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매일 5천600㎞ 빈 차 질주…연료비는 세금 보전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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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8-02 08:35  |  발행일 2026-08-02
■대구 시내버스 空車 운행 빅데이터 AI 분석해보니
30년 전 도입 ‘공동배차’ 제도…매연·소음 탓 도시외곽 차고지 한계로 고착화
분석 결과 ‘최근접 공영차고지 강제 매칭’ 시 年최대 1천142만㎞ 주행 절감
전기·수소차 대전환기 맞아 충전소 인프라 선제 확보 및 공간 재배치 나서야
학계 “서비스 평가 인센티브 신설·충전 인프라 연계 등 종합적 연구 선행돼야”

대구 시내버스들이 첫차와 막차 운행을 위해 빈 차로 도로를 달리는 '공차회송' 거리가 매일 5천600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객 없는 시내버스가 매일 서울과 부산을 14차례 넘게 왕복할 만큼의 거리를 달리고 있지만, 대구시는 이에 대한 기초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은 채 운행 연료비는 전액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다. 운전기사 노동 강도와 추가 인건비 부담 등으로 버스 업계마저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30년 가까이 굳어진 공차회송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중구 약령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시 중구 약령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 매일 서울~부산 14회 왕복 거리 '빈 차 질주'


24일 영남일보가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로 거리 데이터(새벽 4시 30분 출발 고정)를 활용해 대구 시내버스 전체 127개 노선(210개 운행단위)의 경로를 직접 추적·산출한 결과, 현재 일일 총 공차운행 거리는 5천661㎞로 집계됐다.


현대교통 '급행7번' 버스는 첫차 손님을 태우기 위해 달성군 유곡리 차고지에서 북구 국우동 종점 정류소까지 편도 44㎞의 거리를 빈 차로 달리고 있다. 우진교통 '직행1번' 역시 차고지를 오가며 매일 87.3㎞에 달하는 장거리 공차 주행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공차운행으로 소비되는 유류비는 수십억원대다. 천연가스(CNG) 단가(1천200원/㎥)와 시내버스 도심 평균 연비(1.8㎞/㎥)를 적용해 환산하면, 빈 버스를 움직이는 데만 매일 377만원, 연간 13억 8천만원 이상의 연료비가 길바닥에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빈 차 운행 시간에 따른 추가 인건비와 차량 정비·감가상각 비용까지 더해지면 실제 재정 누수 규모는 더욱 불어난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구시는 각 버스가 운행 전후로 이동하는 공차회송 거리를 별도로 집계하거나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 영남일보가 '시내버스 노선별 차고지에서 기·종점 간 발생하는 공차운행(회송) 거리 및 소요 시간'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한 결과, 시는 '정보 부존재'로 답했다.


대구시의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정산지침'은 연료비 정산 시 '노선상 운행거리와 공차거리를 모두 포함하여 실비정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버스가 차고지에서 출발지까지 이동하는 거리에 대한 별도의 제한선이나 통제 가이드라인 없이, 업체가 운행 후 제출하는 실제 유류 및 에너지 사용량에 맞춰 세금을 전액 지급하는 것이다.



대구시 시내버스 공차운행 관련 정보공개청구 답변서 내용. <대구시 제공>

대구시 시내버스 공차운행 관련 정보공개청구 답변서 내용. <대구시 제공>

◆30년 전 '공동배차' 유산과 도심 민원


이처럼 노선과 차고지의 물리적 거리가 어긋나게 된 배경에는 과거 대구시가 운영한 '공동배차제'가 자리 잡고 있다. 시는 1990년부터 여러 버스 회사가 대구 시내 노선들을 매일 또는 매월 번갈아 가며 운행하는 공동배차제를 시행했다. 특정 노선을 운행하는 회사가 매일 바뀌다 보니, 노선의 시작점(기점)을 시내 중심가나 공통의 거점에 설계한 것이다.


이후 특정 회사가 특정 노선을 전담해 운행하는 '고정배차제'로 전환됐으나, 노선의 시작과 끝 지점은 공동배차 시절에 설정해 둔 과거의 거점 그대로 유지되면서 현재와 같은 구조적 불일치가 굳어졌다.


