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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출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제609회
■ 가로열쇠1. 술래가 숨은 사람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놀이. 이것의 준말은 '숨박질'이지요.5. 집 안의 살림살이. 안식구가 맡아서 하는 살림살이. 이것의 준말은 '안살림'이지요.6. 새로 돋아난 초목의 잎.7. 새벽의 첫머리. 곧 이른 새벽. =꼭두새벽.8. 이것의 준말은 '아이' '애고' 등이 있지요. *○○○, 내 팔자야.10. 하얀 빛 또는 하얀 물감. '검정'의 상대어.11. 새의 깃에 붙어 있는 털. =우모.12. '배(식물의 씨 속에서 자라 싹눈이 되는 부분)'의 순 우리말.14. 우묵하게 빠진 곳의 가장 자리로, 약간 두두룩한 곳. *○○에 누운 소(속담)15. 군데군데 감은(빛깔이 새뜻하고 짙게 검은) 점이 있는 모양. 이것의 센말은 '까뭇까뭇'이지요. *온 볼에 ○○○○한 주근깨. 17. 어제의 밤. =작야. *○○○에 겨우 집에 도착했다.19. 대강 짐작으로 헤아림. *여기에 모인 사람은 ○○으로도 백 명은 넘겠다.20. 어느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 '표준어'의 상대어.21. 누런 흙먼지가 섞여 부는 바람.22. 지난날, 관아에 나아가 공무를 맡아보던 자리. 곧 관직을 이르던 말. *홍길동의 아버지는 판서 ○○을 지냈다.■ 세로열쇠1. 숨 쉬는 속도나 높낮이 따위의 상태. *○○이 고르다.2. 썩 이른 새벽. =첫새벽. *여행을 앞두고 ○○○○부터 수선을 떨다.3. 간사스럽게 아양을 떠는 사람. 간살을 부리는 사람.4. 사이와 사이. 이것의 준말은 '새새'이지요. *단풍잎을 책갈피 ○○○○에 끼우다. 7. 그 일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손을 대서 하는 것. 또는 그 솜씨. =초수. *시화전 기획이 ○○○로서는 괜찮은 편이었다.8. (주로 여자나 아이가) 귀염을 받으려고 일부러 하는 애교 있는 말이나 몸짓. *딸이 이제 네 살이라니 한창 ○○을 떨 때로군.9. 덩어리로 된 짐승의 고기. =육괴. 이것의 준말은 '고깃덩이'이지요.10. 하늘의 끝.13. 겉만 꾸미어 남을 속이는 일. *○○○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다.16. 여러 사람. 많은 사람. *○○○의 눈길을 끌다. 18. 밤에 내리는 이슬. *○○○ 맞는 놈. (속담) 19. 새끼를 낳은 동물의 암컷을 이르는 말. *○○ 돼지가 누워 있다. <응모요령>▨제609회 '임무출(한글학회 회원)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해답은 우편엽서를 이용해 3월25일까지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휴대폰 번호를 반드시 적어주세요)▨보내실 곳 : 대구시 동구 동대구로 441 영남일보 편집국 주말섹션부임무출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담당자 앞▨우편번호 : 41260<상품협찬>▲ 워터파크 스파밸리 자유이용권 1688-8511▲ 교감형 생태동물원 네이처 파크 이용권 1688-8511▲ 에코테마파크 대구 숲 이용권 (053)761-7400, 7401 ▲ 팔공산온천관광호텔 입욕권 (053)985-8080 ▲ 〈주〉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 스템3 앰플▲ 청도용암온천 대온천장 초대권 (054)371-5500 ▲ 청도 프로방스 포토랜드 초대권 (054)372-5050▲ 유황온천 워터파크 엘리바덴 이용권 (053)644-7000 <제607회 당첨자>▶권택율(대구시 북구 칠성시장로)▶지선희(대구시 수성구 범어3동)▶곽선호(대구시 동구 신천동)▶문홍숙(대구시 달성군 옥포읍)▶김수경(대구시 수성구 범어로)▶정태희(대구시 달서구 이곡동로)▶김경윤(대구시 북구 태평로)※'임무출의 우리말 알아맞히기' 당첨자에게는 협찬 상품 중 한 가지를 우송해 드립니다.
