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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부터 바닷길까지, 포항 힐링로드 .1] 창업가의 길...鐵의 문명·문화·미래…무한한 상상이 현실이 되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 눈에 띄지 않던 동해안 작은 어촌 마을이 세계적인 철강 도시로 변했다. 그사이 포항은 철강 도시라는 틀에 박혀, 그 안에 내재된 명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잊어버렸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포항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걸어왔던 해안길에 사람이 몰리고, 우리네 눈물겨운 이야기가 잠겨 있는 장기읍성과 죽도시장·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가 주목을 받는다. 포항의 역사를 안고 있는 효자동과 중앙동은 도시재생을 통해 낡은 옷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숨을 쉬고 있다. 낡고 초라했던 골목은 포항시의 새로운 발전을 대변하는 장소가 됐다. 사람들은 그곳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고 싶어 신발끈을 조여 매고 찾아 구석구석을 누빈다. 영남일보는 새로운 걷기 명소로 떠오르는 포항의 골목과 새로운 핫플레이스에 스토리를 입힌 기획시리즈 '골목부터 바닷길까지, 포항 힐링로드'를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박태준 초대회장의 '영일만 철의 꿈'1973년 포항제철소 1고로 최초 쇳물46년후 철의 역사 기록 'Park 1538'철강 불모지서 글로벌 산업체 성장스타트업 요람 '체인지업 그라운드'창업가·청소년 창의력 빚는 용광로형산강이 바다가 되는 영일만에 4기의 고로가 서 있다. 회색빛의 단단한 얼굴로 대양을 향해 선 저 고로들은 대한민국 제철 산업의 신화를 만들어낸 포스코의 얼굴이다. 한국 철강 산업 발전의 꿈은 1960년대 종합제철 건설 계획 수립으로 구체화되었다. 1967년 7월, 포항 영일만이 제철소 부지로 결정되었고 1968년 4월1일,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의 창업식이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초대 회장에 청암 박태준, 최초자본금 4억원, 창업 요원은 39명이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다. 게다가 세계은행은 한국의 철강생산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외국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어려움 속에서 박태준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유용하는 아이디어를 낸다. 마침내 1970년 4월1일 포항제철 1호기 공사가 시작됐다. 박태준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직원들에게 자주 말했다. "식민지 배상금은 조상의 피의 대가이므로, 제철소가 실패하면 오른쪽으로 돌아 나아가 영일만에 빠져 죽자." 그리고 1973년 6월9일 오전 7시30분, 포항제철소의 제1고로가 이 땅에 최초의 쇳물을 토해냈다.◆포스코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Park 1538그로부터 46년이 지난 2019년, 포스코를 바라보는 자리에 'Park1538'이 착공됐다. 약 1년6개월에 걸쳐 역사박물관·홍보관·명예의 전당이 들어섰다. 건축에는 포스코 강건재 총 807t을 사용하여 철강회사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세웠다. 동시에 연못을 조성하고, 꽃과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모든 공간은 푸르른 산책로로 이어졌다. 'Park1538'은 테마파크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포스코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담은 공간이다. 'Park'는 열린 공간을 의미한다. '1538'은 철이 녹는 온도다. 그 순간 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는 철의 무한한 가능성과 포스코인의 열정을 의미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Park1538' 입체 사인과 함께 연못이 펼쳐진다. 풀꽃들과 수양버들이 연못을 둘러싸고 있고 강원도의 낙락장송부터 제주도에서 온 팽나무까지, 전국에서 온 48종의 다양한 수목들이 수변을 풍요롭게 채색하고 있다. 연못 너머에서 반짝이는 건물은 포스코 역사박물관이다. 철강 불모지에서 글로벌 산업체로 성장한 포스코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착공식에 관련된 영상도 볼 수 있는데 오늘날의 포스코가 완성되기까지 굉장히 험난했던 과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초창기 건설사무소였던 '롬멜하우스'도 재현되어 있다. 당시 사무소는 모래바람 부는 건설 현장에 덩그러니 지어진 목조건물이었다. 낮에는 공사를 지휘하는 사령탑이었고, 밤에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직원들이 책상을 침대 삼아 담요 몇 장으로 새우잠을 잤다. 건설요원들은 마치 사막전을 치르는 병사들처럼 고된 작업을 이어갔다. 박태준은 공사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이 흙강아지 같은 분이 사장님이냐"며 놀라워했다. 창업가의 길은 험난했다. 그렇게 탄생한 포항제철은 조업 첫해인 1973년 세계 철강 역사에서 제철소를 가동한 첫해부터 이익을 낸 유일한 기업이 됐다.역사박물관에서 산책로를 따라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면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홍보관이 나타난다. 건물 앞에 무한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서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론 아라드(Ron Arad)의 작품 '인피니턴(Infiniturn)'으로 '철과 인간의 상상력이 만나 인류 문명을 무한하게 발전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곧 홍보관의 건립 테마이기도 하다. 로비에 들어서면 눈부신 빛의 공간이 열린다. 유리벽에 둘러싸인 중정에는 현대미술의 거장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작품 '논 오브젝트 폴(Non-object, Pole)'이 전시돼 있다. 모래시계 형태의 매끈한 표면이 주변 환경을 입체적으로 반사하면서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갑자기 대리석으로 보이는 벽면에 웰컴 메시지가 뜨더니 홍해가 갈라지듯 벽이 열린다. '철의 문명'존이다. 높이 11m의 360도 원통형 공간은 마치 우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철의 기원부터 인류가 철을 만나며 이룩한 위대한 문명의 이야기가 전신을 에워싸며 흐른다. 철을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자연 요소인 쇠와 물과 불과 바람이 우리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변화한다.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영상 기법이다. 용광로 쇳물이 눈앞에서 흘러내리는 듯 온몸이 뜨거워진다. 압도되어 멍한 채로 '철의 문명'존을 나오면 고요하고 환한 빛의 공간 속에서 은은한 소리가 들린다. '철의 감성'존이다. 천장에 열두 달을 상징하는 둥근 오브제가 매달려 있다. 박제성 작가의 키네틱아트 '해와 달의 시간'이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오브제는 자연의 소리를 내며 유영하듯 움직인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철의 교감이다. 이어지는 '철의 현재'존에서는 365일 24시간 끊임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포스코의 제철 공정을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철의 미래'존에서는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 도시의 모습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철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홍보관을 나와 구름다리를 건넌다. 키 큰 소나무들의 목덜미를 스치며 곡선으로 달리는 234m 길이의 하이라인 산책로다. 용광로에 불을 지피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는 바람의 통로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다리 끝에는 '명예의 전당'이 자리한다. 포스코 창립요원과 역대 CEO·명장(名匠) 등 포스코인의 업적과 정신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구름다리에서 제철소가 내다보인다. 우뚝 선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솟아오른다. 2019년은 포스코가 누적 조강(쇳물) 생산량 10억t을 달성한 해다. 2022년 현재의 조강생산량은 10.5억t에 달한다. 두께 2.5㎜에 폭 1천219㎜인 열연코일을 만들면 지구와 달을 56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1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 자리를 지켜왔으며 전 세계를 누비는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포스코의 철을 사용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포스코의 고로는 쇳물을 토해내고 있다.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길구 형산교를 건넌다. 1968년 포항제철의 인프라로 건설된 형산교는 이제 사람과 자전거의 길이다. 무엇보다 포스코를 조망하는 훌륭한 전망대이기도 하다. 새천년대로를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르다 청암로로 들어선다. 청암은 박태준의 호다. 청암로를 중심으로 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포스텍(포항공대), 국내 유일의 정부산하 로봇전문생산연구소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 국내에 상용화 된 다양한 로봇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는 로보라이프뮤지엄 등이 넓게 포진해 있다. 미래를 선도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재들의 공간이다. 포항공대의 설립자이자 초대 이사장이었던 박태준은 평소 "제철소에서 고된 일을 하는 직원의 자녀 중에 나라를 구할 큰 인물이 나올지 어떻게 아냐"며 직원들의 자녀교육을 매우 중시했다. 그리고 학교를 지을 때는 "강진에도 끄떡없는 1천년 갈 학교를 만들어라"고 지시했다. 내진설계 기준도 없던 시절에 그는 미래의 천년을 생각했다. 포스텍의 도서관 이름은 '박태준학술정보관'이다. 그와 마주보며 '체인지업 그라운드'가 자리한다. 2020년 국내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의 요람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포스코가 마련한 공간이다. 포스코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창업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가는 물론 청소년들이 벤처 창업정신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체인지업그라운드를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건물은 건축가 장윤규가 설계했다. 총면적이 2만8천㎡이며 건물 중앙의 2층 로비부터 7층 천장까지 32m를 뻥 뚫어 만든 중앙 홀에 박스형 회의실이 돌출해 있다. 장윤규는 이 공간을 '소통과 영감을 녹여 창의력을 빚는 용광로'라고 했다. 이 새로운 용광로에서 미래의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본다. 밝고 젊은 에너지가 창업의 길을 열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 포스코 50년사. Park1538 홈페이지공동기획 : 포항시Park1538 홍보관에서 만나는 '철의 문명' 존. 높이 11m의 360도 원통형 공간에서 철을 만드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4가지 자연 요소인 쇠와 물과 불과 바람을 주제로 인터랙티브 영상이 화려하게 펼쳐진다.한국로봇융합연구원 내 로보라이프뮤지엄에서는 국내에 상용화된 다양한 로봇들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Park1538은 테마파크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포스코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담은 공간이다. 수변공원에서 본 역사박물관(왼쪽)과 홍보관.
