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릉군 울릉읍을 비롯한 주요 도로변과 산비탈, 농경지, 공원, 하천 주변은 물론 전신주와 도로표지판까지 칡넝쿨이 뒤덮고 있다. <홍준기 기자>
"숲이 아니라 칡밭입니다." 최근 울릉도 곳곳에서 주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을 비롯한 주요 도로변과 산비탈, 농경지, 공원, 하천 주변은 물론 전신주와 도로표지판까지 칡넝쿨이 뒤덮고 있다. 울창해야 할 숲은 짙은 초록 덩굴에 가려 원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31일 영남일보 취재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안내표지판이 칡에 완전히 가려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나무는 줄기와 가지를 따라 칡이 뒤엉키면서 햇빛을 받지 못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을 비롯한 주요 도로변과 산비탈, 농경지, 공원, 하천 주변은 물론 전신주와 도로표지판까지 칡넝쿨이 뒤덮고 있다. <홍준기 기자>
칡은 번식력이 매우 강한 덩굴식물이다. 하루 수십㎝씩 자라 주변 나무를 타고 오르며 햇빛을 가린다. 군락이 형성되면 나무를 고사시키고 토종 식물의 생육공간까지 잠식한다. 단순 예초만으로는 제거가 어려워 뿌리까지 없애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울릉도는 대부분이 산지인 데다 급경사가 많아 칡이 한번 퍼지면 제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비탈면에서 번식한 칡은 해마다 주변으로 확산하며 피해 범위를 넓히고 있다.
농업 피해도 커지고 있다. 밭 가장자리와 과수원, 비닐하우스 주변까지 칡이 번지면서 농작물 생육을 방해하고 있다. 농민들은 매년 같은 구간을 반복해서 제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뒤덮인다고 호소한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을 비롯한 주요 도로변과 산비탈, 농경지, 공원, 하천 주변은 물론 전신주와 도로표지판까지 칡넝쿨이 뒤덮고 있다. <홍준기 기자>
관광경관 훼손도 심각하다.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도로변과 해안 비탈면 곳곳이 칡으로 뒤덮이면서 청정섬 울릉도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에서는 이미 칡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당시 국회에서는 칡 확산으로 산림 생태계와 토종 식생이 위협받고 있다며 체계적인 관리와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울릉군은 지금까지 칡 분포 현황을 조사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칡 제거만을 위한 별도 예산도 편성되지 않았다. 현재는 민원이 접수되거나 도로변 예초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부 제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칡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얼마나 확산됐는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일부 지역에서만 보이던 칡이 이제는 산 전체를 덮고 있다"며 "베어내도 몇 달 지나면 다시 자라는데 행정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을 비롯한 주요 도로변과 산비탈, 농경지, 공원, 하천 주변은 물론 전신주와 도로표지판까지 칡넝쿨이 뒤덮고 있다. <홍준기 기자>
배상용 울릉발전연구소장은 "칡은 단순한 잡초가 아니라 주변 식생을 빠르게 잠식하는 대표적인 덩굴식물"이라며 "울릉도처럼 고유 식물과 희귀 자생식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생물다양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초기에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예초하는 방식으로는 확산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우선 전수조사를 통해 분포와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선 관리지역을 선정해 단계적으로 방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덕현 관광산림과장은 "현재까지 칡만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는 실시하지 않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분포 실태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리대책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칡 문제를 단순한 잡초 제거 차원이 아닌 산림과 농경지, 생태계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치할수록 제거 비용은 커지고 피해 범위도 넓어진다. 울릉도의 숲과 농경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수조사와 장기적인 방제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준기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심층 기획으로 울릉도와 독도의 가치를 기록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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