2021.03.05
[장우석의 電影雜感 2.0] 조성희 월드…단편작품으로 놀라움 준 괴물 신인, 10년후 K-SF 장르 확장
조성희 감독은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4년 동안 미대 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연극에 몰두했다. 2학년 때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번개'라는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고. 학부를 마치고 동기들과 '아이언 스튜디오'라는 CG회사를 차려 광고회사에 납품을 하거나, 한 제작사가 준비하던 괴수영화의 크리처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EBS에서 방영된 바 있는 올리브스튜디오의 '따개비 루'의 몇몇 에피소드를 연출한다. 그러나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 없이 반복되는 컴퓨터 작업에 지쳐가던 30세 무렵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로 들어간다. 혹독하기로 소문난 이곳에서 제대로 연출 수업을 받은 그는 단편영화 한 편을 만들어 단숨에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다.단편영화로는 꽤 긴 43분짜리 '남매의 집'(2009)은 지금 봐도 놀라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2009년 제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데, 이 영화제에서 대상 수상작이 나온 건 2002년 제1회 이후 7년 만이었다. 까닭은 심사위원의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으면 그해 대상을 '패싱'해왔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은 "진정한 선수가 한 명 나왔다"고 극찬했고, 배우 정재영은 "처음 만든 영화라는데 정말 대단하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해 칸 국제영화제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전주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까지 수상하며 단편에 주어지는 영예를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반지하방에 갇혀 사는 오누이에게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침입자가 찾아온다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미스터리를 증폭시키며 관객의 공포심을 키우는 대단히 독창적인 연출이었다.미쟝센 단편영화 대상작 '남매의 집'7년만에 만장일치 수상작 선정 주목철저한 비전·완결성 가진 '짐승의 끝'충무로 입성한 상업영화 '늑대소년'누아르·탐정물 현실화 '탐정 홍길동'한국 첫 우주 SF블록버스터 '승리호'할리우드 제작비 10분의1 수준 제작화려한 CG·VFX 기법 호평 받을만'짐승의 끝'(2010)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을 통해 제작된 영화로 '남매의 집'에서 보여준 상상력의 단초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모두가 사라진 세상의 끝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임신부의 모습을 통해 지구 종말의 끝에서 관객이 느낄 공포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시나리오에 반해 배우 박해일이 흔쾌히 출연을 약속했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미옥'으로 분해 시청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배우 이민지가 만삭의 '순영'으로 나와 고군분투한다. 개봉 당시 박찬욱 감독은 "묵시록적인 비전을 담고 있는 영화들이 하나의 장르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세상에 많이 있지만 이것보다 더 잘 만든 영화가 언뜻 떠오르지 않을 만큼 그 비전이 철저하고 완결성을 가진 영화"라 고 극찬한 바 있다.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부문과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독일에 수출되기도 했다. 이 놀라운 상상력을 뽐내는 영화의 제작기는 '발칙한 카메라의 이면'(씨네21북스 펴냄)이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늑대소년'(2012)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이어 만든 두 작품으로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조성희가 충무로에 들어가 만든 상업영화로 전작을 통해 기괴함과 폭력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인장을 기대한 일부 평단의 실망을 받기도 한 작품이었다. 배우 송중기와 박보영을 기용해 만든 판타지 로맨스물은 확실히 전작의 의도적인 불편함과는 전혀 다른 영화로 처음부터 관객이 공감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어떤 울림이 있는 영화를 해보자는 연출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변화였다. 조성희의 말을 빌리면 제도권에서 상업영화를 만들기 위한 어떤 타협이라기보다 애초의 콘셉트 자체가 '가족영화'였던 것. 덕분에 영화는 확장판으로 재개봉까지 하면서 706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은 군 복무로 3년 만에 복귀하는 배우 이제훈과 함께 고전소설 '홍길동'에서 가져온 캐릭터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안티 히어로로 변용해 연출한 하드보일드 탐정물이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한창 연출 수업을 받을 때 지도교수가 조성희에게 훗날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물었을 때 '말타의 매' 같은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단다. 누아르 장르와 탐정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현실화시킨 게 바로 이 영화인 것. 