2022.07.04
[홍준표 시장 시대 '대구 백년대계 설계하자'] (5) 대구시와 지역대학이 지역혁신 이끌어야
중앙정부가 대학에 대한 관할권을 지방정부로 이전키로 하면서 새로 출범한 ‘홍준표 호(號) 대구시’는 지역대학과의 협력 체계 구축이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대학간의 협업이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이제는 지방대학시대'를 표방했다. 이어 지역대학에 대한 행·재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로 위임하고 지자체, 지역대학, 지역 산업계가 참여하는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바 있다. 지방정부와 지역대학에 확고한 자율권을 부여해 지역혁신을 스스로 도모하라는 의미다. 지역 전문가들은 차제에 대구시의 풍부한 정책수립 및 집행기능에다 지역대학이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결합해 대구가 수도권에 대항할 '글로컬한 도시'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두 혁신기관인 대구시와 지역대학이 손잡고 지역혁신을 이끌어야 4차 산업을 선도하는 국제도시로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 당장 대응책으로 대구시에 고등교육(대학)전담부서 설치가 불가피하다. 현재 대구시의 대학관련 업무는 업무성격에 따라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어 정책발굴 기능이 약하고 정책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대구경북은 올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에 선정됐다. 지방정부와 대학이 지역혁신플랫폼을 스스로 구축해야 한다. 대구경북혁신플랫폼은 5년간 최대 3천316억원을 투입해 지역내 23개 대학, 214개의 지역혁신기관이 참여해 지역 주력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고도화를 도모하고 전자정보기기, 미래차전환부품을 중심으로 교육체계 개편과 지역혁신기관과의 협업과제를 추진한다.홍준표 대구시장체제에서 당장 고등교육 및 관련정책을 전담하고 컨트롤할 최소한 국(局)급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는 "그동안 대구시가 추진한 산학협력 체계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것을 도시의 소프트파워와 연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준표 시장은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단편적 산학협력 체계를 뛰어넘어 도시와 사람, 그리고 지역대학을 함께 아우르는 이른바 '대구형 신산학협력체계' 구축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대구시에 지역대학 정책을 포함한 도시의 소프트 파워 문제를 책임지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홍준표 대구시장이 1일 오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22.07.03
[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고대 대구의 중심, 달성고분군
지난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대구지역의 고고학적 연구 성과로 볼 때 대구의 중심은 달성고분군을 축조한 집단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달성고분군은 1923년 강흥주(姜興周)라는 인물이 현재의 서문시장 부지에 택지를 조성하기 위해 토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고분 봉분이 파괴되었다. 이를 계기로 1923년 일본인 고이즈미아키오(小泉顯夫), 노모리켄(野守健), 순이치(澤俊一) 등에 의해 봉토가 남아있던 34호·37호·50호·51호·55호·59호·62호분 등이 발굴되었다. 발굴 당시 총 87기의 봉토분이 확인되었는데 이에 대한 측량을 실시하였고 그 자료가 남아있어 봉분의 규모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달성고분군은 일제강점기 조사 당시에는 '달서면고분군'으로 명명되었다가 행정구역 변경에 따라 대구부(大邱府)에 편입되자 '비산동·내당동고분군'으로 불려졌다. 하지만 '비산동·내당동고분군'이라는 명칭으로는 이 고분군의 전체 범위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달성(達城) 유적'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최근에는 '달성고분군'으로 부르고 있다. 달성고분군의 봉분은 대개 원형 또는 타원형이며 일부 표형분도 보인다. 봉분의 크기를 보면 대형(직경 16m 이상)이 18기, 중형(8.5~15m 정도)이 41기, 소형(8.5m 이하)이 17기 확인된다. 묘의 형태는 주곽과 부곽으로 구성된 경우 주부곽을 '丁'자형으로 배치하였으며 주곽을 단독으로 축조하기도 하였다. 묘의 구조는 수혈식 또는 횡구식이며 돌로 곽을 짠 석곽묘가 대부분인데 크기가 아주 큰 판석을 많이 사용하였다. 주피장자를 위한 부장품으로는 금동제 '出'자형 관과 관모, 조익형 관식, 이식과 경식, 대장식구, 식리, 삼엽환두대도 등이 확인되는데 이러한 유물은 주피장자가 신라의 지방에서 최고 지배자의 지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달성고분군은 5세기 중반에서 후엽에 집중적으로 축조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제강점기에 조사된 달성고분군의 고분 배치를 보면 총 7개소의 무리(群)로 나누었는데 이를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달성 성벽의 남쪽에 위치하는 대구 대성초등 서쪽 일대에 6∼11호분(Ⅳ군)이 위치하였다. 대성초등의 남쪽 큰장네거리 방향으로는 43∼49호분(Ⅴ군)이 축조됐다. 큰장네거리에서 새길시장 방향으로 난 능선을 따라 길게 큰 고분이 줄지어 있었는데 여기에는 34∼42호분과 50∼70호분(Ⅱ군)이 확인됐다. 새길시장에서 반고개로 넘어가는 언덕, 현재 내당천주교회 부근에는 71∼82호분(Ⅵ군)이, 구 대영학원(현 세종마트)에서 대구 서도초등으로 넘어가는 언덕에는 83∼87호분(Ⅶ군)이 확인됐다. 대구 제일고의 남쪽 비산4동 행정복지센터 부근의 구릉에는 12∼33호분(Ⅰ군)이 축조됐으며 대구 서부초등과 달성의 서벽 사이에는 1∼5호분(Ⅲ군)이 확인됐다. 이처럼 달성고분군은 달성(공원) 정문 복개도로에서 큰장네거리를 지나 새길시장, 반고개 언덕 일부, 구 대영학원(현 세종마트)에서 비산네거리 일대, 대구서부초등을 포함한 달성 서벽 부근까지 총 7개 군집으로 축조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달성고분군은 분포와 규모 등에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달성고분군의 규모가 대구의 다른 고분군에 비해 아주 크다는 것이다. 당시 남아있던 봉분 직경이 평균 10여m에 이르고 가장 큰 것은 30여m에 달했다. 이 대형분들은 4~5개의 무리로 나누어지는데 이는 지배자 집단의 내부구조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인다. 달성고분군에서는 많은 양의 토기를 비롯해 금동관, 금제귀걸이, 은제과대 등 장신구류, 환두대도 등 무구류, 운주, 재갈 등 마구류를 포함한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특히 금동관은 경주에서 출토되는 것들과 그 형태가 동일한데 이는 대구지역이 신라의 정치적·문화적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달성고분군은 6·25 한국전쟁과 도시화를 겪으면서 짧은 시간에 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일제강점기 사진을 보면 고분군 주변으로 일부의 민가만 확인되고 있지만 1954년 항공사진에는 Ⅱ~Ⅴ군 주변으로 민가가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는 1950년 6·25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피란민이 기존 민가를 피해 능선 위 고분군 인근에 많은 집터가 새롭게 개발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다. 이후 대구가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많은 인구가 이 고분군 주변에서 터를 잡게 되고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달성고분군은 민가 속에 뒤덮여 버리게 되었다. 1999년 늦은 가을, 나는 이 달성고분군 내에 작은 규모의 발굴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비산4동 일대에 소방도로가 개설되고 이 도로에 접하는 23평 정도의 작은 1층 한옥 목조 집터 아래에서 유물이 확인되어 발굴을 진행하였다. 이 발굴에서는 4세기대 목곽묘 2기와 5~6세기 석곽묘 3기가 조사되어 달성고분군이 삼국시대 이른 시기부터 최상위 계층의 집단 묘역임이 밝혀졌고 당시 한옥 목조건물 하부에 유물이나 유구가 잔존할 가능성이 확인되었다.이후 몇 차례의 발굴조사가 있었으나 달성고분군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런 보존조치 없이 속수무책으로 이 모든 고분군이 대부분 훼손되고 말았다. 앞으로도 어느 누구도 이 역사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하지만 달성고분군 내에는 아직 재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은 오래된 단층 건물이나 공지(空地) 등이 일부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아직 남아있을지 모를 달성고분군의 흔적을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한 조각의 문화유산이 영원히 사라져버린 달성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밝혀낼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달성고분군 51호분 전경. 달성고분군 37호분 1곽 출토 금동관. 달성고분군 55호분 출토 금동안교. 달성고분군 55호분 출토 장식대도.
