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행을 꿈꿔온 해외 청소년들이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넘어 대구 등 지방으로도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홈스테이 가정에 머무는 수준을 넘어 학교까지 다니며 한국의 일상을 체험하는 이른바 '생활형 국제교류'가 새로운 한류 모델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15일 오전 경북 경산여자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인 그레타 줄리(가운데·17) 학생이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5일 오전 경북 경산여자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인 그레타 줄리(가운데·17) 학생이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이윤호기자
◆한류 넘어 '한국살이' 체험 나선 해외 청소년
15일 오전 10시쯤 찾아간 경북 경산여고. 미술 수업이 한창인 교실 한편에서 금발의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독일 출신 교환학생 그레타 줄리(Greta Julie·여·17)였다. 그레타는 KISE 한국교환학생재단을 통해 지난 2월27일 입국했다. 현재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한 홈스테이 가정에 머물며 경산여고(1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레타는 "한국 음식, K-팝, 한글 등 한국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았고, 다른 나라 학교를 다녀보는 게 오랜 꿈이었다. 관광객이 아니라 진짜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 교환학생을 결심했다"며 "마침 대구에 '홈스테이'를 할 수 있는 가정이 있어 곧장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레타는 일반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8시 등교해 오후 4시까지 정규수업을 듣는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 적응해가는 중이다. 또래 친구들과도 빠르게 가까워졌다. 지난 3월 수련회에선 친구 10여명과 함께 K-팝 노래 '파파라치'에 맞춰 춤을 췄다. 반 친구들과 진행한 '마니또' 활동에선 독일어로 '너를 위해 준비했어'라는 메시지가 붙은 과자를 선물 받기도 했다. 그레타는 "친구들이 나를 위해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또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 첫 등교 날부터 반 친구들이 개방적이어서 금세 친해졌다"고 했다. 이어 "교환학생의 가장 큰 장점은 평생 함께할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제2의 고향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레타는 현재 홈스테이 생활에 큰 만족감을 표했다. 해외에서 문화 차이 등 낯선 환경에 대한 부담감이 컸지만, 손님보다 가족으로 대해준 덕분에 마음의 짐을 많이 덜었다. 그레타는 "홈스테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며 "수성못에서 본 벚꽃도 매우 아름다웠고, 지난달엔 함께 포항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경북 동해안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부모님도 제가 좋은 가정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고 안심하고 계신다. 여기서 1학기를 보내고, 오는 7월16일에 독일로 돌아갈 예정인데 좋은 추억을 많이 담아가고 싶다"고 부연했다.
그레타의 '홈스테이 맘'인 김효진(여·40)씨도 흡족해했다. 김씨는 "학창시절 미국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만난 홈스테이 가정의 따뜻함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언젠가 한국에 관심 있는 해외 학생에게 그런 따뜻한 경험을 주고 싶다는 소망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레타가 워낙 착하고 딸과도 잘 지낸다. 벌써부터 딸이 '언니 곧 가야 하느냐'고 아쉬워할 정도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가량 통학하는 힘든 일정에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그레타를 보면 참 기특하다"고 전했다.
15일 오전 경북 경산여자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인 그레타 줄리(오른쪽 둘째·17) 학생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이윤호기자
◆늘어나는 수요, 홈스테이 가정 확보 관건
지난 4월 초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서 독일인 교환학생 그레타와 홈스테이 가정의 딸 이수안(7)양이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효진씨 제공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가장 큰 관건은 홈스테이 가정 확보다. 홈스테이 가정이 단순 숙소 제공을 넘어 외국 학생들의 한국 생활 전반을 함께하는 또 다른 가족 역할을 담당해서다. 안정적인 유학생활을 위해 기숙사가 있는 학교가 아닌 이상 국내에서 학생을 맡아줄 가정이 필요한 이유다.
KISE한국교환학생재단에 확인 결과, 이곳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해외 교환학생은 2022년 19명, 2023년 36명, 2024년 24명, 2025년 18명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11명이 한국 땅을 밟았다. 이 중 대구경북에 머무는 교환학생의 비중이 가장 컸다. 2022년 17명, 2023년 20명, 2024년 13명, 2025년 10명, 올해 7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한국을 오고 싶어 하는 외국 학생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학교와 홈스테이 가정 확보가 어려워 희망자 모두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8월17일에도 재단을 통해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핀란드 등 9개국에서 22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아직 학교, 홈스테이 가정을 다 구하지 못한 상태다.
김미경 KISE한국교환학생재단 이사장은 "외국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데 대한 막연한 부담과 문화차이에 대한 우려 때문에 홈스테이 참여를 망설이는 가정이 많다. 사전교육·SNS 홍보 등을 통해 참여 장벽을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단을 통해 국내로 오는 해외 교환학생은 이뿐이지만, 실제 신청자는 100여명을 훌쩍 넘는다. 외국학생과 함께 공부하고 생활하는 경험은 지역 학생들에게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만큼 더 많은 학교와 가정이 국제교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형 국제교류가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큰 만큼, 홈스테이 가정의 참여를 독려할 상호보완적 구조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남대 김상섭 교수(교육학과)는 "교실 내에서 외국인 학생과 이뤄지는 일상적 교류는 단순히 외국 문화를 접하는 수준을 넘어 학생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고 수용하는 계기가 된다"며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소통하기 때문에 교과서 중심 수업보다 훨씬 실질적인 언어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을 직접 접하며 편견을 줄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교육에 대한 인식 변화와 캠페인 확대가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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