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세븐일레븐 대구 중리체육공원점 점주
"19시간 노동하는 1인 점주는 노동자인가, 사장님인가"
나는 동네 편의점을 운영한다. 손님들은 나를 '사장님'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호칭을 들을 때마다 입가에는 씁쓸한 웃음이 번진다. 하루 19시간, 편의점이라는 감옥에 갇힌 나는 과연 사장님인가.
매일 아침 6시 셔터를 올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청소와 물류 검수, 진열대 정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낮에는 상품 주문을 하고 계산대를 오가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일일이 확인한다.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면 모든 일정은 마비된다. '오늘까지만 하겠습니다'라는 문자 한 통을 끝으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나는 휴식 없이 몇 배의 노동을 감당해야 한다.
캄캄한 밤 문을 닫고 정산을 마치면 새벽 1시를 넘기기 일쑤다. 그렇게 하루 19시간, 편의점이라는 좁은 공간은 나의 일터이자 감옥이다.
만약 내가 근로자였다면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그러나 나는 '사장'이다.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다.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법의 보호를 받지만, 자영업자의 노동시간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영세 자영업자가 마주한 가혹한 현실이다.
"대기업 사장과 1인 점주를 같은 '사용자'로 묶는 법"
법과 제도는 자영업자를 '사용자' 또는 '사업주'로 규정한다.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하고 직원을 고용한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편의점 점주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직원 한 명이 그만두면 당장 내가 야간근무를 서야 하고, 단 하루만 문을 닫아도 매출이 사라지는 생계형 종사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법은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과 아르바이트생 한두 명이 전부인 동네 편의점을 같은 '사용자'라는 하나의 틀 안에 묶는다.
규모 있는 기업에는 인사팀, 노무팀, 법무팀이 있지만 편의점 점주는 근로계약서 작성부터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관리까지 혼자 감당해야 하는 '1인 경영자'다.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키고 싶다. 하지만 규정은 복잡하고, 현실은 그것을 완벽히 이행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선의로 직원을 배려했던 일이 도리어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복잡한 규정 하나가 과태료나 행정처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법은 보호막이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최저임금은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뜨겁다. 2027년 최저임금 협상이 시작됐지만, 그 최저임금을 직접 지급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은 누구도 묻지 않는다.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법으로 보장되지만, 자영업자의 '최저소득'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점주들이 적지 않다. 직원 급여를 주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고, 폐업을 막기 위해 노후 자금을 꺼내거나 대출을 받는 것이 보편적인 일상이 됐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는 결코 후퇴해서는 안 될 시대적 가치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적 간극'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영세 사업주의 생존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어느 한쪽의 희생 위에 다른 한쪽의 권리가 세워져서도 안 된다. 현재의 일률적인 법 적용은 오히려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갈등만을 증폭시킨다.
노동자는 보호받고 영세 사업주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넘어, 양측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상생의 제도적 틀'을 고민해야 할 때다.
오늘도 누군가 나를 '사장님'이라 부른다. 하루 19시간을 일하고도 최저임금보다 적게 벌며,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용자로서의 책임만 짊어진 사람. 나는 여전히 묻고 싶다.
"나는 정말 사장입니까."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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