2022.07.01
걷다보니 '길이 없다' 설계부터 잘못 된 신천동로…보행공간 없는 기형道
지난 29일 오전 10시30분쯤 대구 동구 신천동 국채보상로 155길. 신천교에서 동신교로 이어지는 신천동로 변엔 약 500m 구간 인도가 끊겨 있었다. '인도'로 구분한 황색 실선은 그냥 선에 불과할 뿐, 실제 인도는 없었다. 70대로 보이는 한 보행자가 갓길에 딱 붙어 보행했고, 전신주에 의해 공간이 좁아지자 차도로 나와야 했다. 대구 동구 신천1·2동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신천동로 옆엔 아파트 단지가 모여 있어 주민들이 대로변으로 가기 위해 이 도로를 이용한다. 해당 도로 대신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는 이면도로도 있지만, 인도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민 이모(63)씨는 "도로가 협소한 데다 전신주까지 있어 차가 오면 정말 위험하다"며 "지난해 아파트 주민이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나는 등 내가 알고 있는 사고만 2~3건이나 된다. 특히 학생이나 어르신들은 도로가 위험해도 지름길이니 자주 이용하는데, 저녁엔 검은 옷을 입으면 운전자들이 사람 식별이 잘 되지 않아 사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신천동로 보행 환경 문제는 지난 2020년 보도(영남일보 20년 11월 26일자 보도)를 통해서도 한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후 대구 동구청이 인도 확보 방안을 고민했지만 주민과 합의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위험한 보행 환경이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다.◆신천동로엔 왜 인도가 없을까문제가 되고 있는 신천동로 해당 구간에 인도가 확보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996년 12월 착공해 1998년 준공된 신천동로의 설계 당시로 돌아가 보자. 신천동로는 대구 수성구 파동에서 동구를 지나 북구 산격동으로 이어지는 10.6㎞의 왕복 4차선 간선도로이다. 도시계획도로로 설계된 신천동로는 1998년 '도시계획법'과 '도시계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건설됐다. 하지만 당시 관련 법규엔 인도 설치에 관한 의무나 구체적인 규정이 미흡했다. '일반도로엔 보행자의 통행을 위한 충분한 폭의 보도(인도)를 확보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 발전에 따른 개선요구에 대처하기 위한 장래 변경이 가능하도록 결정해야 한다'라고만 명시하고 있었다. 도로 내 인도 설치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이 신설되며 간선도로 기준 인도 3m가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규칙 신천동로가 완공된 이후인 1999년 신설됐다. 신천동로가 건설된 뒤 1년 뒤부터 적용된 것이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인도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배경엔 신천동로 자체의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다. 신천동로는 본래 신천대로의 보조 간선도로로 기능하도록 계획돼, 자동차전용도로의 성격을 띄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북구에서 수성구 방향은 주택가와 분리돼 하천 측으로 도로가 나 있는 반면, 수성구에서 북구 방향의 2차로 도로는 주택가 쪽으로 붙어 있다. 즉, 한쪽 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 역할을 하지만 주택가와 붙은 반대편 도로는 보행자 겸용 도로로 이용되는 불규칙한 시스템이다. 당시 설계 과정에 참여한 김기혁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천동로를 설계하며 양측 방향의 도로를 모두 하천 측으로 내서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들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현재도 유효한 하천 침수 문제 등을 우려해 도로를 주택 쪽으로 붙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보행자 겸용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차도 폭이 좁으니 인도를 불가피하게 만들지 못한 구역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일방통행' 대안이지만 주민 '불편함' 난제지난해 하반기 대구 동구청은 해당 구역에 보도를 내기 위해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동구청이 제시한 방안은 2차로 차도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인도 폭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실제 일방통행은 안전성을 증대하고 보행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되는 교통안전 체계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용역을 진행했을 당시부터 현재까지 '일방통행'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주민 김모(53·대구 동구)씨는 "동신교에서 신천교로 향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아파트 단지만 해도 몇 개인데 출입구가 막히게 되면 빙빙 돌아 다녀야 하는데, 불편함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보행자 입장에선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통소통'이라는 측면에선 충분히 불편할 수 있다. 이는 일방통행이 대로보다는 주로 이면도로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주민들로 하여금 혼란함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의 관점을 떠나 어떤 가치가 우선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주민들은 일방통행을 통한 인도 확보 대신, 도로블록 포장, 보호도색 등 교통안전 시설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정모(여·44·대구 동구)씨는 "최소한 운전자가 조심할 수 있도록 지그재그 차선이나 눈에 잘 띄는 보호색을 통해 인위적 조치를 하는 건 어떨까 싶다"라고 했다.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해당 방안 또한 검토해본 적 있다. 주민들의 보행 안전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논의해 보겠다"라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별도 인도가 없는 대구 동구 신천동로 구간에서 할머니가 차량을 피해 수레를 끌며 아슬아슬하게 보행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인도가 없는 신천동로 구간에서 오토바이와 보행자, 차량이 뒤엉켜 지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2022.06.30
[대구의 미래 청년기업 .4] 구강용품 구독 서비스 기업 '클린디'…27세 여성 CEO, 구강용품 창업 10개월, 정기구독 500명 돌파
구독경제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구독경제는 정액제를 통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소비 형태를 의미한다. 온라인 영상 콘텐츠부터 식음료, 화장품, 의류, 자동차까지 생활 전 영역으로 구독경제가 확대되는 추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6년 26조9천억원에서 2020년 기준 40조1천억원으로 54.8% 커졌다. 2025년에는 100조원대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지역 청년 스타트업(신생 창업기업)인 '클린디'는 맞춤형 구강용품 구독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다.◆진단을 통한 구독 시스템김소진 클린디 대표는 치주질환 예방에 대한 고민을 하다 사업을 시작했다. 치료를 받기 위해 치과를 찾았을 때 이미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좋은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특히 구강용품을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칫솔, 치약을 구매할 때 내 치아 상태를 고려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짙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치주질환 환자는 약 1천29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클린디는 진단을 통해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다. 양치습관, 생활습관, 구강·치아 상태를 확인하고 맞춤형 제품을 추천한다. 간단한 문진을 통해 구강진단 프로그램과 맞춤형 구강용품은 경북대 치과병원을 비롯한 치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개발해 신뢰도를 높였다.한 달 체험을 한 뒤 정기구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3개월 단위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자택으로 배송이 이뤄진다. 배송비는 무료이고 가격은 한 달에 5천~6천원 선이다. 구독자에게는 칫솔 교체 주기가 되면 알림 문자를 발송된다.◆개개인 특성을 반영한 제품클린디는 맞춤형 구강용품을 자체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강구조에 따라 칫솔의 크기를 다르게 만든다. 좁은 구강구조를 가진 경우 칫솔모 줄 수가 4개인 칫솔을 권한다. 반대로 넓은 구강구조를 가졌다면 칫솔모 줄 수가 6개인 제품을 추천한다. 치아 상태를 고려해 칫솔 모질을 선택할 수 있다. 모질은 총 4가지로 구분된다. △치석 제거 혹은 식사, 흡연 후 입 냄새 고민을 덜어주는 '탄력모' △잇몸이 약해 피가 나거나 치아 마모가 심한 구강을 위한 '미세모' △임플란트, 충치 및 치주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사용하기 좋은 '초극세모' △복잡한 구강구조를 위해 설계된 '기능모'가 있다.치약의 경우 충치 예방, 미백, 잇몸보호, 시린이 완화 등 기능에 따라 다른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팬을 탑재해 건조 기능을 더한 살균기 '윈디'도 인기다. 칫솔에 남은 물기를 제거해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윈디는 국가공인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KCL)에서 성능을 인정받았고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우수 디자인 제품으로도 선정됐다.클린디의 칫솔, 치약은 오는 7월1일부터 3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되는 '2022 메디엑스포 코리아'의 기념품으로 선정됐다.◆더 큰 도약을 꿈꾸는 청년기업클린디는 대표와 구성원 모두 20~30대인 젊은층으로 구성됐다. 유연한 사고와 빠른 실행력이 강점이다. 김소진 클린디 대표는 "일을 진행하면서 피드백을 최대한 빠르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행착오가 있어도 이를 바탕으로 삼아야 저희가 성장할 수 있다. 직원들은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은 물론 전략적인 사고도 갖추고 있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지난해 8월 창업해 아직 1주년을 맞지 않은 신생 기업이지만 높은 잠재력을 보여준다. 정기구독자 수는 500명이 넘었고 홈페이지를 방문해 구강상태 점검을 받은 인원은 7천명 이상이다. 진단 프로그램은 현재 자가진단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향후 구강 사진, 영상 등을 통해 분석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데이터를 축적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정밀한 진단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치과 병원과 협업도 눈에 띈다.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 맞춤형 구강용품 구독을 통한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송근배 경북대 치과대학 학과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치의학 전문가들의 참여도 계속 이끌어내고 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이재상 청년기자 twotkd753@naver.com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에 참가한 김소진(왼쪽) 클린디 대표가 바이어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구강용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린디' 제품. 경북대 치과병원 등의 자문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제품을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추천한다.
[인구절벽시대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1] 지방소멸 방치하면 수도권 유지 시스템도 무너진다