일찍부터 고정배차제를 정착시킨 부산시 등에서 업체가 노선을 책임지도록 유도해 상대적으로 공차회송 거리를 짧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도심 개발 과정에서 매연·소음 민원으로 버스업체 소유의 민간 차고지들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점도 공차거리를 키운 주요 원인이다. 각 버스 회사는 차량의 필수 정비와 세차, 기사 교대 및 출퇴근 동선이 자사 민간 차고지에 고정돼 있어 노선 기·종점의 위치와 상관없이 밤마다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자사 차고지로 무조건 복귀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남운환 대구버스운송조합 전무는 "대구는 전국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지역 중에서도 공차 운행 거리가 특히 심한 편"이라며 "2006년 준공영제 시작 때 원칙대로 차고지 위주로 개편했어야 했으나, 전체 노선을 다 건드리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니 대구시나 업계 모두 제대로 개편을 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시내버스 운영 현황. <경실련 제공>

대구시 시내버스 운영 현황. <경실련 제공>

◆'최근접 차고지' 연계하면 연간 1천142만㎞ 절감


공차운행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노선 개편 전문 용역을 통해 현 구조상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노선 설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선 개편 과정에서 주민들의 노선 우회·신설 민원과 대중교통 사각지대 공급 등 복잡한 변수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 단순히 공차거리 감축만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대구시 권순팔 버스운영과장은 "노선 개편 용역 시 교통카드 OD 빅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등 최선의 노선을 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버스는 매일 밤 자사 차고지에서 정비와 세차를 거쳐야 하고 운전기사의 근무·교대 체계가 묶여 있는 데다, 도심 내 회차지는 주민 민원으로 전무한 상태여서 차고지와 기·종점을 일치시키는 데 현실적 한계가 크다"고 답했다.


이처럼 현장 여건과 제도적 제약을 이유로 관행이 이어진 대구와 달리, 타 지자체의 경우 보완적 시스템 통제를 통해 공차회송을 최소화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영차고지 확충과 함께 노선 기·종점 거리를 반경 2㎞ 이내로 관리하며 경영평가 지표로 삼고 있고, 부산시는 공영차고지 자체를 출발 기점으로 등록해 공차 거리를 줄였다. 인천시 역시 신도시 개발 단계부터 차고지 부지를 도시계획에 의무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영남일보 분석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화를 가상하면 재정 절감과 운행 효율 개선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내버스 상당수는 각 업체 소유 민간 차고지로 돌아가기 위해 공차 운행을 하고 있다. 우진교통 '직행1번'의 경우 하루 87.3㎞의 장거리를 빈 채로 달리고, 경상버스 '232번'과 '232-1번' 역시 방천리 공영차고지 인근을 달리면서도 타 차고지로 이동해 매일 84.8㎞의 빈 차 주행을 남기고 있다.


이를 대구시가 소유한 '공영차고지 입출고'로 강제 매칭하게 되면, 상황은 역전된다.


영남일보가 각 노선 기·종점에서 가장 가까운 공영차고지로 차량이 출·입고하도록 '최근접 공영차고지 매칭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일일 총 공차거리는 2천165㎞로 현행보다 61.8% 급감했다.


이를 CNG 유류비(1천200원/㎥, 연비 1.8㎞/㎥)로 환산하면, 보수적 기준(운행단위당 1대)으로도 매년 최소 13억 8천만 원, 전체 버스(1천550여 대)의 출·입고 주행으로 확대하면 연간 최대 77억 원의 순수 기름값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0개 공영차고지 배정 불균형… 60%가 15㎞ 이상 '장거리 회송'


대구시가 조성한 10개 공영차고지에 입주한 업체들의 노선 배정에도 불균형이 나타났다.


공영차고지 기반 108개 운행단위 중 차고지에서 기점 또는 종점까지 거리가 15㎞ 이상인 노선은 59.3%(64개)에 달했다. 노선번호 기준(총 78개)으로도 59%(46개)가 15㎞ 이상의 장거리 공차회송을 하고 있다.


