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m 규격을 24m로 불법개조 의혹”…만촌역 천공기 사고원인 조사, 새 국면 맞나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천공기 전도 사고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 등에서 '불법 개조'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이번 사고 조사를 둘러싼 원인 및 책임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13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안실련)은 대구도시철도 2호선 만촌역 지하통로 연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천공기 전도 사고의 원인이 규격에 맞지 않은 '리더' 불법 개조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남일보가 입수한 일본 니폰샤료(Nippon Sharyo)사의 해당 모델(DHJ60-3) 영문판 표준 사양서에 따르면, 해당 장비의 표준 리더 길이는 21m로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구성을 보면, 리더는 하부 리더(2.11m+3.22m), 리볼버(10.08m), 상부 리더(2.8mx2개) 및 상부 시브(sheaves) 조립체로 구성돼 있다. 김중진 대구안실련 공동대표는 "사고 당시 해당 장비는 24m 높이로 운용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모델은 기본 18m에 최대 21m까지만 운용하도록 돼 있다. 3m가량 더 연장하는 방식으로 불법 개조된 것으로 의심된다. 이 과정에서 상부 장비의 무게도 약 2t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계 기관들의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해당 장비의 운용이 법적 테두리 안에 있었다는 입장이다. 만촌역 공사 현장소장은 "현장 작업 계획서상에는 리더 길이를 최대 24m까지 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미 관련 의혹이 제기된 바 있었고, 이에 현장 점검을 나온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건설안전과 직원은 "최근 현장 점검 결과, 안전관리계획서에 등록된 장비와 실제 사용 중인 장비 정보가 일치했다"며 "다만, 기계적인 부분에 대한 상세한 점검은 타 기관(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계획서와 장비가 일치한다'는 사실만으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현장 안전진단 전문가는 "국토관리청 설명은 단순히 '장부와 물건이 맞다'는 말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공장 출고 제원이 21m인 장비를 어떤 법적 근거와 기술적 검토를 거쳐 24m로 변경 승인을 받았느냐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리더 연장은 물리적인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더를 3m 늘리면 단순히 무게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무게중심이 위로 쏠리게 된다"며 "특히나 비가 내려 지반이 연약해진 상태에서 무게중심이 높아진 장비는 전도 확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구안실련은 지난 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형 중장비 관련 '이중 안전장치 의무화' 대책을 두고, 전도 안정성 관련 대책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대구안실련은 "이미 3년 전 국토교통부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에 검토를 지시해 기술 검토까지 완료한 '전도 안정도 5도 기준' 도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