본격적인 추리에 주목하기보다 고독한 청년 탐정이 과거를 극복하고 진정한 명탐정으로 탄생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관객에게 속편에서 제대로 된 추리 액션을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전작에 비해 아쉬운 흥행 성적(143만명)으로 그런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었다.'승리호'(2020)는 지난해 텐트폴 시즌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을 계속 미루다 지난달 5일 결국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늑대소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송중기와 7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는 SF 영화의 불모지로 불리는 한국 영화계에서 '한국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를 야심차게 표방한 작품이다. 할리우드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제작비를 가지고도 화려한 CG와 VFX를 선보인 점은 호평 받아 마땅할 것이다. 거기에 스페이스 오페라 혹은 사이버 펑크 같은 SF의 많은 하위 장르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OTT 개봉으로 승리호가 구현해낸 우주 공간의 스펙터클과 사운드를 완벽하게 느낄 수 없는 건 내내 아쉽다.지나치게 클리셰를 남발한다든가, 억지스러운 유머 코드라든가, 신파 장면의 아쉬움이라든가 비판할 지점이 분명 있다. 그러나 나는 '승리호'라는 개별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는 '남매의 집'부터 시작해 '짐승의 끝'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거쳐 '승리호'로 이어지며 확장하고 있는 '조성희 월드'의 작품 세계가 더욱 흥미롭다. 영화평론가 듀나의 지적처럼 조성희의 영화들은 대부분 미성숙한 아이들의 상상과 경험을 기반으로 이뤄져 있다. 거기에 아이들을 지켜내고자 하는 어른들의 마음과 망가져 가는 세계 속에서 지켜내야 하는 가치를 중요하게 다뤄왔다. 무엇보다 그는 리얼리즘을 미덕으로 삼았던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장르적 확장에 앞장서왔다. '승리호'가 K-SF의 시발점이 될지 보다 조성희라는 드문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인장을 흐리지 않고 지켜나갈지 나는 몹시 궁금하다. 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조성희 감독장우석 (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합천 정양늪과 함벽루 연호사…눈부시게 잔잔한 수면위 내딛는 걸음마다 바뀌는 늪의 얼굴
그때 나는 이월의 경남 합천 정양늪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넋이 나간 것처럼. 늪은 물에 젖은 땅, 말하자면 물도 아니고 흙도 아닌 땅이다. 늪은 흙물이 시나브로 흘러 흙과 모래가 쌓이고, 둑을 만들어 된 아름다운 습지다. 또 늪은 더러움을 없애는 정화의 힘이 있다. 늪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인간마저 정화시키는 놀라운 자연생태의 보고다. 그럼에도 늪은 잉크 색으로 거울처럼 맑고 고요했다. 하늘의 구름이 내려와 쉬고, 바람마저 미끄러지는 수면은 깊은 명상에 빠져 있다. 정양늪은 1만년 전 후빙기 이후 바닷물이 높아지고 낙동강 물줄기의 퇴적으로 태어나 뭇생명을 품고 길렀다. 황강의 가지인 아천천의 배후습지이며, 자연경관이 매우 빼어나고 여러 종의 동식물이 살아가는, 우리가 가꾸고 지켜야 할 소중한 습지다. 그리고 지금은 해시계의 시침처럼 수많은 겨울철새 큰고니, 큰기러기, 흰뺨 검둥오리, 청둥오리들이 햇빛 따라 애면글면 움직이고 있다. 햇빛이 잔잔한 수면에 반사돼 눈이 부시면서도 파란 늪의 물은 어디선가 꼭 본 듯한 환상을 불러왔다. 영화 '부활'에서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예수의 눈이 저렇게 파랗고 깊었다. 저 늪은 하늘의 눈(目)인지 모른다. 인간이 버린 더러운 물이 늪에 와서 맑아지고 씻어지듯이. 인간의 죄악이,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예수의 눈 속에서 맑아지고 씻어지는, 그런 영성(靈性)의 눈(目)이 늪인지 모른다. 그렇게 정양늪은 땅과 하늘, 인간을 고리로 해 정화하는 자연의 눈물이기도 할 것이다. 수면 위에 설치한 데크길을 들머리로 걷는다.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늪의 속살은 단지 하얀 평화가 아니다. 거기는 기하학 같은 먹이사슬의 미로가 있다. 우거진 줄과 갈대, 늪에 살고 있는 토종붕어와 가물치, 천연기념물인 붉은배매새와 말똥가리, 야생생물 1급인 수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 큰고니, 큰말똥가리, 금개구리, 황조롱이 서식지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정말 높은 장소다. 합천 정양늪인간마저 정화시키는 생태의 보고수면 데크길 걸으며 내려다보면먹이사슬 미로로 얽힌 늪의 속살장군주먹과 발자국 바위 전설 닿아낭만적 황톳길까지 이어진 둘레길 레포츠 공원과 갈림길이 나오고, 그 길로 가도 서로 만나 하나의 길이 된다. 걷는 거리가 변할때마다 늪의 얼굴도 바뀌고 더욱 다양하다. 돌로 다듬은 징검다리를 건넌다. 마름, 노랑어리 연, 검정말도 보이는 것 같다. 늪이 내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갑자기 늪의 의식이 된다.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하늘도 바람도 되새떼도 조개구름도 얼마나 많은 처음의 언어와 자연이 수면에 담기는지. 아 아 정양늪은 흰 낮달, 전설, 그리고 인간의 피로한 이야기로 잔물결을 일으키기도 한다. 야자 매트 길을 걷는다. 길은 어디에도 있고, 시간의 대부분은 길로 메워지기도 한다. '장군 주먹과 발자국 바위 전설'에 닿는다. 안내판을 간추리면 "신라와 백제 군사가 정양늪을 마주보고, 즉 대양면 하회마을 뒤 산성(신라)과 고소산성(백제)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른 아침 신라 장수가 진지를 둘러보기 위해 용주면 성차골 먼당(산먼당 준말, 산마루 경남 방언)에서 출발해 용주면 안버러실 먼당에 첫발을 디딘 후 하회마을 참 먼당의 바위에 오른발을 디디며 생긴 발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어 이를 장군 발자국 바위라고 한다. 