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등 시내에 비해 점포 밀집도 낮아
점주 개성 드러난 점포 늘며 SNS서 인기
1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고깃집이 평일 저녁임에도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조윤화 기자
대구 중구 삼덕동 일대가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젊음의 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MZ세대'를 끌어들일 뉴트로(NEW+RETRO)한 감성을 갖춘 카페와 식당 등이 2030세대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 지역 대표 상권인 동성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바탕으로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들고, 이들이 만든 문화 공간이 삼덕동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해 지역 내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2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카페 실내외 좌석이 젊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조윤화 기자
◆한적한 골목에 숨은 개성… 젊은층 사로잡은 '신 핫플'
"'대구 삼덕동'이 핫플레이스란 소문을 듣고 부산에서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돈 쓰는 기분을 좀 내보려 합니다."
지난 1일 오후 7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3가 골목에서 만난 김진경(여·32·부산)씨가 영남일보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이날 김씨는 연인과 함께 삼덕동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왔다고 했다. SNS를 보고 국내 여행지를 고르는 와중에, 단층 건물이 많아 번잡하지 않으면서 분위기 좋은 맛집과 카페가 모여 있는 삼덕동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간판 하나하나에 점주의 개성이 묻어나는 가게들이 즐비해 젊은 감성의 '인생 샷'을 찍기 제격인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김씨는 "SNS 상에서만 삼덕동의 풍경을 감상했는데, 직접 와 보니 깔끔하고 단정스러운 멋이 있는 것 같다"며 "한 동네에서 식사, 카페, 소품샵 등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어른 감성보단 젊은 감성이 많이 묻어났고, 가게 곳곳에 비슷한 또래가 많다는 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여느 방문객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 중인 업주들 또한 최근 삼덕동의 인기에 새삼 놀라는 눈치였다. 4년 전 이곳에 고깃집을 차린 김화경(여·47) 대표는 이날 취재진에게 삼덕동이 동성로 못지않은 젊은이의 성지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젊은이들의 남다른 소비문화가 삼덕동 골목 상권에 활기를 샘솟게 했고, 자영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단 것이다. 실제, 김 대표의 가게엔 저녁 시간 15개 테이블 중 12개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저녁 시간 손님 연령대는 대부분 20~30대였다. 손님들의 밀려든 주문에 직원들은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김 대표는 "대구에서 동성로나 교동이 대표적인 '핫플'로 불리지만, 각종 상권이 밀집돼 있어 점포 간 경쟁력과 혼잡도가 높은 편이다"며 "반면 삼덕동은 비교적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특징에다가, 프랜차이즈보다 점주 개성이 드러나는 공간이 많다. 이런 분위기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상권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날이 풀리면서 방문객도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삼덕동에 카페를 창업한 뒤 2022년 같은 곳에, 같은 이름으로 두 번째 매장을 낸 김태환(46) 대표는 상권 확장 배경으로 인플루언서와 러닝족 등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시기 한동안 침체를 겪었지만, 최근 1~2년 사이 SNS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삼덕동을 자주 언급하면서 감성적인 골목 상권으로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러닝 열풍이 불면서 신천에서 운동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삼덕동으로 유입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권 활성화를 위한 지역 차원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삼덕동3가 일대는 지난해 대구시와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이 추진한 '골목경제권 조성사업'에 선정돼 5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이 사업을 주도한 삼덕상인연합회의 이준수 회장은 "삼덕동을 '즐거운 덕담을 나누는 길'이라는 의미의 '삼덕담길'로 브랜딩하고, 점포 정보를 담은 상권 지도를 제작·배포했다"며 "지난해 10월에는 신천 러닝과 연계한 '삼덕런&에프터파티'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낮은 임대료, 공실률↓…민·관 협력 체계 중요
대구 중구 삼덕동 상권이 활성화된 데는 낮은 임대료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심 중심지, 교통 여건, 유동 인구, 상업시설 등 주변 인프라가 동성로보다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임대료가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아 젊은 창업자 유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삼덕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임정묵(35)씨는 "최근 젊은 층은 골목을 찾아다니는 감성을 선호하는데, 삼덕동은 가게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MZ세대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콘텐츠가 다분하다"며 "현재 삼덕동 일대는 10평(33.05㎡) 기준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60만~80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동성로 중심 상권보다 월세가 절반이라 젊은 창업자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삼덕동 내 공실률이 점차 감소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삼덕·대봉 상권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3.8%로, 전년 동기(11%) 대비 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동성로 상권의 공실률은 15%로 전년(11.1%)보다 3.9%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대해 계명대 이재용 교수(도시계획학과)는 삼덕동이 지속가능한 상권으로 거듭나기 위한 체계적인 행정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재 삼덕동은 개성 있는 점포들이 유동 인구를 끌어모으며 상권이 빠르게 팽창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공실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건 긍정적 신호로 여겨진다"며 "다만 증가하는 방문객 수에 비해, 이를 받쳐 줄 인프라가 부족할 시 상권의 매력이 반감되고 성장세가 조기에 둔화될 수 있다. 구청 차원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대구정책연구원 김기완 박사(관광학)는 좀 더 구체적인 상권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삼덕동 내 주차 공간을 추가 확보해 상권 내실을 착실히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삼덕동은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의 필요로 형성된 '자연 발생적 상권'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주거지와 상업지가 밀접해 주민들의 정주 여건 침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과거 김광석길이 겪었던 젠트리피케이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민·관 협력 체계를 통해 삼덕동만의 정체성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주차장 부지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공영주차장에 타워형 주차장을 도입하거나, 주차 공간이 넉넉한 대형 교회 등의 시설을 낮 시간대에 개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임대료 안정화와 주민 상생 모델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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