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주왕산 실종 아동,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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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5-12 16:04  |  수정 2026-05-12 16:08  |  발행일 2026-05-12
기암교서 혼자 주봉 방면 오른 뒤 행방불명…정상 탐방로 벗어난 협곡 아래서 경찰 수색견이 발견
수풀·암반 우거진 비공식 산길 추정…소나기 탓 헬기 이송 지연, 현장엔 깊은 침묵
김택수 경찰서장이 실종 된 강군이 발견된 현장을 다녀온 뒤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운홍 기자>

김택수 경찰서장이 실종 된 강군이 발견된 현장을 다녀온 뒤 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운홍 기자>

12일 오전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상의지구 현장상황본부. 사흘째 이어진 수색은 새벽부터 다시 시작됐다. 드론이 산자락을 훑었고, 경찰 헬기와 수색견, 기동대, 산악구조대가 주봉과 장군봉, 폭포 일대, 외곽 능선까지 나눠 들어갔다.


그러나 오전 10시16분쯤, 기다리던 구조 소식은 끝내 비극으로 돌아왔다. 경찰 수색견이 주왕산 주봉 정상부 아래쪽에서 실종 아동 강군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강군은 생존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이 현장에 전해지자 분주하던 상황본부 주변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강군의 어머니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현장상황본부 주변은 한동안 말을 잃은 듯 고요해졌다.


강군은 지난 10일 낮 12시쯤 가족과 함께 주왕산을 찾았다가 기암교 인근에서 혼자 주봉 방면으로 오른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신고는 같은 날 오후 6시1분 접수됐다. 이후 소방과 경찰, 국립공원공단, 산악구조대, 주민 등이 공동 대응에 나섰고, 이틀간 정상 탐방로와 주요 능선, 계곡 주변을 중심으로 수색이 이어졌다. 사흘째인 이날은 새벽부터 드론 수색이 시작됐고, 경찰 수색견 19두를 포함한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강군이 발견된 지점은 일반 탐방객이 오가는 정상 등산로에서 약 400m가량 벗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주봉 정상부에서 하단 탐방로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능선과 능선 사이 협곡에 가까운 산비탈 아래쪽이다.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강군이 등산로로 착각해 송이 채취 때 이용하는 비공식 산길, 이른바 '송이길' 쪽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지역 주민과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주봉 인근에는 송이 채취를 위해 이용해 온 비공식 산길이 곳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길은 공식 탐방로가 아니어서 일반 탐방객이 접근하기 어렵고, 일부 구간은 성인도 되오르기 힘들 만큼 경사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송이꾼들도 이 일대에서 낙상하거나 실족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암교에서 주봉 정상까지는 약 2㎞ 안팎이다. 초입을 지나면서 경사와 계단 구간이 이어져 성인도 숨이 찰 수 있는 코스다. 특히 아이 혼자 이동했을 경우 체력 소모가 컸을 가능성이 있다. 강군이 정상 탐방로를 벗어난 지점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현장에서는 "아이 혼자 그 길로 갔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발견 지점은 의도를 갖고 찾지 않는 이상 접근이 쉽지 않은 곳으로 전해졌다. 수풀과 암반이 우거져 있고, 탐방로에서 시야가 곧장 닿는 곳도 아니었다. 어두운 시간대이거나 길을 잘못 들 경우, 방향을 잃거나 실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현장 상황만으로 사망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감식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발견 당시 외견상 특이한 손상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군 발견 직후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은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이후 1시간여가 지나면서 수색에 투입됐던 경찰과 수색견들이 하나둘 상황본부로 내려왔다. 구조대원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났다. 주변에서는 "너무 안됐다"는 탄식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당초 강군이 발견된 지점이 주봉 정상부 아래 가파른 산비탈인 점을 고려해 헬기를 이용한 이송을 계획했다. 하지만 오후부터 주왕산 일대에 비가 이어지면서 헬기 접근이 어려워졌고, 이송 작업은 한동안 지연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강군의 시신을 주봉 정상부 쪽으로 옮긴 뒤 기상 상황에 따라 헬기 이송을 재시도하거나, 들것을 이용한 지상 이송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오후 2시20분쯤에는 경찰서장이 다시 현장상황본부로 내려와 강군의 부모를 만나 수색 및 발견 경위를 설명하고 위로를 전했다. 상황본부 주변은 여전히 말수가 줄어든 채였다. 사흘 동안 산을 훑던 사람들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수색 결과를 기다리던 이들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주왕산의 평일 산길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현장에는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공식 탐방로와 비공식 산길이 뒤섞인 산악 지형에서, 어린아이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얼마나 빨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강군이 발견된 곳은 '길'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곳이었다. 그럼에도 산속에는 사람의 흔적처럼 보이는 길이 있었고, 아이는 그 길을 등산로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흘간 이어진 수색은 끝났지만, 주왕산 현장에는 안타까움과 함께 안전 관리에 대한 무거운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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