이때 몸이 미끄러지면서 정양 늪에 빠지게 되었는데, 손을 뻗어 주먹으로 바위를 짚으면서 위기를 모면했고, 그때 주먹으로 짚은 자국이 이곳에 남아 있다 하여 장군 주먹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참 아슴아슴한 전설이다. 다시 징검다리를 건넌다. 여기부터 토사길이다. 어디에서 철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너무 아름답다. 미국 보이저 우주선이 목성을 지날 때 우주의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 그 음악을 들은 미국 우주항공국 종사자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러다고 한다. 그 철새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부르르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정양리 하회마을 입구까지 가로수가 낭만적인 황톳길을 걷는다. 늪은 물의 지느러미를 파닥이면서 번득이고, 물비늘 부딪치는 소리가 나의 마음에 긴 맥놀이를 남긴다. 신(神)의 사랑이 들어 있는 늪의 물이 곧 말(言語)이다. 늪에 말을 던진다. 늪은 알아듣고 아름다운 물결무늬로 암각화를 그리며 퍼져 나간다. 모두 3.2㎞인 둘레길을 걷고 공원주차장에 닿는다. 그맘때쯤 오늘 안내 설명을 해주신 정양늪 생태공원의 공무직 김한성씨,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강봉자 계장님, 김수진님에게 감사드리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여기서 마치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1㎞ 더 걸어 황강 가 절경인 함벽루 연호사에 도착한다. 저 황강은 언제부터 흘렀을까. 강은 때론 홍수에 범람하고 물길을 돌리면서 유역에 풍부한 자양분의 토사를 뱉어 놓는다. 그 비옥한 토양에서 농경을 터득한 인류는 곰비임비 문화와 역사를 만들고 이어갔다. 굽이굽이 돌아 흐르는 강은 그지없이 아름답다. 데크길에서 함벽루에 오른다. 기암절벽 공간에 자리한 함벽루, 바로 앞에 황강이 흐르고 강 건너 모래밭과 더 멀리 수려한 산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린다. 그 멋진 풍경에 감탄한다. 함벽루와 연호사기암절벽 공간에 자리잡은 함벽루 황강·수려한 산 배경 한폭의 그림시인·묵객 찾아와 人文 즐기던 곳연호사 몽환적 뷰 포인트에 감탄세상 온갖 번뇌 망상 떨치고 정화함벽루는 고려 충숙왕 8년(1321년) 함주 주지사 김영돈이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함벽루를 만들 당시 황강에 큰 나무가 많이 떠내려와 사람들이 나무를 건져내 정자를 세웠다 한다. 특히 함벽루에서 정양호를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이어서 많은 시인(詩人) 묵객(墨客)들이 찾아와 시흥(詩興)으로 인문(人文)을 즐겼던 장소다. 이들 중 이황·조식·송시열 같은 조선시대 명유(名儒)들의 글이 누각 현판에 걸려 있다. 또한 누각 뒤편 암벽에 함벽루라고 새긴 송시열의 글씨가 있다. 누각은 정면 3칸, 측면 3칸, 들보 5량으로 된 목조 기와집이며, 특히 누각 처마의 물이 황강에 떨어지도록 배치된 점이 유명하다. 함벽루는 그 이름과 같이 하늘의 푸름, 강의 푸름, 나무의 푸름이 어우러져 인간의 감정을 적시는 절세의 경승지다. 그중 합천 출신이고 당대에 문명을 떨친 조식 선생의 초서체 현판을 번역해 본다. '喪非南郭子(상비남곽자: 남곽자처럼 무아경에 이르지 못해도) 江水渺無知(강수묘무지: 강물은 아득하여 알 수가 없네) 欲學浮雲事(욕학부운사: 뜬구름의 일을 익히려고 하나) 高風猶破之(고풍유파지: 굽 높은 바람이 오히려 흩어 버리네)'. 남명 조식 선생의 높은 시(詩) 경지를 어떻게 짐작이나 하겠는가만 그냥 탄식하며 읊조려 본다. 바로 곁의 연호사는 조금 더 높은 곳으로 몽환의 뷰 포인트다. 먼 산의 경치가 어른거리고, 더 넓어진 황강이 세월을 잊고 유유히 흐른다. 강물에 그 비경을 담그고, 세상사 온갖 번뇌 망상을 떨쳐버리니, 연호사는 부처님의 대장경으로 활짝 피어 있다. 황우산 황소가 황강에 물을 마시고 있는, 즉 황우음수 혈인 소머리에 법당이 있다. 극락전에 들어가 예불을 한다. 극락(極樂)은 활활 타는 마음의 불이 끄진 고요한 상태를 말한다. 인간 마음에는 항상 애증(愛憎)이라는 욕망의 불이 끊임없이 타고 있다. 그러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불교는 자심반조(自心返照)다. 언제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깨달음으로 마음의 불을 끄는 것이다. 연호사의 창건을 짚어본다. 삼국시대 합천 대야성은 전략적 요충지였다. 신라 선덕왕 11년(642년) 백제 의자왕의 명을 받은 윤충 장군이 일만 병사로 대야성을 급습 함락했다. 이때 신라 장병 2천명과 김춘추의 사위 성주 김품석과 딸 고타소랑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 그 이듬해인 643년 대야성 전투 희생자들 넋을 기리기 위해 와우 선사가 연호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삼성각을 살펴보니 한줌 강바람에 풍경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그 애잔한 소리와 이악스런 풍경으로 등골에 성에가 핀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 나오면서 하루 행적에 무한 감동을 느낀다. 트레킹은 감사함을 배우는 것이다. 하늘에 행복을 내려달라 했더니 먼저 감사함을 배우라 했다. 김찬일 시인 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 여행사진 작가 ☞문의: 경남 합천군청 환경위생과(055)930-3298, 3342☞주소: 합천군 대양면 대야로 730☞트레킹 코스: 생태학습관-데크길-장군주먹바위-징검다리2-생태학습관-함벽루-연호사☞주위의 볼거리: 합천댐, 합천박물관, 조식 선생 생가터, 전두환 대통령 생가, 오도산 자연휴양림, 화양리 소나무, 해인사한폭의 풍경화를 그리는 정양늪의 오후.정양늪 생태학습관.황강과 절경의 함벽루의 풍경.함벽루와 이어지는 연호사 경관.함벽루 뒤 석벽에 새겨진 우암 송시열의 글씨.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이미애의 문화 담론] 잊힌 향인 정조문…일제가 약탈한 우리 문화유산 환수에 평생을 바치다