가속화되는 '지방 인구 유출'과 '지방 소멸'이 종국엔 서울과 수도권, 대한민국 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50만 명을 유지하던 대구 인구가 240만 명마저 무너졌다. 특히 청년층의 인구 순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인구는 올해 5월 말 기준 237만6천676명이다. 2010년을 정점으로 하강곡선이다. 2009년 250만9천187명이었던 인구는 2010년 253만2천77명으로 늘어났지만, 그 이듬해부터 하락했다. 2018년(248만9천802명)엔 '250만' 선(線), 올해는 '240만' 선도 무너졌다. 영남일보는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연재를 통해 대구 각 지역과 분야별로 지방소멸·인구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과 대구시민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일 방법을 찾아 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청년인구 유출은 이미 대구의 우환(憂患)이 됐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대구의 순유출 인구는 3천91명이었는데, 이 중 20대가 1천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구의 순유출 인구는 2만4천319명이었으며, 이 중 37.1%인 9천24명이 20대였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28일 개최한 '2022 대구경북 지역경제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MZ세대의 33.7%가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첫 직장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타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로 유입된 MZ세대는 7.6%였다. 지역 청년을 대구 일자리로 흡수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대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청년 A씨는 "기업에서 사람을 뽑고 싶어도 사람이 잘 안 구해진다"며 "대구에 남아 기업을 하고 싶어도 서울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동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비(非)수도권 지역도 대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지방 인구 유출' 및 '지방 소멸'이 장기적으로 미칠 파장이 단지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방에서 살기 어렵다'는 심리적 공황으로 단기적으로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가면 수도권의 일자리 문제, 부동산 대란은 더욱 심해진다"며 "고(高) 경쟁 사회에서 빈부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 종국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마저 줄어들면서 수도권이 유지해 온 시스템도 점차 허물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신라도 작은 수도 5개...지방권역별 '경제수도' 건설을 신산업 일으킬 전략투자로 기업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 "열등감-서울 사대주의 팽배" 지역민 스스로 정체성 찾고 자신감 얻는 방법도 모색해야 비슷한 지적은 이웃 나라에서도 있었다.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펴낸 저서 '인구소멸'에서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절반과 896개 지자체가 소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일본 열도(列島)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책을 통해 "지방은 공동화(空洞化)하고 도쿄(東京)는 초고령화 하면서 도쿄는 지방의 인구만 빨아들이고 재생산은 못 하는 '인구의 블랙홀'로 전락할 것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마저 감소하면 '도쿄 축소'와 '일본 파멸'의 연쇄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의 35% 정도가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출산율조차 세계 최하위인 우리나라도 지방과 수도권의 '연쇄 붕괴'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껏 수도권 지역과 중앙정부의 '지방 소멸'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지만, 이젠 더는 지방만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 교수는 "지방에서 태어나 여기서 학교에 다니고 일자리를 갖고 자녀를 키우는 데 큰 불편이 없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지방에 살면서 결핍을 견뎌야 하고 불이익과 불공정을 감내해야 해선 안된다. 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며 지역 균형발전의 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처를 하고 생색내는 것으로는 장기적인 해답이 안 된다"며 "통일신라는 5개의 작은 수도 '5소경'을 두고 나라를 다스렸다. 정치수도인 서울과 행정수도를 지향하는 세종 외에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부산·울산·경남권 등에 경제수도를 건설한다는 생각으로 신산업을 일으킬 수 있게 전략적인 투자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기업이 투자 활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대구경북연구원과 광주전남연구원의 차기 정부 지역발전정책 방향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신산업 특화수도와 분권형 시도통합 대안'이라는 주제로 의견을 내놓았다. 좁아져만 가는 지역의 입지에 대응해 지역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지역민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구에서도 스스로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거나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사대주의'도 팽배하다. 대구에서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여·25)씨는 "대구에서 태어나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고 형편과 여건상 이곳에 정착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마음 한편에는 '패배주의'가 있다는 걸 느낀다"며 "요즘은 서울에서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스펙'이라고 하지 않나. '인(In)서울'대학 진학했던 고등학교 동기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지역의 한 기업 대표는 "입찰 심사를 할 때 후보 중에 서울 업체가 있으면, 이 업체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심사위원들은 서울 업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대구까지 와서 해줄 수 있냐'라는 식으로 물으면서 대접해주기도 한다"며 "사실 그런 업체는 경쟁에서 밀려서 대구까지 일을 따러 내려온 것이거나, 대구를 거쳐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서울 사대주의'로 대구 청년이 기회를 뺏길 때가 종종 있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지방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자신들의 자녀는 모두 서울로 보낸다"며 "지역에서 더 잘하는 사람을 발굴하고 여기서 살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하는데,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대구 동성로(영남일보 DB)
2022.06.29
낙동강 젖줄·넓은 평야 …고대부터 농경 발달 명실상부 농업수도로
강은 생명의 젖줄이다. 태고부터 수많은 생명체가 강을 따라 삶을 유지하고 번성해 왔다. 인류도 마찬가지다. 강은 인류에게 풍부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농사를 지을 비옥한 땅까지 내줬다. 낙동강을 품은 경북 상주도 일찌감치 농업이 발달했다. 조선시대에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찬란한 농경 문화를 꽃피웠다. 지금도 상주는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농업 도시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상주, 삼백의 고장에서 스마트팜 도시로' 2편에서는 낙동강과 함께 한 상주 농업의 역사를 소개한다. 일교차 큰 분지지형 자연재해 적어반달돌칼·탄화미 등 관련 유물 출토일찍부터 수리시설 발달 벼농사 번성조선시대 '삼백의 고장' 명성 얻어17세기 농사법 기록한 책도 전해져◆생명의 젖줄 낙동강을 품은 고장28일 찾은 상주박물관 농경문화관은 상주 농업의 오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 쟁기, 무자위, 지게와 똥장군 등 옛 농기구부터 농업과 관련한 서적 등 각종 유물이 가득했다. 유물들 사이로 유독 한쪽 벽면에 걸린 큼지막한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상주농업의 젖줄, 낙동강'. 상주 농업의 역사를 관통하는 문구다.낙동강은 영남 전역을 유역권으로 하는 거대한 물줄기다. 강원도 태백시 함백산(해발 1천573m)에서 발원해 경북 주요 지역과 대구를 거쳐 남해로 흘러 들어간다. 낙동강은 상주의 옛 이름인 낙양(洛陽)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학자 이긍익(李肯翊·1736~1806)이 지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지리전고(地理典故) 편에도 이렇게 적혀있다. "낙동(洛東)은 상주의 동쪽을 말함이다".상주 동쪽은 비옥한 평야지대가 펼쳐져 있다. 낙동강은 상주의 들녘을 기름진 옥토로 만들었다. 상주 남쪽과 서쪽에서 발원한 병성천, 이안천, 장천은 동쪽으로 흘러들어 낙동강과 합쳐진다. 지류(支流)가 낙동강으로 흘러들며 형성된 넓은 충적평야는 일찍부터 농경 발달의 토대가 됐다.상주의 북서쪽은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전체적으로 높은 산에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다 보니 일교차가 크고 자연재해가 적었다. 농업이 발달하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던 것이다. 일찍이 상주에 터를 잡은 이들은 낙동강과 그 지류 주변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벼농사 등을 지었다. 낙동강 물을 끌어다가 본격적인 농업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낙동강 본류에서 서쪽으로 9㎞ 떨어져 있는 최소 1천400년 역사의 고대 농경용 저수지인 공검지(恭儉池)는 상주 농업의 유구한 역사를 상징한다. 삼한시대 3대 저수지였던 공검지는 당시 둑 길이 430m, 못 둘레 8.5~8.9㎞, 못 깊이 2~3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였다. ◆고대부터 시작된 상주 농업상주는 구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왔다. 상주의 구석기시대 유적은 신상리 유적과 청리 유적 등에서 이미 확인됐다. 특히 신상리 유적은 경북에서 처음으로 발굴·조사된 구석기 시대 유적이다. 신상리 유적은 장천이 낙동강과 합류하는 해발 120m 구릉에서 발견됐다. 긁개, 찍개, 몸돌, 망칫돌 등 다양한 석기가 출토됐다. 영남지역에서 확인된 구석기 유적 가운데 가장 이른 전기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농경은 신석기 시대에 시작됐다. 구석기 시대에는 인류가 불을 이용하고 돌을 깨뜨려 만든 뗀석기를 사용했고, 먹을 것은 사냥과 채집으로 충당했다. 신석기 시대부터 인류는 정착 생활을 하며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다. 상주 농경도 신석기 시대에 첫발을 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상주에서 신석기 시대 유적이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청리 유적에서 구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유적이 동시에 발견됐기 때문에 신석기 시대 유적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상주교육지원청이 소장한 유물 가운데 지표 채집된 신석기 시대 유물도 있어 전문가들은 상주에도 신석기 시대 유적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청리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기 시대의 반달돌칼 등 다양한 농기구는 꽤 오래전부터 상주에서 농경문화가 잘 발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상주에서는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의 집터와 분묘에서 탄화미, 반달돌칼, 민무늬토기 시루 등도 출토됐다. 고인돌, 선돌, 주거 유적 등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릉이나 소하천변 평지와 야산이 이어지는 구릉에서 청동기 시대 유적이 많이 나왔다. 낙동강을 품은 넓은 평야에서 고대부터 농경이 발달했던 것이다. 벼농사가 크게 번성했던 상주에서는 공검지 등 많은 수리시설이 축조됐다. 조선시대 영남에서 수리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이 상주였을 정도다. 또 상주는 예부터 뽕나무가 유명할 정도로 목화를 재배하기에도 좋은 땅이었다. ◆삼백의 도시 거쳐 농업수도로고대부터 쌀농사를 중심으로 싹튼 상주의 농업문화는 조선시대에 이르러 꽃을 피웠다. 삼백의 고장이라는 명성도 함께 얻었다. 삼백은 본래 쌀, 목화, 누에고치를 뜻했는데 지금은 목화 대신에 곶감이 들어간다.농업 외에 상주에서 잠업(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치고 명주를 뽑아 옷을 짓는 산업)이 크게 발달한 것은 조선 후기 때부터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1454년)에도 상주의 특산물로 뽕나무가 기록돼 있다. 상주는 곶감의 고장으로도 유명했다. 상주 곶감의 기록은 예종실록(睿宗實錄·1472년)에 처음 나온다. 이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530년)에서도 감을 상주의 특산품으로 기록하고 있다. 상주 곶감은 감나무가 잘 자라는 비옥한 토지에 큰 일교차라는 좋은 기후 조건까지 더해져 왕에게 진상할 정도였다고 한다.농업기술도 뛰어났다. 17세기 상주와 안동 등 영남의 농사법을 기록한 수암(修巖) 유진(柳袗)의 위빈명농기(渭濱明農記)는 당시 나라에서 펴낸 농서 농가집성(農家集成)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만큼 농업기술이 앞서 있었다. 지금도 상주는 농가, 농업인구, 농지면적 등 모든 면에서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농업도시다. 곶감 생산량 전국 1위, 배 생산량은 전국 3위다. 쌀, 오이 생산량도 경북지역에선 가장 많다.쌀, 곶감, 사과, 포도, 배, 복숭아, 오이, 오미자 등 현재 상주의 특산물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또 한우와 양계 생산량은 경북 2위, 돼지 생산량은 경북 8위에 이를 정도로 축산업도 발전하며 전국에서 억대 농가가 가장 많은 도시로 우뚝 섰다.상주시는 이런 상주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2007년 경천대 근처에 상주박물관을 세웠다. 이어 2017년에는 상주박물관 옆에 농경문화관도 열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전 영남일보 기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28일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 경천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낙동강 옆으로 농토가 펼쳐져 있다. 낙동강을 품은 상주는 비옥한 땅을 바탕으로 고대부터 농업이 발달했다.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있는 상주박물관 농경문화관 외부(위쪽)와 내부 모습.
