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대구 북구 대불노인복지관에서 열린 '2026 설맞이 사랑의 떡국 한 그릇'행사에서 어르신들이 떡국을 먹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벌써 가게? 또 혼자 있어야 하겠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6)씨는 설 명절인 지난 17일 만난 할머니가 건넨 짧은 한마디에 흠칫 놀랐다. 이별의 아쉬움을 넘어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이날 할머니는 아파트 복도까지 나왔다. 손자가 차에 올라타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김씨는 할머니에게 더 큰 공허함만 준게 아닌가 싶어 많이 미안해 했다.
설 명절에 모친이 있는 대구를 찾지못한 외동딸 유모(33·여)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어머니가 전화기 너머로 빈집을 혼자 지키느니,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라도 가고 싶다고 말해서다. "너도 없는데, 집에 있으면 마음만 뒤숭숭하다"고 한 말이 유씨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명절이 끝난 뒤 가족이 없는 허전함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이른바 '빈둥지 증후군(자녀 독립 후 부모가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이다. 이같은 심리적 낙차는 노년층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8일 통계청에 확인 결과, 올해 1월 기준 대구 노인 인구는 49만4천명(전체 인구 21%)이다. 이 중 11만6천여명은 1인 가구다. 대구 노인 4명 중 1명꼴로 명절이 끝나면 다시 홀로 남겨지는 셈이다.
노년층 고립 현상은 쪼그라든 자녀세대 현황과 궤를 같이한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대구경북 청년층 혼인·출산 분석' 결과를 보면 대구지역 1992년생 혼인자 중 2명 이상 다자녀 출산 비율은 31.4%다. 1983년생 혼인자(62.2%) 대비 절반 수준이다. 과거 여러 형제가 돌아가며 부모를 살폈다면, 이제는 외동자녀가 온전히 돌보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빈 둥지'가 시발점이 돼 실질적 비극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고독사 사망자는 전년 대비 7.2%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는 25.1% 급증했다. 대구시 자체 조사에선 노년층(65세 이상) 고독사 위험군 비율이 9.6%다. 지역노인 10명 중 1명은 이미 고립의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계명대 김정범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명절 이후 뇌가 느끼는 적막함과 상실감은 평소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를 상쇄하려면 평소 자주 교류하며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자녀의 연락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능동적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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