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대구’ 셧다운…혼돈의 바이크族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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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9-10 18:14  |  수정 2025-09-10 21:37  |  발행일 2025-09-10
본사-지역딜러 계약 갈등 탓
대구서만 1만대 서비스 공백
혼다코리아<주>가 대구 딜러와의 계약을 종료한 가운데,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혼다모터사이클 대구 전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승엽 기자

혼다코리아<주>가 대구 딜러와의 계약을 종료한 가운데, 10일 오전 대구 수성구 혼다모터사이클 대구 전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승엽 기자

대구경북 대형 바이크 마니아들의 성지로 통했던 '혼다모터사이클 대구 전시장'(대구 수성구 상동)이 하루아침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본사와 지역 딜러 간 계약 갈등이 원인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혼다코리아<주>는 지난 9일자로 대구 딜러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11일 0시부터 대구 딜러의 내부 전산망(HID)을 끊고, 같은 날 전시장의 '혼다(HONDA)' 간판도 내릴 예정이다. 사실상 운영 종료다.


글로벌 자동차·바이크 기업인 혼다는 국내 바이크 시장에서도 점유율 40%대를 기록 중인 업계 절대 강자다. 혼다의 대형 모터사이클(350㏄ 초과)은 공식 딜러를 통해서만 무상 점기점검 등 핵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문을 연 대구점은 대구경북권역 유일 공식 딜러로, 혼다 대형 바이크 모델의 판매·리콜·점검 등 모든 서비스를 담당해 왔다. 혼다 대구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혼다 바이크만 1만대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갈등은 혼다코리아가 지난해 10월부터 지역 딜러들과 기존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딜러 측에 따르면 기존 계약은 딜러에게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한 자동 연장되는 방식이었지만, 새 계약서에서는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고 매년 갱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사실상 본사가 매년 딜러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구조인 셈이다. 딜러들의 영업권을 보장하던 '집중판매권역'도 변경해 대구 딜러의 경우 대구경북 전역에서 대구와 인근 시·군으로 대폭 축소됐다.


과도한 담보금 증액 요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역 딜러는 제품을 받으려면 수억원가량의 담보금을 본사에 제공해야 한다. 일명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계약을 앞두고 대구 딜러는 기존보다 4배 이상 증액된 수십억원의 담보금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적인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계약 갱신을 앞둔 상황에서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는 게 딜러 측의 주장이다. 결국 양측은 해를 넘겨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대구 딜러는 지난 6월 계약해지 공문을 받았다.


딜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0년간 혼다만 바라보며 투자하고 지원을 늘렸음에도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서다. 실제로 대구 딜러는 2021년 대대적인 전시장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혼다코리아의 권고로 직원 수도 늘리는 등 서비스 개선 노력을 해왔다. 혼다모터사이클대구 황준원 대표는 "그간 자체적으로 레이싱 대회도 열고, 직원들이 직접 레이싱에도 참여하는 등 혼다를 알리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지금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어제(9일) 직원들과 단체회의를 했다.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 말까지 남은 재고를 정리하고, 원하는 직원들에게는 살 길도 터주려고 한다"고 했다. 현재 대구점에는 황 대표와 그의 아내, 그리고 직원들까지 총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 계약 종료로 혼다 대형 모델 소유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부품 주문 취소, 정비 지연 등 실질적인 서비스 공백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돼서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측은 "대구 딜러와는 새로운 계약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해 기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종료하게 됐다. 딜러의 주장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성실히 대응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혼다코리아는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혼다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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