"예천 사람 정조문을 아시나요?" 몇 해 전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한 미술사학자가 전한 얘기다. 예천 사람 정조문(鄭詔文·1918∼1989)은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재일동포.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파친코업계의 대부로 알려져 왔다고 한다. 얼핏 듣기엔 미술사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인물이었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그는 10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부모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서 성장했다고 한다. 배운 것도 없이 등짐을 나르는 부두노동자로 전전하다 1950년대 초반 일본이 한국전쟁 특수를 누릴 때 주일미군 사이에 유행한 슬롯머신, 즉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어 떼돈을 벌고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평소 봐왔던 호텔 석조장식물조선밀반출 유산 알고 큰충격열도에 산재한 우리 문화유산30여년 걸쳐 1700여점 사들여日법률 묶여 국내 못들여오자교토 고려미술관 건립해 보존불법반출 문화재 돌려주는 獨日도 반환 모범사례 본받아야냉각된 한일관계 풀려 나갈것그러나 그는 칠순에 생을 마칠 때까지 한 번도 고향을 찾지 않았다. 이념 성향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한·일 국교 정상화 후에도 이념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맨주먹으로 거부의 반열에 오른 철저한 자본주의자였다. 이후 돈이 남아돌자 달항아리를 비롯한 조선백자에 심취하다가 마침내 석조(石彫)유물에까지 눈을 돌리게 된다. 그 당시 도쿄의 유명한 오쿠라 호텔이나 뉴오타니 호텔 등 특급호텔에는 조선시대 문인석(文人石)·무인석(武人石)·석등(石燈)을 정원 장식용으로 버젓이 전시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이 호텔을 드나들며 무심히 봐왔던 이들 석조 장식물이 뜻밖에도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밀반출된 약탈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일본 열도에 산재해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면 무조건 사들였다고 한다. 불법 유출된 우리 문화유산을 되찾아야겠다는 집념에서 마침내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 그가 195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에 걸쳐 수집한 우리 문화유산은 모두 1천700여 점. 그러나 문화재 반출이 금지된 일본 국내법에 묶여 우리나라에 들여오지 못하고 개인 박물관을 세워 보존하다가 작고했다. 일본 교토의 '고려미술관'이 그가 세운 박물관이다. 고려미술관 입구에는 좌청룡·우백호를 상징하는 문인석과 무인석이 수문장처럼 우뚝 서 있고 너른 정원에는 석등과 석비 등 각종 석조유물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그가 박물관 이름을 굳이 '고려미술관'으로 고집한 것도 이념성향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념을 떠나 우리 문화유산 보존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게다가 자신을 소개할 때마다 '예천 사람'임을 강조할 만큼 애향심도 강했으나 정작 잊힌 향인(鄕人)이 되고 말았다. 일제 강점기 불법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유산 환수 문제는 광복 이후 줄곧 제기돼 왔으나 아직도 한·일 양국 간에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강점기 당시 정당한 절차를 밟아 반출한 문화재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문화재 대부분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동안 양심적인 소장가들이 기증형식으로 반환한 일도 더러 있었으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최근에도 한국의 민간단체 '우리옛돌문화재단'이 보기 드문 조선조의 무인석과 석등, 수병(水甁) 등 문화유산 8점을 되찾아왔다. 기증자는 오자와 데리유키(尾澤輝行). 1920년대 군수산업을 일으켜 부를 축적한 그의 외조부가 조선에서 수집해 정원석으로 사용해 왔다고 했다. 소장가 오자와는 3대째 이 석조유물을 관리해 왔으나 "조선시대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에서 옛돌문화재단에 무상으로 기증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석조문화유산인 문인석과 무인석은 왕이나 왕비가 세상을 떠나면 생전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거대한 바윗돌을 깎아 만든 등신상의 조각품으로 왕릉 주위에 세우는 일종의 능지기이자 수호신이다. 문인석은 조복(朝服)을 갖춘 문신(文臣)의 머리에 관모(冠帽)를 쓰고 양손에 홀(笏·패)을 든 능묘(陵墓) 조각상이다. 흔히 장군석으로 불리는 무인석은 갑옷 차림에 투구를 쓰고 검(劍)을 쥔 호위무사의 상징으로 왕은 사후에도 문무백관을 거느린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통일신라(676년) 이후 제정된 왕실의 능묘제(陵墓制)가 효시로 성덕왕릉과 흥덕왕릉의 문인·무인석이 대표적인 능묘 조각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고려조를 거쳐 유교 문화를 꽃피운 조선조 후기에는 왕실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정승·판서 등 벼슬아치들의 묘지에도 문인·무인석을 세웠다고 한다. 게다가 사대부가에서는 묘지 좌우에 망주석(望柱石)을 세우는 풍습이 생겨나 망주석 능묘조각은 현대에도 미풍양속으로 전해지고 있다.석조유물은 요즘에도 전국 곳곳에 방치돼 있으나 사람들은 흔히 눈에 띄는 석물(石物)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봐 넘기고 있다. 시중에는 기계로 깎아 만든 각종 석물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 조상들은 돌을 단순한 돌로 보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갈고닦아 훌륭한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후세에 남겼다. 일제 강점기 거류민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일본인들은 이런 석조유물을 수집해 일본으로 실어날랐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우리 석조유물에 유달리 관심이 높았다. 