“MZ 세대 소비 변화, 적정·공정 관광, 특화된 융합 콘텐츠 주목”
지난 24일 힐튼경주에서 '제11회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 심포지엄'의 이틀째 행사가 이어졌다. 이날 세션 3은 '뉴노멀 시대의 관광 트렌드'를 대주제로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가 'MZ 세대 소비니즈 변화에 따른 음식 관광의 진화', 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가 '기후 위기 시대, 숲과 삶을 지키는 공정여행', 조문환 하동주민 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 대표가 '여행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여행이 되는 다달(茶月)이 하동'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MZ 세대 소비니즈 변화에 따른 음식 관광의 진화'=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 현재 MZ 세대의 소득이 가장 왕성할 때이니 만큼 기업은 그들의 취향과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소비시장의 주역인 MZ 세대가 소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소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MZ 세대가 화두가 되는 것은 모든 소비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외식업에도 MZ 세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 지금 인기를 끄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대표들은 MZ 세대인 경우가 많다. 이제는 MZ 세대가 직접 창업·운영하고, 그런 레스토랑을 MZ 세대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외식산업의 구조다. MZ 세대 여행은 일상의 탈피를 위해 떠나는 여행이다. MZ 세대를 위한 여행 경험의 매개체는 △지역성 △커뮤니티 △지속가능성이다. 지역성의 대표적인 사례는 제주도 '해녀의 부엌'이다. 해녀라는 주제를 연극, 식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하는 액티비티 여행상품으로 실제 해녀들이 연극으로 즐거움을 주고 손님들이 오감으로 제주문화를 체험한다. 커뮤니티 공간은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다. 호텔 앞 공간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장이 서고, 콘서트 등 문화 활동이 이어진다. 지속 가능성은 건강을 지향하는 삶의 방식, 환경과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의미한다. MZ 세대를 위한 경험 콘텐츠 발굴과 지역성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관광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 시대, 숲과 삶을 지키는 공정여행'=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 2020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 중 14억 명이 여행하고 세계 GDP의 9~12%를 관광산업이 차지한다. 관광산업은 일자리 10개 중 하나를 제공한다. 관광산업은 세계 탄소 배출량의 12%를 차지한다. 관광산업은 그간 지구환경을 빠르게 파괴했다. 세계인들이 곳곳을 다니며 무책임한 관광상품을 소비하는 동안 야생 동물의 서식지는 사라지고, 현지인들의 삶의 터전은 파괴됐다. 기후변화는 △이상 고온으로 폭우·가뭄·산불 발생 △벌·나비 등 곤충 개체 감소 △베네치아·사해·올림피아·알프스 빙하·산호초 섬 등 관광명소 소멸 △수중 소음으로 인한 바다 생태계 변화 등을 불러왔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억눌러왔던 세계인들의 여행 욕구가 한꺼번에 폭발한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현실화한다. 관광지의 4성급 호텔은 소규모 숙소보다 탄소를 4배 더 배출하고,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생겨나는 도로와 대규모 쇼핑몰, 관광단지에 불어나는 관광객과 함께 늘어나는 쓰레기도 문제다. 관광을 회복하고 재건한다는 것이 대량 관광과 난개발 등 오버투어리즘의 복귀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코로나19로 지구가 요청한 멈춤의 시간은 관광의 미래를 열어 갈 녹색 전환, 적정 관광, 전환과 변환의 시간이 돼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삶이 없다면 지속 가능한 관광은 불가능하다. 지역과 삶을 지키는 적정 관광, 공정 관광이 필요하다.◆여행이 생활이 되고, 생활이 여행이 되는 '다발(茶月)이 하동'=조문환 하동주민 공정여행 '놀루와' 대표 '놀루와'는 '2021년 한국 관광의 별' 지속 가능 분야 특별상을 받았다. 주민과 여행자를 연결해 소멸 위기의 농촌을 인기 여행지로 만들고 '차마실', '섬진강 달마중' 프로그램을 진행해 코로나 팬데믹에도 관광객이 몰렸다. 주민이 참여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마을 호텔도 개관했다. 사회적 기업이자 협동조합인 놀루와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농촌사회가 지닌 한계를 함께 극복하고 로컬여행을 통한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창립했다. 놀루와는 농촌 중년·도시 중년과 청년의 결합으로 농촌만으로, 도시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 간다. 놀루와와 협약업체가 32개에 이른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가진 풍부한 자원으로 △체험여행 △답사여행 △인문여행 △액티비티여행 아이템으로 20가지 테마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표 프로그램은 문체부 생활관광사업으로 지정된 '차마실', '섬진강 달마중'이다. '차마실'은 차마실을 운영하는 민간 플랫폼 '한밭제다' '유로제다' '관아수제차' '혜림농원' '무애산방' 등의 다원에서 음악과 차와 예술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광 100선에 선정된 '섬진강 달마중'은 야간 체험 프로그램으로 평사리백사장에서 최소한의 조명에 달(인공 달 보유)과 차·음악 등 지역자원, 문화와 예술, 문학, 사람을 엮어 잊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한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지난 24일 힐튼경주에서 '제11회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 심포지엄' 세션 3이 열린 가운데 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가 'MZ 세대 소비니즈 변화에 따른 음식 관광의 진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남민정 인사이트플랫폼 대표임영신 이매진피스 대표조문환 하동주민 공정여행 '놀루와' 대표
2022.06.26
[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 시티·따뜻한 공동체'.14] 도시위기 중력에 맞서는 스마트시티 만들기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2주 동안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과 재독 독일대사관의 초청으로 베를린의 시민중심 스마트시티 현장을 둘러보고, 대구의 스마트시티와 코로나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위대한 시민력에 관해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제조 강국의 위상을 가진 독일조차도 갑작스럽게 맞이한 도시위기 앞에서 한국이 축적한 위기극복의 지혜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려는 선명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은 느린 행정과 축적한 자본의 위용이 가져다 준 느긋함이 팬더믹 같은 위기 속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자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빠르고 정확한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려는 베를린의 다양한 실험을 보면서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獨 프리드리히 나우만재단 초청받아 도시위기 극복방안 발표탁월한 시민력·민관협력 거버넌스 결합한 '노하우' 공유24시간 비상대응체계·드라이브 스루 등 새로운 방역시도스마트시티 관점의 준비·적용·정착 세가지 단계로 구성그동안의 위기극복 경험·과정 새롭게 기록하는 작업 필요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먹고 사는 문제 해결, 소수의 의견이라도 소외되지 않는 환경구축, 갑작스런 위기상황 대응이라는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오늘날 도시 위기는 기후와 탄소중립, 도시 인구감소, 그리고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감시 사회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하나 더 붙이자면, 전쟁이나 코로나19처럼 도시전체에 갑자기 밀어닥치는 위기상황 대응문제일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이러한 도시의 경제화, 민주화, 위기대응 등의 문제해결을 지원해야 하며, 특히 위기라는 중력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역량을 제공해야 한다.◆대구는 어떻게 위대함을 얻었는가산업화의 중심도시이자, 2·28 민주화 운동과 융합사상의 거점도시인 대구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대유행의 심각한 도시위기 앞에 직면했다. 2월18일, 이전까지 바이러스 청정지역인 대구에 최초 지역감염사례인 31번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와 밀접접촉한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급격히 증가하여 한때 1일 최다 741명이 발생했다. 설상가상 2월27일에는 입원 대기 중인 환자가 사망하면서 대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첫 확진자 발생 한 달 동안 대구시 누적확진자는 국내 총 누적확진자의 73%를 차지했다. 확진자 열 명 중에 일곱 명은 대구 시민이라는 것이다.이러한 전대미문의 도시 위기상황에서 대구시는 빠르게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를 구성하고, 구·군 보건소와 함께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감염병관리지원단'을 재가동하고, 대구 의료기관·단체의 총체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를 통해 비상대응에 필요한 민관협력체계를 추진하였다. 새로운 검체채취시스템인 '선별진료소와 드라이브 스루' 도입, 진단검사기관 확대, 역학조사와 자가격리자 관리, 의료체계 붕괴를 막은 '생활치료센터' 운영, 중증·고위험환자 확진자 관리시스템 운영, 시민참여형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해외입국자 분리 동선 관리, 긴급돌봄서비스 등 그야말로 다채로운 새로운 혁신방법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위기 대응 결과로 대구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2일인 2020년 4월10일에 추가 확진자 '0'을 기록했다. 대구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스마트시티 관점에서 추적해보면 준비(Preparation), 적용(Application), 정착(Localization)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주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 번째 준비단계에서 주목할 부분은 민관 협력 거버넌스와 준비된 스마트시티 인프라이다. '대구시 코로나19 비상대책본부'는 기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개편해 외부전문가, 메디시티협의회를 포함한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협력기구로 구성했다. 비상대책본부는 완치환자와 입원대기자 관리, 역학조사, 환자분류 등 코로나대응 핵심 업무에 관해 즉각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민관협력 종합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했다. 매일 밤 10시 진행되는 회의와 복잡한 행정 처리는 스마트한 공유체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파견된 중앙정부 기구와 이인삼각의 협력체계, 선진화된 한국 의료보험제도, 데이터기반 대구 스마트시티 인프라는 도시가 코로나를 슬기롭게 극복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준다.두 번째 적용단계에서 대구는 그간 시도하지 않은 실험적인 혁신을 세계 최초로 감행함으로써 위기 상황 속에서 에자일(Agile)하는 스마트시티의 본질을 보여주었다. 이동진료소와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는 기존 30분당 한 명꼴인 검체검사 숫자를 획기적으로 늘림으로써 코로나와 속도전에 대응하였다. 특히 '생활치료센터'는 행정혁신의 백미이다. 잠재 환자에 대한 매뉴얼이 부재한 상황에서 환자 관리를 위해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적용함으로써 코로나 방어벽을 높이 쌓았다. 특히 생활치료 센터 책임자들이 스마트시티의 분산민주주의 기술인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상황을 공유함으로써 암묵지를 형식지로 빠르게 전파하며 지혜가 축적됐다. 세 번째 정착단계는 탁월한 시민력을 발휘함에 있어서 스마트시티 기술이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시민들의 자가 격리, 마스크 쓰기 운동, 취약계층을 위한 반찬나눔 등은 다양한 통신채널과 톡방을 통해 전파되었으며, 상호 격려와 동참을 자극하는 문화운동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을 이용해 환자 동선을 추적 관리하며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교육, 소비, 경제활동을 비대면으로 수행하며 정착시켰다. 그야말로 전 도시가 혁신을 실험하는 리빙랩의 장이 된 것이다. 대구시의 코로나 극복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갑작스럽게 닥친 도시의 위기에는 반드시 스마트시티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기술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러한 인프라와 기술 위에 위대한 시민력과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결합될 때, 비로소 도시 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 ◆위대함을 유지하는 비결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있어서 선진국이 정한 매뉴얼에 따라 빠르게 따라잡는(catch-up) 능력으로 세계 국가에 모범적인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위기극복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드디어 우리는 여타의 선진국을 탈추격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대구는 위기대응에 관해 어떤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탈추격 혁신의 선도적인 사례를 보여준 위대한 도시이다. 이제 그동안의 위기극복 경험과 과정을 빠르게 형식지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억에서 휘발되기 전에 매뉴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기억의 장소를 통해 공유하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독일 같은 나라가 위대해진 단 하나의 비결만을 말하라면 바로 자기 실패를 반성하고 그 실패를 늘 현재화하는 겸손한 태도일 것이다. 우리도 이런 자세를 겸비할 때 비로소 더 위대한 도시, 파워풀한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2022.06.24
