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엘의 부품이 사용되는 현대차그룹 보스톤다이내믹스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연합뉴스
대구 자동차 부품 업계가 로봇 신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평화산업은 지난 1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로봇 산업의 인공지능 전환(AX)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체 개발 대신 산업 현장에서 로봇이 안정적으로 구동하도록 돕는 '모션 신뢰성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양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정밀 제조 경험에 DGIST의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행 중심 협력 모델을 고도화한다.
지역 앵커 기업들의 로봇 시장 진입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에스엘<주>은 현대차 로보틱스랩의 이동형 로봇 '모베드(MobED)' 생산을 맡아 라이다 모듈과 배터리팩을 조립한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현대차그룹의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트레치'와 '스팟'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삼보모터스는 자회사 칼만텍을 앞세워 다목적 자율주행이동로봇(AMR) 플랫폼을 양산 중이며, 차량용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기술을 로봇 관절로 확대 적용했다. 이진섭 삼보모터스 경영기획팀장은 "로보틱스 사업에 지속적으로 비딩 중이다. 자회사 칼만텍에서는 자율주행 기반 다목적 AMR을 양산 중이다. 휴머노이드 쪽으로 확산하기 위해서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피에이치에이(PHA)는 AMR 무선 충전 솔루션 시장에 진입했다. PHA 측은 "무선충전 솔루션 외 진행 중인 로봇 사업은 없지만 로봇 다각화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경창산업도 로봇 관절용 액추에이터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Mordor Intelligence(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로봇 시장은 186억 1천만 달러에서 2031년 358억 2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국내 주요 부품사들도 로봇 핵심인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로보틱스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역 부품사들의 잇단 로봇 사업 진출 역시 이러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체질 개선이 하드웨어와 기계 메커니즘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로봇 산업이 휴머노이드 단계로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SW와 AI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아직 지역 IT 계열 기업들의 로봇 사업 진출이 가시화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자동차 부품사 중 1차 벤더(앵커 기업)들이 먼저 로봇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기존 자동차 부품 기술과 로봇 하드웨어 간 기술적 유사성 및 연계성 때문"이라며 "다만 현재의 전환은 기계 메커니즘 중심에 머물러 있어, 향후 휴머노이드 등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소프트웨어(SW) 및 인공지능(AI) 분야의 역량을 채우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짚었다.
윤 실장은 또 "SW 측면에서는 비전·센서 등 분야에서 지역 산학연 협력이 이뤄져 왔고, 특히 DGIST가 지속적으로 R&D를 해오고 있었다. 현장 실무 인재를 많이 양성하는 계명대, 대학원과의 연계성을 띠고 있는 경북대 등 각 대학들이 특성화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며 "산학연 협력이 활발해진다면 SW 기업들의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되고, 기업 육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차 벤더들의 로봇 사업 진출이 2·3차 협력사들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로봇 산업의 대량 생산 체제가 구축되면 기존 협력사들도 나사나 볼트 같은 '부분품'을 납품해 로봇 생태계에 편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상현 실장은 "과거 전기차 시장이 단기간 커질지 몰랐듯 로봇 시장의 개화 시점을 예단할 순 없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의 행보에 맞춰 지역 부품 생태계의 전환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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