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홈플러스 회생 절차 폐지 판결 이후 지역 홈플러스 매장들의 혼란이 심화하고 있다. 5일 찾은 대구 수성구에 있는 홈플러스 수성점 내 가구점의 영업이 중단돼 있다.
"살 게 아무것도 없네요." 5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홈플러스 성서점. 주말 장을 보러 나온 부부가 식품 매대를 둘러보다 발걸음을 돌렸다. 부부의 카트에는 고작 음료 5~6개가 전부였다. 2002년 문을 연 홈플러스 성서점은 지역 내 홈플러스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줄곧 기록했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던 매장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매장은 과거의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산한 매장에 울려퍼지는 안내 음악 소리가 되려 스산하게 들릴 정도였다.
지하 1층 매장 입구에는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실제 둘러본 매장은 '정상영업'과 거리가 멀었다. 매대에는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주로 진열됐고, 축산·수산 코너에는 텅텅 빈 진열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신선·냉장 진열 매대 경우 아예 온도 조절 장치가 꺼진 채, 식품 밀폐용기 재고를 처리하는 자리로 전락해 있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손숙옥(50)씨는 "곧 폐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와보니 정말 어렵다는 게 느껴진다"며 "예전에는 주말마다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오늘은 주차도 수월했다. 앞으로는 다른 마트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5일 찾은 대구 달서구 홈플러스 성서점. 주말임에도 한산하다.
같은 시각 홈플러스 수성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주말 오후였지만 매장은 한산했고, 최대 90%에 달하는 폭탄 세일을 노린 일부 고객만 입점해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예상보다 적은 물품 수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윤희(50)씨는 "할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홈플러스를 찾았지만, 식료품을 비롯해 판매 중인 물건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계란이나 우유도 안 팔아서 깜짝 놀랐다"고 토로했다.
매장 내 입점한 음식점과 카페 등도 대부분 영업 중단 상태였다. 성서점 지하 1층의 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30일 영업을 종료했고, 지하 2층 푸드코트도 대부분 공실로 남아 있다. 남은 매장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수성점의 한 카페 영업주는 "폐점하려면 입점 때 변경한 인테리어 등을 원상복구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빈 매대는 판매 불가 상품들로 채워졌다. 이날 홈플러스 남대구점에서는 곳곳에 '본 상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볼 수 있었다. 홈플러스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입점 업체와 홈플러스 간 계약이 종료된 재고들이다. 재고 처리를 위해 일부 점주는 손님과 직접 흥정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펼쳐졌다. 남대구점에서 10여년째 수족관 매대를 운영하는 A씨는 "팔 수 있는 물건들만 반값 정도로 빨리 처분하고 나갈 예정"이라며 "(마트) 밖으로 나가봐야 경기도 안좋고 물고기 판매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 것 같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일 찾은 홈플러스 남대구점 일부 매대에 '본 사품은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직원과 매장점주들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직원들은 임금 체불과 고용 불안을 호소했고, 입주 매장점주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칠곡점에서 5년째 시계수리점을 운영하는 곽태신(38)씨는 "칠곡점은 실제 건물 소유주가 따로 있고 홈플러스가 재임대한 공간을 다시 임차한 구조"라며 "채권자가 우선인 만큼 보증금 1천6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시계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판매대금이 7개월째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경영 악화로 납품업체에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니 상품이 들어오지 않고, 상품이 없으니 손님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소를 맡던 외주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서점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이현창(60)씨 역시 "월세는 그대로 내야 하는데 매출은 줄었다. 만약 홈플러스가 회생 폐지 절차를 밟고 새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5일 찾은 홈플러스 남대구점. 일부 층고의 출입이 막혀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박윤자 홈플러스 칠곡지부장은 "직원들 내부에 불안감과 동요가 매우 크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금 체불"이라며 "지난해 말 임금이 두 차례 나눠 지급됐고, 올해 들어서는 체불과 지급이 반복됐다. 지난달 23일 지급 예정이던 6월분 임금도 기약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동경민·김민진·홍예원·안성태 수습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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