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가장 정주 여건이 좋다고 알려진 수성구의 녹지 인프라는 어느 정도일까. 산림청의 '1인당 도시숲 면적률' 자료를 보면, 대구 9개 구·군 중 수성구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0.16㎡에 불과하다. 남구(30.46㎡), 달성군(18.96㎡), 달서구(15.19㎡), 동구(10.22㎡)에 이어 5위다. 대구 전체 평균(12.48㎡)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다. 수성구 시지지구 아파트 단지에 인접한 천을산(해발 156m)의 존재 가치는 더 소중하다.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천을산 숲길 초입. 본격적인 산길에 접어들자, 도심의 후텁지근한 열기는 이내 자취를 감추고 짙은 녹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최시웅기자
◆ 주민들의 도심 속 휴식처, 천을산
지난 25일 오전 찾은 천을산 초입엔 노란 꽃무리가 군락을 이뤘다. '천을산 숲길' 입간판을 지나 산길에 접어들자, 짙은 녹음이 우거졌다. 소나무 숲 사이에 설치된 평상에선 주민들이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일부 시민들은 체육시설에 올라 운동을 했다. 숲길의 백미는 산 정상 직전 마주하는 전망쉼터다. 데크 난간 아래로 푸른 금호강 습지와 기다란 철길이 펼쳐졌다. 천을산 정상부는 2003년 대구 최초로 새해 해맞이 행사를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날 자녀와 등산 중이던 이민주(34)씨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잠깐 걸어오면 깊은 소나무 숲과 탁 트인 조망을 볼 수 있어 좋다. 아이들에게도 도심 안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했다.
<사>자연보호중앙연맹에 따르면 천을산 소나무 군락은 인근 달구벌대로와 철길에서 발생하는 도심 소음을 흡수하고 차단하는 능력이 뛰어난 공간이다. 경사가 완만한 흙산이지만 안정적인 식생 덕분에 토양 유실을 방지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금호강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를 도심 내부로 유입시켜 시지지구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천을산에서 맨발로 등산 중인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최시웅기자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천을산 전망데크에서 내려다 본 풍경. 최시웅기자
◆ 4억 투입한 등산로, 입구는 경작으로 혼잡
수성구청은 천을산 가꾸기에 공을 많이 들여왔다. 2023~2024년 사업비 4억4천200만원을 투입, 총 5.8km의 등산로 노면을 정비했다. 보행 약자를 위한 야자매트(750m)도 새로 깔고, 원두막쉼터·평상도 배치했다. 맨발 황토길도 잘 정비돼 있었다.
하지만 진입로 주변 상황은 눈에 많이 거슬렸다. 고산역 방향 최단 거리인 서편 진입로엔 무분별하게 확장된 사설 경작지들이 진을 쳤다. 경계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잡한 울타리와 검은색 차광막이 가득했다. 진입로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천을산 진입로 중 한 곳은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개인 경작지로 인해 가로막힌 상태였다. 최시웅기자
25일 오전 대구 수성구 천을산 주진입로 주변은 개인 경작지들이 가득 채우고 있어 길을 찾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최시웅기자
동편 주진입로 상황도 매한가지다. 경작지와 농사용 장비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등산로를 찾기가 힘들었다. 산에서 만난 주민 박천수(68)씨는 "등산로 입구에 경작지가 난잡하게 자리 잡은 탓에 미관상 좋지 않다. 공공 공간이니 깔끔하게 분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산 사유지에 대한 타 지자체 대응은 수성구가 참고할 만 하다.경북 영주시는 도시공원 내 사유지를 전량 매입하는 '사유지 제로(Zero) 대책'을 추진했다. 서울시는 토지 소유주와 무상 부지사용계약을 맺는 대신 소유주에게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수성구청 공원녹지과 직원은 "천을산 진입로 인근 경작지는 대부분 사유지다. 불법 경작 행위는 계고 등을 통해 정비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행정력을 투입하는 데 다소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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