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새늪은 안심연꽃단지 안에 위치한 자연늪으로 2017년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에는 홍련과 백련 등이 식재되어 있고 산책로, 전망대, 정자, 조명 등이 조성되어 있다.
'전국 연근생산량의 34%' '반야월 연근단지' '금강동, 괴전동, 대림동 주변구역' '중천의 달이 반야라 반야월=안심' '1890년대 재래홍연 식재' '2010년 이후 연, 연꽃 등 특화연구'…. 대구 도시철도 안심역 계단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동안 반야월 연근단지에 대한 핵심 내용을 전부 숙지한 셈이다. '가남지 가는 길' 안내판이 커다랗게 보인다. 너무 단호하게 커다래서 줄줄줄 따라갔건만 까마득 높은 아파트와 납작이 휑한 주차장 사이에서 이정표를 잃고 맹하게 선다. 잠시 후 저 멀리서 두 여인이 풀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확연한 산책자의 풍모다. 그제야 정자의 뾰족한 지붕이 녹음 가운데 숨은 듯 버젓이 보인다. 저곳이구나. 주차장을 가로질러 접시꽃 몇 송이 울타리로 선 밭을 지나 연못으로 간다.
가남지는 아름다운 남쪽 연못이다. 원래 농업용 저수지였고 2019년에 생태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가남지의 물은 지금도 주변 논밭을 키운다.
어린 연들이 일렬로 선 연밭. 4월에 파종한다. 반야월 연근단지는 지금도 전국 최대 규모, 전국 최대 생산량, 천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 가남지
이렇게나 큰 연못이 이렇게나 잘 숨어 있다니. 가남지(佳南池)는 아름다운 남쪽 연못이다. 키 큰 잎나무와 대숲에 둘러싸여 소음 없이 고즈넉하고 적이 은밀하다. 연못가는 산책로다. 야자매트 길과 함께 마사토길, 황토볼 길, 지압길 등이 나란하다. 벤치와 정자도 여럿이다.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다. 그들의 걸음에서 일상의 루틴을 느낀다. 무릎 보호대를 착용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신중하게 다리를 살핀다. 옛날 이 자리에 가남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빈대와 벼룩이 극성스러워 불태워버린 뒤 그 빈터에 연못을 만든 것이 가남지라고 한다. 이후 가남지는 농업용 저수지로 활약했고, 2019년에 산책로를 만들고 수생식물을 심고 수상 데크 로드 설치해 생태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가남지의 물은 지금도 주변 논밭을 키운다.
가남지는 한때 가시연으로 유명했다. 2019년의 가남지에는 저절로 자라난 가시연이 수면을 뒤덮고 있었다. 가시연은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는 식물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그 많던 가시연은 어디로 갔을까. 못 가에 금계국이 화사하고 씀바귀 꽃이 어여쁘다. 가남지 화장실 앞에 수양버드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초록 늘어진 가지가 가리키는 길이 '점새늪' 가는 길이다. 연 밭과 오만가지 텃밭 사이의 데크 길이고, 길가 뽕나무 마다 오디가 주렁주렁 익어가는 길이며, 온갖 새들이 야단스럽게 울어대는 길이다. 물새들 노니는 물 찰랑한 논을 지나면 점새늪 연밭이 펼쳐진다.
생태공원으로 재탄생 한 점새늪.
점새늪은 금호강변 대구선 철길 북안에 동서로 길게 자리한다. 총 길이 1.1㎞, 넓이는 4만670㎡에 이른다. 때때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점새늪 쉼터. 나비바늘꽃이 흐드러진 연못가에 화장실, 무인카페, 하늘계단, 포토 존, 벤치 등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 점새늪 연꽃생태 공원
점새늪은 금호강변 대구선 철길 북안에 동서로 길게 자리한다. 총 길이 1.1㎞, 넓이는 4만670㎡에 이른다. 데크 산책로가 끝 모르게 뻗어 있다. 짧은 기차가 천천히 지나간다. 흔들 의자에 앉은 아저씨는 어린아이처럼 그네를 논다. 아직 어린 연잎들이 바람에 출렁인다. 정자에 홀로 서 있으니 난바다에 떠있는 기분이다. '점새늪'은 '물새(점새)들이 많이 찾아오거나 머물던 늪지대'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물새와 점새의 상관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점새늪'이라는 이름은 괜히 마음 둥실하게 솔깃하다. 점새늪은 반야월 연근단지 안에 위치한 자연늪이다. 2016년 5월 경부고속도로에서 경유 탱크로리 차량의 유류 유출 사고가 있었다. 점새늪은 그 사고로 오염되었다가 수습되어 2017년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점새늪 생태공원에는 홍련 8천 본, 백련 1만4천 본이 식재되어 있다고 한다. 연근이 작은 대신 꽃을 아주 크게 피우는 화련(花蓮)이라 한다. 연근 얻는 밭이 아니라 꽃 보는 공원이라는 의미다. 꽃은 7월에 볼 수 있다. 점새늪도 이리 큰데 연근단지는 얼마나 클까.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멀리 보일 텐데, 아쉽게도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점새늪 쉼터에 나비바늘꽃이 하늘거린다. 달 그네가 달랑댄다. 하늘계단이 비 머금은 하늘을 가두고 있다. 무인 카페에서 초코바 하나를 사서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연 생태관 방향으로 간다. 어린 연들이 일렬로 선 밭이 눈에 띈다. 공원은 어느새 밭이고, 데크 길이 끝나는 자리에 '안심 연꽃단지'라는 간판이 서 있다. 바로 앞에는 비닐하우스 연 생태관이 있다. 점새늪에 자생하는 다양한 연을 보존하기 위한 곳인데, 현재는 방치되어 있는 듯하다.
