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택시법인에서 도입한 BYD 아토3 모델. <이수홍씨 제공>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대구 택시 시장에 중국산 전기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옵션을 앞세운 가성비 좋은 중국 제품이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론과 지역 자동차 부품 생태계 붕괴라는 위기론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대구 지역에서 운행 중인 중국 BYD사의 전기차 '아토3(Atto 3)' 모델은 총 5대로 확인됐다. 법인택시 3대와 개인택시 2대가 이미 영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아직 절대적인 수치는 미미하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온도 변화는 심상치 않다.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 '브랜드'보다는 '실리'를 택하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가성비가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구에서 아토3 택시를 운행 중인 이수홍씨는 "신호 대기 중이면 동료 기사들이 창문을 두드려 차에 대해 물어볼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며 "가격 대비 기본 옵션이 풍부하고 승차감도 국산차에 뒤지지 않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 정서상 중국산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장에서는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BYD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면서도 "동급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편의성 덕분에 택시 업계의 문의가 늘고 있다. 올해 보조금이 확정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 점유율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가성비의 역습'을 바라보는 지역 경제계의 시선은 복잡하다. 택시 업계는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부품 내구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이곳이 수입차, 특히 부품 공급망이 폐쇄적인 수입산 자동차에 잠식될 경우 대구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서덕현 대구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무는 "개인택시와 달리 법인택시는 차량 유지·보수와 사고 처리가 핵심인데, 중국산 차량의 A/S 망과 부품 수급 안정성에 대해서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며 "당장 대대적인 차종 변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산업 생태계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부터 부품까지 자체 조달하거나 자국 부품을 사용하는 수직 계열화 비중이 높다. 중국산 택시가 늘어날수록 국산 완성차에 납품하던 지역 1~3차 협력업체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이미 전기버스 시장에서 뼈아프게 경험한 바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저가 공세로 국내 보조금을 독식하며 시장을 잠식하자, 국내 버스 제조 및 부품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기계적인 평등보다 국익 중심의 보조금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후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을 따져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등 '방어막'을 친 전례가 있다.
지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택시의 급격한 유입은 단순한 차량 점유율 변화를 넘어, 대구·경북의 뿌리인 자동차 부품 제조사와 정비 네트워크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며 "대구 경제의 허리인 부품 산업 보호를 위한 정교한 정책적 고민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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