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 전경. <영남일보DB>
정부가 대구경북에서 청주국제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 노선을 신설하기로 하자, 지역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민들의 공항 접근성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청주공항과의 접근성 개선이 대구국제공항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청주공항~동대구·구미·김천 버스 신설 '딜레마'
국토교통부가 공항시설과 연계한 시외·고속버스 신규 노선을 대거 확충하는 가운데, 김천과 구미 그리고 동대구를 경유하는 공항버스 노선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지난 20일 "지난해 하반기 접수된 시외·고속버스 신설 신청을 검토해 공항버스 8개를 포함한 총 23개 노선을 새로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중 대구경북과 직접 연관된 것은 '청주공항~청주북부~김천~구미~동대구'를 잇는 공항버스 노선이다. 운행 거리는 212㎞이며, 하루 4회 운행한다. 이 노선은 지난 2월에 열린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논의된 지방공항 및 관광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문제는 대구를 비롯해 구미·김천 등 경북 주민들이 청주공항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대구공항 수요 위축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 공항버스 8개 신설 노선 중 대구공항과 직접 연결되는 노선은 단 하나도 없다는 점도 걱정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TK공항(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주공항 등 경쟁관계인 다른 지방공항의 활성화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21일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민간 사업자가 신청하면 기존 노선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신규 노선을 허가한다"며 "청주공항과 동대구를 잇는 노선은 민간 버스 사업자가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지 정부의 판단은 아니다"고 말했다. 즉, 대구공항 노선 신설을 요청한 민간 버스 사업자가 없었다는 얘기다.
버스 노선 신설로 공항 수요 자체가 위축된다는 우려는 과도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국토부 측은 "버스가 수십대가 들어간다고 하면 모를까. 하루 4회 운영으로 대구공항 수요 자체에 영향을 준다는 건 좀 과해 보인다"며 "비행기 출발 일정에 맞춰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교통 수단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의미로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주요 공항별 국제선 이용객수 현황. <그래프=생성형 AI(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이미 대구공항 이용객수 뛰어 넘은 '청주공항'
국토부가 우려를 경계했지만, 이번 대구경북~청주공항 버스 노선 신설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걱정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엔 나름 이유가 있다.
우선, 청주공항이 대구공항 이용객수를 뛰어 넘으며 급성장하고 있다. 이는 대구공항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대구공항은 국제선 운항편수와 이용객 수 등에서 김해공항은 물론 청주공항에도 밀린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공항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9천457편, 이용객 수는 148만9천937명이다. 반면 같은 기간 청주공항 국제선 운항편수는 1만3천698명, 이용객 수는 193만605명이다. 대구공항이 청주공항에 확실히 밀리는 모양새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1~4월 국제선 이용객 수를 비교해보면, 대구공항이 57만2천346명에 그쳤지만 청주공항은 81만3천522명이 이용했다.
또 청주공항이 대구공항보다 국제선 수가 많은데다, 일본·중국노선도 상당 부분 겹친다. 영남일보 취재 결과, 현재 두 공항에서 모두 운항하는 국제선 노선은 모두 7개(도쿄·오사카·후쿠오카·타이페이·상하이·장가계·연길)로 파악됐다. 인기 노선인 일본 노선의 경우, 청주공항의 하늘길이 더 넓다. 21일 기준 청주공항에선 일본 7개 지역(도쿄·오사카·후쿠오카·삿포로·기타큐슈·히로시마·오키나와)을 오갈 수 있는데 반해, 대구공항의 일본 노선은 모두 3개(도쿄·오사카·후쿠오카)에 그친다. 이용객의 선택지도 청주공항이 더 다양한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인기인 오사카·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대구공항은 운항하는 항공사가 단 한곳 뿐이지만, 청주공항은 두 개 항공사에서 운항한다. 운항 시간대나 항공권 가격 메리트 측면에서 청주공항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대구경북 민·군 통합공항 조감도. <대구시 제공>
◆전문가들 "상황 예의주시…대구공항 경쟁력 확보 필요"
지역 공항 전문가들도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청주공항이 LCC중심으로 계속 공격적 노선 확대를 이어가면 상대적으로 대구공항의 국제선 수요 회복세를 더디게 할 수 있어서다. 대구공항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운대 이상관 교수(항공관제물류학부)는 "우선은 청주공항 이용 수요가 위협적일 정도는 아닐 것이나, 대구 입장에선 장기적으론 걱정할 수 있다"며 "당장 구미와 김천, 상주, 문경 등 경북 중서부 및 북부권 수요가 청주공항으로 흡수될 수 있다. 특히 대구공항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공항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버스 회사들은 대구경북에서 청주공항행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구공항 활성화 측면에선 충분히 위기감을 느낄만 하다"며 "대구공항이 타 지역 이용객을 흡수해도 모자랄 판에, 그나마 있던 잠재 이용객까지 청주공항에 일부 내어주게 됐다. 대구공항 경쟁력 확보에 유관기관들이 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책연구원 김주석 공간교통연구실장은 "청주공항과 대구경북을 오가는 버스 운영으로 당장은 아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일부라도 대구공항의 수요 감소가 있을 수 있다"며 "최근 대구공항 상황이 워낙 어렵다보니, 청주공항의 서비스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을 이해할 수 있다. 대구공항이 자체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주공항·대구공항이 지나친 경쟁보다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며 지방공항의 어려움을 함께 타개해야 한다. 추후 TK 신공항이 생겨도 공존을 꾀해야 두 지역 모두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구시는 국제선 노선 확충을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회복에는 크게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대구시 나웅진 신공항건설단장은 "청주공항 버스 신설은 국가적으로 지방공항 활성화 측면에서 시행하는 것이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노선'이다. 대구공항에 좋은 노선이 있으면 타지에서도 대구를 찾을 수 있다. 최근 시 차원에서 베트남과 대만, 중국계 외국 항공사 관계자들을 만나 대구공항 국제선 운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구공항 경쟁력 강화방안은 9기 대구시정에서도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정책연구원 박지훈 공간교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항공은 수요가 노선을 부르고, 노선이 수요를 부른다. 궁극적으로 는 대구경북 관광 및 대구공항 활성화가 함께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인바운드 관광이 활성화되면 노선 확충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선 노선 신설도 중요하지만, 대구공항의 전성기 시절 운항됐다 폐지된 노선을 되살리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대구공항을 중심으로 운영될 항공사가 추가로 있는지도 계속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노진실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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