금강역 레일카페. 새마을열차 2량이 카페로 꾸며져 있고 스마트도서관도 자리한다. 매년 7월중하순경 레일카페 일원에서 연꽃축제가 열린다.
연 터널 갤러리. 슬럼화 된 도시철도 기지창 터널을 재단장하여 연을 테마로 한 벽화와 다양한 트릭아트, 귀여운 조형물로 꾸몄다.
◆ 안심하십시오, 천천히 걸으면 됩니다.
"혹시 연 터널 갤러리가 어디인지 아세요?" 아는 사람이 없다. 그저 길 따라 금호강을 향해 직선으로 뻗은 금강로를 따라간다. 흐린 벽화 길 끝자락에 커다란 금강역이 있다. 금강역은 대구선 이설로 폐역 된 동촌역과 반야월역을 통합해 2005년 영업을 시작한 역이다. 그러나 대구선의 통근열차가 폐지되면서 3년 만인 2008년에 여객 취급을 중지했고 2013년에는 승차권 발매 업무마저 중단됐다.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돼 역 기능을 상실한 금강역은 2017년 레일카페가 됐다. 새마을열차 2량이 카페로 꾸며져 있고 스마트도서관도 자리한다. 열차의 둥근 창 안에, 열차 밖 테라스에 사람들이 느긋하다. 장미와 수련도 곱게 피어 생기가 돋는다.
반야월 일대의 금호강 습지에 연꽃을 심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라 한다. 강변의 범람원은 비옥했고 연이 자라기 좋았다. 당시에는 꽃 보다 뿌리였다. 연근은 먹을 수 있는 것이었고, 부자들의 식재료라는 인식이 있었다. 연근이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으면서 연근 밭은 점점 넓어졌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2004년에는 수확기인 10월에 반야월 연근축제를 열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환경, 문화, 활력증진, 재생, 활성화 등을 주제로 여러 사업이 추진됐다. 그 과정에서 '반야월 연근단지'는 '안심(반야월)연꽃단지'가 됐고, 가남지와 점새늪, 금강역 레일카페, 연 생태관 등은 생태문화공간이 됐다. 이 전체가 '안심창조밸리'사업이다. 2017년에는 제1회 안심창조밸리 연꽃 축제가 금강역을 중심으로 열렸다. 꽃 피어난 7월이었다.
안심연꽃단지에는 생태문화공간을 중심으로 4개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안심역에서 가남지까지 A코스, 금강역과 점새늪을 연결한 B코스, 점새늪 아래 안심습지 둘레길이 C코스,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D코스 '천천둘레길'이 있다. '안심(安心) 천천(川川) 둘레길'은 '안심하십시오, 천천히 걸으면 됩니다'라는 뜻이란다. 천천 둘레길을 되짚어 걷다 연 터널 갤러리를 찾았다. 점새늪 전망대에서 북쪽으로 난 오솔길 너머다. 어마어마한 이태리포플러 나무들과 아주 오래된 목재소가 있는 오솔길 너머, 지하철 기지창 터널이다. 내부는 쾌적하고 스산하다. 연을 테마로 한 벽화와 다양한 트릭아트, 귀여운 조형물로 꾸며져 있어 무섭지는 않다. 흠칫, 왕눈이 개구리가 말한다. "비 오는 날엔 안심 연 갤러리로 오세요!" 비가 온 댔는데, 비는 오지 않는데, 비가 올 것도 같은데.
글·사진=류혜숙 전문기자 archigoom@yeongnam.com
>>여행정보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안심역에 내린다. 3번 출구로 나오면 '가남지 가는 길' 안내판이 있다. 안심공영주차장으로 내려가면 주차장 북단을 가로질러 가남지 가는 길이 있다. 안내판이 작아서 잘 찾아야 한다. 가남지에 닿으면 점새늪 등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다. 안심역 4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가남지 가는 길, 안심습지 가는 길이 있다. 지하철 안심기지 정문을 지나 안심습지 가는 길은 아주 오래된 길이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하양 방향 4번 국도를 타고 안심역으로 가면 된다. 안심공영주차장(유료)이나 금강역(무료)에 주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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