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마다 지하로 내려가는 직장인들…‘산책길’ 된 대구 범어역 통로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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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12-12 17:13  |  발행일 2025-12-12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역 지하도 대구아트웨이에서 열린 윈터아트페스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역 지하도 대구아트웨이에서 열린 '윈터아트페스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12일 오후 12시30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역 지하통로. 시민들이 삼삼오오 걸음을 옮기며 분주한 '리듬'을 만들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이어폰을 꽂은 채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출입구로 빠져나가지도, 통로 끝에서 멈춰 서지도 않았다.


한 시민에게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묻자 "산책 중"이란 답이 돌아왔다. 매일 점심 식사 후 이곳에 내려와 30분가량 걷는다고 했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370m 길이의 통로는 어느새 이 일대 직장인들의 점심 산책길이 된 것이다.


이날 범어역 지하통로에선 '윈터 아트 페스타'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복도 양편의 공방·쇼룸·전시실은 성탄절을 앞둔 축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소품으로 꾸며졌다. 이벤트로 진행된 스탬프 투어 참여를 위해선 각 공방, 쇼룸, 전시실에 입장해야 해 평소 그저 지나치기만 하던 시민들 발걸음을 잠시 잡아채기도 했다.


각종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특히 중앙무대에선 재즈밴드의 특별 공연이 열렸다. 감각적인 리듬의 음악이 울려 퍼지자 평소 조용하고 지루하던 지하통로에 활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단순한 이동공간이던 통로가 어느새 잠깐의 여가와 호기심이 흐르는 장소로 바뀌어 있었다.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역 지하도 대구아트웨이에서 열린 윈터아트페스타에서 재즈밴드 펄스(PULSE)가 특별 공연을 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1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역 지하도 대구아트웨이에서 열린 '윈터아트페스타'에서 재즈밴드 펄스(PULSE)가 특별 공연을 하고 있다. 이윤호 기자 yoonhohi@yeongnam.com

범어역 지하통로는 현재 '대구아트웨이'로 운영된다. 시설관리는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콘텐츠 운영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맡는다.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부담하는 구조라 매년 입점 경쟁이 치열하고, 공실률은 0%다. 올해는 공방·체험 공간을 늘려 활력을 더했다.


중앙무대 옆 피아노는 여전히 시민들이 자유롭게 연주하지만, 공연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그간 통기타·트로트·오카리나 등 시민 누구든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는데, 올해부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기획한 클래식 중심 공연이 자리 잡으며 '고품질 공연공간'으로 정비되는 추세다.


2009년 조성된 이 공간은 한때 영어거리·문화거리가 혼재했으나, 2017년을 전후해 문화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에는 활성화를 위해 공방·전시 확대 등 변화를 시도 중이다. 과제도 있다. 15년을 넘기며 시설 노후화가 시작돼서다. 특히 6개 구간으로 나뉘어 가동되는 공조기 교체가 시급하지만 예산 편성이 요원한 상황이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해 사람이 더 몰린다"며 "지하철 이용객, 점심 직장인, 아침·저녁 운동하는 단골 시민까지 하루 내내 다양한 흐름이 있다"며 "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선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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