정원석으로 사용하는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우리 민족의 반일감정을 우려해 문인석과 무인석의 수집 및 반출금지령을 내리자 흔한 석등과 망주석에 눈독을 들였다고 한다. 일본 열도는 고온다습한 기후여서 석조 유물을 정원에 배치해두면 습기를 막을 수 있고 정원의 운치를 높여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게다가 문·무인석이나 12지상은 집과 가족의 안위를 지켜주는 벽사수복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연유다. 현대에도 1970년대엔 일반 묘지의 망주석까지 뽑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일도 많았다고 한다. 일본은 광복 이후에도 우리 문화유산을 가져가기만 하고 되돌려줄 줄 몰랐다. 그러나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독일은 달랐다. 독일 연방정부는 2020년 한국의 문인석 한 쌍이 불법 반입된 사실을 밝혀내고 자진해서 한국 정부에 되돌려 주었다.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은 동아시아 문화재 수장고의 미술품을 점검하던 중 16∼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을 발견하고 반입 과정을 조사했다.그 결과 1983년 서울에 주재하던 독일인 사업가가 인사동 골동품상에서 매입해 귀국할 때 이삿짐 컨테이너에 숨겨 들여온 것을 1987년 박물관에서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남의 나라 귀중한 문화유산이 불법 유출된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반환키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세계 각국의 문화재 불법 반출과 양도를 금지한 유네스코 국제협약 정신을 살린 독일 정부의 모범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강자의 논리로 남의 나라 역사까지 왜곡한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의 문화재 반환 결정을 본받아야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제대로 풀려나갈 것이다.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고려미술관 앞 문인석과 무인석.고려미술관 내 오층석탑과 석등.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미술학 박사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조선잡사'...조선 시대 천대받던 공상 직업인들의 이야기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사농' 말고 '공상'의 직업을 주제로 다루었다. 강문종 외 3명의 저자는 대학은 달랐지만 모두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저자들은 조선시대의 사농(士農)을 제외한 공상(工商)의 직업 67가지를 가려 뽑아 관련 일화를 정리해 '조선잡사(朝鮮雜史)'라고 책 제목을 정했는데, 이것은 '잡(job)'의 역사이며, '잡(雜)'스러운 역사라고 밝히고 있다. 67가지의 직업 중에서 특이한 직업 몇 개를 보면 먼저 여성 직업으로 '수모'가 있다. 수모는 수식모(首飾母)의 준말로 지금의 여성 헤어 디자이너다. 여기에 화장과 의상도 담당해 부잣집 혼례에는 빠질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다음으로 극한직업의 하나로 '월천꾼'이 있었다. 월천꾼(越川軍)은 섭수꾼(涉水軍)이라고도 하는데, 교량이 드물던 시절에 길손을 등에 업거나 목말을 태우고 시내를 건너준 뒤 품삯을 받는 직업이었다. 물론 가마나 무거운 짐도 옮겼다. 월천꾼은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여름철 시냇물이 불어날 때나 얼음이 단단하게 얼기 전과 녹기 시작하는 대목에 주로 일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특이한 직업으로 '거벽'이 있었다. 거벽(巨擘)은 과거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주는 일종의 대리 시험 전문가다. '정조실록'에 따르면 영남의 거벽 유광억은 부잣집 아들의 과거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합격시켜 주고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조선 시대에는 멀리 여행할 때 말을 빌리는 것을 세마(貰馬)라고 했다. 당시 말은 노비보다 더 비쌌다고 한다. 말을 먹이고 관리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말을 소유하려면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그래서 말을 빌려주는 서비스업자를 세마꾼 또는 세마부라 불렀다. 지금의 렌터카 비슷한 운수업자다. 세마를 내면 견마잡이라는 말몰이꾼이 따라붙었다고 한다.조선의 기술자와 전문직 중에서 그런대로 짭짤하게 인정받은 직업은 종이를 만드는 지장(紙匠)과 인삼을 팔러 중국으로 가는 역관(譯官) 정도였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사람의 생활 속에는 종이가 특별히 많이 필요했다. 책과 편지는 물론이고 벽지, 장판, 창호지에 종이로 만든 옷과 갑옷을 비롯해 쓰이지 않는 데가 없었기에 초상이 나면 종이로 부조하는 풍습도 있었다.조선의 역관은 사신을 보좌하며 통역을 비롯해 현지 관리와 접촉하는 다양한 실무를 맡았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급료나 필요경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짊어지고 다닐 만한 분량인 인삼 여덟 자루(약 80근)를 거래할 권리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역관들은 이 인삼을 중국이나 일본으로 가져가 비싼 값에 팔고 양반들이 필요로 하는 서적이나 비단·모자 등의 사치품을 국내에 들여와 되파는 중개무역으로 큰 부를 얻었다. 이 밖에도 사형집행자 '회자수', 분뇨처리업자 '예덕선생', 소설 읽어주는 남자 '전기수', 소매치기 '표낭도', 군대 대신 가는 '대립군' 등 희한한 직업도 있었다.조선에서는 선비와 농부 이외의 모든 공상업인은 천시의 대상이었다. 막상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직업인이었으면서도 한없이 갈취당하고 무시당했다. 그래서 우리의 산업은 피폐했고 국력은 허약했다. '조선잡사'를 읽어보면 조선 시대에 공업과 상업에 종사했던 선인들의 슬픈 역사를 엿볼 수 있어서 가슴 아프다.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 대구독서포럼 이사(강문종·김동건·장유승·홍현성 지음, 민음사, 2020.10, 343면, 1만8천원)
