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원사'. 노인 돌봄 현장 내 핵심축이자, 어르신 복지 분야에서 실무경력과 자격을 갖춘 전문 공공 인력이다. 이들은 2020년부터 시행된 '노인맞춤돌봄서비스(보건복지부 주관)'를 주로 전담하며,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책임졌다. 올해부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장애인들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생활 지원을 통합 제공받는 '통합돌봄' 제도 시행(지난 3월27일)에 따라 돌봄 현장 내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영남일보가 남다른 사명감으로 빈틈없는 노인 돌봄을 실천 중인 대구지역 생활지원사를 집중 조명해 봤다.
◆대구 40개 수행기관서 2천명 근무…통합돌봄 연계 33명
지난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에 있는 최정식 어르신의 아파트를 찾은 생활지원사 서유진씨가 장을 봐온 물품을 들고 어르신 집으로 향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 21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에 있는 최정식 어르신의 아파트에서 생활지원사 서유진 씨가 장을 본 영수증 내역을 설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윤화 기자
지난 14일 오후 3시쯤 대구 동구 율하동 한 아파트. 3년 차 생활지원사 서유진(여·67)씨가 장을 봐온 봉투를 들고 최정식(65) 어르신의 집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십니까". 살가운 인사를 건네며 집 안으로 들어선 서씨는 전날 최 어르신이 부탁했던 식빵을 꺼내 보여준 뒤 영수증과 함께 카드를 건넸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향해 최 어르신의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씨는 지난 11일부터 주 5일, 하루 3시간씩 최 어르신 집을 방문해 설거지와 청소 등 가사 활동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척수염으로 약 2년간 입원 치료를 받으며 10여차례 수술을 받은 최 어르신이 지난 1일 퇴원한 뒤 통합돌봄 '퇴원환자 단기 집중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최 어르신은 통합돌봄 덕분에 퇴원 후 일상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그는 "걷는 것도 힘들지만 오른쪽 눈은 시력을 거의 잃다시피 했고, 왼쪽 눈도 많이 나빠져 외출 자체가 쉽지 않다"며 "퇴원 후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서씨 덕분에 집에서는 큰 불편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기존에 보건복지부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일환으로 돌보고 있는 어르신 외에도 통합돌봄 시행 이후 센터에서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해 최 어르신 집을 방문하게 됐다"며 "근무 시간이 끝난 뒤에도 집에서 반찬을 만들어 아침에 가져다드리곤 한다.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되고픈 생각에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구군별 생활지원사 현황. 대구시 어르신복지과 수치 토대로 AI 생성
25일 대구시에 확인 결과, 현재 보건복지부 '노인맞춤돌봄서비스'를 수행 중인 지역 내 40개 기관에서 생활지원사 총 2천2명이 3만2천159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생활지원사 1인당 평균 15~16명의 어르신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구·군별로는 달서구 생활지원사가 38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구(324명), 수성구(323명), 북구(308명) 등의 순이었다. 마찬가지로 돌봄 대상자 역시 달서구가 6천94명으로 가장 많았고 동구(5천196명), 수성구(5천195명), 북구(4천93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이들의 주된 업무는 담당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안부 전화, 가사 지원 서비스 등 보건복지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관련된 단순 돌봄 업무였다. 하지만, 통합돌봄 시행 이후 생활지원사들의 역할이 더욱 확대됐다. 직접 가정 방문을 통해 건강을 살피고, 외출·병원 동행을 병행하는 대상자 중심 돌봄 업무로 노인들의 자택에서 이뤄지는 일상생활 전반을 아우르게 된 것이다.