"우회전 때 사람 보이면 무조건 스톱...차량 신호 우겨도 이젠 안통한다"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7월12일)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행자는 횡단보도 위에서 여전히 '갑'이 아닌 '을'이다. 지난 1월11일 개정 도로교통법 공포 이후 관계 당국의 홍보에도 운전자·보행자들에겐 변경되는 정책이 아직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S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20만3천130건 중 사망자는 2천916명에 달한다. 특히 교통사고 사망자의 절반(49%) 가량은 차와 사람 간에 발생한 보행자 사고(1천18건)였다. ◆횡단보도 앞 보행자는 '을'법 시행이 20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운전자의 '교차로 앞 일시정지'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 19일 오전 10시쯤 대구 서구 팔달시장역 인근 교차로에선 한 고령자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통과함에도 차량들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노인 앞을 빠르게 지나갔다. 맞은 편에서는 직진 신호와 함께 차량 3대가 고성로 방향으로 우회전하기 위해 달려왔다. 기다려주는 운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비슷한 시간 북구의 한 아파트 이면도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한 청년이 여러 번 손을 들면서 횡단보도에 진입하려는 의도를 보였으나, 운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아파트 건너편 상가를 이용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위험하다. 횡단보도 진입 의도를 표시해도 운전자들은 무시하고 지나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차로 우회전시 일시정지 의무 강화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도로교통법이 개정돼 오는 7월12일부터 운전자의 교차로 앞 일시정지 의무화가 크게 강화된다. 기존 도로교통법에선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만 멈춰서면 되지만, 앞으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려는 의사를 보이면 역시 멈춰야 한다.우선, 전방 차량 신호등이 적색인 경우 운전자는 기존과 동일하게 횡단보도 앞 반드시 일시 정지 후 보행자 유무를 파악하고 보행 신호와 상관없이 서행하며 우회전하면 된다. 차량 신호등이 녹색인 경우에는 서행하며 우회전하되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으면 일시정지 후 보행자 횡단이 종료된 뒤 서행하며 우회전해야 한다. 여기다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경우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와 통행하려고 하는 때 모두 일시정지해야 한다. 위반 시 범칙금은 승합차 7만 원, 승용차는 6만 원이며 벌점은 10점이다. 사고 발생 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경찰 관계자는 "운전자들은 7월12일 개정법 시행 이후 횡단보도와 접해 있는 인도에 보행자 유무를 한 번 살피고 서행해야 하며, 보행자가 건널 가능성이 보여도 일단 일시 정지해야 한다. 운전자는 예전보다 보행자 보호에 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횡단보도 앞 보행자 구분 놓고 '갑론을박'하지만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보행자가 인도에서 횡단보도로 통행하려고 하는 때를 두고 운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통행하려는 의도를 어떻게 명확하게 정한다는 말인가"라는 불만 섞인 반응이 나온다. 직장인 박모(29·수성구) 씨는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하는 것은 맞지만, 갑자기 횡단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 신호를 어기고 무단횡단하는 경우에도 운전자에게 불리한 판례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이 같은 우려에 경찰 당국은 해당 범위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한 상태이다. 경찰 관계자는 "횡단보도 앞 보행자의 명확한 범위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인도에 사람이 서 있는 경우는 포함될 것이고, 노점상이나 진입 의도가 명백히 없는 경우는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이 확실하게 정해지면 그것을 토대로 단속 계도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오주석 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대구 서구 팔달시장역 인근 교차로에서 고령자가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음에도 차량들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보행자 앞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7월12일부터 운전자의 교차로 앞 일시정지 의무화와 관련한 경찰의 교차로 차량 통행방법 안내도. 경찰청 제공
2022.06.22
[고대국가 조문국으로 떠나는 의성 여행 .3 <끝>] 금성면 산운마을, 수정 같은 계곡 아래 구름 감도는 마을…배산임수 명당에 수많은 애국지사 탄생
마을 어디에서나 금성산(金城山)이 보인다. 이 골목에서도, 저 대청마루에서도, 어디에서나 금성산의 반듯한 위용과 마주한다. 한반도 최초의 화산이자 조문국 시대의 주산이다. 500m가 조금 넘는 높이지만 내륙분지에 우뚝 솟아 장엄하다. 금성산 동쪽에 마주 보며 솟은 산은 비봉산(飛鳳山)이다. 봉황이 날아오르는 형상으로 고대 조문국이 비봉곡을 국악으로 창작하였다는 산이다. 두 산줄기는 말발굽 모양으로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에 수정처럼 맑다는 수정계곡이 서남향으로 길고 깊다. 마을은 계곡이 시나브로 활짝 펼쳐져 농경지를 이루는 평평한 땅에 자리한다. 먼 옛날에는 계곡을 따라 일대를 다상(茶上)·다중(茶中)·다하(茶下) 등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 신라 시대의 어느 날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였고, 마을은 그때부터 산운(山雲)이 되었다고 전한다.조선 선조 무렵 영천이씨 집성촌 시작반촌 이루며 많은 학자·항일지사 배출입향조 기리는 학록정사엔 강세황 글씨소우당 별당은 '영남제일 정원' 불려폐교된 산운초교는 자연학습장 변모◆ 대감마을, 산운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마을 뒤로는 금성산과 비봉산이 섰고 마을 앞으로는 쌍계천이 흐른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선녀가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빗는 절묘한 형국'이라 한다. 화산활동이 멈춘 금성산 정상은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그곳에 조상 묘를 쓰면 당대의 만석꾼이 되지만 주변 지역은 3년간 가뭄이 든다는 오랜 이야기가 전해온다. 마을은 신라와 고려를 거치며 발전했다고 여겨진다. 처음에는 장씨·의성정씨·능성구씨·수원백씨가 살았고, 이후 단양우씨·아주신씨가 들어와 각성 촌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조선 선조 때, 영천이씨 학동(鶴洞) 이광준(李光俊)이 산운으로 들어왔다. 이후 마을은 영천이씨 집성촌으로 오늘날까지 45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학동 이광준은 임진왜란 동안 많은 공을 세우고 통정대부에 올랐고 형조참의를 거쳐 강원도 관찰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형인 경정(敬亭) 이민성(李民宬)은 광해군 때 승지를 지냈으며 정묘호란 때는 경상좌도 의병장으로 활동했다. 전란이 끝난 후에는 좌승지·우승지 등 여러 벼슬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아우는 자암(紫巖) 이민환(李民)으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 영남호소사 장현광(張顯光)의 종사관으로 활약하다 많은 벼슬을 거쳐 노년에는 사직을 여러 번 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70세가 넘도록 호조참판과 경주부윤 등을 지낸 이다. 이후 이광준의 손자 이정상(李廷相)과 이정기(李廷機)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5명이 대과에 급제하면서 산운마을의 영천이씨는 의성의 대표적 명문가가 되었다.전통은 이어져 근대에도 많은 학자와 애국지사가 배출되었다. 이태대(李泰大)와 이홍(李鴻)은 산운에서 부와 한학으로 영천이씨의 명성을 떨친 형제다. 형 이태대는 천석꾼의 재력가로 항일독립운동 군자금 마련에 힘썼고 아우인 이홍은 인근 지역의 현판들과 책의 서문을 쓸 만큼 학문이 뛰어났다고 한다. 또한 형제는 일제강점기 조문국 경덕왕릉의 향사를 위해 조직되었던 왕릉향사계 계원이기도 했다. 경산(耕山) 이태직(李泰稙) 역시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다. 그는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일송(一松) 김동삼(金東三) 등과 함께 활동하다 36세 때 옥고와 울분으로 세상을 떠났다. 의성사람들은 그의 굽히지 않은 뜻을 칭송해 '의성의 댓잎'이라 부른다. 산운마을에는 지금도 영천이씨 후손들이 살고 있다. 오랜 시간과 함께 더러는 변했지만,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살던 반촌의 모습은 고스란하다. 수백 년 된 회화나무와 영천이씨의 큰 종택인 경정종택, 작은 종택인 자암종택(紫巖宗宅), 마을을 대표하는 세 분의 제사를 모시는 학록정사(鶴麓精舍), 그리고 후손들이 세운 점우당(漸于堂)·운곡당(雲谷堂)·소우당(素宇堂), 이태직 생가 등 40여 동의 지정 문화재와 전통가옥들이 즐비하다. 먼 데서부터 기와의 물결이 반짝거리는 마을, 그래서 산운마을은 예부터 양반마을 또는 대감마을이라 불린다.◆ 교교하고 아름다워라, 산운의 옛집들마을 초입 골목에 회화나무 한 그루가 금성산과 비봉산 사이에 걸려 있다. 그 앞에 경정종택이 자리한다. 이광준의 아들 경정 이민성이 태어나고 살고, 세상을 떠난 집이다. 종택은 6·25전쟁 때 모두 불에 타 무너졌다. 현재는 겨우 남은 사당을 중심으로 새로 지은 것으로 고아한 멋은 없으나 마을의 구심점이 되는 집이다. 사랑채는 수락당(壽樂堂)이다. 현판 글씨는 원래 한석봉이 경정 선생을 위해 쓰고 경정의 증손인 이수규가 새겨 걸었는데, 소실된 이후 경정의 10세손인 이홍이 다시 건물을 세우고 현판을 썼다고 한다. 집 앞의 회화나무는 수령 350년쯤으로 짐작된다. 선비의 마을을 상징하는 이 회화나무는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논밭이 펼쳐진 마을 서편 가장자리에는 학록정사가 있다. 입향조인 학동 이광준을 추모하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건립한 정사다. 건립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영조 26년인 1750년경으로 추정된다. 지방유형문화재로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인 팔작지붕과 문틀 등이 당시의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강당 가운데에 반듯하게 걸린 학록정사 현판은 표암 강세황의 글씨다. 정사 마루의 동쪽에는 '유의(由義)', 서쪽에는 '거인(居仁)'이라 새긴 현액을 달았다. 인(仁)에 머물고, 의(義)를 따른다는 의미다. 뒤쪽에 있는 광덕사에는 이광준과 아들인 경정 이민성·자암 이민환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학록정사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반촌의 중앙부로 들어간다. 기와를 얹은 흙돌담 길이 꽤 넓고 교교하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소우당이다. 소우(素宇) 이가발(李家發)이 19세기 초에 건립하였고, 안채는 1880년대에 고쳐 지었다고 한다. ㄱ자형의 안채와 ㄴ자형의 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싸고 있다. 안채의 서쪽에는 별도의 담장을 돌려 별당 공간을 형성하였는데 외부와 단절된 그윽한 후원이다. 작지만 멋스러운 연못과 수석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산수유나무·대나무 등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소우당 별당은 '영남 제일의 정원'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소우당 옆에는 학하(鶴下) 이순발(李順發)이 19세기경 건립한 학하고택이 있고, 다시 그 옆에는 운곡(雲谷) 이희발(李羲發)이 1803년에 지은 운곡당이 위치한다. 사랑채에 걸린 운곡당의 현판은 운곡 선생의 4세손인 이홍이 18세 때 쓴 글씨다. 운곡당과 담장을 공유하고 있는 집은 죽파(竹坡) 이장섭(李章燮)이 1900년경에 건립하였다는 점우당이다. 소우·학하·운곡은 형제이고 죽파는 소우 이가발의 증손이다. 삼 형제와 후손의 집이 둥글게 곡진 흙돌담 따라 의좋게 당당하다.◆ 산운생태공원점우당 고샅길 끝에 밭이 펼쳐지면서 마을의 동쪽 입구가 시원하게 열린다. 밭 너머 길가에는 산운생태공원이 자리해 있다. 공원은 원래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개교한 산운초등이었다. 당시 학교 건립을 위해 기성회를 조직해 기금과 곡식을 모았고, 산운의 재력가 이태대가 거액의 대지를 기부해 부지를 확보했다고 전해진다. 학교는 3천71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5년에 폐교되었다. 그리고 2001년부터 5년에 걸쳐 자연 학습장 및 전시장이자 휴식처인 생태공원으로 변모했다.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생태관 앞에 독립운동가 이태직 선생의 기념비가 서 있다. 내부에는 지진과 생명의 기원 그리고 지구의 탄생을 살펴보는 전시실, 인류의 진화 과정과 동식물의 분포를 알아보는 전시실, 공룡의 연대기와 화석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또한 산운마을의 유래와 민속유물을 전시한 마을자료관이 있고 의성군 유래와 특산품 관광 코스 및 지역 행사를 알 수 있는 홍보관이 있다. 옛 운동장에는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연못과 정자·징검다리·분수 등이 조성되어 있고 50여 종에 이르는 나무와 풀·꽃들 속에서 공룡들이 귀엽게 웅성댄다. 산운생태공원 앞길은 수정계곡으로 향한다. 길 끝에 금성산과 비봉산이 나란히 또렷하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의성군지. 의성문화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의성의 독립운동사. 이상현, 의성 조문국 향사의 전통창출과 지역 정체성 형성, 안동대, 2004.공동기획지원 : 의성 조문국박물관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에 들어선 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산운마을. 뒤편에 보이는 산이 한반도 최초의 화산이자 조문국 시대의 주산인 해발 500m의 금성산이다.소우당 별당은 작지만 멋스러운 연못과 수석들, 소나무와 상수리나무·산수유나무·대나무 등으로 꾸며져 '영남 제일의 정원'이라는 찬사를 받는다.폐교된 산운초등학교는 2001년부터 5년에 걸쳐 자연학습장 및 전시장이자 휴식처인 산운생태공원으로 바뀌었다.