3월7일(일) TV 편성표
3월6일(토) TV 편성표
3월5일(금) TV 편성표
대구·경북 오늘의 날씨(3월 5일)
[자유성] 미나리가 제철인데…
미나리가 한창이다. 청도, 팔공산 등 대표적 미나리 산지에서는 제철 맞은 미나리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나리는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꽃이 피는 늦여름과 겨울 이외에는 수시로 수확이 가능하다. 맛과 향이 뛰어난 것은 물론 강장, 이뇨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관심이 집중된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특히 봄에 돋아나는 보드라운 미나리는 맛이 일품이다. 삼겹살과 먹어도 좋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감칠맛 있다.책 '약이 되는 산나물 들나물'에서는 미나리를 근성있는 식물로 평가하고 그 근성을 한겨울 추위를 극복한 데서 찾는다. 진흙탕에서도 때 묻지 않고 자라나는 심지,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 가뭄에도 살아남는 강인함, 겨울철 칼바람과 대결하는 결기가 미나리 특유의 맛과 영양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겨우내 추위에 떨어진 입맛을 미나리가 살짝 돋아줄 즈음 영화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상이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 한인가정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스티븐 연)과 아내 모니카(한예리) 부부는 농장을 일구기 위해 아칸소주로 이주하고,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건너온다. 이때 순자가 가지고 온 게 미나리 씨다. 그의 말처럼 미나리는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먹을 수 있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먹고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순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민자 가족의 삶을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미나리에 대입해 보여준다. 3일 국내 개봉된 이 작품이 지난해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기생충'과 같이 아카데미에서도 쾌거를 거두길 바란다. 김수영 논설위원
[이재윤 칼럼] 뻔한 부실공사에 30조? 당장 멈춰라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 됐다. 일주일 동안 궁금한 게 있었다. 대구경북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느냐다. 솔직히 그 의지가 의심스러웠다. 의지만 있다면 가덕도신공항을 막을 수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연동되는 문제여서가 아니다. 뻔한 부실공사에 30조원 쏟아붓는 부조리를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전문가 모두가 반대한 일이다. 비전문가 정치인이 우격다짐 밀어붙인 특정지역 특혜법이다. 가덕도는 외지인과 오거돈 일가의 투전(投錢)으로 점령된 지 오래다. 땅값이 25배나 올랐다. 돈은 국민 세금으로 내고, 개발이익은 이들이 향유하게 생겼다. '가덕도신공항이 국가대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면, 대한민국의 국가대계는 사상누각이다. 진짜 문제는 이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강은미 정의당 비대위원장) 다행히 '실제'와 '명분' 모두 완벽히 대구경북의 편이다. 이런 적 별로 없었다. 명분 싸움에서는 일방적 승리를 거두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부산·울산·경남의 지역민조차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리얼미터)이라 했겠는가.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막을 법적·절차적 근거는 차고 넘친다. 국토부·국방부·해수부·환경부·법무부 등 관련 부처 모두 반대했다. 예타 문턱조차 넘기 쉽지 않다. 기재부 공무원들이 감옥 갈 각오하지 않으면 예타 면제 못 한다. 비용 대비 효용을 따지면 답이 없다. 정확한 비용추계 한번 없었다. 사전타당성 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공역 중첩, 난공사, 대규모 매립 및 환경파괴, 부등침하 우려를 모른 척할 수 없다.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국토부) 수준이다. 매립 공사에만 6년 이상 걸린다는데 무슨 수로 2030년 개항하겠나. 수면 아래로 66m 매립하고 수면 위로 40m 이상 쌓아 올려야 한다. 성장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4년 전 프랑스 공항 설계 전문가들이 '최하위'라고 판정내린 사안이다. 이 모든 절차를 무시한 가덕도특별법은 가히 '올마이티(almighty·전지전능한)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현장에서 "2030년 이전 완공 위해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장관을 닦달한 건 어처구니없다. 공직자들이 또 감사받고, 검찰에 불려가고, 재판정에 서는 비극을 되풀이하려는가.괴물이 된 선거용 특혜법. 중단해야 한다. 일은 그저 이뤄지지 않는다. 너무 늦지 않게 전열을 정비하고 의지를 모아야 한다. 당장 가덕도 길목마다 법적·절차적 그물망을 촘촘히 쳐야 한다. 누가 하겠는가. 여론은 우리 편인데 나설 사람이 없다. 눈 씻고 찾아도 대구시와 경북도, 지역 국회의원밖에 없다. 우리의 약점은 부족한 정치역량. 정치적으로 풀려 하면 실패한다. 부·울·경에 말려든다. 세가 밀리니 정치적으로는 이길 수 없다. 대선 공약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넣는다고? 한 번 속고도 또 속으면 바보다. '가덕도 주고 실리 챙기자'는 구상은 잘 됐는가. 닭 쫓다가 지붕 쳐다보는 신세 됐다. 그 열패감이 이번 사달로도 부족했나. 어쩌다 '대선공약' 받아냈다고 치자. 그 공약이 정말 실현되리라 믿는가. 칼자루 쥔 부·울·경 정권의 선의에 통합신공항 운명을 맡기는 꼴이다.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멤버로 이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민의힘 송언석(김천) 의원이 예견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 '대선공약' 모두 여의치 않다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 관철을 위해 끝까지 싸우되 '여의치 않은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어떤 플랜B를 가지고 있나.논설실장논설실장
