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게?”…달라진 명절 세태에 더 비어가는 ‘부모의 둥지’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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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2-18 16:25  |  발행일 2026-02-18
명절 직후 ‘빈둥지증후군’ 심화, 심리적 낙차 커져
절반은 “귀향 안 해”…달라진 세태 속 노인 고립↑
지난 13일 오전 대구 북구 대불노인복지관에서 열린 2026 설맞이 사랑의 떡국 한 그릇행사에서 어르신들이 떡국을 먹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난 13일 오전 대구 북구 대불노인복지관에서 열린 '2026 설맞이 사랑의 떡국 한 그릇'행사에서 어르신들이 떡국을 먹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벌써 가게? 너희가 가면 또 혼자 있어야 하는데."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김모(36)씨는 설 명절에 만난 할머니가 건넨 짧은 한마디에 흠칫 놀랐다. 이별의 아쉬움을 넘어 외로움을 몸소 표한 할머니의 발언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이날 할머니는 아파트 복도에 나와 손주가 차에 올라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같은 대구에 거주해 이따금 찾아뵙지만, 김씨는 명절이 주는 행복감이 할머니에게 더 큰 공허함을 남기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사정상 설 명절에 모친이 있는 대구를 찾지 못한 외동딸 유모(33·여)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어머니가 전화 너머로 자식이 없는 빈집을 홀로 지키느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라도 가고 싶다고 밝히면서다. "너는 오지 않는데, 집에 있으면 마음만 뒤숭숭하다"고 나지막하게 건넨 말이 유씨의 가슴을 쿡쿡 쑤셨다.


단순한 명절 후유증을 넘어 가족들이 없는 허전함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족 대명절마다 '빈둥지증후군(자녀 독립 후 부모가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을 통한 심리적 낙차가 노년층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18일 통계청에 확인 결과, 올해 1월 기준 대구지역 노인 인구는 49만4천명으로, 전체 인구 21%를 넘겼다. 이중 11만6천여명은 1인 가구다. 대구 노인 4명 중 1명꼴로 명절이 끝나면 다시 홀로 남겨질 수 있는 '빈 둥지' 가구인 셈이다.


이 같은 노년층 고립 현상은 쪼그라든 자녀 세대 현황과 궤를 같이한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대구·경북 청년층 혼인·출산 분석'을 보면 대구지역 1992년생 혼인자 중 2명 이상 다자녀 출산 비율은 31.4%다. 1983년생 혼인자(62.2%) 대비 절반 수준이다. 과거 여러 형제가 돌아가며 부모를 살폈다면, 이제는 외동 자녀가 온전히 돌보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대구의 경우 '빈 둥지'가 시발점이 돼 실질적 비극으로 이어질 위험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고독사 실태 조사 결과, 전국 고독사 사망자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구는 25.1% 급증했다. 특히, 대구시 자체 조사에선 노년층(65세 이상) 고독사 위험군 비율이 9.6%로 나타나, 지역 노인 10명 중 1명은 이미 고립의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3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승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달라진 명절 풍경도 빈 둥지로의 가속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점차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어서다. 농촌진흥청은 올해 설 연휴 귀향 의사를 보인 비율은 47.3%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집에서 휴식하겠다는 사람이 42.9%에 달했고, 여행을 계획 중인 비중도 9.8%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복지 시스템보단 자녀들의 '지속적인 연결'이 '빈둥지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계명대 의과대학 김정범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명절 이후 뇌가 느끼는 적막함과 상실감은 평소보다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를 상쇄하려면 평소 자주 교류하며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연락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가 명절 방문을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휴식을 선택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성과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울감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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