2022.06.21
[연중기획-바다를 향하여 .5]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르는 '스마트 양식'...'K-연어'로 세계시장 진출…경북도, 완전양식 기술개발 도전
#1. 2014년 일본의 미쓰비시 상사는 세계 3위 연어양식 업체인 노르웨이 세르마크(Cermaq)를 14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듬해 세계적 유통업체인 네덜란드 SHV홀딩스는 수산사료 생산 및 연어양식업을 하는 뉴트레코(Nutreco)를 40억달러에 사들였다. 세계 최고 곡물기업인 카길(Cargill)도 노르웨이 연어양식 업체를 13억유로에 같은 해 인수했다. #2.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식량 확보에 가장 중요한 산업은 '수산양식'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인터넷보다 수산양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까지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미래예측사이트는 향후 20~30년간 세계시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지구온난화 관련 산업과 함께 수산양식 산업을 선정했다.이른바 '스마트양식'으로 불리는 첨단 양식산업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부상하면서 기업과 지자체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건강에 좋은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기존 수산자원 채취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스마트 양식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양식이란 양식수산물의 효율적·친환경적 생산을 위한 최적 생육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양식수산물의 '생산-가공-판매' 산업 시스템을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해 자동화한 기술이다. 경북 어업종사자 급속 감소세수산물 생산마저 매년 줄지만양식업은 갈수록 성장세 거듭수입에 의존 고부가 어종 연어인공종자 확보까지 성공하면수백개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포항 장기면 일대 400억 투입스마트 양식 클러스터 구축 중◆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경북은 540㎞에 달하는 해안선을 가지고 있지만 수산업 전망은 밝지 않다. 2021년 기준 어업 종사자는 5천명이 되지 않는다. 2018년 5천700여명에서 3년 새 15%나 줄었다. 또 어선은 3천여 척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수산물 생산도 2018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면서 2021년 9천여t에 그쳤다. 반면 양식업 생산량은 같은 기간 3천568t에서 3천960t으로 성장했다. 어선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 즉 수산양식으로의 전환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세계자연기금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세계해양생물의 절반가량이 사라졌고, 남획으로 다랑어 같은 대형어류는 90%나 줄었다. 포경금지에도 불구하고 고래는 멸종위기에 놓였다. 이런 이유로 1990년대 이후 어선 어업의 생산량은 정체된 반면 양식어업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2018년 기준 양식생산량은 8천210만t으로, 전 세계 수산물 생산량의 46%를 차지했다. 세계 수산물 소비 패턴도 양식산업의 성장세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의 연간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1998년 11㎏에서 2021년 39.5㎏으로 급증했다. 중국인구가 14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수요가 1㎏만 늘어도 연간 140만t이 필요한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 생산량(230만t)의 절반이 넘는 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건강에 좋은 수산물 수요는 증가한다"며 "중국의 수산물 수요 증가는 우리나라의 기회이자 경북의 기회"라고 말했다.◆완전 양식 'K-연어' 신화 창조정부와 각 지자체는 양식산업에 대한 투자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를 '스마트 수산의 원년'으로 삼았다. 해산수산 전 분야의 스마트화와 내수면 어업, 즉 양식산업에 대한 대대적 육성을 골자로 한 투트랙 전략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구축이다. 포항 남구 장기면 일대에 구축 중인 클러스터엔 국비를 포함해 400억원이 투입된다. 이곳에서는 종전의 재래식 양식에서 벗어나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양식 기술이 도입된다.특히 주목받는 것이 국내에 전량 수입되는 연어의 완전양식 기술 개발이다. 세계 양식 연어 생산량은 연간 377만t으로 노르웨이와 칠레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연어 소비량은 58.4㎏으로 노르웨이(53.3㎏), 일본(50.2㎏), 중국(39.5㎏) 등을 제치고 세계 1위다. 경북도가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구축과 함께 수산자원연구원의 '연어류 스마트아쿠아 팜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로 북태평양에 서식하는 연어류의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 종자를 확보한다면 500여 개의 일자리와 1천3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를 거두게 된다.연어는 고부가가치 양식어종으로 불린다. 노르웨이의 수산물 생산량은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수출액은 112억8천만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고품질 연어를 콜드체인(냉장유통) 항공망으로 전 세계에 24시간 내 대량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남건 독도해양정책과장은 "세계시장을 겨낭한 고부가가치 품종과 이에 특화한 스마트양식 기술 개발로 생산성과 품질, 가격경쟁력을 갖출 경우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양식 어민과의 윈윈 기대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통해 기대되는 또 하나의 효과는 동해안지역 양식어민과의 동반성장이다. 이에 스마트양식 클러스터를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중소 규모의 양식장에 스마트 기술을 보급하고, 인력 양성에도 나서기로 했다. 기존 양식업 육성을 위해서는 △친환경 기술 도입 △시설 자동화 지원 등을 늘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자재 지원도 확대해 지역 양식업 생산량을 5년 내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스마트양식의 대표적인 것이 순환여과(RAS)방식 도입이다. 기존 가두리양식보다 친환경적이며 체계적 운영이 가능한 '육상 순환여과'는 양식에 사용하는 물(사육수)을 여과·살균장치 등을 통해 재사용한다. 양식 어종의 질병 발생이 감소하고 물 사용량을 저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다. 포항 세부수산 박성배 대표는 "주력 양식어종인 광어의 경우 순환여과 방식을 도입하면 치어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간다"며 "스마트양식 기술을 도입해 수익성 개선효과가 증명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마트양식은 지역 양식산업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54.6% 수준인 넙치 양식장의 폐사율을 30%까지 줄일 수 있으면 양식장 수익이 113% 증가한다. 폐사율이 5%까지 떨어진다면 수익은 현재보다 210% 늘어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화한 생육 알고리즘까지 적용하면 수익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어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산업"이라면서 "첨단기술을 접목해 경북의 신수종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지난해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감도. 경북도는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기존 재래식 양식에서 탈피해 ICT·IT·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양식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나선다. 〈경북도 제공〉박성배 세부수산 대표가 자체 제작한 앱구동자동사료공급기와 수온측정기 등이 설치된 포항 남구 구룡포읍 양식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2022.06.20
[연중기획 : 바다를 향하여 .5]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AI 이용한 '스마트 양식' 뜬다
'스마트양식'이 수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어민 소득원의 신규 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CJ그룹 계열사인 CJ피드앤케어(CJ F&C)는 '대서양 연어' 양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6만여㎡ 규모의 스마트양식장을 통해 연간 500t 가량의 대서양 연어를 양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소규모이지만 이른바 '육상 순환여과 방식'의 기업형 스마트 양식장을 짓고, 사료도 연어 양식에 적합한 종류를 개발키로 했다. 국내에서 맞춤형 사료 개발에 나선 첫 사례다. 내년에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2025년 상품 출하를 목표로 한다. 연어는 노르웨이 수입품을 비롯해 국내 소비가 근년들어 급증하는 어종이다. '스마트 양식'은 세계적으로 대기업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잡는 어업’이 아닌 ‘기르는 어업’에 인공지능(AI)와 사물인터넷(IoT) 등첨단 자동화 기술을 가미한 산업이다. '생산-가공-판매' 시스템에 빅데이터까지 적용한다. 미래학자 앨빈토플러는 일찌기 21세기 식량 확보에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수산양식'을 꼽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인터넷보다 수산양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대학 미래예측사이트는 향후 20~30년간 세계시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지구온난화 관련 산업’과 함께 ‘수산양식 산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 2014년 일본의 미츠비시 상사가 세계 3위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인 세르마크를 14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수산업은 세계 최고 곡물기업인 카길을 비롯 글로벌 기업들의 신규 전략 산업으로 떠올랐다. 경북도와 포항시도 스마트양식산업에 동참하기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경북 수산자원연구원은 연어 완전양식을 목표로 '연어류 스마트 아쿠아 팜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ICT(정보통신기술)와 AI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북태평양 연어류의 완전양식 기술 개발과 함께 인공 종자 확보가 목표다. 2025년까지 국가시책사업으로 총사업비 400억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포항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와의 시너지를 통해 2025년 이후 연간 1만t 이상의 연어를 생산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경북도는 국내 연어수입량의 20%이상을 대체하게 된다. 김성학 경북도 해양수산국장은 "연어류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할 경우 남획 우려에서 벗어나 자원 극대화 등 어업생산 다양성 확보에 큰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스마트 양식을 통해 기존 양식어민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성장동력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지난해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스마트양식클러스터 조감도. 경북도는 스마트양식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기존 재래식 양식에서 탈피해 ICT·IT·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양식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나선다. 경북도 제공
2022.06.19