[사설] 대선 1년 앞두고 사실상 출사표 던진 윤석열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의를 밝혔다. 대검찰청사 현관 앞에 원고 없이 기자들 앞에 섰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이다. 윤 총장은 여당 후보를 위협하는 거의 유일한 잠재적 후보다. 20대 대선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사퇴의 변에서 '정계 진출→대권 도전'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검찰 현안이 산적한데 갑자기 사의를 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러 논란을 접고 너무 늦지 않게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대선을 1년 앞두고 강을 건넌 윤석열, 전날 찾은 '마음의 고향' 대구에서 그의 대선 시계가 움직인 셈이다.윤 총장은 이날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에 반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엿보였다.윤 총장은 대구에서 "내가 총장직을 지키고 있어서 중수청을 도입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 한다.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냐"고 해 주변을 긴장시켰다. 사퇴설이 급속히 퍼졌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발언도 '사퇴 임박' 추측에 힘을 보탰다. 거대 여권과 싸울 방법이 사실상 없는 데 대한 좌절감이 컸을 것이다.앞으로 '대선주자가 지휘한 수사'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반(反)문재인'의 상징이다. 민주당 스스로 만든 치명적 버그라고 한다. 인기도 좋다. 심리적으로는 '윤석열 정당'이 존재한다는 말까지 돈다. 그러다 실패한 사람이 한둘 아니다. 지금까지는 검찰을 위해 직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다음 내디딜 첫걸음은 '검찰의 동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서 경험했던 강렬했던 옛 시간과 결별해야 한다. 검찰과는 전혀 다른 광야가 기다린다.
[사설] 대학생 모임發 코로나 여전, 좀 더 참아야 한다
지난 2일 대학 개강 이후 대구지역 대학가 주점이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한다. 개강 첫날 밤 대학가의 일부 가게 앞에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학생들이 몰린 모습이었고 가게 안은 테이블이 밀접한 상태여서 서로 등이 맞닿을 정도였다. 4인 이하 모임만 허용하는 현재의 방역수칙이 무색한 상황이다. 주점이나 음식점 업주들은 모처럼의 활기가 반갑겠지만 대구시 등 방역 당국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오랜 칩거·단절에 지친 경계심이 급우들을 만나면서 그만 풀려버린 것이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심히 우려스럽다. 대구 북구 대학생 지인 모임으로 인한 집단 감염 여파가 여전한 상황 아닌가. 지구촌이 백신을 접종 중이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해서 아직 마음을 놓아선 안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은 텍사스주와 미시시피주 지사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및 점포 100% 영업 허가 조치를 내렸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브라질은 하루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서고 넘치는 환자로 병상 부족 조짐을 보이자 상파울루시에 대해 2주간 최고 수준의 봉쇄령을 내린 상태다. 이웃 일본도 하루 신규 확진자가 1일 698명, 2일 888명에서 3일 1천244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외출 자제와 음식점 영업시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 긴급사태 재연장을 검토하는 중이다.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코로나 상황이 나은 편이다. 미국은 3일까지 51만1천87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은 3일 기준 9만1천240명 감염에 사망자는 1천619명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느슨해진 방역 의식을 빨리 다잡지 않으면 불행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방역을 재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의료진 위주의 백신 우선접종 순위에 교사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현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백신이 널리 보급되기 전, 더 많은 변이가 나타나기 전의 막판 규제와 국민 개개인의 방역수칙 준수가 필수 요소라고 했다. 명심해야 한다.
3월4일(목) 케이블·위성TV 편성표
202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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