생활지원사는 91개에 달하는 통합돌봄 사업(대상자 463명) 중 퇴원환자 단기 집중 서비스와 가사 지원 서비스에 주로 투입되는 편이다. 나머지 사업은 전문적인 복지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요양보호사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현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통합돌봄 사업을 동시에 수행 중인 대구지역 생활지원사는 총 33명. 서구가 9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수성구 8명, 달성군 7명, 동구 4명, 북구 3명, 중구 2명 등이다. 달서구·남구·군위군은 생활지원사 대신 요양보호사가 모든 통합돌봄 사업을 도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어르신복지과 한 직원은 "통합돌봄 시행 당시 별도의 전담 인력을 따로 채용한 것은 아니다. 현재 통합돌봄 현장 업무에 생활지원사 등을 투입해 제도적 환경에 부합한 업무를 수행하는 중"이라며 "생활지원사 의사에 따라 기존 업무 외 통합돌봄 업무를 '선택적'으로 맡는 구조다. 생활지원사 채용 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최근에 복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생활지원사가 자연스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공적 돌봄 핵심축인데 처우는 제자리
통합돌봄 시행 이후 생활지원사의 역할 확대와 이에 따른 인력난 현실, 그리고 대안 요소가 담겨있는 그래픽. <인포그래픽=생성형 AI>
생활지원사는 노동 강도에 비해 업무 여건이 녹록지 않은 편에 속한다. 통합돌봄 시행 과정에서 단시간·저임금 구조인 생활지원사 특성상 업무량은 늘어난 반면, 그에 걸맞은 처우는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면서다. 불안정한 단기 계약, 수당 편차, 돌봄 대상자 직접 발굴 등이 생활지원사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활지원사가 통합돌봄 사업을 병행하며 느끼는 가장 큰 불안 요소는 고용 문제다. 현재 통합돌봄 업무 상당수는 초단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퇴원환자 단기 집중 서비스는 월 44시간 이내(최대 1개월 연장), 통합돌봄 가사 지원 서비스는 월 24시간(최대 3개월)까지다. 근로시간과 고용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보니 업무 선호도가 떨어지고, 수입성도 저조한 편에 속한다.
성덕복지재단(대구 동구) 이정민 사회복지사는 "통합돌봄 관련 업무에 투입할 생활지원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은 맞다. 법인 내 방문요양기관 등을 통해 퇴사자들에게까지 연락을 돌려봤지만 근무 시간이 짧아 다들 선호하지 않았다"며 "근로시간 짧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도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향후 퇴원환자 증가로 서비스 수요가 확대될 시 인력 수급난이 심화될 수 있어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시행 전 상황을 살펴보더라도, 생활지원사에 대한 대우는 '냉탕'에 가까웠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수당 체계가 그것이다. 통상, 주 5일(하루 5시간) 근무하는 생활지원사의 월급은 올해 기준 약 140만원 수준이다. 이외 별도 수당이 붙는데, 통신비·교통비·식비 등이다. 대구의 경우 혹한기(12월~3월)와 혹서기(7월~8월) 기간 여러 수당 중 통신비만을 지원(월 2만원)한다. 반면, 경북은 각종 수당 명목으로 월 8만~15만원에 달하는 수당을 지급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60대 여성 생활지원사는 "현재 7년째 생활지원사로 임하고 있다. 올해 통합돌봄 시행 후 14명의 어르신을 담당하고 있다"며 "하루 평균 2~3가구를 방문하는데 집마다 이동거리가 있다. 어르신들이 부탁한 생필품을 사다 드리거나, 명절·혹서기 때 들어오는 후원물품까지 전달하려면 사실상 차량은 필수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지원사 업무 특성상 이동이 잦은 만큼, 최소한의 교통비 지원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교통비라도 지원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발굴 업무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돌봄 일을 도맡으면서, 자신이 직접 돌봄 대상자까지 발굴해야 해서다. 5년 차 생활지원사 이모(여·59)씨는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수요가 있으면 수행기관과 연계해 돌봄대상자를 직접 매칭해 주는 편"이라며 "할당량이 정해진 건 아닌데, 통상 생활지원사 1명당 16명의 돌봄 대상자를 담당해야 한다는 매뉴얼(권고사항)이 있다. 그래도 업무상 눈치가 보여 부족한 돌봄 대상자 인력은 우리가 직접 발굴해 메꾸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통합돌봄 사업 수행자로 직접 지원했다. 한 달 이상을 체험해 보니 여러모로 2개 업무를 병행하기엔 역부족이란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장지은 전임연구원(대구 생활지원사 연계 '디지털 전환 시대 중년 여성의 돌봄노동' 논문 집필)은 "현재 생활지원사 상당수는 가정 안팎으로 돌봄을 수행하는 '이중 돌봄'을 하고 있지만, 고용 안정 장치가 부족해 일자리와 아르바이트의 애매한 경계에 놓여 있다"며 "지자체별 지원책도 제각각인데, 대구의 경우 2024년 수성구만 유일하게 생활지원사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을 뿐 시 차원의 통합 지원 체계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현재 수행 중인 돌봄 서비스가 통합돌봄이란 제도 안까지 스며든 만큼, 공적 돌봄의 핵심 축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시 조례 마련이 급선무"라며 "생활지원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여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고, 위탁 방식이 아닌 시 직영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돌봄서비스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조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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