[우도영의 삶과 도전 자동차디자인 .7]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자동차 디자인의 근본 목적은 자동차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에 있다. 미래에 사용될 멋있고 아름다운 차를 만드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충족된 미의 결정체를 창조하기는 절대 쉽지 않다. 수많은 요인과 고려되어야 할 그 과정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며, 생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실제 자동차 회사에서는 어떻게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는지 외장 디자인 중심으로 간략하게 그 과정을 소개해 보겠다." 디자이너만의 스토리 구성이 첫 단계…개인적 영감 자유롭게 스케치최종 아이디어 채택 후 3D 모델링…모델 4대 정도는 실제 크기로 준비마지막 CEO 리뷰 거쳐 한 모델 선택 후 최종 단계인 양산과정 진행엔지니어팀·마케팅팀과 양산에 어려운 부분 하나씩 풀어가면서 완성모든 자동차, 치열한 경쟁·많은 전문가들 협업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먼저 새로운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될 때 핵심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그 자동차의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 하고자 하는 목표가 확실히 설정돼야만 그다음 모든 일의 진행이 순조로워지기 때문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전개하기 전에 미리 몇 년 후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는지 미래의 삶을 그려 본다. 즉 자기만의 스토리 구성이 디자인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디자이너들은 이 과정에서 자유롭게 꿈꾸며 자신이 디자인한 자동차를 몇 년 후 도로 위에서 직접 볼 수 있을 거라는 흥분과 기대감 속에 스토리 구성을 전개해 나갈 수 있으므로 이 과정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한다.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를 바탕으로 수집한 많은 자료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곳으로부터 얻은 개인적 영감들을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시작해서 다양하게 자기만의 디자인 세계를 전개해 나간다. 이 과정은 디자이너들의 창의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이며 디자인 의도 및 콘셉트를 설명하는 이미지 보드, 초기아이디어 스케치 그리고 구체적으로 최종 디자인을 표현한 그림인 렌더링을 준비해 평가에 들어간다. 보통 이 과정에서는 한 회사의 모든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하는데 스튜디오 간의 경쟁이 매우 심하며 자신의 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엄청난 열과 성의를 들인다. 많은 아이디어 스케치 중에 제일 핵심이 되는 새로운 콘셉트를 찾는 것이 리뷰의 주목적이 된다.전체 과정에서 보통은 여러 수십 장의 그림이 채택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때에 따라, 특히 콘셉트 카(concept car)의 경우 수석 디자이너의 결정으로 한 장의 그림을 중심으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경우도 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이 단계에서 디자이너가 꼭 지켜야 하는 한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기초 도면인 자동차 사이드 뷰 패키지이다. 이것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핵심 기본 요소로 자동차의 기본 사이즈를 결정짓기 때문이며, 또한 엔지니어 부서와 협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산 차 프로젝트와 콘셉트 카 프로젝트는 준수해야 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개발 초기 단계에서 디자인 부서를 포함한 타 부서에도 가장 중요한 가이드 라인이 된다.그렇게 최종 리뷰를 거쳐 선택된 몇 가지의 아이디어는 다음 단계인 3D 모델링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디자이너만의 창의력으로 스케치와 렌더링이 완성되었다면 다음 단계부터는 팀이 구성돼 3D 모델링이 진행된다. 팀 구성은 디자이너와 모델러 그리고 엔지니어로 구성되며, 그 안에서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동시에 팀의 리더 역할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디자인 방향으로 이끌어 진행해 나간다. 이 과정은 예전에는 공업용 점토인 클레이를 이용해서 직접 만들어 가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3D 모델링 전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컴퓨터로 가상 모델을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하며, 두 방법을 적절히 효율적으로 활용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회사마다 편차가 있으나 먼저 여러 디자인의 4분의 1 스케일 모델들을 만든 후 중간 리뷰를 통해 다시 수정을 거쳐 70% 정도의 양산 조건이 갖추어진 모델 4대 정도만을 뽑아 실물 차 크기의 모델을 준비하게 된다. 그렇게 완성된 모델은 마지막 CEO 리뷰를 거쳐 최종적으로 한 모델을 선택하게 되고 양산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여기까지의 단계가 디자인 모델로서 의미라면 다음 단계는 선택된 최종 모델 양산을 위한 과정으로 넘어간다. 남아있는 여러 가지 디자인적 요소와 양산에 어려운 부분들을 엔지니어팀과 협업하에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생산 가능성에 맞추어 그 완성도를 높여 나가는 과정이다. 기본적으로는 디자이너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지만 가끔 마케팅과 기획팀들의 의견도 수렴되어 타깃 방향이 조정되기도 하고 양산 불가능한 부분들은 엔지니어팀의 조언을 얻어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가며 수정해 나가는 일이 주된 내용이다.이때 기본적인 엔지니어 지식을 가진 경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다양한 부서와 협업이 무엇보다 필수적인 과정이다. 또 이 과정에서 램프류와 각종 디테일한 파트들의 디자인 개발도 동시에 진행되며 한층 더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여간다. 수많은 인 하우스 리뷰와 초대된 타깃 유저들의 의견을 듣는 카 클리닉 이벤트 등을 통해 조율과정을 거쳐 완성된 최종 디자인은 다시 여러 차례 테스트 과정과 퀄리티 체크를 거쳐 상품화될 수 있도록 최종 점검 후 대중에게 소개되는 것이다. 회사마다 많은 차이가 있으나 디자인 과정만 놓고 본다면 대략 일 년 반 정도 소요되며 최종 완성되어 시판까지는 총 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이렇듯 하나의 자동차가 디자인되어 만들어지기까지 혼자서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팀으로 구성된 디자이너들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나가며 동시에 여러 부서와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모든 자동차는 그 어떤 제품보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마즈다3 (C-segment) 2010년. 디자인 전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초기 아이디어 제작단계에 참여하여 디자인 콘셉트를 제공한 작품이다. 마즈다 모델 중 가장 대중적인 모델로서 특히 미국시장에서 대단히 인기가 좋았다. 해치백과 세단 모델이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제작돼 마즈다의 상징성과도 같은 스포티함의 추구를 기본 디자인 콘셉트로 삼고 있다. KODO 디자인의 개념을 그대로 가져와 패밀리룩을 완성한 것에 의미가 있다.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2022.06.17
노인 보호구역 고작 59곳...대구시 "고령층 보호 위해 최대한 확대 노력"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보행자들은 운전자들의 배려와 안전한 보행 환경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교통 약자다. 이들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보호구역 지정이 시작됐지만 지정부터 관리까지 각기 다른 규정 적용으로 노약자의 보행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며 노인보호구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호구역 지정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보행 환경 관리가 절실하다.◆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은 고령층16일 오전 9시50분쯤 대구 동구시장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아침부터 시장을 방문한 어르신 수십 명이 오가고 있었다.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한 70대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양 옆으로 오는 차를 살폈지만, 차량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무심히 도로를 지나갔다. 어르신은 그 다음 차량에 손을 들어 '멈춰 달라'는 신호를 보내야만 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횡단하는 차량들 사이, 아슬아슬하게 보도를 건넜다. 차량이 멈춰서면 움직였고,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길 중간에 멈춰섰다. 가까스로 횡단보도를 건너온 전모(여·72)씨는 "여기에서 조금 올라가면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가 있지만,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언제 거기까지 가겠느냐"라며 "이젠 적응이 돼서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늘 위험한 것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지역 보행자 사망자(124명) 중 63.7%(79명)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고령층 왕래가 잦은 도로엔 보행자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노인보호구역' 지정은 물론 통행을 관리하는 도우미조차 없는 상황이다. 전통시장 앞 보행로는 고령층 왕래가 잦음에도 불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법규상의 문제 때문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차량 시속 30㎞ 제한과 주·정차가 금지돼 좀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만들 수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보호구역은 어린이·노인·장애인 관련 시설(학교·노인복지시설·장애인복지시설)이 위치한 인근 도로에 한해 지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시장·병원 앞 보행로는 보호구역 지정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보호구역 중에서도 '노인보호구역'의 수는 현저히 적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마다 학교가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은 총 752곳까지 확대 됐지만 상대적으로 시설 수가 적은 노인 보호구역은 고작 59곳에 그치고 있다.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실제 교통약자의 통행량이 많은 곳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한 것. 대구시는 상위법 개정에 맞춰 다음달 조례를 제정해 올해 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전통시장·병원 수를 고려한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통행량이 많다고 무조건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순 없지만 기초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교통안전 시설 확충도 시급 '안전운전 5030' 정책에 따라 보호구역뿐 아니라 이면도로에서도 차량 시속 30㎞ 제한이 적용된다. 특히 보호구역은 인도 등의 교통안전 시설을 확충해 특별히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16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 동구 율하초등 앞. 이곳은 학교를 둘러싸고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정문 인근 도로 약 100m 지점엔 인도가 아예 없고, 성인 무릎까지 오는 낮은 펜스가 30㎝ 간격으로 듬성듬성 설치돼 있다. 인도로 사용되는 도로도 폭이 좁아 어린이 2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여서 친구들과 등교하는 아이들 상당수가 차도로 보행했다.이처럼 '보호구역'임에도 교통안전 시설이 확충되지 않는 것은 전체 도로가 좁아 최소 인도 폭인 1.5m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으로 막은 펜스도 제 역할을 못해 인도를 확보하기 위해선 학교 부지를 활용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여전히 위험한 보행 환경에 학부모들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초등학생 1학년 자녀를 둔 권모(여·40)씨는 "운전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펜스 밖으로 튀어 나온다. 위험할까 싶어 집에서 멀지 않아도 차로 직접 아이를 통학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전문가들은 보호구역 지정을 할 땐, 실질적인 안전시설 확보와 보호 구역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보호구역이란 안전 시설을 확보해 특별히 보호하는 지정 구역을 말하는데, 보도도 없는 곳에 '스쿨존'을 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도 확충의 문제 또한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했다"며 "지자체 내부 심의위원회뿐만 아니라 보호구역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확실하게 안전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人道를 돌려주세요 자문위원△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 △신진기 계명대 교수(교통공학전공) △김수진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교수16일 오전 대구 동구시장 앞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한 어르신이 차를 향해 멈춰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대구 동구 율하초등 정문 앞.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2022.06.16
기획
[홍준표 시장 시대 '대구 백년대계 설계하자'] (5) 지방정부·대학 '지역혁신 협업' 새 틀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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