가의 아내로 산다는 것
누군가의 아내라는 건 참 애매한 정체성이다. '스파이의 아내'는 남편이 애국자면 애국자의 아내로, 매국노면 매국노의 아내로 살고자 했던 한 여인의 슬픈 초상화다. 일본 호러영화의 대가라 불리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각본을 썼다.전운이 감도는 1940년 일본, 무역상 유사쿠는 사업차 간 만주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목격하고 세상에 알리려 한다. 조카를 통해 일본의 생체실험 자료를 영어로 번역, 미국에 건너가려는 것이다..
[권응상의 ‘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이야기’] 프랑스 니스(Nice)와 에즈(Eze)…샤갈·마티스 등 예술가들이 사랑한 세계적 휴양 도시 '니스'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에는 아름다운 도시가 즐비하다. 그 가운데 프랑스 해군함대 기지인 툴롱에서 칸, 앙티브, 니스, 에즈, 모나코 등을 거쳐 이탈리아 국경과 가까운 망통까지 약 40㎞ 이어진 지중해 해안을 '코트 다쥐르(Cote d'Azur)'라고 부른다. '푸른 해안'이라는 의미의 이곳은 프랑스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의 캉(Caen)에서 르 아브르(Le Havre)까지 약 40km 이어진 대서양의 '코트 플뢰리(Cote Fleurie: 꽃의 해안)와 꼭 닮았다. 코트 플뢰리가 근대 문학과 예술의 발상지로 소박하면서 고요한 전원 풍경..
[금주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심이 관심으로' 변사사건 용의자에게 빠져든 형사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어요."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는 별다른 동요 없이 평소처럼 노인 요양보호사 일을 수행한다. 남편이 죽었는데도 슬퍼하지 않고, 외려 경찰 신문 과정에서 미소를 띠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이 사건의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그런 서래를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한다. 최연소로 경감의 자리에 오를 만큼 유능한 그는 단정하고 예의 바르지만 범인을 잡는 일에 최선과 진심을 다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면서도 그녀에 대한 묘한 끌림을 멈..
[금주의 영화] 리멤버 미...9세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상
과거와 달리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한의 소식을 접하며 살고 있는 지금, 그럼에도 군사분계선 너머의 그곳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 '리멤버 미'는 수많은 증언이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고, 믿지 못했던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가족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평양의 9세 소년 요한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잔혹한 실상과 그곳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성에 주목했다.1995년 평양. 동시 통역사로 일하는 아버지 덕에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던 요한의 집으로 일단의..
[이경엽의 한자마당] 도지사의 어원과 유래…'지사'는 불교서 온 말…일제 강점기 때 日 관직명칭 반영한 용어
최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이 중 선출된 광역단체장을 '시도지사'라 하는데, 이는 물론 시장과 도지사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시장이 무슨 뜻인지는 쉽게 알 수 있으나 도지사나 지사란 말뜻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지사'는 무슨 뜻일까?조선 시대에 각 도에 파견된 지방 행정의 최고 책임자는 '관찰사(觀察使)'라 불렀다. 조선 각 도의 최고 책임자를 '도지사(道知事)'로 부른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부터다. 당시 일본의 지방 관직 명칭인 부지사(府知事)·현지사를 반영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일본은 도쿄도(東京都), 홋..
[박미영의 연필의 무게 걸음의 무게] 中 근현대사를 흔든 쑹씨 가문의 세 자매…돈을, 권력을, 조국을 사랑한 그녀들
◆3세기 중국 역사에 영향을 끼친 아버지의 교육법쑹자수(宋嘉樹)는 청나라 광둥성 원창(하이난성 원창) 객가(客家)인으로 본래 한(韓)씨였으나 외가로 입양되어 쑹(宋)씨가 되었다. 소년기에 동인도제도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가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고 감리교 선교사가 되어 1886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스무 세 살 청년으로 부패한 서태후의 청나라 타도를 위해 비밀결사단체에 가담해 중국어 성서 인쇄, 담배, 면화 등 사업을 벌여 막대한 부를 쌓았다.中 성서인쇄·면화 등 각종 사업으로 떼돈 번 쑹자수…자식들 모두 미국 명문대 유학 보내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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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 시대 '대구 백년대계 설계하자'] (5) 지방정부·대학 '지역혁신 협업' 새 틀 짜야
[인구절벽시대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1] 지방소멸 방치하면 수도권 유지 시스템도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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