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일대 전경. 영남일보 DB
다주택자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울에 아파트를 사 둔 지방 다주택자들이 서울 집을 지키고 지방 집을 처분하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똘똘한 한 채'로 자산 가치가 높고 집 값 상승폭이 큰 서울 부동산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울산 타운홀미팅에서도 "서울 아파트는 한 평 3억원, 여긴(울산) 한 채에 3억원이다. 그게 맞느냐. 아파트 한 채에 100억원, 80억원인 게 말이 안 된다"며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정부는 이미 다주택 양도세 유예를 오는 5월9일 종료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조정대상지역 주택 매각 시 2주택자는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 가산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가 현실화하면서 대구에 거주하면서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다주택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에 거주하는 60대 사업가 김씨는 30여년 전 매입한 서울 성동구 아파트 1채와 비슷한 연식의 대구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는 30여년 전 1억원대에 매입했으나 현재 20억원을 웃돈다. 최근 몇 년간 10억~11억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급상승해 20억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대구 아파트 값은 하락기 조정을 거친 뒤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2024년 1월1주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률 상위 10개 지역 <출처:한국부동산원>
2024년 1월1주 대비 아파트 가격 상승률 하위 10개 지역 <출처:한국부동산원>
김씨는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압박이 커지고 있어 고민이 크지만 팔아야 한다면 대구 집을 처분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집값 흐름만 봐도 서울 집은 자산가치가 높아 은퇴 후 노후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자녀들도 대구 집을 처분하자는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에 이어 보유세 인상까지 맞물릴 경우, 김씨처럼 서울과 지방에 집을 가진 다주택자는 지방 주택을 정리하려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는 최근 2년 만 살펴봐도 뚜렷하다. 구별 상승 상위 10개 지역은 모두 수도권(서울 8곳, 경기 2곳)인 반면, 가격 하락 상위 10곳에는 대구 5곳(서·남·북·달서구) 등 지방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부동산원 R-ONE에서 확인한 결과, 2024년 1월1주 대비 2026년 2월2주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서울 성동·송파가 각각 33%· 32%, 경기 과천 29%, 경기 성남 분당 27%, 서울 서초 26% 등으로 20~30%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은 거제 -15%, 대구 서구 -12%, 경기 평택 -11%, 대구 달서구 -11%로 10%대 하락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서울 쏠림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외지인의 매입(관할 시·도 외 거래) 건수는 2022년 7천710건, 2023년 1만7천493건, 2024년 1만 9천590건, 2025년 2만4천808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해 경우 10월에도 3천88건이 거래됐지만 그나마 '10·15규제' 발표 후 실거주 의무가 생기면서 11월과 12월 각각 1천296건, 1천351건으로 줄었다.
부동산 전문회사 빌사부 송원배 대표는 "서울과 지방에 집을 가진 다주택자들이 여러 채 보유하기 어려워 한 채만 남겨 둬야 한다면 공급이 부족한 서울 집을 남겨둘 것이고, 결국 '똘똘한 한 채'로 인한 서울 수요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현행 주택수에 따른 취득세 중과를 주택가액 기준으로 바꿔야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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