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27일 오후 경북 포항 구룡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28일 대구·경북 일부 지역이 한낮에도 이례적으로 선선했다. 연일 계속된 폭염속 '예상 밖' 기온 역전 현상이다.
심지어 울진은 '여름철 대표 피서지'로 꼽히는 강원 태백·대관령보다도 기온이 낮았다. 일각에선 "대구·경북으로 피서를 가야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기상청 매분관측자료를 바탕으로 영남일보가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717개 지점의 기온을 분석한 결과, 가장 기온이 높았던 상위 50개 지역 중 31곳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이었다.
가장 더웠던 곳은 경기 광주 퇴촌으로, 40.0도를 기록했다. 하남 춘궁(39.4도)·안성 양성(38.4도)·남양주 오남(38.3도) 등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내륙'이다. 강원도 강릉 구정(36.7도), 춘천 신북(36.1도), 강릉(36.0도), 정선 임계(36.0도)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안동 길안이 37.3도로 전국 5위에 올랐다. 포항 기계(36.3도), 대구 신암(36.3도), 청송(36.0도), 의성(36.0도) 등이 50위권 안에 들었다.
반면 기온 하위권에는 동해안 지역이 대거 포함됐다. 울진 죽변은 28.1도로 전국에서 28번째로 낮은 기온을 기록했고, 경주 토함산도 29.3도에 그쳤다. 이는 흔히들 여름철 서늘한 지역으로 꼽는 강원 태백(33.1도), 평창 대관령(31.0도) 등 보다도 낮은 수치다.
이밖에도 대구·경북 일부 지점은 30도 안팎의 기온을 기록하며 비교적 서늘한 편이었다. 울진(29.4도), 울릉 태하(29.7도), 독도(29.8도), 경주 감포(30.0도), 포항 구룡포(30.3도), 울릉도(30.9도), 울릉 천부(31.1도), 칠곡 팔공산(31.2도), 상주(31.9도), 울진 평해(32.0도), 봉화 석포(32.2도), 포항 청하(32.3도) 등이다.
전국에서 가장 기온이 낮았던 곳은 주로 고산 지대였다. 제주 윗세오름이 21.0도로 가장 선선했고, 서귀포 진달래밭(21.5도)·한라산 남벽(21.9도)·제주 삼각봉(21.9도), 강원 양양 설악산(22.4도) 등도 20도 초반을 기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동쪽 해상에서 들어오는 공기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데다,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기온이 건조해지고, 산맥 서쪽 내륙의 기온이 올라가게 된다"며 동해안 지역이 덜 더운 이유를 설명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별칭까지 붙을 만큼 한여름 더위 대명사로 통하는 대구·경북지역이 올 여름 상대적으로 덜 더운 날씨를 보이자, 반응은 뜨겁다.
네티즌들은 "대구로 피서 가야겠다" "나무를 많이 심은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