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쯤 대구 북구 매천시장은 지역 유통업체 부도설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경매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부 상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도설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대구에 본점을 둔 한 유통업체의 부도설이 퍼지면서 해당 업체와 거래해 온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중도매인의 피해가 우려된다.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경북에서 유통소매업을 해온 A유통업체가 12일 도래한 만기 어음을 간신히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자금난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권자들이 즉각 모임을 갖고 대표 채권단을 꾸리기로 결정했다. 채권단에서는 향후 대응 방안을 공동 모색할 예정이다.
대구농산물관리유통공사와 북구 매천동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청과법인 등에서 추산하는 중도매인 피해 규모는 100억원에 이른다. 유통공사는 청과법인 등을 통해 중도매인 피해 사례와 규모를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향후 피해규모가 확인되면 대구시와 논의해 대책을 찾을 방침이다. 2015년부터 대구·경북에 영업점을 개설해 온 A유통업체는 지난 추석부터 대금 결제가 지연되는 등 자금난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업마진이 낮은 유통채널 특성상 영업이익이 적어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남일보가 FIS식품산업통계정보를 통해 2024년 기준 재무제표를 확인한 결과, A유통업체의 점포 상당수가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경북의 한 점포는 영업이익이 '-2억8천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흑자를 낸 점포의 영업이익은 1천300만원에 불과했다. 영업마진이 낮은 상황에서 온라인 유통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생존을 위한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수년 전부터 사세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점포를 계속 확장하다 결국 무너진 것 아니냐"며 "(자신은) 거래를 하다가 외상이 자꾸 쌓이는 등 낌새가 이상해 중간에 손을 뗐다"고 말했다. 이어 "수산 쪽은 보통 거래처마다 외상이 1억원 정도다. 농산은 많게는 10억원까지 깔렸다고 들었는데, 10곳이면 100억원이 된다"며 "피해 본 상인들은 정말 죽으라는 소리와도 같은 얘기"라고 답답해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법인 관계자는 "13일부터 소속 중도매인을 통해 정확한 피해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정혜
이승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