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지난해 7월 당시 대구 중구 대신동행정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줄지어 신청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영남일보DB>
설 명절을 앞둔 지난 3일, 대구 달서구 도원동에 사는 70대 A씨는 군위군에 거주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당시 친구는 군위군에서 상품권을 지급받기 위해 읍사무소로 가던 중이었다. 같은 대구인데 자신은 상품권 관련 이야기를 전혀 들은 적이 없자, A씨는 곧바로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군위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1인당 54만원 상당의 군위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군위외 다른 구·군엔 그런 소식이 없었다. A씨는 "솔직히 돈을 꼭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단 같은 지역에서도 차이가 나는 게 허탈했다"며 "자식들에게 손벌리기 어려운 시대가 아니냐. 명절을 앞두고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아무 소식도 없으니 서운하다"고 했다.
최근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군위권과 경북 울진군(1인당 30만원) 등 일부 지역에서만 민생안정지원금 지급을 결정했다. 지급되지 않는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내수 진작용 지급이지만 일각에선 6·3지방선거를 의식, 자칫 포퓰리즘 행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대구시는 민생안정지원금 지급 자체와 관련해선 논의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구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지급할 경우 10만원만 잡아도 총 2천500억원이 필요해서다. 구·군과 매칭 방식으로 진행하더라도 기초단체 재정여력으론 지급이 쉽지 않다고 했다.
조경동 대구시 경제정책관은 "시와 구·군이 함께 부담해도 최소 1천2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지방채를 발행하며 힘겹게 재정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추가 재정 지출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온누리상품권 확대 등 다른 방식의 민생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정 여건 외에도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명대 지은구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민생지원금을 복지 혜택으로 본다면 지역 간 격차는 '보편적 복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봤다.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 현금(상품권) 지급이 어렵다면 체감 가능한 다른 대안도 제시해야 허탈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 교수는 "지자체들이 예산 부족을 핑계로 대는 건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어디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쓰느냐, 시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생안정지원금 지급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선 다소 평가가 엇갈린다. 경북대 나원준 교수(경제통상학과)는 통계적으로 민생지원금의 경제적 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현장,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환영받고 있다고 했다. 나 교수는 "단기 재정 투입을 무조건 포퓰리즘으로만 몰아세울 순 없다"며 "구조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회성 현금 지급에 그칠 게 아니라, 장기 복지 정책과 어떻게 결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생지원금 지급 여부보다, 지급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체감 가능한 대안제시도 중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지 교수는 "안 주면 서운한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며 "지급하지 않는다면 왜 하지 않는지, 대신 무엇으로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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