대구 시내버스 1일 공차거리 현황(전체 210개 운행단위 합계) 및 비교 및 대구 시내버스 노선 중 최근접 공영주차장 강제 매칭 시 공차운행 절감 효과 상위 10개 현황.

대구 시내버스 1일 공차거리 현황(전체 210개 운행단위 합계) 및 비교 및 대구 시내버스 노선 중 최근접 공영주차장 강제 매칭 시 공차운행 절감 효과 상위 10개 현황.

특히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위치한 유곡리 공영차고지는 입주 노선 23개 중 무려 82.6%(19개)가 15㎞ 이상 거리를 이동해 도심 기·종점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한여객 '653번' 버스는 북구 검단동 종점 정류소에서 차고지까지 편도 43.4㎞에 달하는 도심 대각선 횡단 거리를 매일 손님 한 명 없이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영남일보가 공간 통계학적 입지 최적화 알고리즘을 활용해 대구 85개 기·종점 수요 분포를 분석한 결과, 공영차고지의 지리적 편중도 확인됐다.


알고리즘을 통해 도출한 최적의 공영차고지 입지 10곳과 비교했을 때, 현행 10곳 중 5곳(대천동·범물동·방천리·검단동·유곡리)은 적정했으나, 5곳(방촌동·봉무동·동호동·관음동·대곡동)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동구 권역에 집중된 공영차고지(방촌동, 봉무동, 동호동) 과밀을 완화하고, 실제 버스 수요를 반영한 대안 입지로 북구 국우동, 달성 다사 매곡, 동구 안심(반야월역), 경산 대구대, 팔공산 동화사 등이 제시됐다. 이 최적안을 적용하면 일일 총 공차거리는 1천667㎞로 한층 더 단축되는 것으로 도출됐다.


◆내년 CNG 단종 대전환기…관행 끊어낼 최적의 '골든타임'


버스 업계와 교통 전문가들은 현재의 공차회송 구조가 재정 누수, 노동 강도 증대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정책연구원 서상언 박사는 "준공영제 정산지침상 공차 유류비와 관련 비용이 100% 실비 보전되다 보니, 버스 업체 입장에서 공차거리를 자발적으로 줄여야 할 구조적·경제적 유인이 없다"며 "제도적 보완 없이 관행이 지속되면서 불필요한 재정 누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 전무는 "기사들이 첫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일찍부터, 혹은 막차 후 늦은 밤까지 1시간 가깝게 손님 없는 빈 차를 운전해야 해 노동 피로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운행 시간에 따른 유급 수당 등 추가 인건비와 차량 관리 부담까지 더해져 업계 입장에서도 장거리 공차회송은 결코 반갑지 않은 고충"이라고 말했다.


대구에 도입된 친환경 수소 버스의 모습. 대구시 제공.

대구에 도입된 친환경 수소 버스의 모습. 대구시 제공.

일각에선 내년부터 완성차 업체의 천연가스(CNG) 버스 생산이 전면 중단되고 전기·수소 버스로의 대전환이 시작되는 바로 지금이 30년 묵은 공차회송 관행을 끊어낼 최적의 '골든타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부터 매년 150대 이상의 버스가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되는 만큼, 전기·수소 충전 인프라 부지 선정과 노선 기·종점 재배치를 연계하는 종합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서상언 박사는 "단순 페널티 방식은 현장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대구시 시내버스 서비스 평가 항목에 '공차거리 절감 노력도'를 신설해 평가 점수와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는 간접 유도책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홍정열 계명대 교수(교통공학)는 "외곽 차고지 운영에 따른 공차 유류비와 도심 내 주박지 확보 비용 간의 정밀한 비용·편익 분석 연구가 시 차원에서 선행돼야 한다"며 "서울시처럼 도심 내 공공시설 지하 공간을 주박지로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공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계명대 명예교수(교통안전공학) 역시 "연료 및 가스 충전소가 부족해 충전을 위해 빈 차로 원정을 다녀와야 하는 현장의 고충도 공차거리를 늘리는 주원인"이라며 "내년부터 시작되는 친환경 버스 대전환기에 맞춰 노선 동선상 최적의 위치에 충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면 기사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운행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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