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동문화마을협동조합 서관교 이사장(오른쪽)이 서관태 실장이 천연기념물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을 함께 거닐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난 12일 오후 3시쯤 대구 불로동에서 소하천(불로천)을 따라 10분여간 차로 달리자, 회색빛 도심 풍경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빽빽한 건물 대신 주택들이 띄엄띄엄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뒤 짙은 녹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걷다보니 절벽을 따라 측백나무가 우거진 거대한 숲과 마주했다.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 측백나무 숲이다.
이날은 가랑비가 잠시 내린 탓인지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 향취는 평소보다 코끝을 더 자극했다. 새들의 지저귐도 쉼없이 귓가에 울렸다.
언뜻 보면 그저 나무가 우거진 평범한 야산처럼 보이지만 도동 측백나무숲이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이곳엔 높이 5~7m 규모의 측백나무 1만 4천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측백나무 자생지의 남방한계선에 자리한 식물분포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숲 주변 산책로에 이르자 측백나무 후계목(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나무'의 종자나 접붙이기로 키운 나무)이 새로 식재된 구간과 함께 숲의 역사와 가치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 새로 설치된 정자에 올라서자 울창한 측백나무숲이 한눈에 펼쳐졌다. 시민들이 잠시 쉬어가기 좋은 '숲 뷰' 명당 역할을 하고 있었다. 확인결과, 이같은 변화는 동구청이 최근 5개월간 3억원을 투입해 진행한 '도동 측백나무숲 산림생태복원 사업'의 결과물이었다.
이날 산책로에서 만난 주민 조호종(66)씨는 "도심을 벗어나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오면 눈과 마음이 맑아진다. 최근엔 정자까지 생겨 숲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늘어났다"며 흡족해 했다.
도동문화마을협동조합 서관교 이사장이 취재진에게 천연기념물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도동 측백나무 숲은 근현대사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이 임명한 도동 측백나무숲의 '당산나무 할아버지'로 활동 중인 서관교(70·도동문화마을협동조합 이사장)씨는 "어릴 적엔 펜스가 없어 숲속 동굴 20여 개를 놀이터 삼아 뛰놀았다. 몇몇 동굴은 일제강점기 말기쯤 일본군이 폭격을 피하려고 뚫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방 후엔 어른들의 주막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에겐 박쥐를 잡으러 다니던 모험의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뛰어난 생태 가치와 달리 시민들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천연기념물인 만큼 보존을 위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다 보니 "동구 주민조차 천연기념물 1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서 씨의 설명이다. 서씨는 "보존이 중요한 건 맞지만, 측백나무 숲을 오를 수 있는 정해진 동선의 산책로를 조성하면 시민들도 숲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고 무분별한 출입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숲 주변 도로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먼지 탓에 나무 훼손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2015년에는 대구 4차 순환선 6공구 구간(파군재삼거리~둔산동/4.6㎞)이 측백나무숲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며 한때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계명대 김수봉 교수(생태조경학)는 "측백나무는 매연 등 외부 오염원에 매우 취약하다"며 "숲 인근에 도로가 인접한 현재의 생육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정기적인 개체수 조사를 통해 생육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따른 감소세가 확인되면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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