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천연기념물 독도에 폐태양광패널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왼쪽). 또 다른 곳에선 유류가 유출돼 토양이 오염된 흔적이 남아 있다. 홍준기 기자
'청정 섬' 독도(천연기념물 336호)에서 환경오염 정황이 확인됐지만, 법적 절차와 관리체계의 한계로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영남일보는 지난 13일 독도 현장에서 폐가전·폐목재·비닐류 등 각종 폐기물이 방치된 사실과 함께 유류 저장탱크에서 샌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이 토양을 오염시킨 흔적을 확인하고 14~15일 연속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 즉각적인 정비나 제거 작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관계기관 간 보고체계 혼선과 법적 절차상 단계별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울릉군 환경위생과 환경정책팀 담당자는 "토양오염이 의심되더라도 육안만으로 임의 처리할 수는 없다"며 "시료채취, 기초조사, 정밀검사를 거쳐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에만 정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양환경보전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으며, 모든 과정은 법적 기준에 맞춰 진행된다"고 밝혔다.
실제 토양오염 조사는 시료 채취 후 보건환경연구원 분석, 기준치 초과 여부 판단, 정밀조사, 정화 명령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어 발견 즉시 즉각적인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독도는 천연보호구역이자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시료 채취나 토양 반출조차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독도경비대 뒤편 구조물 아래 쌓여 있는 각종 폐기물(왼쪽)과 인근에 버려진 폐콘크리트. 홍준기 기자
폐기물 처리 역시 구조적 제약이 크다. 건설폐기물 경우 '원인자 부담 원칙'이 적용돼 발생 주체가 직접 처리해야 하며, 지자체가 임의로 수거하기는 어렵다. 울릉군 담당자는 "시료 채취를 위해서도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규제가 엄격한 지역"이라며 "건설폐기물은 발생시킨 주체가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상 운반 여건과 비용 문제까지 겹쳐 현실적으로 신속한 반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는 복잡한 관리 구조가 자리한다. 독도의 토지 소유권은 해양수산부에 있지만 시설 운영은 경찰, 문화재 관리는 국가유산청, 행정 관할은 지자체가 맡는 다층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대응 경로가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관리 소홀보다 구조적 한계의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태양광 설비와 같은 인공시설은 사후 관리체계가 미흡할 경우 새로운 오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류 오염 역시 초기 대응이 늦어질 경우 해양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번 사례는 독도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재정비 필요성을 보여준다. 전수조사와 함께 노후시설 정비, 폐기물 처리 기준 마련, 책임 주체 명확화 등 종합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소재 독도경비대 전경. 홍준기 기자
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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