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7.6㎞ 앞까지 번진 불길…천년고도 경주 안전하나

  • 강승규·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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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08 01:14  |  발행일 2026-02-08
대나무밭에서 시작된 불, 강풍 타고 능선 확산
야간 공중 진화 공백…지상 인력 의존 한계
원전 주변 방재 기준, 일반 산림과 달라야
7일 밤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발화 지점은 국가중요시설인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직선 7.6㎞ 떨어져 있어 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였다.<챗GPT 생성>

7일 밤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발화 지점은 국가중요시설인 월성원자력본부에서 직선 7.6㎞ 떨어져 있어 당국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벌였다.<챗GPT 생성>

7일 밤 경북 경주에서 산불 두 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원전 인접 도시의 재난 대응 체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강풍과 야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 불길은 국가중요시설인 월성원자력본부 인근까지 다가섰고, 주민 수십 명이 급히 몸을 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헬기 투입이 어려운 시간대에 초동 대응의 한계가 노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9시 31분쯤 경주시 양남면 신대리 마우나오션리조트 인근 야산에서 첫 불이 났다. 이어 10분 뒤인 9시 40분에는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도 또 다른 화재가 확인됐다.


119상황실에는 "대나무밭에서 시작된 불길이 산과 민가 쪽으로 번지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메마른 대숲을 타고 옮겨붙은 불씨는 능선을 따라 빠르게 세를 키웠다.


이번 산불이 유독 긴박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발화 지점과 월성원자력본부 사이의 근접성 때문이다. 양남면 신대리에서 원전까지는 직선거리로 7.6㎞에 불과하다. 동해안을 따라 형성된 구릉과 임야가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하지만, 강풍이 이어질 경우 불길이 단시간에 생활권을 넘어 국가중요시설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당국이 양남면 산불에 대응 1단계를 발령한 것도 이러한 위험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월성원자력본부는 자체 소방대와 소화용수 설비, 외곽 차단림 등 여러 겹의 방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발전소 주변에는 일정 폭의 방화녹지대가 조성돼 있고, 주요 시설물은 내화 성능을 갖춘 구조로 설계돼 외부 화재가 내부 설비로 직접 확산되는 상황을 차단하도록 돼 있다.


다만 이러한 체계는 주로 발전소 내부 사고와 근접 화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수 킬로미터 밖 산림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외곽에서 접근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산림 당국의 협력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 이날 밤 현장에는 평균풍속 초속 7.5m의 강한 바람이 이어졌고, 야간에는 헬기 운용이 제한되면서 지상 인력 위주의 방어선 구축이 불가피했다. 원전 주변 도로망이 협소해 대형 진화 차량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방재 전문가들은 "원전 안전은 시설 울타리 안에서만 담보되지 않는다"며 "외곽 산림 관리, 접근로 정비, 야간 진화 장비 보강 등 지역 차원의 대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진화 차량 24대와 인력 87명을 투입했고, 경주시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입산 자제와 안전 유의를 당부했다.


주민 50여 명은 문무대왕면사무소와 양남면 보건진료소 등으로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원전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난 상황 자체가 지역 사회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남겼다.


경주시 관계자는 "강풍 속에서도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선을 구축했다"며 "날이 밝는 대로 헬기를 투입해 조기 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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