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백화점은 한강 이남의 마지막 향토백화점으로 대구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다. 사진은 1990년대 대구백화점 본점 모습. 영남일보 DB
구정모 회장과 특수관계인 6인이 대구백화점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오너 경영'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최대주주 교체가 수반되는 이번 지분 매각은 구정모 회장이 갖고 있던 경영권을 내놓는다는 의미로, 한때 지역경제를 호령하던 '향토백화점'이라는 수식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대구백화점은 한강 이남의 마지막 향토백화점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1944년 대구상회로 출발한 대백은 1969년 중구 동성로에 본점을 열며 대구 상권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대구 최초 10층 건물이었던 대구백화점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현대식 백화점으로, 대구시민들에게는 '대백'이라 불렸다. '중앙파출소' '동성로 시계탑' '한일극장 앞' 등 대구시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했다.
특히 1993년 9월 대봉교 인근에 개점한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은 개점 당시만 하더라도 대구시 중심 상권인 동성로, 광장코아 등에서 떨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수성구 지역과 인접해 부유한 중장년층 고객 공략에 성공한 점포로 평가된다.
1999년에는 지방 백화점 최초로 단일 점포 연 매출 3천억원을 돌파했다. 한창 승승장구할 때는 대기업 계열의 백화점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2001∼2002년에는 매출 6천900억원, 영업이익 880억원, 당기순이익 413억원 등 최고 매출을 달성했다. 대백은 대전의 세이백화점, 광주의 화니백화점 등과 함께 지방에서 유통가를 주름잡던 향토백화점으로 화려하게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2011년 더현대 대구(구 현대백화점 대구점)가 인근에 개점하면서 매출이 하락했고, 이후 2016년에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오픈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대백의 매출 하락 이유로는 명품 브랜드 이탈과 '몰(Mall)형'에 맞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시설 부재, 노후화된 외관 등이 꼽혔다. 계속되는 경영난에 2019년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2021년 7월1일부터 동성로 본점이 잠정 휴점에 들어갔다. 이후 5년이 넘도록 영업을 재개하지 않았으며 정상 영업 중인 점포는 대백프라자뿐이다.
1970년대 대구백화점 본점. 영남일보DB
대백은 경영난을 타파하기 위해 보유 자산인 본점과 동구 신천동 현대시티아울렛(임대), 동구 신서동 물류센터의 매각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앞서 부동산개발업체 JHB홀딩스 등 일부 기업과 접촉하거나 부동산 매매 계약까지 체결하기도 했으나 잔금 2천75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최종 계약은 불발됐다.
결국 대백은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최대 주주의 변경을 수반한 주식 매매계약 체결'을 공시하며 경영권 매각을 결정했다. 사실상 구정모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한 것으로 향후 대백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교체로 동아백화점과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화성산업이 30여년간 운영해온 동아백화점은 한때 대백과 함께 지역 양대 향토 백화점으로 성업하다 2010년 이랜드 그룹에 2천68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동아아울렛으로 명칭을 바꾸고 운영을 계속했으나 결국 2019년 본점을 폐점하며 동아백화점 쇼핑점, 수성점 등 일부 매장만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백의 경영권 매각은 대주주 개인이 결정한 사안이라 일반 직원들이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구지역 유통시장이 포화 상태라 새 주인도 유통업을 이어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라면서도 "다만, 중도금, 잔금 처리 등 일정이 남아있으니 업계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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