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대구 달성군 마천산 일대에는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히 번지며 산 능선을 따라 붉게 변색·고사한 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산림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피해목은 전국적으로 413만여 그루에 달하며, 이 가운데 경북이 186만5천여 그루(45.1%)로 가장 많았고 대구 역시 18만6천여 그루(4.5%)가 감염돼 두 지역만으로 전국 피해의 절반을 차지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방제 속도가 전염 확산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피해 범위가 워낙 넓어 무리한 일괄 제거는 산사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수년간에 걸쳐 감염 우려가 없는 수종으로 점진적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선충병은 단순한 병해충 문제가 아니라 산림 생태계와 산촌 경제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주는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목과 목재 유통 과정에서 감염목이 유입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이동 통제를 강화하고 예방 주사와 같은 선제적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매개충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개체 수까지 늘어난 현실에서 방제의 실효성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결국 소나무재선충병은 단기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장기 과제다. 국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종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제 전략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산림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의 생태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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