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출퇴근 시간에 심각한 차량 정체 현상을 빚었던 구미시 신평사거리는 근로자 출근 시간인 18일 오전 8시30분에 텅 비었다.<백종현 기자>
구미국가산업단지 조성 57년 만에 마주하는 진풍경이 발생했다. 주민등록상 인구 41만여 명에 이르는 대도시 구미시가 거대한 '진공 상태'에 빠져 텅 비었기 때문이다.
설날 연휴가 시작된 지난 14일부터 구미산단 근로자 10만 명 이상과 그 가족 등 약 20만 명 이상이 한꺼번에 고향길에 오르거나 국내외 여행을 떠나면서 도시 전체가 정적에 휩싸인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출퇴근 시간마다 경적 소리가 가득했던 구미시내 주요 직간선 도로는 한적함을 느낄 정도다. 고질적인 정체 구간으로 손꼽히는 신평사거리, 인동네거리, 수출탑 주변, 광평오거리를 포함한 1~5공단을 잇는 교통 혈맥은 말끔히 뚫렸다.
LG계열사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은 지난 13일부터 최장 9일간의 '황금 연휴'에 들어가자 3,000여 개에 이르는 협력사와 중소기업들도 모기업 휴가에 맞춰 짧게는 6~7일간 가동을 멈춘 상태다.
그렇다고 근로자 모두가 구미를 떠난 것은 아니다. 작업 공정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일부 대·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명절도 반납한 채 묵묵히 현장에서 산업의 불을 밝히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의 철야 근무라는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경제 온도는 차갑게 식었다. 근로자가 대거 빠져나간 도심의 상권은 '공동화 현상'의 직격탄을 맞아 인동·송정·형곡·도량동 등 평소 북적이던 전통시장과 상가는 손님의 발길이 끊어져 사실상 '개점 휴업'에 놓였다.
구미시 송정동 복개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고, 그렇다고 닫을 수도 없어 막막하다. 연휴가 끝나는 오는 23일쯤에야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며 한숨 섞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55년 역사상 유례없는 산업 역군이 떠난 '적막한 구미'는 구미 경제에서 구미산단 근로자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존재감 확인에 충분했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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